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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ue 185, Feb 2022

산지천,복개를 걷어내고

2021.12.17 - 2022.3.13 산지천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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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주희 독립큐레이터·스튜디오126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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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장된 시공간의 겹겹


누구에게나 특별한 감정이나 의미로 각인된 장소가 있다. 물질의 성격을 지닌 장소라는 유형은 심상적, 개념적으로도 감정을 자극하기 때문이다. 특정한 장소에서의 경험은 우리 내부에 다양한 무엇으로 자리한다. 장소의 형태에 의미가 결합 된 내면의 원형은 삶의 중요한 측면들과 연결되어 감응한다. 전시 <산지천, 복개를 걷어내고>의 배경이 되는 산지천은 과거를 간직하고 현재를 반영하여 미래로 흐르게 하는 자연적 요소다. 또한, 제주를 대표하는 용천수로 도민의 일상을 함께했던 자원이며 제주의 자연, 역사, 문화가 함축된 상징체계다. 이러한 생래적 장소에 대한 기억과 심상은 저마다 다를 수밖에 없다. 그 시대와 사회에서 지배하는 신념, 질서, 가치에 따라 새롭게 표상되고 재생산되는 이유에서다.

산지천 또한 도시 개발과 주거 환경의 개선, 경제 활성화를 목적으로 복개 사업이 진행되었고 그것은 인간에게 오히려 위험을 주는 것으로 인식되기 시작했다. 2002년 복원 사업을 거쳐 정화되면서 도시를 이루는 다양한 요소와 공존하며 생태계를 이루고 있다. 이렇듯 하나의 장소는 사회 구성원의 생활양식, (상호) 관계, 신념이 일정한 방식을 통해 형성되며 특정한 가치와 이해관계에 따라 변모한다. 전시에서 주목할 부분은 유형의 물질적, 심상적, 개념적 측면들이 교차해 발생하는 의미와 공간에 대한 실천을 이루는 방식이다. 극장에서 발굴터로, 식물원으로, 가상으로 여행하는 경로는 순환하는 산지천처럼 제주의 과거와 현재를 이어 미래로 안내하고 있다. 전시는 극장의 형식을 취해 영상으로 구성한 김기라, 박지혜로부터 출발한다. 이들은 역사적 사료에 대한 탐구, 어떤 이의 구술을 작업의 실마리로 삼는다.

김기라의 작품 <환영_개복_별빛이 흐른다>는 산지천에 실제 거주했던 한 여성의 목소리로, <너영나영_산지천>은 작가가 리서치하고 재해석한 역사를 래퍼를 통해 전달한다. 2채널 비디오로 구성된 두 작품은 음악가와 래퍼와의 협업으로 제작한 뮤직비디오이며 이미지와 텍스트로 병치하여 재생한다. 박지혜의 영상은 산지천의 물, 돌, 터에 새겨진 물리적, 심리적인 흔적을 비가시적으로 은유한다. <공간 조각>, <회색 공간>, <직선에 관하여>로 분리된 기억의 조각들은 서로 상응하고 충돌하며 추상적인 풍경을 이룬다. 두 작가가 구성한 3층의 미디어 룸은 객관적인 사실과 주관적인 개입이 교차하며 교류한다. 개인의 기억과 해석이 공동체, 마을, 지역, 제주로까지 확장되는 과정을 이미지로 기록한다.




프로젝트레벨나인 <참여 풍경>

2021 AR, 태블릿, 디지털패널 가변설치




기록에 대한 경계를 허물어 확장된 형태로 제시하는 행위는 박물관, 식물원을 연상시키는 2층 전시실로 이어진다. 박물관과 식물원은 과거와 현재를 매개하는 동시에 수집한 지식을 다수의 사람과 공유하고자 하는 목적을 지닌다. 유물터를 재현한 이승수의 작업은 작가가 작업실 주변에서 실제 발굴한 물품들을 재편집하여 변용했다. 과거에는 존재했지만 현재는 부재하는 것, 현재에는 생소하지만 누군가에게는 익숙했던 일상의 도구들이 군집을 이룬다. 과거의 시간을 현재의 공간에 위치시킴으로써 사라지는 존재와 가치를 사유케 한다. 진계영 또한 자연적인 식물과 인위적인 인공물로 공간을 재구성한다. <사적인 식물원>을 제시한 작가는 객관적인 정보 제공이 목적인 식물원을 탈피하여 지극히 사적인 시선을 관람자와 공유한다.


각기 다른 경험과 기억으로 응집된 개인(작가)과 개인(관람자)은 작품이라는 하나의 상징체계를 매개로 소통하며 예술과 식물 사이의 무수한 의미를 도출해 낸다. 기억이 작동하는 방식과 기록에 관심을 두는 프로젝트레벨나인은 실제 산지천에 존재하는 생물을 형상화하여 가상에 들여놓는다. 관람자가 태블릿 PC를 이용해 직접 체험하고 구성해보는 <참여 풍경>은 현실과 가상이 뒤섞인 각자만의 풍경을 담는다. 눈에는 보이지만 실재하지 않는 증강현실을 통해 산지천의 서사와 기억을 새롭게 구성한다. 주어진 가상의 공간에 콜라주하듯 완성되는 각자의 이미지는 각기 다른 형상과 기억으로 자리하며 사진이라는 매체로 남겨진다.


참여 작가들은 일정한 장소에 축적된 시간의 지층을 각자의 방식으로 추적해 나간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풍화되어 흩어진 이야기들을 다시금 수집하여 이미지로 기록한다. 수집된 기록은 과거와 현재, 현실과 가상, 내부와 외부가 교차하는 감각을 통해 우리를 물리적, 감각적, 정서적으로 끌어들이고 있다. 이것은 객관적인 사실에 주관적인 해석이 가미되어 영속적으로 전해지는 역사의 흐름과 결을 함께한다. ‘산지천’이라는 제주의 특정 장소에 주목하여 출발한 전시는 복개를 걷어내고 시공간의 겹겹을 들추어낸다. 이러한 탐구는 지역의 특수성에서 출발하지만 우리를 지탱하는 역사로 확장되고 현재를 경유하여 미래로 나아가고자 하는 다양한 방법론을 제시한다. 또한, 켜켜이 묵은 흔적과 흔적 사이의 의미를 매개하고 수사적인 시각 언어를 통해 우리의 심상을 색다른 방식으로 자극하고자 한다.



*박지혜 <공간조각> 2021 싱글채널 4K 비디오, 사운드 11분 2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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