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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ue 185, Feb 2022

태싯그룹인비트윈

2021.12.17 - 2022.1.22 P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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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연 독립기획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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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각을 매개하는 경험적 해석


작은 알전구에서 불빛이 반짝인다. 하나만 바라보면 불이 켜졌다 꺼지기를 반복하지만, 여러 개의 전구를 동시에 바라보면 불빛이 열을 지어 뛰어다닌다. 빠른 속도로 도망가 버리는 불빛을 눈으로 좇다 이내 포기하고 다른 곳으로 시선을 옮겨 본다. 순간 여러 개의 불빛이 모이는 듯하더니 흩어져 버리고, 이내 다시 모여 ‘쿵’하는 글자를 내보인다. 익숙한 글자의 등장은 일종의 안도감을 느끼게 만든다. 무의식적으로 불빛을 따라가던 눈앞에 불현듯 던져진 글자는 익숙함과 친근함 그리고 숨겨진 보물을 발견한 듯한 뿌듯함도 불러온다.
태싯그룹은 지난 몇 년간 공연 중심 활동과 구분되는 물리적 공간으로의 침투 혹은 확장성의 면면을 여실히 보여줬다. 가령 2019년 COSMO 40에서 보여준 공간 특정적 사운드 설치와 지난해 디스이즈낫어처치에서 소개한 기념비적 구조물로 이루어진 사운드 설치는 모두 오디오 비주얼 공연의 수행성과 비물질성이 물리적 공간 안에 물질화되고 조형화되는 가능성을 실험한 예다. 앞선 프로젝트에 비해 다소 작은 규모임에도 불구하고 이번 전시 <인 비트윈>은 같은 맥락에서 태싯그룹의 오디오 비주얼 공연과 전시의 형식적 차이, 예술의 물질성과 추상성, 청각과 시각 경험의 조합과 해체 등 여러 양가적 특성을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였다.

전시에는 제목을 특정하지 않은 장소 특정적 설치 작품 두 점이 분리된 두 개의 공간을 하나씩 점유하고 있었다. 빛을 사용하는 작품의 특성상 조도가 낮은 어두운 환경이 필요하지만 햇빛을 차단하는 대신 전시 시간을 일몰 이후로 조정하여 유리창 너머 외부 공간으로 전시를 확장한 기획이 흥미롭다. 짧은 시간 생성되고, 전환되고, 사라지는 타임베이스의 공연 형식과 달리 닫혀진 전시 형식의 시스템을 어떠한 방식으로든 열어보려는 시도로 보인다. 빠르고 강한 비트 속에 여러 개의 LED 전구가 대형을 이루어 움직이는 LED 작품에는 기하학적 패턴이 만들어지고 흩어지는 과정에서 ‘쿵’이나 ‘헐’과 같은 의미 없는 글자가 등장한다. 이와 달리 여덟 개의 작은 상자에 달린 여러 개의 꼬마전구는 흐느적거리고 몽환적인 사운드에 따라 밤하늘의 별빛처럼 천천히 반짝이는데 한 무리씩 이합집산을 반복하며 ‘태’ ‘싯’ ‘그’ ‘룹’이나 ‘경’ ‘리’ ‘단’ ‘길’ 같은 네 글자로 이루어진 문구를 만들어낸다. 관람객이 글자를 해독하고 의미를 떠올리는 순간, 시각과 청각이 이루는 팽팽한 긴장감은 일단 시각의 승리로 마무리되는 듯 하지만, 이 또한 아주 짧은 순간에 지나지 않고 시각 이미지는 배경 음악 사이로 녹아든다.



<LED, 15X23, E27, 20211217> 
2021 LED 전구, MDF 패널, 틴시, 
네오디뮴 스피커, 블랭크 3.0, 사운드
240×160×70cm



청각과 시각적 경험의 줄다리기는 ‘1+2 Listening Room’에서 완전히 해체된다. 두 설치 작품에 사용된 사운드를 한데 모아 재생하는 이 어두운 방은 모든 시각적 요소가 제거되어 관람객으로 하여금 오롯이 청각적 경험에만 몰입하게 하는 공간이다. 불빛의 움직임에서 별빛을 연상하고, 글자를 읽고 의미를 부여하고자 했던 시각적 자극이 사라진 공간에서 청각은 극도로 긴장하게 되고 예민해진다. 물리적 공간과 사물로부터 독립한 소리는 다시 추상이 되고, 촉각이나 후각과 같은 다른 감각을 깨운다. 이와 반대로 전시장 바깥에서 보는 두 개의 설치 작품은 소리를 잃은 채 이미지가 되고 사물이 된다. 특히 유리창을 향하고 있는 LED 전구들은 유리창 바깥의 어두워진 거리를 밝히고 불빛의 움직임과 글자의 등장은 전시장 안보다 바깥에서 더욱 선명하게 가시화되어 그 효과 또한 강렬하다. 소리가 사라지고 이미지만 남은 이 작품들은 전시장 내부에서 경험하는 것과는 전혀 다른 맥락의 시각 예술작품으로 태어나게 되는 셈이다.

음악은 음표 사이의 침묵에서 온다는 이야기가 있다. 비트와 비트 사이의 공간을 통해 시각과 청각 경험의 변주를 실험하는 태싯그룹의 작품은 완결되지 않는 열린 결말을 향해 진화하고 있다. 컴퓨터 사운드와 이미지로 만들어진 비물질적 추상 예술이 개인의 시공간적 경험과 기억에 따라 개별적인 예술작품으로 완성되고 기억되듯이 이번 전시도 관람객에 따라 매우 다르게 경험되고 기억될 것이다. 또한 태싯그룹의 특수한 기술적인 배경과 맥락과는 별개로 이들의 작업이 사물화, 구조화되는 과정은 오디오 비주얼을 넘어 다양한 신체 감각을 매개로 경험, 해석될 수 있는 가능성을 엿볼 수 있는 계기였다.  


*<Filament, 9X15, E10, 20211217> 2021 필라멘트 전구, 아크릴릭 패널, 틴시, 네오디뮴 스피커, 사운드 72×48×15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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