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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ue 185, Feb 2022

후니다 킴
Hoonida Kim

디코딩 되는 감수성

처음 관람객이 접하는 광경은 ‘데이터스케이프’가 정착해 있는 ‘데이터스케이프 스테이션’이었다. [국립현대미술관 다원예술 2021: 멀티버스] 맨 마지막 전시에서는 ‘내비게이터’들이 관람객을 대기의자로 안내하고 기기와의 이식(implant) 전 숙지해야 할 『데이터스케이프 운행 안내서』와 외부소리를 차단하는 방음 헤드폰을 건넨다. 그리고 ‘데이터스케이프’를 통해 이동할 때 실시간으로 변화된 주변 환경을 어떤 관점으로 받아드릴 것인가에 대한 단서인 『관점의 매뉴얼』이란 작은 책도 제공됐다. 관람객으로 하여금 자신의 감각을 의심토록 유도하는 책에는 다음과 같은 문장들이 있었다.
● 정일주 편집장 ● 이미지 작가 제공

'디코딩 되는 랜드스케이프(Landscape being Decoded)' 중 Datascape-type01 내부 2021 데이터스케이프 2대, 영상, 사운드, 책, 내비게이터4인, 설치, 혼합재료 가변 크기 사진: 이택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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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일주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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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각에 임플란트되어 있는 디지털 장치들”
“다른 감각으로 읽어내는 풍경”
“빛의 굴절에 의한 관측이 아닌 디지털기술에 의한 관측”


여기까지 절차가 끝나면 관람객은 전용슈트를 착용하고 장치 안으로 들어가 그것과 연결된 후 ‘내비게이터’의 안내를 받아 미술관 복도를 횡단한다. 익숙했던 풍경은 라이다(LiDAR)를 통해 사뭇 다르게 인식되는데, 이때 마지막 매뉴얼인 ‘내비게이터’가 구두로, 아직은 어색하고 불편한 “사고의 관점을 이식하는 장치”에 관한 설명을 덧붙인다. 마치 치과의사가 보철을 처음 하는 사람에게 설명하는 것 같은 뉘앙스로 말이다.

후니다 킴의 2021년 역작 <디코딩 되는 랜드스케이프>는 크게 두 종류의 관찰자가 존재하도록 설계됐다. 하나는 ‘데이터스케이프’ 안에 들어간 채 움직이는 대상을 바라보는 관람객이며 다른 하나는 ‘데이터스케이프’ 안에서 그런 대상들을 관찰하는 관람객이다. 이 둘은 전혀 다른 관점으로 상황을 바라본다. 이 작업에서 ‘데이터스케이프’는 일종의 트리거로, 작가는 이것이 촉발하는 세계가 그간 우리가 믿어온 단일하고 확정적인 세계보다, 수많은 가능성이 잠재해있는 다중적 세계에 가깝도록 의도했다. 2019년 원 포인트의 라이다 센서로 360˚로 공간을 인지하여 시·청각적으로 구현되는 “환경 인지 장치”로서 테스트 프로토타입을 제작했던 그는 이후 1년 넘게 인간의 움직임과 몸에 이식하는 방식, 라이다로 읽힌 데이터를 시청각으로 구현하는 것에 몰두했다.




<디코딩 되는 랜드스케이프(Landscape being Decoded)> 

중 데이터스케이프 스테이션 전경 2021 국립현대미술관 

서울 데이터스케이프 2대, 영상, 사운드, 책, 내비게이터4인, 

설치, 혼합매체 가변 크기 사진: 이택수




슈트제작, 매뉴얼 구성 등 테스트도 병행됐다. 그 과정을 통해 ‘데이터스케이프’와 4개의 매뉴얼 그리고 이식의 절차를 진행하는 공간인 ‘데이터스케이프 스테이션’으로 구성된 작업이 바로 <디코딩 되는 랜드스케이프>다. 얼핏 관람객이 몸에 이식하고 체험하는 장치만이 작품으로 여겨질 수 있으나 이것 외에 4개의 매뉴얼(『데이터스케이프 운행 안내서』라는 체크리스트와 『관점의 매뉴얼』, 『바라보고 읽어내는 장치』라는 소책자 2권, 끝으로 ‘내비게이터’)과 환경 인지 장치를 이식하는 스테이션이 결합돼 하나의 퍼포먼스 같은 광경을 연출하는 것 전부가 진정한 작업의 요소다.  




<“무심한 귀를 위한 애피타이저 A” : 사운드 테이블

(“Appetizers for Indifferent Ears from A” : sound Table)> 

2021 라즈베리파이, 전자부품, PCB,스피커,

 아크릴, 나무, 알루미늄 70×70×70cm




이 낯설고 예민한 작업의 시작은 ‘산업용 센서들을 기존의 사용방식이 아닌 인간이 대상을  새로이 감각하고 인지하는 셋(set)으로 해킹, 환경 인지 장치로 역할하게 하면 어떨까’라는 물음이었다. 그것은 이내 ‘자율주행자동차의 눈이자 환경의 지도를 제작해주는 라이다를 인간 신체에 장착해 세계를 인지한다면 우리는 무엇을 어떻게 인지하게 될 것인가?’, ‘우리의 눈이 읽어오던 환경과 내 신체로 감지하던 거리 감각, 대상과 대상 사이의 거리는 우리에게 어떻게 입력될 것인가?’로 파생됐다. 여러 물음들은 무수한 대상과의 거리 값을 측정하여 물리적 공간을 데이터화하는 라이다 센서를 통해 사물을 인지하는 다른 관점을 제시하는 ‘데이터스케이프’를 만들게 했다. 작가는 이것이 “보편적으로 인식되는 하나의 풍경이 아닌 ‘위상이 변환된 풍경’을 인지할 수 있게 하고, 이를 통해 우리가 믿는 실체에 대해 질문한다”고 강조한다. 그는 3번째 매뉴얼 『바라보고 읽어내는 장치』에 작업의 근간이 된 질문들을 나열한다. “우리는 환경을 인식하고 느끼는 방식을 선택할 수 있는 시스템 속에 살고 있다. 이 시스템은 우리에게 이런 질문을 남긴다. 우리가 실체라고 믿는 것은 무엇인가? 그것은 누구의 시점에 근거한 것인가? 디지털 미디어를 통해 우리가 다른 관점으로 바라볼 수 있게 된다면, 우리는 모든 것이 가능한 상태에 놓여있는 것일까?”




<ATTUNE> 2021 GPS 스마트폰 APP, 

컴퓨터,앰프,황동, 스피커, 플라스틱, 설치,

 혼합매체 가변 크기 <un-less>

전시 전경 2021 두산갤러리




인간 생태계에 깊게 침투한 기술과 기술이 촉발하는 생태계의 변화에 주목하는 후니다 킴이 작품을 통해 띄우려는 메시지는 뭘까. “사회 전반 시스템의 바탕이 되고 있는 디지털미디어, 그 안에서도 미디어를 만드는 미디어, 즉 메타미디어는 계속해서 새로운 패러다임을 생성하고 있다. 이런 디지털 테크놀로지의 발달에 의해 변화되는 관점과 반대로 무뎌지는 것들, 대상에 대해 고착되지 않는 소비방식, 새로운 감각의 인지방식 등 인간이 감각하고 수용하는 능력의 균형을 작업의 중심에 둔다”는 그는 “인간의 지각 능력과 감수성은 사회의 급격한 변화 속도를 따라가기 어렵고 엄청난 정보량을 감각·분석하기 힘들므로 감각을 예민하게 만드는 장치인 ‘환경 인지 장치’를 제작해 이러한 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그리고 ‘환경 인지 장치’를 인간에게 직간접적으로 이식하는 시도를 한다. 기술과의 필연적 결합을 꾀하는 작품으로 포스트 휴먼의 변화된 인식 방식과 감수성을 제시한다”고 말한다.  


미디어는 감각을 ‘확장’하는 것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디지털 시대의 수많은 미디어가 감각을 확장하는 장치일 뿐 아니라 ‘몸속에 심어진 보철’처럼 느껴진다는 점에 착안한 작가는 ‘이식’ 혹은 ‘보철’을 작업의 중요한 요소로 삼았다. 보철은 몸을 단단하게 만들어주지만, 점차 근육이 보철의 존재에 의존하게 되므로 추후 보철을 제거하면 본래의 근력은 약해지게 된다. 환경을 읽어내는 감각도 이와 비슷한 상황에 놓여 있다는 그는, 물리적 환경을 읽어내는 다양한 입력 센서와 미디어가 어떠한 저항감도 없이 신체의 일부처럼 사용되는 현재, 우리는 더 이상 신체 스스로가 환경을 기민하게 인지·감각해야만 하는 상황에서 벗어났다고 강조한다.  




<디코딩을 위한 돌 #00(Stone for Decoding #00> 

2020 샌드 3D 프린팅, 32비트 마이크로 컨트롤러, 

스텐, 알루미늄, ToF센서, 온도 센서, 스피커

60×100×60cm




핸드폰 등 내 몸과 분리돼있지만 사소한 이동에도 반드시 휴대하는 기기들을 보철과 유사하다고 여긴 작가는 현대인에게 자신도 모르는 사이 장착되고 이식된 디지털 기기들을 그 형태를 어색할 만큼 더 크게 만들기 시작했다. 장치들을 몸에 붙인 채 같이 호흡하는 것이 매우 불편하도록 연결하고, ‘다른 관점과 새로운 사고의 장치로서 보철된다’는 의미에서 그는 이식이라는 표현을 선택했다. 한편 보통 인간은 200˚ 정도의 시야를 지니지만 후니다 킴은 360˚, 버드 아이 뷰(bird’s eye view)로 공간을 탐색하고 관측해 읽을 수 있는 ‘데이터스케이프’를 고안했다. 그것으로 체험하는 전경은 국립현대미술관이 될 수도 있고, 또 다른 외부 혹은 자신이 살던 공간일 수도 있도록, 그 익숙한 전경들을 다르게 보여줌으로써 다중적 환경으로 ‘완전히 다르게’ 인식되도록 하는 것이 작가의 목표였다.


대부분의 미술 감상 프로세스가 “바라보는 것”에서 시작하지만 후니다 킴의 작품은 그와 사뭇 차이가 있다. 그의 작품은 단지 보는 것만으로는 이야기가 진행되지 않는 경우가 많은데, 애초 관람객이 능동적으로 작업에 참여하고 물리적 인터랙션을 통해 작품을 읽어내려고 할 때 더 많은 이야기를 풀어주는 구조로 작업을 설계하기 때문이다. 일상 속 전자기기의 인터페이스에 익숙하고 미술 작업 안 몇몇 형식의 인터랙션에도 익숙한 관람객이더라도 후니다 킴의 낯선 인터페이스를 탐구하고 다름을 읽어내는 것은 간단치 않다. 그러므로 작가는 관람자가 처음 작업의 면에 접촉했을 때의 구조설계에 가장 공을 들인다. 편리한 인터페이스만이 아닌  사람이 어떻게 접촉하는냐에 따라 관람객의 사고의 관점을 자극하는가에 신경 쓰는 것이다. 최근 그의 작업은 시리즈로 선언된 것들이다. 그러나 그는 올해 신작 보다는 그동안의 작업들을 적절한 자리에 배치하고 시리즈들을 정비하는 것에 몰두할 계획이다. “테크놀로지의 발달로 변화되는 인식 방식과 이로 인한 새로운 감수성을 다루는 작가” 후니다 킴은 지금 이렇게 큰 숨을 고르며 75˚ 전방을 바라보고 있다.PA




후니다킴, 사진: 정희승



작가 후니다 킴은 감각을 예민하게 만드는 장치인 ‘환경 인지 장치’를 제작, 인간에게 이식하는 독특한 시도를 한다. <무심한 귀를 위한 애피타이저 A부터 C: 네오프로덕트 선언>(디스위켄드룸, 2021), <익숙함이ㆍ쌓이고ㆍ녹아내리는-일상에 대한 낯선 번역>(페리지갤러리, 2018) 등 개인전을 선보였으며 <멀티버스-다원예술2021>(국립현대미술관 서울, 2021), <un-less>(두산갤러리,  2021), <돌의 실제>((구)명성교회, 2020), 2020 파라다이스 아트랩 페스티벌(파라다이스시티 아트스페이스, 2020) 등에 참여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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