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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ue 187, Apr 2022

이상한 친숙함과 알 수 없는 모호함의 세계

France

Charles Ray
2.16-6.20 파리, 퐁피두 센터
2.16-6.6 파리, 상품거래소 피노 컬렉션

● 김진 프랑스통신원 ● 이미지 Centre Pompidou, Bourse de commerce | Pinault Collection 제공

'Unbaled Truck' 2021 193×183×529cm Installation view of 'Charles Ray' at Bourse de Commerce - Pinault Collection, Paris 2022 Courtesy of Matthew Marks Gallery Photo: Aurélien Mo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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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 프랑스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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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 말부터 21세기 초 현대미술의 중요한 조각가 중 한 명으로 꼽히는 찰스 레이(Charles Ray)의 개인전이 프랑스 파리 퐁피두 센터(Centre Pompidou)와 상품거래소 피노 컬렉션(Bourse de commerce | Pinault Collection)에서 동시 진행되고 있다. 『뉴욕 타임스(New York Times)』가 ‘급진적 보수(Radical conservative)’라고 정의했듯 그는 고전적 조형예술의 장르인 조각을 선택했으면서도 그 형식에서는 전혀 관습적이지 않은 태도를 취한다. 프랑스에서 처음으로 선보이는 레이의 이 단독 개인전은 퐁피두 센터에서는 그의 긴 예술 여정을 훑는 조각과 부조, 사진 작업을, 상품거래소 피노 컬렉션에서는 그의 대표적 조각 작품을 선정해 선보인다. 모두 합쳐 총 40여 점에 이르는데, 이는 작가가 1970년대부터 현재까지 50여 년간 작업해온 전체 작품 중 1/3에 해당하는 큰 규모다. 대다수 피노 컬렉션에서 수집한 것들이며 개인 수집가에게 대여해온 작품들도 있다. 50여 년에 이르는 긴 시간 동안 조각가, 사진가, 개념 미술 아티스트로 활동해왔지만 그의 예술적 주제는 늘 하나로 집중된다. “조각이란 무엇인가?”

미술사에 대한 해박한 지식을 가진 그는 때때로 특정한 유머 없이 역사적 모델, 즉 고대 그리스, 이탈리아 르네상스 조각과 현대의 일상생활에서의 장면과 오브제 등에서 따온 모티브를 혼합하여 조각을 만들어내고 이 작품들이 어떤 장소를 점유하여 온전히 차지할 수 있는 공간의 크기까지 미리 구상해둔다. 그에 따르면 조각 작품이란 물질적 오브제뿐 아니라 그 영향이 닿는 공간까지도 포함한다. 이번 파리전시에서도 그의 신념을 확인할 수 있는데, 감상자들은 두 곳의 미술관에서 무결점한 순백의 또는 은색의 조각들이 넓은 공간에 띄엄띄엄 배치된, 거의 비어 있다고 판단되는 어색한 현장을 마주하게 된다. 이는 작품이 놓이면서 형성되는 공간에 집착하는 작가의 고집이 의도한 결과로, 한 번은 그가 작품 구매자에게 빈 상자 10여 개를 보내면서 작품들이 숨 쉬기 위한 ‘공기’가 필요하다고 말한 적도 있다고 하니 가히 이 배치가 이해될 만하다.




<Boy with Frog> 2009 Painted stainless steel

247×91×96.5cm Installation view of

<Charles Ray> at Bourse de Commerce

- Pinault Collection, Paris 2022

© Pinault Collection Photo: Aurélien Mole




주제가 ‘조각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으로 모아진다면, 조형적 표현에 있어서는 사물을 재현하는 방법에 대한 고심으로 나타난다. 그는 규모의 개념에 대해 질문을 던지고 사실주의적 표현의 방책 사이에서 예술적 도박을 한다. 상품거래소 피노 컬렉션 전시실에서는 커다란 원형 공간에 덩그러니 놓인 녹슨 트럭이 시선을 사로잡는데, 이 작품을 제작하는 데 5년이 걸렸다고 밝혔다. 폐차장에서 압축 처리된 낡은 픽업트럭을 작업실로 가져온 뒤, 1,000여 개의 흩어진 부품을 다시 제자리에 맞춰 끼우고, 망치질로 하나하나 다시 복원시키는 작업을 한 것이다. 훗날 인터뷰에서 레이는 이것이 마치 일종의 부활 과정과 같았으며 죽음과 시간 사이의 관계에 대해 생각하게 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작품인 개구리의 뒷다리 하나를 움켜쥔 소년 조각 <개구리를 든 소년(Boy with Frog)>(2008)은 그 높이가 2m 47cm에 달하여 감상자들은 그 앞에 서서 현실감이 뒤흔들리는 경험을 하게 되고 자신을 둘러싼 공간과 그 속에 위치한 자신의 존재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게 된다.


이어 퐁피두 센터에서는 천장에 닿을 듯 거대한 크기의 여성 마네킹이 있고, 한 가족인 듯 보이는 네 명의 인물이 전라의 상태로 손에 손을 맞잡고 서 있다. 자녀들로 보이는 두 명의 아이들은 어린이의 몸을 하고 있지만 그 크기에 있어서는 나란히 선 성인남녀와 동등하다. 10m는 되어 보이는 쓰러진 나무 형태의 조각 <히노키(Hinoki)>(2007)도 결코 부족하지 않은 공간을 차지하는데, 작품 무게만 3,275kg에 이르는 이 작품을 퐁피두에 들이기 위해 크레인이 동원되기도 했다. 작가는 감상자들에게 ‘규모의 개념’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 우리가 현실에서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형태와 크기를 어색한 방향으로 변형시킴으로써 미술관에 들어서기 전에는 관심 있게 보지 않았던 오브제들의 일상적 실루엣에 대해 새로운 시선을 가지게 한다. 작가는 작품들이 차지하는 공간 속에서 오롯이 그 영향력이 닿는 한계까지 다른 것에 방해받지 않도록 전시실을 새롭게 개조하자고 담당자들을 설득했고 그렇게 이 두 미술관에서의 공동 전시가 완성됐다.




<Horse and Rider> 2014 Stainless steel

278×102×269cm Parvis de la Bourse de

Commerce - Pinault Collection, Paris

2021 Courtesy of Pinault Collection

© Charles Ray and Pinault Collection

Photo: Aurélien Mole




그가 사용하는 재료들은 다양하다. 대리석, 나무, 강철, 시멘트, 알루미늄, 유리섬유, 종이 등의 재료를 이용해 연금술사처럼 새로운 조각들을 만들어낸다. 십자가 없이 십자형으로 매달린 기이한 예수 조각은 종이로 만들어졌다. 은색의 <잠든 여자(Sleeping Woman)>(2012)는 유리섬유로 만들어진 뒤 스테인리스로 덧입혀졌다. 그의 조각으로 만들어지는 일상의 존재와 대상들은 어떤 특성이나 문맥, 해설 없이 하이퍼리얼리즘의 조형적 언어로 표현된다. 그의 작품들은 팝아트의 모티브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시대를 초월하는 고전주의 스타일과 가장 급진적인 동시대 현대미술 사이를 미묘하게 오가며 균형을 잡고, 비평가들은 이 완벽한 이중적 성격을 야누스에 빗대어 그 관점에서 작품들을 훑는다.


그의 작업은 그리스-로마의 조각에서 영향을 받아 고전적 아름다움에 대해 인식하고 있으면서도 이를 현대성에 맞게 새롭게 혁신하는 데 있어 예술적 집착을 놓지 않는다. 예를 들자면 앞서 본 개구리를 손에 든 소년 조각이 있다. 이 작품에서 우리는 골리앗을 상대로 싸움에서 이기고 그의 목을 베어 든 다윗을 떠올린다. 그는 마치 과거 대가들의 장인적 작업과 최첨단 산업적 테크놀로지 사이를 괘종시계의 추가 양쪽으로 흔들리듯 두 영역을 고루 오가며 작업한다. 해서 그의 작품에는 이상한 친숙함과 알 수 없는 모호함이 맞닿아 있다. 일상의 흔한 것이면서도 크기와 재료의 비틀린 치환으로 감상자들은 어색한 기분을 선사 받는다.




<Fall’ 91> 1992 Painted fiberglass,

synthetic hair, clothing, jewelry, glass

and metal 243.8×66×91.4cm Courtesy

of Matthew Marks Gallery © Charles Ray

Photo: DR




레이는 알베르토 자코메티(Alberto Giacometti)의 작품에서 영감을 받아 어떻게 더 이상 “조각에 대해 생각”하지 않고, “조각적으로 생각”하게 되었는지 설명한다. 그에게 조각은 공간과 관계를 형성하는 가장 특권적인 매체이며 작품들은 주변의 어떤 것에도 방해받지 않고 공간에 놓인 조각의 현실 그 자체로 감상자들이 스스로 픽션을 창조하도록 이끈다. 그는 조각의 받침대나 고정 장치 없는 이를 내놓고 이를 둘러싸는 공간의 크기에 따라 작품이 어떻게 감상자들에게 받아들일지에 관해 연구한다. 상품거래소 피노 컬렉션 전시의 기획자 캐롤린 부르주아(Caroline Bourgeois)는 레이 작품의 요점이 “하나의 단순한 오브제가 아니라, 조각이 설치된 공간에서 조각과 공간은 분리되지 않는 전체로서 하나”를 구성하는 것에 있다고 말한다.


레이는 말했다. “조각 작품은 그것이 놓이는 시공간과 호응한다. 작품은 동시대의 문화적인 것 뿐만 아니라 과거나 미래의 것들과도 호응할 수 있다. 문화 속에서 작품의 존재는 ‘지금’과 ‘여기’로 유도되어 해석되고, 훌륭한 조각은 재료적으로 잘 유지될 뿐만 아니라 문화적으로도 계속해서 유효하다. 마치 현재의 관심사와 호응하여 그 의미를 생성해내는 창조자처럼 말이다. 문화적으로 선호되는 부분은 주어진 시대에 따라 퇴색하기도 하기만, 시공간에 잘 호응하는 훌륭한 작품은 다른 시선을 맞이하여 새로운 의미로 재탄생된다. 이러한 융통성은 작품의 예술적 핵심에서 나오는 것이지, 작가의 영감에서 비롯되는 것이 아니다.”




<Hinoki> 2007 Cypress wood 173×970×610cm

Courtesy of Matthew Marks Gallery © Charles Ray

© Art Institute of Chicago, Dist. RMN-Grand Palais

/ Image The Art Institute of Chicago




레이의 작품은 여러 단계, 아주 오랜 시간을 거쳐 완성된다. 그는 모델을 두고 점토 작업을 하고 그 위에 스티로폼 스프레이를 올린다. 그 후 어떤 포즈로, 어떤 측면으로 어떻게 더 실재감 있게 작업할 수 있을지, 작품의 의도를 어떠한 시선에서 바라보도록 설정할지에 대해 고민하고 여기에 1년의 시간을 보내기도 한다. 그에 대한 결심이 서면, 규모를 키울 것인지, 줄일 것인지, 또는 무게를 무겁게 할 것인지, 반대적 치환의 방법을 쓸 것인지 등에 대해 고심한 후 최종적 판단에 따라 어떤 재료를 쓸 것인지를 결정하고 결과물을 완성한다. 그의 작품은 형식적인 면에서 대상을 극도로 섬세하게 묘사해내는 하이퍼리얼리즘을 담았지만 그를 넘어서는 미학적 성질에서는 추상성을 향해 나아간다. 스스로 내던진 “조각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그는 시대와 장소를 초월하여 늘 새로운 해석과 의미로 해석될 수 있는 ‘다의성’을 그 답으로 내놓았다. 이제 감상자들이 자신의 작품을 위해 최소한으로 보장되어야 한다고 했던 그 공간에 들어서서 레이가 말하는 조각의 예술적 핵심이 무엇인지 직접 체험해볼 차례다. PA



글쓴이 김진은 성균관대학교에서 의상학과 불어불문학을 복수전공 졸업하고, 2016년 프랑스로 유학해 팡테옹 소르본 파리 1대학(Université Paris 1 Panthéon-Sorbonne)에서 조형예술 전공 학사를 마쳤다. 현재 조형예술과 현대창작 연구 석사과정에 있다. 예술이론 연구와 실제 작품 제작에 매진하는 동시에 2020년 개설한 유튜브 채널 ‘예술산책 Artwalk’을 통해 현대미술 관련 콘텐츠를 업로드하며 구독자들과 교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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