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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ue 164, May 2020

정직한 풍경

2020.3.13 - 2020.4.26 교보아트스페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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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ten by

박시내 미술비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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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말도 하지 않는 풍경



이런 작업들을 두고, ‘왜 풍경을 그리느냐와 같이, 하지 않아도 될 질문을 꺼내기보다는 오랜 시간풍경그리도록우리를 이끌었던 것들에 대해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시대는 흐르고, 이젠 풍경에서 과거와 같은 것들을 찾아낼 수 없다고 모두가 말해도 거기에는 여전히 남아있는 것들이 있다. 인상주의 화가들이 캔버스를 들고 아틀리에(atelier) 밖으로 나갔던 이유는 구태의 아카데미에 대한 반발심 때문도 있었지만, 격동과 불안의 시대에 자연으로 다시 회귀하는 것만큼 얕은 마음의 안정을 얻는 곳이 없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그들은 계속해서 자연으로 회귀하고, 몰입했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자연만큼 그 자체로 끝없이 불안정한 대상도 없다. 거대하며 불가역적이고, 두려움을 야기하며 무엇보다도 계속해서 변한다. 숭고의 미를 자연에서 찾고자했던 낭만주의자들은 종교의 반항으로서 풍경을 발견한 것이 아니라, 늘 풍경에서 신을 발견하고자 했다. 그리고 그 모든 과정은 나의 나약함과 모든 것의 끊임없는 불가능을 확인하는 과정이었다. 그러한 풍경의 불확정성은 무언가 그려낸다는 행위와 쉽게 맞붙는다


사실 그린다는 것은 불확정적인 운동으로 불안정한 대상을 포착하려고 애쓰는 이기심에 다름 아니다. 한 여인이 전쟁터로 나갈 다시 못 볼 연인을 남겨두기 위한 이기심과 감광기에 기록하여 얻는 최초의 빛 그림을 기다리는 8시간의 인내는 다시 돌아오지 않을 것을 붙잡으려는 가장 근원의 포착이었다. 그래서왜 풍경인가와 같은 질문은왜 그리는가’, ‘왜 재현하는가’, ‘왜 우리에겐 이미지만이 남아있게 되었는가와 같은 질문과 아주 쉽게 들러붙어 우리에게 계속해서 되돌아오게 되는 것이다최은경과 이해민선이 그리는 풍경에는 그 불안한 순간들이 자리한다. 최은경은 바람에 누웠지만 곧 일어날 풀, 폭포의 떨어짐과 흩뿌려지는 물방울들의 순간, 속도 사이로 보이는 풍경들의 흩어짐과 사라짐 같은 것들 따위를 그린다. 캔버스를 두 번은 지나갔을지 모를 거친 붓놀림과 연약한 색채들은 그 감각을 극대화한다. 캔버스에 드러난 것은 자연일 뿐만 아니라, 나는 그 순간을 붙잡을 수 없었다는 자괴감과 약간의 우울감이다. 그러한 붓질의 제스처들과 함께 우리에게 떠오른 자연의 순간은 그래서 더 초조하다. 


이해민선의 풍경은 요동치는 불안의 시선을 화면 위로 불러오려는 더 적극적인 시도와 그 불가능성을 보여준다. 우리가 처음 보게되는 것은 갈색 물감의 뭉침과 표면을 스쳐간 동글동글한 붓질이다. 그것이 뭔가하고 한 발짝을 물러나 보면 커다란 산의 형상이 보인다. 우리를 혼란스럽게 하는 것은 그 산이, 산이 아니라 산의 형상일 뿐이라고 지시하는 또 다른 화면이다. 작가는 거대한 봉우리를 그리는 동시에 옆에는 같은 형상의 작은 찰흙 덩어리를 그려 넣었다. 우리는 우리가 마주한 것이 산인지, 갈색의 화면인지, 찰흙 덩어리인지, 산의 형상인지 끊임없이 의심하는 상황에 빠지게 된다. 나의 감각과 나의 상상 사이에서 요동치는 인지는 시선의 문제인 동시에 그리기가 무엇인지에 대한 질문이 된다. 거대한 봉우리인지 찰흙덩어리인지 알 수 없는 상태로 계속해서 머무는 모습과, 모든 순간이 나에게 다시 돌아오지 않으리라는 것을 받아들이면서 그 상태를 계속해서 지속시키고자, 다시 그리고자 하는 것. 이것은 우리가 그림을 다시 돌아보는 이유와도 얽혀 있을 것이다. 그 풍경들은 말을 하고 있어서가 아니라, 아무 말을 하고 있지 않아서 우리를 돌아보게 한다. 



*최은경 <바람 2> 2017 캔버스에 오일 73×61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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