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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ue 186, Mar 2022

저작권과 NFT

Copyright and NFT

세계적 감독 쿠엔틴 타란티노(Quentin Tarantino)는 자신의 영화 [펄프 픽션(Pulp Fiction)](1994)에 포함되지 않았던 7개의 장면 대본을 대체 불가능 토큰(Non-Fungible Token, 이하 NFT) 경매에 부칠 계획을 밝혔다가 법적 공방에 휩싸였다. 제작사 미라맥스(Miramax)가 타란티노 감독이 저작권을 침해하고 권리와 관련한 계약을 위반했다며 미국 캘리포니아 연방지방법원에 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그런가 하면 한창 상승 곡선을 달리던 한 유튜버는 논란의 중심에 섰다. 그간 착용했던 옷과 액세서리 등에 가품 의혹이 불거지자 그는 “디자이너의 창작물 침해 및 저작권에 대한 무지로 인해 발생한 모든 상황들에 대해 다시 한 번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논란 일부를 인정했다.
● 기획 · 진행 편집부

예브게니 바쉬타(Evgenii Bashta) 이미지 제공: bashta/Shutterstoc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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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기 국민대학교 법학교수·변호사, 박경신 아트로센터 디렉터,이경민 미팅룸 미술시장 연구팀 디렉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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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고 첨예한 화두로 떠오르고 있는 저작권 이슈를 시각예술 영역에서 살피는 이번 특집은 저작권의 탄생과 보호 이유에서 출발해 보호 대상과 저작재산권으로 영역을 확장하며 시각예술 저작권의 당위와 필요성을 정리한다. 이어 가상세계 플랫폼에서의 쟁점을 중심으로 시각예술 저작권과 추급권, 소유권을 톺는다. 저작권은 지키는 것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더 많은 저작물을 생산하고 이를 공유하기 위해 존재한다. 새로운 변화의 풍파에 서 있는 지금, 모든 창작자들의 권리가 보호되길 바라며 마련한 기획이다.




SPECIAL FEATURE No. 1
시각예술 저작권의 당위와 필요성_이동기 

SPECIAL FEATURE No. 2
시각예술 저작권과 추급권: 메타버스와 NFT 아트 관련 저작권 쟁점을 중심으로_박경신 


SPECIAL FEATURE No. 3  
NFT의 저작권과 소유권: 최근 분쟁과 창작 가능성을 중심으로_이경민




서와 아타후아(Serwah Attafuah)

<Creation of My Metaverse

(Between this World and the Next) 2021>

2021 Courtesy of the artist





Special Feature No. 1

시각예술 저작권의 당위와 필요성

● 이동기 국민대학교 법과대학 교수·변호사



저작권의 탄생과 보호 이유

르네상스 시대부터 18세기까지 미술인들은 교회나 국가, 귀족들의 후원 아래 창작 활동을 하면서 노동자로서 자신의 노동에 대한 보수를 받았다. 그러나 18세기에 이르러 기존 후원자들인 귀족과 교회 세력의 사회변화로 인해 시장에서의 출판이나 판매 등을 통한 재원의 출처를 스스로 찾을 수밖에 없었고, 이들은 “공공을 위한 최선의 이익에 전념하기 위하여 법적 보호가 필요한” 지적 근로자로 인식되기 시작했다.1) 이러한 상황에서 1710년 세계 최초의 저작권법인 앤 여왕법(Statute of Anne)이 영국에서 만들어졌는데, 정부로부터 인증받지 못한 ‘불법 출판물’을 단속하기 위한 취지로 만들어진 이 법은 엄밀히 말해 저작자보다 출판업자를 보호하는 법으로 볼 수 있다. 반면 프랑스의 경우 저작자를 보호하기 위한 저작권법이 제정되어 연극작품에 대한 공연권을 부여했고, 이후 모든 종류의 저술에 대한 복제권을 인정했다. 또한 이러한 배타적 권리 외에 부가적으로 저작물은 저작자의 개성 일부라는 논리 하에 공표권, 성명표시권, 동일성유지권, 철회권이 프랑스 법원에 의해 인정되기 시작했다.


저작권을 보호하는 이론적 근거로, ‘저작권은 저작물의 창작에 공헌한 자에게 발생하는 자연적 권리’라는 자연권론과 ‘저작권은 저작물의 창작에 대한 인센티브를 주기 위하여 저작자에게 부여하는 권리’라는 공리주의가 대표적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저작권의 보호 근거를 헌법에서 찾을 수 있다. 우선 헌법 제22조 제2항은 제1항의 학문과 예술의 자유에 이어 저작자·발명가·과학기술자와 예술가의 권리를 법률로써 보호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학계 다수의 입장은 헌법 제22조 제2항의 법적 성격을 기본권으로 보고 있다. 또한 우리 헌법 제23조 제1항 1문은 모든 국민의 재산권은 보장된다고 규정하면서, 그 내용과 한계는 법률로 정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에 따라 현행 저작권법에서는 저작권의 구체적 내용과 함께 제2장 제4절 제2관에 저작재산권의 제한을 규정한다.




예브게니 바쉬타(Evgenii Bashta)

이미지 제공: bashta/Shutterstock.com




저작권의 보호 대상

우리나라 저작권법도 작가는 미술품의 창작과 이에 대한 저작자로서 저작권을 보유하며, 별도의 양도계약이나 저작물 이용허락 계약이 체결되지 않으면 미술품을 구매한 소장자라도 복제, 배포, 전송 등의 방식으로 미술품을 이용할 수 없다. 다만 법인·단체 그 밖의 사용자의 기획 하에 법인 등의 업무에 종사하는 자가 업무상 작성하는 저작물은 업무상저작물로, 법인 등의 명의로 공표되는 경우에는 계약 또는 근무규칙 등에 달리 정한 것이 없다면 실제 저작물을 창작한 자가 아닌 그 법인 등이 저작자가 된다(저작권법 제2조제31호 및 제9조). 그러나 수급인 또는 수임인이 독립된 지위에서 자신의 재량에 의해 저작 활동을 하는 도급이나 위임관계일 때에는 업무상저작물 관계가 성립되지 않는 것이 일반적이다(대법원 1992.12.24. 선고 92다31309 판결 참고). 따라서 회사에 소속되지 않은 프리랜서 작가가 만든 작품은 업무상저작물로 보기 어렵다. 신작 제작을 의뢰하고 이에 대한 비용을 전액 지급했다 하더라도 마찬가지다.


저작권은 크게 저작인격권과 저작재산권으로 나눌 수 있다. 저작인격권은 저작물과 관련하여 저작자의 명예와 인격적 이익을 보호하기 위한 권리로 공표권, 성명표시권, 동일성유지권으로 구성되어 있다. 반면 저작재산권은 저작자의 경제적 이익을 보호하기 위한 권리로 복제권, 공연권, 공중송신권, 전시권, 배포권, 대여권, 2차적저작물작성권으로 이루어져 있다. 다만 미술품의 경우에는 저작권법상 대여권이 인정되지 않는다. 작가가 미술품 자체를 여전히 소유하고 있는 경우 미술품이라는 유형물 자체를 대여해주고 대여료를 받을 수 있다. 그러나 ‘유형물 자체의 대여’와 ‘저작권법이 규정하는 대여’는 구분할 필요가 있다. 저작자인 작가는 저작물의 원본이나 그 복제물을 배포할 권리, 즉 배포권을 가진다. 이에 따라 배포권을 제삼자에게 양도하거나 이용 허락한 경우가 아니라면, 작가는 미술품의 원본 또는 그 복제물을 공중에게 대가를 받거나 받지 아니하고 양도 또는 대여할 수 있다.


그러나 저작물의 원본이나 그 복제물에 대해 판매 등의 방법으로 거래에 제공된 경우에 한해 저작자의 배포권이 적용되지 않는다. 즉 저작자가 일단 판매 등의 방법으로 저작물의 원본이나 복제물을 공중에 배포한 때에는 해당 저작물에 대하여 저작자의 배포권이 소멸하는데 이를 최초판매의 원칙 또는 권리소진이론이라고 한다. 따라서 작가는 한번 판매한 미술품에 대해 구매자가 재판매 등의 재배포를 하는 경우에도 배포권을 주장할 수 없으며, 작가가 미술품을 한번 판매했다면 작가의 허락 없이 영리 목적으로 대여되는 경우에도 저작권법상 대여권을 주장할 수는 없다.




마누엘 로스너(Manuel Rossner)

<The Artist Is Online>

Design Courtesy of the artist and

KÖNIG GALERIE, Berlin, London, Seoul




저작권과 소유권의 이해관계 조정

미술품의 경우 미술품에 대한 저작재산권 이외에 미술품이라는 유형적 매체 자체의 양도가 후속적으로 발생하므로, 저작자인 작가의 저작권 이외에 미술품의 원본을 양도받거나 소장한 소유자의 재산권을 보호해 줄 필요가 있다. 따라서 일정한 경우 저작권법에 의해 작가의 저작권이 제한된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우선 미술품 원본의 소유자나 그의 동의를 얻은 자는 전시권을 가진 작가의 허락 없이도 미술품 원본에 의해 전시할 수 있다. 아울러 이에 따라 전시를 하는 자는 그 저작물의 해설이나 소개를 목적으로 하는 목록 형태의 책자에 이를 복제해 배포할 수 있으며 이와 같은 맥락에서 미술품 원본을 판매하고자 하는 자 역시 그 저작물의 해설이나 소개를 목적으로 하는 목록 형태의 책자에 이를 복제하여 배포할 수 있다. 다만 전시권에 대한 허락을 받지 않은 경우라도 그 범위에 제한이 있는데, 가로·공원·건축물의 외벽 그 밖에 공중에게 개방된 장소에 항시 전시하는 경우에는 전시권을 가진 작가의 허락을 받아야 한다.




닉 코마스(Nik Kosmas)

<Man with Knife in Chair>

Courtesy of the artist and

KÖNIG GALERIE, Berlin, London, Seoul




저작재산권 양도

저작인격권의 경우 저작자와 분리해 양도나 상속이 불가능한 반면, 저작재산권은 양도나 상속도 가능하다. 이에 따라 저작권자는 자신의 저작권을 기반으로 다양한 수익 활동을 할 수 있다. 최근 미술저작물, 음악저작물 등이 투자 수단으로 주목받으면서 미술품, 음악 등을 쪼개서 구매하는 ‘조각 투자’ 플랫폼과 같이  저작권을 활용한 다양한 플랫폼의 등장은 이를 반영하는 대표적인 경우다. 나아가 저작재산권을 목적으로 질권의 설정도 가능하며, 지식재산권을 담보로 자금을 융통하는 IP 금융 역시 최근 큰 관심을 끌고 있다.


저작권은 수익이나 수익의 공평한 공유를 “담보(guarantee)”하는 것이 아니라, 대중의 취향이나 수요에 따른 수익을 “약속(promise)”하는 것을 의미한다.2) 그렇다 하더라도 저작재산권 양도와 관련한 문제가 지속해서 제기되고 있는데, 특히 작가나 기획자들이 프리랜서로 활동하는 경우가 빈번한 시각예술 분야의 경우 기관, 단체나 회사로부터 용역을 맡아 진행하는 때에 결과물에 관한 저작재산권이 발주처에 양도되는 경우가 많다. 이렇게 저작재산권이 양도된 경우, 결과물이 상업적으로 큰 성공을 거두는 경우라도 작가는 수익 분배를 주장하기 힘들다. 현행 「저작권법」에는 저작재산권 양도에 대한 제약이 없어, 양도가 불공정한 경우에도 이를 교정하기가 상당히 어려운 상황에 처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최근 저작권법 개정안이 이와 관련한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2018년 국회에 발의된 개정안에는 저작재산권 양도 후 아직 창작되지 않았거나 예정되지 않은 저작물에 대한 포괄적 양도 및 이용 허락 계약을 무효로 하고, 저작물의 내용이 정해진 장래 창작물의 경우도 5년 경과 시 서면으로 계약을 해지할 수 있도록 하며, 저작재산권 등의 계약 내용이 명백하지 아니한 경우에는 저작자에게 유리하게 해석되도록 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었다. 또한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저작권법 전부 개정안에서도 저작자가 저작재산권을 ‘양도’한 이후, 저작재산권을 양도한 대가와 저작물 이용으로 양수인 등이 얻은 수익 간 현저한 불균형이 발생한 경우 계약일로부터 10년 이내에 저작자가 추가적인 보상을 요구할 수 있도록 하고, 추가 보상 청구권 행사에 필요한 정보를 청구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저작물의 경우 시대나 환경에 따라 가치의 편차가 발생하는 특성이 있어 양도에 따른 대가에 비해 양수인이 과다한 이익을 얻게 될 수 있고, 양수인에 비해 창작자의 협상력이나 정보가 부족함에 따라 저작물을 통한 이익의 규모를 예측하기 어려워 정당한 보상이 이루어지지 못하는 경우도 발생할 수 있다. 이런 경우 저작재산권 양도에 대한 제약이 없어 양도가 불공정한 경우에도 이를 교정하기가 곤란하다는 점을 감안해 저작자의 창작 노동에 대한 정당한 대가를 보장하려는 취지에서 추가 보상청구권이 도입되었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올리브 알렌(Olive Allen)

<I Joined A Triumphant Procession Of Popular Things>

Courtesy of the artist and

KÖNIG GALERIE, Berlin, London, Seoul




그러나 독립적으로 활동하는 작가나 기획자 등이 개별적으로 저작권 침해에 대응하거나 불공정 관행에 대응하기란 쉽지 않다. 이러한 점에서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미술진흥법(안)은 그 입법 추이에 기대가 크다.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으로 하여금 미술의 창작, 기획, 전시, 유통 활동을 보호하고 육성함에 있어 지식재산권 보호 시책을 마련하도록 규정하면서, 장관은 미술품 등의 불법 복제·유통 등을 방지하기 위해 기술적 보호조치 및 권리관리 정보의 부착, 지식재산권 관련 교육 및 홍보 등을 지원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외에도 미술의 창작, 기획, 전시, 유통 등에 종사하는 자는 합리적인 이유 없이 그 지위를 이용해 지식재산권의 일방적인 양도 요구 등 불공정한 계약을 계약상대자에게 강요하거나 부당한 이익을 취득해서는 아니 된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미술 분야의 저작권 산업은 음악, 영상 분야에 비해 그 수익구조가 아직 형성되지 못한 상태다. 이는 우리나라에 국한된 문제는 아니지만, 우리의 감각 중 가장 기초적인 시각 분야에서 저작권 산업이 아직 수익 플랫폼도 형성되지 않은 현상에 대해서는 좀 더 통찰 있는 문제의식을 가지고 바라볼 필요가 있다. 현상과 의식이 혼란스럽게 섞여 있는 그 어떤 시대에서도, 의식을 끌어내 새로운 현상을 그 시대 사람들 눈앞에 강렬하게 보여주곤 하던 예술 분야의 혁명을 담당하던 이들은 줄곧 미술 분야 사람들이었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PA



[각주]
1) Liliane de Pierredon-Fawcett, The Droit De Suite in Literary and Artistic Property: A Comparative Law Study (John M. Kernochan, ed., Louise Martin-Valiquette trans.), Center for Law and the Arts, Columbia University School of Law, 1991
2) Sam Ricketson, “Proposed international treaty on droit de suite/resale royalty right for visual artists”, 2015, pp. 19-20



글쓴이 이동기는 검사와 변호사, 문화체육관광부 법무팀장을 거쳐 현재 국민대학교 법과대학 학장으로 재직 중이다. 한국저작권위원회 위원, 정부미술품운영위원 등을 역임했고, 미술진흥법(안) 연구, 미술 은행 개선 방안 연구 등 시각예술 분야의 정책적 방향을 제도화하는 것에 관심을 가지고 활동하고 있다.




엠마 스턴(Emma Stern) <Fern-1> Courtesy

of the artist and KÖNIG GALERIE,

Berlin, London, Seoul





Special Feature No. 2

시각예술 저작권과 추급권:
메타버스와 NFT 아트 관련 저작권 쟁점을 중심으로

● 박경신 아트로센터 디렉터·이화여자대학교 겸임교수


재료의 확장, 미술과 기술의 결합은 시각예술 분야의 창작, 소비, 향유 방식뿐 아니라 이를 둘러싼 법률관계까지 커다란 변화를 가져왔다. 특히 비물성 기반 작업(non object-based work)은 기존 저작권법의 해석과 관련하여 다양한 의문들을 제기하고 있다. 이러한 비물성 기반 작업은 자신의 시간과 창조적 노력을 작품에 쏟아 붓는 “고독한 천재”1)의 산물을 상정하고 있는 낭만주의적 저작물의 개념과 충돌하고, 화이트 큐브를 전제로 한 전시의 개념에서 벗어나며, 물성 기반 작업(object-based work)을 전제로 하는 저작권자와 소유권자의 이익 조정과도 조화롭게 해석되기 어렵다. 게다가 최근 시각예술 분야에서 큰 주목을 받는 대체 불가능 토큰(Non-Fungible Token, 이하 NFT)나 메타버스(Metaverse)는 기존의 비물성 기반 작품의 거래에서 예상하지 못했던 새로운 저작권 문제까지 내포하고 있다.




사이먼 데니(Simon Denny)

<NFT Mine Offset: ETH Ethereum Miner 3 GPUs>

2021 Courtesy of the artist and Petzel, New York




저작권 침해

저작물을 창작한 저작자는 자신의 저작물에 대하여 저작권을 원시적으로 부여받는다. 따라서 저작물의 소유권을 취득했다고 해서 저작권까지 취득하게 되는 것은 아니므로 저작권자의 동의 없이 저작물을 복제하거나, 이를 온라인에 게시하는 경우 저작권 침해에 해당한다. 그러나 저작권 침해가 인정되기 위해서는 일반적으로 의거성과 실질적 유사성이 인정되어야 하는데, 실제 저작자가 이를 입증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게다가 시각예술 분야에서 급부상한 NFT는 저작권 침해 문제를 더욱 심화시킬 수 있다.2) NFT는 블록체인에 저장된 고유 식별 값을 통해, 원본성과 소유권 확인 및 인증이 가능하기 때문에, 미술품에 고유성과 희소성이 부여될 수 있다는 점에서 창작 활동의 촉진과 미술 향유 확대의 기회로 큰 기대를 받고 있다. 또한 NFT의 경우 불법 복제 및 공유에 대한 기록이 블록체인(blockchain)에 저장되기 때문에, 이러한 블록체인의 추적 기능을 활용한 불법의 단속이 용이하고, 나아가 저작권 침해 작품의 불법 유통을 방지할 수 있다.


그러나 이는 사후적인 조치로 가능하다는 의미이며, 원저작자의 동의를 받지 아니한 저작물을 NFT화시켜 판매하거나 NFT화된 위작이 진품 또는 원본으로 판매되는 경우까지 사전적으로 방지할 수 있는 체계는 아니다. 게다가 타인의 저작물과 유사한 NFT 아트의 제작이나 유통의 차단에도 한계가 있다. 최근 국내 작가들의 NFT 아트와 유사한 NFT 아트가 제작돼 판매된 사건들이 이를 잘 보여준다. 또한 저작재산권 보호 기간 만료 저작물, 기증저작물 등 퍼블릭 도메인에 해당하는 콘텐츠라 하더라도 이를 NFT로 발행하는 경우 저작인격권 침해 여부는 별도의 판단이 필요하다. 게다가 상당수의 NFT 아트가 컴퓨터의 알고리즘을 바탕으로 무작위로 속성을 조합하는 디지털 아트의 한 형태인 제너러티브 아트(generative art) 방식으로 만들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누구라도 민팅(minting)을 할 수 있는 환경은 이러한 유형의 저작권 침해 문제를 더욱 심화시킬 것으로 보이므로, 저작권자 입장에서는 자신의 저작물이 가상공간에서 불법 복제되는 경우 저작권 침해 파일의 삭제와 관련한 해당 플랫폼의 절차를 숙지하고 필요한 조치를 신속하게 취할 필요가 있다.




아미르 “시르수” 수하이브 카터

(Ameer “Sirsu” Suhayb Carter)

<CRT Madness I of V: The Intent>

Courtesy of the artist




메타버스 내 결과물의 저작권 귀속

메타버스 환경에서 이용자들은 가상세계에서 주어진 재화를 이용해 자유로운 창작 활동을 할 수 있게 됨에 따라 이용자들의 저작물 창작 및 사용, 유통에 따른 저작권 문제가 필연적으로 발생한다. 특히 메타버스 플랫폼이 이용자들의 창작을 지원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 경우 플랫폼이 제공하는 이미지, 음원 등의 재료 콘텐츠는 원저작물, 사용자들이 창작한 결과물은 이차적 저작물에 해당할 수 있다. 원저작물을 번역・편곡・변형・각색・영상 제작 그 밖의 방법으로 작성한 이차적 저작물은 독자적인 저작물로서 보호되는데, 저작물 제작 도구와 재료 콘텐츠의 제공, 배경이 되는 메타버스 공간 등에 있어서 플랫폼의 기여 등을 고려할 때 플랫폼 이용자가 메타버스 내에서 창작한 저작물 또는 이차적 저작물에 대한 이용자와 플랫폼 간의 권리관계와 이용자가 창작한 저작물 활용에 따른 수익분배에 대해 불공정 논란이 제기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이에 대한 약관 검토가 필요하다.


또한 메타버스와 같은 가상 환경에서 복수의 저작자가 함께 공동으로 창작에 기여하는 경우가 증가하고 있는데, 이들 간의 권리관계에 대한 검토 역시 필요하다. 2명 이상이 공동으로 창작한 저작물로서 각자의 이바지한 부분을 분리해 이용할 수 없는 공동저작물의 저작권은 원칙적으로 저작자 또는 저작재산권자 전원의 합의를 통해 행사해야 한다. 그러나 현재 대부분의 메타버스 플랫폼은 단독저작자(또는 단독저작권자)만을 상정하고 있기 때문에 공동저작물과 관련된 권리관계를 해결하기 쉽지 않으며,3) 저작권법상 다수가 프로젝트 단위로 저작물 창작에 관여한 경우 진정한 공동저작자가 누구인지와 관련하여 분쟁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 현행 메타버스 플랫폼의 약관상 이들 간의 권리관계가 모호한 경우가 많으므로 프로젝트 진행 전 공동저작자 간의 기여분을 둘러싼 분쟁 가능성을 사전에 방지하기 위한 조치가 필요하다.



아미르 “시르수” 수하이브 카터

(Ameer “Sirsu” Suhayb Carter)

<[DB] Issue Zero Cover Poster / Variant>

Courtesy of the artist




메타버스 ‘전시’와 관련된 법률관계

저작권법은 저작자가 미술저작물, 사진저작물, 건축저작물의 원본이나 그 복제물을 전시할 권리를 가진다고 규정하는 한편 전시권과 소유권의 이해를 조정하기 위한 취지에서 미술저작물·건축저작물 또는 사진저작물의 원본 소유자나 그의 동의를 얻은 자는 그 저작물을 원본에 의해 전시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저작권법은 전시를 정의한 별도의 규정을 두고 있지 않지만, 대법원은 전시를 “미술저작물·건축저작물 또는 사진저작물의 원작품이나 그 복제물 등의 유형물을 일반인이 자유로이 관람할 수 있도록 진열하거나 게시”하는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대법원 2010.3.11. 선고 2009다4343 판결). 따라서 기술의 발전과 디지털 저작물의 일상화, 인터넷을 통한 사이버 전시가 증가하고 있는 상황을 감안하더라도 인터넷을 통한 전달은 전송에 해당한다. 따라서 소장처가 자신의 소장품을 활용해 메타버스를 구축하고자 하는 경우라도, 전송권을 사전에 양도받아 놓은 경우가 아니라면 전송에 대한 이용허락을 받아야 한다.


단, 기술의 발전과 더불어 예술의 표현·공표 기법이 다양해지고 매체 간 융합이 활발해짐에 따라 통상적으로 ‘전시’로 불리는 행위가 저작권법상 전시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일률적으로 판단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아지고 ‘아카이빙’ 전시를 비롯한 전시의 유형이 다양해지고 있으므로, 입법론으로는 전시에 관한 규정을 신설해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소장처가 메타버스 전시를 위하여 외주 업체를 통해 실감형 콘텐츠를 제작한 경우, 외주 업체와의 권리관계를 명확히 해야 한다. 소장처가 저작권법상 영상제작자로 인정받는 경우는 별론으로 하더라도4) 저작자로 인정받기는 어렵기 때문에, 추후 분쟁을 방지하기 위해서 실감형 콘텐츠의 이용 범위나 결과물의 변경 가능 여부 및 범위 등을 사전에 계약을 통해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사라 슬래피(Sarah Slappey) <Black Pearls II>

2020 Oil on canvas 139.7×124.46cm (unique)

Courtesy of the artist and KÖNIG GALERIE,

Berlin, London, Seoul




미술품 재판매와 추급권

저작자인 작가는 저작물의 원본이나 그 복제물을 공중에 대가를 받거나 받지 아니하고 양도 또는 대여할 수 있는 권리(배포권)를 가지는데, 다만 저작물의 원본이나 그 복제물에 대해 판매 등의 방법으로 거래에 제공된 경우에 한해 저작자의 배포권이 적용되지 않는다. 따라서 작가는 한번 판매한 미술품에 대해 구매자가 재판매 등의 재배포를 하는 경우에도 배포권을 주장할 수 없으며 작가의 허락 없이 영리 목적으로 대여되는 경우에도 저작권법상 대여권을 주장할 수 없다. 작품의 가격이 상승해 발생한 수익에 대해서 분배를 주장할 수도 없다. 다만 입법례에 따라 미술품 원본의 소유권을 작가가 양도한 후에도 후속적으로 이루어지는 매매에 대하여 매매가 또는 수익에 대하여 일정한 비율로 배당을 주장할 수 있는 권리를 인정하고 있는데, 이러한 권리가 ‘추급권(追及權)’으로도 불리는 미술품 재판매에 대한 보상청구권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추급권은 법률에 명문으로 규정되어 있지는 않으며,5) 계약을 통해 작품의 재판매가나 수익의 일정한 비율을 작가에게 지급하도록 할 수는 있지만, 계약은 당사자만을 구속하는 것이 원칙이기 때문에 최초 재판매 이후 후속 재판매에 대해서까지 이러한 수익 분배를 주장할 수는 없다.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미술진흥법(안)은 미술품의 재판매 시 작가가 사후 보상적인 성격의 청구권으로서 미술품 재판매에 대한 작가보상금을 규정하고 있다(안 제25조 제1항).


이러한 상황에서 재판매될 때마다 재판매액의 일정한 비율이 저작자나 원판매자에게 지급되도록 설정할 수 있는 NFT가 주목받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구조를 통해 적용 대상, 행사범위, 행사방식 등의 기준 없이 실질적으로 추급권이 도입되는 결과가 야기될 수 있다. 특히 추급권은 일반적으로 유체물이나 디지털 저작물이 화체된 유체물의 소유권 이전을 전제로 하고 있는데, 온체인 NFT 소유권자와 오프체인 미술품의 소유권자가 동일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점에서 NFT를 활용한 추급권의 실제 운영에는 간극이 발생할 수 있다. 게다가 플랫폼 약관에 NFT가 최초 판매된 해당 플랫폼이 아닌 다른 플랫폼을 통해 후속적으로 이루어지는 재판매에 대해서는 창작자에게 로열티가 지급되지 않는다고 기재되어 있는 경우도 있다.


요컨대 추급권의 실효성 담보를 위해서는 거래 이력 추적 가능한 시스템의 구축이 선결되어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등록 시스템의 구축 및 유지와 관련된 행정상 부담 및 비용, 미술거래 정보의 비공개 관행, 정보의 비대칭 문제가 해결되어야 한다. 따라서 추급권의 도입 취지와 운영상 문제점을 감안해 추급권이 적용되는 최저 기준 설정, 권리자에 의한 개별적 권리 행사가 아닌 집중관리단체를 통한 강제적 집중관리 방식을 도입, 정보제공요청권 등 추급권 집행의 실효성 문제를 완화하는 방안이 마련되어야 한다.PA


[각주]
1) Nathan Murphy, “Theme et VARAations: Why the Visual Artists Rights Act Should Not Protect Works-In-Progress” in 17 UCLA Ent. L. Rev, 2010, pp. 126-140. 기성품을 구매하여 전시하는 경우 창작성을 인정하여 저작물로 보호할 수 있을지가 여기에 해당한다.
2) NFT가 고유한 정보가 블록체인 기술을 통해 저장된 고유한 해시값이 있는 토큰 자체라고 한다면, NFT 아트는 NFT와 연결된 또는 NFT를 통해 거래되는 이미지, 영상 등의 디지털 콘텐츠를 의미한다. 디지털 콘텐츠 원본은 오프체인(off-chain)이나 분산형 파일 시스템(inter-planetary file system)에 저장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NFT 자체의 거래에는 저작권 침해가 발생하지 않으며, 다만 저작물을 NFT화하는 민팅(minting) 과정에서 저작권 침해가 발생할 수 있다.
3) NFT 플랫폼의 경우에도 단독저작물로 제한하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수퍼레어(Super Rare)의  경우에도 “Currently, SuperRare does not facilitate the joint-minting of digital artworks and expects its Artists to work with each other in sharing profits received from jointly created works”라고 규정하고 있다. SuperRare Copyright Community Guidelines and Policies 참고
4) 영상제작자와 영상저작물의 제작에 협력할 것을 약정한 자가 그 영상저작물에 대하여 저작권을 취득한 경우 특약이 없는 한 그 영상저작물의 이용을 위하여 필요한 권리는 영상제작자가 이를 양도받은 것으로 추정한다(저작권법 제100조 제1항). 이와 관련하여 하급심 법원은 “영상저작물의 제작을 위하여 직접 투자를 하거나 다른 투자자를 유치하고 영상저작물의 제작과 관련된 제반 사무처리 및 회계업무를 담당하는 등 영상저작물의 제작과 관련된 사무적인 업무를 전체적으로 기획하고 책임을 진 자”를 영상제작자로 판시한 바 있다(서울고등법원 2008년 7월 22일 선고 2007나67809 판결).
5) 2011년 7월 1일 발효된 한-유럽연합 FTA 제6차 협상의 결과로 협정이 발효된 후 양측은 2년 내에 미술품 재판매에 대한 보상청구권 도입의 적절성 및 가능성에 대해 검토하기 위한 협의를 하기로 였으나 현재까지 구체적인 논의가 진행되고 있지는 않고 있다.



글쓴이 박경신은 이화여자대학교 법학과 및 동 대학원, 뉴욕 Benjamin Cardozo School of Law에서 지식재산법과 문화예술법을 전공했다. 현재 이화여자대학교에서 지식재산법과 문화예술 관련 법제를 강의하면서 대통령직속 국가지식재산위원회 전문위원, 한국예술인복지재단 예술인복지위원회 위원, 한국저작권위원회 감정인 등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메타버스 및 NFT 관련 지식재산 쟁점, 예술인 고용보험, 미술진흥법 제정, 문화예술진흥법 개정, 공예분야 표준계약서 제정 등 문화예술 관련 다양한 연구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다.





케빈 맥코이(Kevin McCoy) <Quantum> 

2014-2021 Digital illustration Courtesy 

of the artist and Sotheby’s





Special Feature No. 3

NFT의 저작권과 소유권:

최근 분쟁과 창작 가능성을 중심으로

● 이경민 미팅룸 미술시장 연구팀 디렉터



2021년 이래로 국내외 주요 예술법 변호사들이 대체 불가능 토큰(Non-Fungible Token, 이하 NFT)와 저작권에 대한 이슈와 사례는 물론 향후 제정되어야 할 저작권 및 과세 관련 법규 등을 유수의 글과 보고서를 통해 발표해왔다. 주요 저작권 관련 맥락을 매우 자세히 소개한, 정독할 가치가 있는 국내외 관련 글을 참고문헌에 적는다.1) 이 글에서는 미술시장 연구자의 시각으로 최근 발생한 NFT 관련 저작권과 소유권 법정 분쟁을 중심으로 미술시장에서 고려할만한 저작권 관련 이슈와 문제점, 전망 등을 논의하겠다.



협업을 통한 저작물의 저작자는 누구인가

런던 서펜타인 갤러리(Serpentine Gallery) 산하 예술법 관련 연구 기관 리걸 랩(Legal Lab)이 2021년 7월 발간한 첫 보고서는 예술과 기술의 협업 사례에 집중했는데, 다양한 협업 과정에도 권리를 보장받지 못하는 경우가 빈번한 것으로 나타났다. 예술가와 기술전문가가 협업한 경우 대부분 지식 재산권이 작가에게 귀속된다고 답했다. 이들은 특히 한 프로젝트가 완료된 이후 해당 프로젝트의 지식재산을 활용할 권리를 누가 지니는지도 혼돈을 느꼈다.2) 이 프로젝트에 참여한 변호사 캐슬린 김은 리걸 랩의 다음 프로젝트에 대해 NFT나 메타버스(Metaverse) 신에서 좀 더 편하게 계약을 체결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3)


기존 디지털아트에 집중해온 작가들은 타 매체를 다루던 작가에 비해 단연 작업을 NFT화하기 수월하며, 다른 매체를 다루던 작가들은 작품을 디지털로 구현할 수 있는 애니메이터나 프로그래머 그리고 음악가 등과 협업한다. NFT 관련 저작권에서 문제가 되는 지점이 바로 이 협업이다. 대부분의 마켓플레이스는 복수의 원작자가 한 작품을 만들 경우 디지털 작품을 공동 민팅(minting)하는 경우를 받아들이지 않고, 마켓플레이스의 스마트 계약 역시 협업자 등 제삼자에게 수익을 자동으로 분배하는 기능을 제공하지 않는다.4) 저작권과 수익 배분 등 여러 변수가 있기 때문이다. NFT의 아트 카테고리를 거래하는 대표적인 마켓플레이스인 슈퍼레어(SuperRare)는 향후 이 같은 작업방식을 지원하고 시장 구조의 유연하고 체계화된 방식을 받아들일 예정이라고 밝히고 있다.5)




비플(Beeple) <HUMAN ONE> 

Kinetic video sculpture-four video screens (16k resolution),

 polished aluminum metal, mahogany wood frame,

 dual media servers; endless video with corresponding 

dynamic non-fungible token 220.1×121.9×121.9cm 

Christie’s Image Token ID: 1 Wallet address: 

0xc6b0562605D35eE710138402B878ffe6F2E23807

 Smart contract address: 

0xa4c38796C35Dca618FE22a4e77F4210D0b0350d6 

Executed in 2021 and minted on 28 October 2021




조항 추가 필요성

이미 널리 알려진, 실물 작업을 소유한 이가 저작권자의 동의 없이 디지털 트윈 또는 비슷한 2차 저작물을 NFT로 민팅하는 경우 외에도 최근 다양한 사례가 등장하고 있다. 이미 판매한 작품을 동일하게 복제해 디지털 트윈을 제작하거나, 원작을 차용해 변형하여 NFT로 발행하고 이를 다시 판매한다면? 현행 저작권법에 저촉되지 않겠지만 앞으로 작품의 매매 계약서를 체결할 경우 관련 내용에 대한 조항을 추가해야 한다. 이처럼 협업 또는 최초 계약 관계에서 NFT를 염두에 두지 않았고, 예측하지 못했기에 발생하는 문제점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최근 영화 <펄프 픽션(Pulp Fiction)>(1994)의 대본과 미공개 장면 등을 NFT로 발행하여 판매하겠다는 감독 쿠엔틴 타란티노(Quentin Tarantino)와 해당 영화 제작사 미라맥스(Miramax)의 법정 공방이 시작되었다. 2021년 11월 미라맥스는 저작권 위반 혐의로 타린티노를 고소했다.


이처럼 협업을 통한 창작물과 관련된 NFT를 발행할 수 있는 주체는 누구인지,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은 NFT의 저작권자와 소유권자는 누구인지를 가리는 주요 판례가 될 것으로 주목받고 있다. NFT에 대한 개념이나 사례가 알려지기 전 제작되고 완료된, 협업 창작물에 대한 NFT의 저작권과 소유권 다툼이 엄청나게 늘어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6) 향후 관련 계약서, 즉 협업 시 주체별로 그리고 매매 계약서에도 NFT에 대한 조건을 명확히 하는 내용이 추가되어야 할 것이다.




미스터 미상(Mr. Misang) <Hello World> 

from ‘GhostsProject’ series 2021

 Courtesy of the artist © the artist




마켓플레이스와 블록체인 플랫폼을 이동하는 경우

이는 엔터테인먼트 분야만의 문제가 아니다. 『셰어 미2』7)와 「퍼블릭아트」 칼럼8)에도 언급했던, 작품을 다시 판매할 때 작가에게 돌아가는 재판매 로열티의 경우 전제조건이 하나 있다. 당연하게도, 같은 마켓플레이스에서 재거래되는 경우에만 자동 설정된 로열티를 받을 수 있다.9) 한 발 더 나아가보자. 현재 이더리움을 기반으로 거래되는 NFT가 대부분이지만, 폴리곤(Polygon)과 클레이튼(Klaytn) 등 다양한 블록체인 플랫폼이 생겨나고 있다. 동일 플랫폼 내 다른 마켓플레이스를 넘어 또 다른 플랫폼으로 작품을 전송한, 현재로서 가장 유명한 사례는 바로 최초의 NFT 작품으로 알려진 케빈 맥코이(Kevin McCoy)의 <퀀텀(Quantum)>이다. 2014년 5월 해당 <퀀텀>의 NFT를 등록했던 네임코인(NameCoin)이라는 체인에서 영구 삭제하고 이더리움에 새로 민팅한 이 작품은 2021년 6월 소더비(Sotheby’s)의 NFT 기획 경매 ‘네이티블리 디지털(Natively Digital)’에서 147만 달러(한화 약 17억 5,900만 원)에 낙찰됐다. 『레저 인사이트(Ledger Insights)』10)와 『아트뉴스페이퍼(The Art Newspaper)』11)에 따르면 경매에 앞서 네임코인에 민팅된 원본 NFT의 소유자라고 주장하는 인물이 등장했고, 2022년 2월 1일 맥코이와 소더비, 네임코인 운영사 네임리스(Nameless) 그리고 147만 달러에 <퀀텀>을 낙찰받은 알렉스 암셀(Alex Amsel)을 고소했다.


도메인과 비슷하게, 네임코인에서도 약 250일마다 소유권을 갱신해야 하지만 맥코이는 2015년 <퀀텀>의 소유권을 갱신하지 않아 만료되었고, 이는 타인이 갱신을 요구할 수 있다는 뜻이 된다. 2021년 3월 25일 『액시오스(Axios)』가 <퀀텀>의 가치를 알리는 단독 기사를 냈고, 약 2주 후 트위터 계정 @EarlyNFT를 운영하는 한 인물이 자신이 <퀀텀> NFT의 소유주라는 트윗을 남겼다. 네임리스사가 해당 경매에 제공한 컨디션 리포트는 “이 네임코인 엔트리 <퀀텀>은 만료 후 시스템에서 삭제되었으며, 사실상 체인에서 영구 삭제되었다”고 밝혔다. 『레저 인사이트』는 원고가 해당 주소에 저장된 메타데이터에 대한 권리를 소유하고 있다는 주장에 의문을 제기했다. 만료된 도메인의 소유권을 습득하는 경우라도 내용에 대한 소유권을 주장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들을 고소한 원고의 저의와 계략이 의심스럽다는 데 무게가 실리고 있다. 그럼에도 여전히 제한적으로나마 블록체인 플랫폼 사이를 오가는 경우 발생하는 문제는 저작권자와 소유자, 거래 중개자, 블록체인 플랫폼 모두에게 손해를 끼칠 수 있는 경우가 발생한다는 점이 이슈다. 이 사건 역시 <펄프 픽션>과 마찬가지로 법이 블록체인 시대의 소유권을 어떻게 바라보고 해석할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Bored Ape Yacht Club 

홈페이지 스크린샷 boredapeyachtclub.com




마켓플레이스와 작가의 역할과 의무

우후죽순으로 생겨나는 NFT 마켓플레이스와 관련 프로젝트 중, 특히 국내의 경우 저작권과 라이선스에 대한 약관을 제대로 고지하는 곳은 드물다. 월렛 개설부터 NFT 민팅과 판매, 재판매까지 책임지는 마켓플레이스는 작가의 저작권을 보장하는 동시에 그가 적법한 권리자임을 증명하는 과정을 엄격하게 하고 구매자의 제한된 권리 역시 제대로 고지해야 한다12)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재)예술경영지원센터와 미팅룸이 공동기획한 ‘2021 KAMA Conference - 미술시장과 온라인: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해’ 인터뷰에 참여한 작가 미스터미상은 “중앙화된 방식이지만, 현재 페이크 민터를 근절하기보다 창작자가 쉽게 안전장치를 마련하는 방향으로 갈 것이며, 포토샵의 ‘NFT 준비’ 기능처럼 디지털 창작물에 작가의 지문을 남기는 행위가 보편화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블록체인의 특성에 기반한 새로운 창작 방식과 문제점

아울러 앞서 언급한 알고리즘을 통해 무작위로 생성되는 제너러티브 아트(generative art)와 함께, 블록체인의 스마트 계약을 활용하여 작품이 추후에 다양한 방향으로 변화하는 프로그래머블, 다이내믹, AI NFT 등이 작품 창작 측면에서 작가들이 새로운 실험 가능성을 발견하고 있다. 협업 작품의 저작권을 일부 해결할 수 있는 디지털아트 기술 중 레이어드 아트(layered art)가 있다. 한 작품에 다른 작가가 제작한 여러 층의 예술을 포함하는 것을 가능케 해 각 레이어는 토큰화될 수도 있고, 각자 각 레이어를 소유할 수도 있다. 이 같은 기술은 창작에 가능성을 제공하는 동시에 예측 불가능성을 내재한다. 작가가 언제든 마음대로 작품을 변경할 수 있다는 조건에도 2021년 11월 크리스티(Christie’s)에서 2,900만 달러(한화 약 346억 9,560만 원)에 낙찰된 비플(Beeple)의 <HUMAN ONE>처럼, 컬렉터는 작가가 콘텐츠를 없앨 수도, 불쾌한 콘텐츠로 변경할 수도 있는 모험에 수백억을 투자하는 셈이다.


이 작품을 낙찰 받은 라이언 주러(Ryan Zurrer)는 21세기 NFT 아트 카테고리에서 가장 중요한 작품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레이어드 아트 역시 작가가 저작권과 라이선스의 범위를 고려하고 제한을 두어야 한다. 다른 레이어가 자신의 레이어 저작권과 연관되지 원치 않는 다른 내용을 포함하거나 향후 그렇게 변할 가능성 때문이다.13) 즉, 이 같은 NFT의 다양한 기술은 대부분 저작권자 또는 소유자가 예측할 수 없는 결과로 이어지기에, 변동 가능성과 저작권 그리고 소유권의 관계를 인지하고 이를 알리는 작가, 구매자, 중개자의 역할과 책임이 중요하다.





라바 랩스(Larva Labs) <Punk It!> 

Collage of CryptoPunks 

Courtesy of the artist and Sotheby’s




나가며

2021년 쾨닉갤러리(König Galerie)와 페이스갤러리(Pace Gallery)가 본격적으로 자체 NFT 플랫폼을 론칭한 이후, 최근 갤러리현대도 8월 ‘에트나’를 정식 론칭한다고 밝혔다. 아직 NFT 분야의 작은 부분을 차지하는 미술계에서 두 대형 갤러리가 디지털아트의 화법을 전문적으로 구사해온 작가군과 협업해온 사례, 기존 블루칩 작가들의 작업 맥락을 어떻게 디지털아트에 적용할지 고민하고 이를 구현할 외부 전문가와 협업하는 사례가 NFT를 이끌어 갈 갤러리의 역할 모델임을 잊지 않아야 한다. 기존 작업을 그저 디지털화하거나 슬쩍 바꿔 민팅하는 뻔한 사례가 재반복되지 않기를 바란다. 결코 모든 작업이 디지털 또는 NFT화될 필요는 없기 때문이다.


한편 블록체인 기술을 기반으로 한 웹3.0 기술이 P2E(Play-to-Earn)와 C2E(Create-to-Earn)의 생태계를 조성하며 산업 구조를 변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14) 그 대상은 NFT가 될 것이며, 상업성은 더 강해질 것이다. 투자 또는 투기의 대상이기에 앞서 미술은 창작자와 향유자, 매개자라는 생태계의 중심에 있음을 상기하고 싶다. NFT로 미술의 외연이 확장되고 새로운 장이 열린 것은 분명하지만 장기적 관점에서 접근하고, 초기의 혼돈에 휩쓸리지 않고 새로운 기술과 수단을 제대로 활용하기 위해 법과 제도, 과세, 기술과 교육, 지원 등 전문가의 목소리를 다각도로 듣고 체계화할 필요가 있다. 변화무쌍한 이 기술에 맞춰 유연하지만 견고하게 말이다.PA



[각주]

1) • 캐슬린 김, 「NFT 산업과 저작권」, 『C Story』 vol. 28, 2021년 7월, pp. 4-11, kcopa.or.kr/lay1/bbs/S1T233C234/F/39/view.do?article_seq=2640&cpage=1&rows=9&condition=&keyword=&show=&cat=
• Serpentine Legal Lab, LEGAL LAB Report 1: Art + Tech/Science Collaborations, July 2021, serpentine-uploads.s3.amazonaws.com/uploads/2021/07/Serpentine-Legal-Lab-Report-Final_V3.pdf
• Alana Kushnir, “The Legal Ambiguities of Art Collaborations and their Compatibility with NFTs,” May 7, 2021, serpentine-uploads.s3. amazonaws.com/uploads/2020/05/Serpentine-Legal-Lab-Paper_Art -Collaboration NFTs-FINAL-copy.pdf
• Emerging Tech Law, “NFTs, A Legal Perspective”, December 2021, emergingtechlawfirm.com/technology/non-fungible-tokens
2) Serpentine Legal Lab, 위의 보고서, pp. 24-26
3) ‘2021 KAMA Conference - 미술시장과 온라인: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해’, 2부 ‘미술시장 속 NFT와 메타버스’ 인터뷰, youtube.com/watch?v=hV_m-4yxSjU
4) Alana Kushnir, 위의 글
5) 슈퍼레어의 저작권 가이드라인과 정책, notion.so/SuperRare-Copyright-Community-Guidelines-and- Policies-63a40f925a57471aabdceaf3adc0b0f5
6) 고준혁, ““내 영화도 마음대로 못하나”…‘펄프픽션’ NFT 발행 둘러싼 갈등 심화”, 『이데일리』, 2022년 1월 14일, edaily.co.kr/news/read?newsId=02407526632197720&mediaCodeNo=257
7) 이경민, 「온라인 미술시장 연대기: OVR과 기술, NFT의 움직임과 한계, 가능성, 그리고 전망」, 『셰어 미: 재난 이후의 미술, 미래를 상상하기』, 선드리프레스, 2021
8) 이경민, “NFT, 지금 유효한가 - 윤리의식과 그 가치, 쟁점과 전망”, 「퍼블릭아트」 2021년 10월호, p. 110-111
9) emergingtechlawfirm.com/technology/non-fungible-tokens
10) ledgerinsights.com/sothebys-sued-over-quantum-nft-auction
11) theartnewspaper.com/2022/02/04/sothebys-kevin-mccoy-lawsuit-quantum-nft
12) 캐슬린 김, 위의 책, p. 11
13) Emerging Tech Law, 위의 글
14) 이경민, 「팬데믹 2년 차, 2021년 하반기 미술시장 주요 이슈와 변화 - 아트페어와 갤러리, NFT를 중심으로」, 『K-ARTMARKET』, 2022년 1월 14일, k-artmarket.kr/member/board/Report_BoardView.do?boardId=BRD_ID0002053



글쓴이 이경민은 갤러리현대 전시기획팀에 근무했고, 『월간미술』 기자로 활동했다. 현재 미팅룸의 미술시장 연구팀 디렉터로, 국내외 미술시장 주체의 움직임에 주목하면서 다양한 매체와 기관을 통해 글을 기고하고 강의한다. 2020-2022년 K-ARTMARKET의 편집위원을 역임, 온라인 국제 컨퍼런스 ‘2021 KAMA 컨퍼런스’ <미술시장과 온라인: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해>를 공동기획했다. 공저로 『셰어 미: 공유하는 미술, 반응하는 플랫폼』(스위밍꿀, 2019)과 『셰어 미: 재난 이후의 미술, 미래를 상상하기』(선드리프레스, 2021)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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