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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ue 185, Feb 2022

기차 타고 파리로 간, 러시아 형제들

France

La Collection Morozov
Icônes de l’art moderne
2021.9.22-2.22 파리, 루이 비통 재단 미술관

● 김진 미술 저널리스트 ● 이미지 Fondation Louis Vuitton 제공

Auguste Renoir 'Portrait of the Actress Jeanne Samary' 1877 Oil on canvas 56×47cm Pushkin Museum, Mosco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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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 미술 저널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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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프랑스에서 꼭 봐야 할 전시는 단연 파리 서쪽 16구에 불로뉴(Boulogne) 숲에 위치한 루이 비통 재단 미술관(Fondation Louis Vuitton)에서 열리고 있는 <모로조프 컬렉션(La Collection Morozov)>이다. 모로조프 형제는 19세기 말-20세기 초 러시아 모스크바 지역에서 섬유제직 사업으로 상당한 자본을 모은 집안 출신의 사업가이자 예술작품 컬렉터로, 형인 미하일(Kikhaïl)은 1870년, 동생인 이반(Ivan)은 1871년 태어났다. 프랑스어를 할 수 있었던 미하일이 먼저 모스크바와 파리를 오가며 유럽 미술 작품 39점을 수집하고 예술애호가로서의 면모를 보였지만, 그는 1903년 33세의 나이로 요절하고 말았다. 이후 동생 이반이 그 열정을 물려받아 당시의 시대적 사조였던 프랑스 인상주의와 근대미술 작품은 물론 러시아 미술 작품들을 활발히 사들이기 시작했다.


제1차 세계대전 전까지 이들이 수집한 작품은 프랑스 작가 240여 점, 러시아 작가 430여 점에 달한다. 오귀스트 르누아르(Pierre-Auguste Renoir), 파블로 피카소(Pablo Picasso), 폴 고갱(Paul Gauguin), 앙리 마티스(Henri Matisse), 오귀스트 로댕(Auguste Rodin), 클로드 모네(Claude Monet), 에두아르 마네(Edouard Manet), 빈센트 반 고흐(Vincent van Gogh), 피에르 보나르(Pierre Bonnard), 폴 세잔(Paul Cézanne) 등 프랑스 작가는 물론 러시아의 일리야 레핀(Ilya Repin), 나탈리아 곤차로바(Natalia Goncharova) 등 인상주의부터 후기 인상주의, 상징주의, 야수파, 입체주의, 러시아 근대미술까지 망라하며 ‘모로조프 컬렉션’은 이 시기 수집으로서는 세계 최고로 손꼽힌다. 이 방대한 작품은 러시아 혁명 이후 1918년 국유화돼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와 모스크바에 주로 나뉘어 보관되고 있는데, 전시는 루이 비통 재단 미술관과 상트페테르부르크의 국립 에르미타주 미술관(The State Hermitage Museum), 모스크바의 푸시킨 국립 미술관(The Pushkin State Museum of Fine Arts)과 트레티야코프 미술관(The Tratyakov State Gallery) 협업으로 완성됐다.




Konstantin Korovin <In a Boat>

1888 Oil on canvas 53.5×42.5cm

State Tretyakov Gallery, Moscow




전시를 기획한 루이 비통 재단 미술관 수석 큐레이터 안느 발다사리(Anne Baldassari)는 앞서 파리 피카소 미술관(Musée Picasso Paris)의 디렉터로 10여 년간 근무한 경력이 있다. 루이 비통 재단 미술관에서 그가 기획한 대표적 프로젝트로 <근대미술의 아이콘, 슈추킨 콜렉션(Icônes de l’art moderne. La collection Chtchoukine)>을 들 수 있는데, 2016년 10월 22일부터 2017년 3월 5일까지 약 5달이 못 미치는 기간 동안 무려 120만 명의 방문객을 맞이하며 큰 호응을 얻은 바 있다. 세르게이 슈추킨(Sergueï Chtchoukine)은 모로조프 형제의 친구이자 라이벌이었는데, 그 역시 20세기 초 모스크바에 터전을 둔 섬유 관련 사업가 가문 출신으로 이들 형제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인상주의, 후기 인상주의의 대표적 컬렉터였다.


특히 이번 전시가 흥미로운 이유는 앞서 언급한 주요 거장들의 회화, 조각, 파스텔, 사진 등 약 200여 점이 러시아로 옮겨간 뒤 한 번도 해외로 나온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이들은 러시아가 보유한 천문학적 가치의 작품이기에 양국 대통령 에마뉘엘 마크롱(Emmanuel Macron)과 블라디미르 푸틴(Vladimir Putin)까지 개입해 약 5년간의 외교적 논의 후, 우리 돈으로 환산하면 수조 원에 달하는 보험에 가입하고 나서야 프랑스 땅으로 들어올 수 있었다. 이처럼 처음으로 미술사적 가치가 높은 작품을 러시아 밖에서 실제로 볼 수 있는 기회가 되면서 전시는 파리 미술애호가들은 물론 해외관광객들에게까지 말 그대로 돌풍을 일으키며 4개월째 매진행렬을 이어 나가고 있다. 앞서 대성공으로 끝난 슈추킨 컬렉션을 통해 짐작하건대 모로조프 컬렉션 역시 그 성공이 보장되어 있었다고도 볼 수 있겠다.




Valentin Serov <Portrait of the Collector

of Modern Russian and French Paintings,

Ivan Abramovich Morozov> 1910 Tempera

on cardboard 63.5×77cm Tretyakov Gallery, Moscow




전시는 당초 2020년 10월 첫 문을 열 예정이었지만 코로나19 사태로  두 차례나 연기돼 일여 년이 지난 2021년 9월 22일이 돼서야 방문객을 맞이했다. 이마저도 프랑스 정부 방침에 따른 엄격한 인원 제한으로 사전 인터넷 예약을 통해서만 입장할 수 있는데, 예약은 일찌감치 마감돼 얼마 전 다녀온 필자도 예약을 시도한 날로부터 한두 달 후에나 가능한 날을 잡을 수 있었고 현장에 도착해서도 한참을 기다린 후에 입장했다. 필자는 주말 밤 9시까지 개장하는 시간을 이용해 토요일 저녁 5시 반 예약으로 미술관에 도착했다. 파리는 겨울철 해가 일찍 지기 때문에 이 시간이면 이미 어둑어둑한데 눈앞에 나타난 미술관은 새삼 환한 불을 밝히며 기대와 설렘을 선사했다. 건축가 프랭크 게리(Frank Gehry)가 디자인하고 설계한 독특한 건물과 어우러져 <모로조프 컬렉션>은 지하 1층부터 지상 3층까지 4,000㎡에 달하는 총 11개의 전시실에 나뉘어 전시되고 있었다. 앞에 선다는 것만으로도 황홀감을 주는 작품들의 연속이었지만 그중에서도 잊지 못할 작품들을 차례로 소개한다.


먼저 르누아르의 <잔느 사마리의 초상(Portrait of the Actress Jeanne Samary)>(1877)이다. ‘몽상’으로도 불리는 이 작품은 당시 배우였던 사마리를 그렸는데 사진으론 온전히 표현되지 않는 화사한 색감이 주는 달콤한 포근함이 약간의 충격으로 기억에 남았다. 르누아르의 첫 번째 인상주의 작품으로도 손꼽히는 그림 속 사마리는 한 손을 턱에 괴고 감상자를 쳐다보며 눈빛을 교환하는데, 마치 지금 눈앞에 마주 앉아있는 기분을 주는 환상과 생생함이 있다. 어두운 색은 파란 눈동자와 밝은 갈색 머리카락에서 약간 강조로 쓰였을 뿐 화사한 파스텔 톤 색감으로만 이루어진 색채구성은 르누아르의 생동감 있는 붓질로 표현됐다. 르누아르는 그의 아름다움에 빠져 총 12점에 이르는 초상화를 그리지만 당시 비평은 우호적이지 않았고, 이로 인해 사마리는 인상주의 화풍 모델로서의 일은 그만두었다고 한다.




Vincent van Gogh <The Prison Courtyard>

1890 Oil on canvas 80×64cm

Pushkin State Museum of Fine Arts, Moscow




이어 1910년 발렌틴 세로프(Valentin Serov)가 그린 <이반 모로조프의 초상화(Portrait of the Collector of Modern Russian and French Paintings, Ivan Abramovich Morozov)>에선 전시의 주인공인 그의 당당하고 풍채 좋은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초상화 배경에 등장하는 마티스의 정물화도 시선을 사로잡는데, <과일과 청동(Fruit and Bronze)> 역시 초상화와 같은 1910년에 제작된 것으로 모로조프가 작품이 완성된 해 구매하고 그 앞에서 포즈를 취하며 자신의 초상화를 그리게 한 점에서 이 작품에 얼마나 큰 애정을 쏟았는지 단번에 짐작할 수 있다. 전시에는 두 작품이 한 벽에 나란히 걸려 보는 즐거움을 더하고, 마티스의 정물화 속 빨강, 노랑, 파랑의 강렬한 원색은 100년이 넘게 흐른 지금에도 방금 작가의 아틀리에에서 나온 듯 놀라운 생동감을 전한다.


이 밖에도 입체주의의 시조가 된 세잔의 정물화, 생 빅투아르(Sainte-Victoire)의 산의 풍경, 고갱의 <아를의 카페(Café at Arles)>(1888)와 타히티 체류 시절에 그녀 <과일을 든 여인; 어디 가니?(Eu haere ia oe (Woman Holding a Fruit); Where Are You Going?)>(1893), 에드가 드가(Edgar Degas)의 <목욕 후(After the Bath)>(1895)를 비롯하여 에드바르 뭉크(Edvard Munch), 마네, 보나르 등의 작품이 즐비해 감상은 역시나 예상보다 길어졌다. 지하 1층에서 시작한 전시는 지상 3층까지 이어지는데, 단연 압권은 7번 전시실에서 본 고흐의 1890년 작품 <죄수들(The Prison Courtyard)>이다. 전시실엔 오직 이 한 작품만 걸려 있는데 어두운 작품 크기에 꼭 맞는 사각의 조명을 비춰 감상자들이 오롯이 작품에만 집중하게 만들었다. 여러 톤과 층으로 미묘하게 다른 에메랄드그린 색이 주를 이루고 오렌지 빛 톤이 더해진 작품은 죄수들로 보이는 이들이 사방이 벽돌로 막힌 공간 안에서 원을 그리며 맥없이 돌고 있는 장면을 그린다.




Paul Cézanne <Still Life with a Curtain>

1892-1894 Oil on canvas 55.0×74.5cm
State Hermitage Museum, Saint Petersburg




오른쪽 아래에는 이들을 감시하고 선 세 명의 남자들도 보인다. 작품은 프랑스의 화가이자 판화가였던 귀스타브 도레(Gustave Doré)의 데생 <뉴게이트(Newgate)>(1872)를 보고 따라 그린 것인데, 1889년 생레미 드 프로방스 정신병원에 자의적으로 입원했던 고흐는 자신의 모습을 앞쪽에 걷고 있는 남자로 그려 넣어 유화로 완성했다. 1년간 병원에 갇혀 있던 고흐는 퇴원 두 달 후 37세의 나이로 사망했고, 작품은 당시 그가 가졌던 절망과 고독 등의 감정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이반은 1909년 10월 이 작품을 구매하며 자신의 고흐 컬렉션을 더했다.


전시 막바지에 이르면 거대한 거실처럼 꾸며진 11번 전시실에 이르게 된다. 이곳은 1907년 이반이 프랑스 상징주의 화가이자 나비파에 속했던 모리스 드니(Maurice Denis)에 의뢰해 완성했던 모스크바 저택 거실 ‘뮤직룸’을 재현한 것이다. 드니는 ‘에로스와 프시케’를 주제로 13점의 대형 연작을 완성했고 그중 7점이 현재 전시되고 있다. 여기에 아리스티드 마욜(Aristide Maillol)의 조각 4점도 그 장식을 더 하고 있다. 미술관은 이번 전시를 기념해 갈리마르 출판사에 의뢰해 520장에 달하는 전시 카탈로그를 발행하기도 했다. 마지막 여정을 향해 다가가고 있는 <모로조프 컬렉션>. 파리에 거주하는 미술애호가나 여행을 온 관광객이라면 절대 놓쳐서는 안 될 전시다.PA



글쓴이 김진은 성균관대학교에서 의상학과 불어불문학을 복수전공 졸업하고, 2016년 프랑스로 유학해 팡테옹 소르본 파리 1대학(Université Paris 1 Panthéon-Sorbonne)에서 조형예술 전공 학사를 마쳤다. 현재 조형예술과 현대창작 연구 석사과정에 있다. 예술이론 연구와 실제 작품 제작에 매진하는 동시에 2020년 개설한 유튜브 채널 ‘예술산책 Artwalk’을 통해 현대미술 관련 콘텐츠를 업로드하며 구독자들과 교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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