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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ue 185, Feb 2022

유화수잡초의 자리

2021.12.10 - 2022.1.9 문화비축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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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윤정 독립기획자·이미단체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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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간이 영원하기를


꾸준히 기술 이면에 존재하는 변종과 발생 가능성을 탐구하는 작가 유화수는 가장 하찮은 식물이라고 여겨지는 ‘잡초’에 주목해 기술의 빠른 발전으로 우리가 살면서 놓치고 있는 것은 없는지 질문한다. ‘기술’이라는 단어는 누군가에게는 온 가족을 지탱하는 힘이 되기도 하고, 누군가에게는 더 이상 업데이트되지 않은 남의 일이 되기도 한다. 미술계에서 최근 예술과 기술의 결합에 관해서 관심이 늘고 있고, NFT, VR, AR의 단어들이 이제 더는 어색하지 않다. 가상현실 작품이 전시장에 등장했을 초기에 더운 여름 잘 안 끼워지는 VR 기기와 씨름하며 기계 밖으로 조심히 삐져나와 있는 현실의 세계 때문에 ‘가상의 현실’에는 집중하기 힘든 적도 있었다. 한동안 가상현실 작품이 많이 등장하던 시기에 예약제로만 운영해야 하는 현실상 노쇼가 종종 등장하기도 했고, 때로는 예약이 모두 차서 가상현실 작품을 감상 못 하고 발길을 돌리기도 했는데, 어느덧 텅 빈 전시장 안에서 VR 기계를 쓰고 공간을 걸어 다니는 나의 모습이 익숙해지기 시작했다.

더군다나 기술에 대한 진입장벽은 모두에게 열려 있기에 리서치 단계서부터 구현에 이르기까지 혹은 간단한 툴을 쓰면서 많은 사람이 도전하고 있기도 하다. 하지만 실질적으로 자유로운 구현을 넘어서 기술 전문가가 되거나 상용화 단계에 이르기까지 하나의 기술을 온전히 배우거나 그 분야를 개척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접근을 쉽게 하였더라도 끝까지 다다르지 못하고 또 다른 벽을 만나거나 다루고 있는 체계를 완전히 바꿔야 하는 어려움에 마주한다. 어떤 기술을 다루거나 익히는 데 성공하였더라도 새로운 기술이 등장하면 원래의 기술은 쉽게 사라지기도 한다.



<잡초의 자리> 2021 
스마트팜 시스템, 잡초, 이끼 175×80×50cm



작가는 이렇게 기술의 ‘쓸모’에 대해 전시 <잡초의 자리>를 통해 지적하고 있다. 일상에서 찾아볼 수 있는 여러 가지 물건들을 재조합하여 만든 <데이지와 이상한 기계>(2021)는 이미 유행이 지나고 잘 사용되지 않는 기술 작품을 ‘아두이노’를 통해서 작품을 작동시키고 있다. 아두이노는 한때 메이커를 꿈꾸는 많은 신진 기술자들이나 원리를 배우려고 하는 학생들이 많이 사용하였지만 에러가 자주 나면서 널리 쓰이지는 못하고 있다. 센서를 비롯해 여러 가지 물건들이 아두이노 기술을 통해서 저절로 움직이고 왔다 갔다 하는 행위를 보여주지만, 실제로 약 한 달간의 전시 기간 동안 작품은 여기저기에서 멈췄다 재생하기를 반복한다. 마치 하나의 퍼포먼스가 한순간 관람객에게 보이고 화르르 사라지는 것처럼 매 순간 관람객은 방문하는 사람마다 온전하게 작품을 마주하지 못하는 것이다. 이렇게 AS조차 어려운 기계들은 이 시대에 주요한 기술의 역할을 하지 못하면 기술조차도 소외되고 버림받는다는 것을 말해준다.

<잡초의 자리>(2021)는 외형적으로는 스마트팜을 조성하고 있지만 여기에 가장 쓸모없는 식물로 여겨지는 잡초가 있음으로 인해 인간의 사고회로에 중심으로 접하게 되는 식물은 막연히 외형이 좋거나 식용으로 접할 수 있는 식물이 아닌지 질문하고 있다. 어쩐지 좀 더 숙연한 감정이 들게 하는 <워킹홀리데이>(2021)는 스마트팜과 같은 기술로 인하여 제일 먼저 사라지는 것이 한국에서 일하고 있는 외국인노동자가 아닌지를 보여준다. 한때 외국인노동자를 자주 접하기도 했다는 작가는 스마트팜과 유사하게 보이는 두꺼운 유리막 안에서 호박, 양파, 양배추, 알배추 등의 채소를 키운다. 약 한 달여간의 전시 기간 동안 상하지 않고 상품의 상태를 잘 유지하는 채소들은 아시아 전역에서 몰려드는 젊은 노동자들의 삶과 노동의 현장으로 이루어진 것이다. 언제든지 교체될 수 있는 부품에 불과한 노동자들의 현실이 한편으로는 이마저도 코로나19 때문에 유지되지 않고 있으니 작품을 마주하며 추운 영하의 날씨에도 얼굴이 화끈거리는 기분이 들었다.

하루에도 몇 번씩 메타버스와 비트코인, 이더리움, 데이터 사이언스, 증강현실, 확장현실 등의 용어들을 만나며, 줌(Zoom)으로 토크를 하고, 구글의 공용문서로 텍스트를 고치는 과정을 마주하고 있다. 사실상 기술을 논리적으로 잘 섭렵한다는 것은 많은 기계적인 요소들을 꾸준히 ‘관리’하여 에러가 나지 않도록 유지해야 한다는 것이며, 그러기 위해서는 누군가의 희생이 기반이 되어야 한다. 그 누군가가 내가 아닌 더욱 소외받고 있는 계층이 아닌지, 유화수의 문제 제기처럼 기술의 이면을 찬찬히 돌아보아야 할 때다.  


*전시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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