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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ue 184, Jan 2022

아니카 이
Anicka Yi

논리로 형성된 생체,생명으로 완성된 지능

투명한 롱샴 가방 안에 소의 위를 넣은 [Skype Sweater], 2017년 ‘아트 바젤(Art Basel)’에서 마주한 아니카 이의 작품은 역시 놀라웠다. 진작부터 박테리아 사용과 전염에 대한 관심으로 자신의 주변은 물론 몸 속, 위장 등에 관한 변형과 효과를 탐구해 온 작가는 2010년부터 2017년까지 몇 해간 [Skype Sweater]를 만들었다. 이는 끊임없는 변형과정이자 풍부한 은유로서 신진대사 시스템을 활용하는 아니카 이의 첫 번째 명확한 표시였으며 시각적으로 이질적인 요소를 통해 중심 내러티브를 더 크게 확장하는 작가의 재주를 고스란히 담은 것이었다. 2016년 6월 스위스 메세 바젤에서 마크 스피글러(Mark Spiegler) ‘아트 바젤’ 글로벌 디렉터(Global Director)를 인터뷰하며 나는 그에게 이렇게 말했다. “최근 몇 해간 아니카 이가 나타내는 두각이 마치 ‘아트 바젤’의 영향력을 대변하는 것 같아. 어쩜 저렇게 눈에 띄게 성장하는 거지?” 그러자 그가 대답했다. “바로 그 점이 우리의 자랑이고 희망이야!” 그때 깨달았다. 아니카 이에게 관심을 집중하는 이가 비단 나와 스피글러 뿐만은 아니라는 사실을.
● 정일주 편집장 ● 이미지 작가, Gladstone Gallery 제공

Installation view of the 58th Venice Biennale 2019 'Biologizing The Machine (Tentacular Trouble)' 2019 Kelp, Acrylic, Animatronic Moths, Concrete, Water Dimensions Variable Courtesy of the artist, Gladstone Gallery, New York and Brussels, and 47 Canal, New York Photo: Renato Ghiazz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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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일주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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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로 그 시점부터 아니카 이의 활약엔 가속이 붙었고 2019년 ‘아트 바젤’에 지금 우리에게 익숙한 <The Sun Rose From Water That Was Salt and Set In Water That Was Sweet>가 등장했다. 이는 같은 해 ‘제58회 베니스 비엔날레(58th Venice Biennale)’에서 선보인 <Biologizing the Machine (Tentacular Trouble)>(2019)이나 <Biologizing the Machine (Terra Incognita)>(2019)과도 내용과 형식적으로 일맥상통하는 것이었다. 아르세날레(Arsenale)와 지아르디니(Giardini) 두 전시 장소에 걸쳐 공개된 작품을 통해 작가는 인공 지능(AI) 독립체와 유기적 생명체 간 새로운 커뮤니케이션 채널이 어떻게 구축될 수 있는지에 관한 구상을 제시했다.  




Installation view of 

<Anicka Yi: We Have Never Been Individual> 

Gladstone Gallery, Brussels 2019 

Courtesy the artist and Gladstone Gallery, 

New York and Brussels




그는 우선 늘어진 가죽 같은 다시마를 사용해 번데기 모양의 고치를 만듦으로써 인간 장기와 곤충 알 같은 유기체의 이미지를 연상시키는 매달린 백열 조각 <Biologizing the Machine (Tentacular Trouble)>를 선보였다. 그것은 마치 강력하게 변태하는 생물의 역사와 흥미로운 잠재력을 드러내는 것 같았다. 공중에 작품을 매단 작가는 수분으로 흥건한 베니스 땅에 자연스럽게 물기가 솟아오른 것 마냥 바닥을 작은 늪처럼 연출했다. 아니카 이는 특정 냄새를 방출하는 박테리아와 결합된 베니스의 토양을 사용해 <Biologizing Machine (Terra Incognita)>도 완성했다. 그는 AI 제어로 온도나 빛, 수위의 변화나 시간이 지남에 따라 색상이 바뀌도록 작품을 설계했는데, AI 개체는 성장과 부패 같은 모든 형태의 박테리아 냄새를 이해하고 이에 따라 환경을 수정하는 방법을 익힌 것이었다.


이처럼 예술과 과학의 관계성을 탐구하는 아니카 이는 예술적 상상력을 통해 과학적 연구에 주목하며 실험적인 작품으로 인공지능의 발달, 기후변화, 이주 등에 대한 현대 사회의 다양한 주제를 살피고 있다. 그는 감각을 자극하고 활성화하는 작품을 완성하기 위해 예를 들어 발효차의 종류인 콤부차를 활용해 만든 가죽 같은 관념을 초월하는 재료를 끌어들여 실험적 작품을 완성한다. 그런 그의 신작들로 현재 영국 테이트모던(Tate Modern) 터바인 홀이 꽉 채워졌다. ‘기계의 자연사’는 어떤 모습일까라는 물음에서 시작된 <현대 커미션: 아니카 이: In Love With The World>를 통해 작가는 기계가 인간으로부터 독립적 개체로 진화할 가능성을 탐구한 다양한 연구를 선보인다. 우선 그는 미술관으로 탈바꿈되기 전 화력 발전소였던 테이트모던 역사에 초점 맞춰 과거 기계실이었던 공간에 다시 기계들을 모아 놓았다.




Installation view of Art Basel, Basel 2017

 <Skype Sweater> 2010-2017 

Courtesy of Art Basel




공기 또는 산소가 존재하는 곳에 살아가는 ‘호기성(好氣性) 생물’을 뜻하는 에어로브(Aerobe)로 명명된 기계들이 스스로 움직이며 전시장을 비행하는 모습을 선보임으로써 기계가 기존과는 다른 방식으로 생태계 내 존재할 수 있다고 제안하는 것이다. 작가는 다른 두 종의 에어로브를 만들어 각각 ‘제노젤리(Xenojelly)’와 ‘플라눌라(Planula)’라고 이름 지었다. ‘제노젤리’는 반투명한 몸체에 각기 다른 색상의 상단 부분과 촉수로 구성됐으며 ‘플라눌라’는 볼록한 모양에 노란색 짧은 털이 뒤덮여 있는데 모두 해양 생물 및 버섯의 형태를 참고해 만들어졌다. 유기체들이 생태계 내에서 어떤 다양한 역할을 하는지 상징하는 이 에어로브들은 천장이 높은 터바인 홀 공중에서 바다 속을 헤엄치듯 떠다니다 관람객을 비롯한 전시 공간 여러 환경적 요소에 반응하며 모였다 흩어지기를 반복한다. 마치 신체와 감각기관을 통해 학습하는 생명체들처럼 상대에 반응하며 창의적인 듯 움직이는 기계들은 인공지능의 새로운 가능성 또한 드러낸다.


한편 전시엔 향기에도 깊은 조예를 지닌 아니카 이의 특성이 여지없이 반영됐다. 무형의 공기를 광범위하게 탐구하며 공기의 존재감을 드러내기 위해 향을 활용해 온 경험이 전시에 또 다른 결과물로 생성돼 선보인 것이다. 그는 테이트 모던이 위치한 뱅크사이드(Bankside) 지역의 역사를 표현하는 여러 향을 만들어 전시 기간 동안 기계와 그들의 새로운 서식지가 된 공간의 역사, 그리고 공간 내 모든 유기체들을 연결하는 하나의 요소로 강조했다. 그런가하면 우리나라 리움미술관에서도 아니카 이의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2019년 켈프, 아크릴, LED, 기계 나방으로 완성한 <완두수염진딧물>, <점박이 도롱뇽>, <푸른 민달팽이>가 현대미술 소장품 상설관인 M2의 전시에 내걸린 것.




Installation view of 

<Hyundai Commission: Anicka Yi: In Love With The World>

 Tate Modern 2021-2022 

Photo: Will Burrard-Lucas © Tate 2021





예의 유기체의 형상을 닮은 물체 안에 로봇 곤충이 날아다니며 어지러운 그림자를 만들어 눈을 자극하고 주변 어디에선가 들리는 기계음은 귀를 산란하게 만든다. 관람객이 마치 살아 있는 기계를 보는 듯한 착각에 빠지도록 만드는 아니카 이의 이 작품들은 그가 시종일관 집중해 온 미술과 과학의 관계 맺기, 그 연구의 연장선에 있다. 그는 과학기술을 이용해 미술에 새로운 관점을 불어넣기도 하고 미술을 통해 기술의 진보가 인간의 삶에 어떠한 변화를 만들어 낼지를 자유자재로 넘나들며 감각 기능을 갖춘 기계의 등장을 끊임없이 예고해 왔다. 유기체와 인공물의 경계를 흐리는 작품들을 통해 다가올 미래에 인간이 어떻게 기계와 함께 살아가야 할지 작품을 보는 이들이 계속 모색케 하는 것이다.


2014년 MIT에서 일 년 간 여러 연구자들과 협업하며 깊어진 생물학적·화학적 지식을 토대로 작품에 미생물, 박테리아 같은 유기체를 적극 이용하고 있는 아니카 이. 인종, 성, 계급 등 동시대 다양한 사회적 이슈를 바탕으로 여성의 신체 기관에서 채취한 체액까지 작품에 활용하는 그의 작품은 점점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지금껏 부연한 바대로 아니카 이의 작품은 기존에 없던 실험적 방식이며 보는 이로 하여금 형언할 수 없는 감정과 의문을 자아내기 때문이다.  동시대 주요한 쟁점에 새로운 시각을 제공하는 그는 지금 어떤 상황에 집중하고 있을까, 누구보다 먼저 알고 싶다. PA




Installation view of the 58th Venice Biennale 2019

 <Biologizing The Machine (Terra Incognita)>

 2019 Acrylic Vitrines, Powder-coated Steel, Venetian Mud,

 Calcium Carbonate, Calcium Sulfate, Egg Yolks, Cellulose, 

Custom PCB, Gas Probe Sensors Dimensions

Variable Courtesy of the artist, Gladstone Gallery, New York 

and Brussels and 47 Canal, New York Photo: Renato Ghiazza




Portrait of Anicka Yi
Photo: Ben Fisher Photography © Tate




작가 아니카 이는 1971년 서울에서 태어난 후 미국으로 건너가 교육받고 자랐다. 미국 뉴욕의 구겐하임 미술관(Solomon R. Guggenheim Museum), 스위스 바젤의 쿤스트할레 바젤(Kunsthalle Basel), 독일 카셀의 프리데리치아눔(Fridericianum) 등에서 개인전을 개최했으며 2019년 ‘베니스 비엔날레(Venice Biennale)’, 2017년 ‘휘트니 비엔날레(Whitney Biennial)’, 2016년 ‘광주비엔날레’ 등 전 세계 다양한 전시에 참여하며 국제적 명성을 얻었다. 또한 2016년 ‘휴고 보스 미술상(Hugo Boss Prize)’을 수상했으며 미국 로스앤젤레스 베르그루엔 인스티튜트(Berggruen Institute), 미국 헤드랜드 아트 센터(Headlands Center for the Arts), 미국 MIT 예술 과학 기술 센터(Center for Art Science and Technology at MIT)의 입주 작가 및 창작 지원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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