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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ue 163, Apr 2020

FOUNTAIN

2020.2.4 - 2020.3.29 식물관P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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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성은 성북구립미술관 학예연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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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기와 방향을 달리하는 시간 앞에 서서



식물관PH 2019 4월 문을 연 복합문화공간이다. 건물에 들어서면 카페를 겸하고 있는 유리온실로 입장하게 되는데 보기 드문 종의 식물로 가득 차 있지만, 초록 특유의 생동이 느껴지기 보다 정제된 오브제라는 인상이 강하다. 고요하고 정적이다. 유리와 골강판으로 마감된 독특한 외관의 이 건물 3층에, 전시를 위한 공간이 마련되어 있다. 오발에서 기획을 맡은 전시 <FOUNTAIN>은 박윤지, 정진화 작가가 참여하여 시간의 움직임과 형태가 담긴 설치, 영상, 사운드 작품을 선보인다. ‘하나의 움직임에서 포착된 현상의 이면적 시간성에 집중한다는 기획 의도를 바탕으로, 분수와 관련된 물의 풍경을 전시장으로 옮겨왔다. 분수는 해상도와 속도가 다른 시간으로 분절되어 관람객을 찾는다


물결은 수직 상태의 조각으로 몸을 일으켜 세우거나 주파수가 다른 빛을 만나 분명한 움직임이 되었고, 눈앞으로 당겨왔으며 이러한 풍경을 가다듬는 소리가 되어 한데 놓여있다가장 먼저 마주한 작품은 박윤지의 〈cosmic sight(2020). 빛을 반사한 푸른 물결이 그려진 500여 개의 아크릴 조각을 엮은 이 작업은 전면 유리창 앞에 설치되었다. 이른 아침부터 저녁 어스름이 질 때까지 채도와 모양이 다른 빛이 창 너머에서 작품을 비추었고, 물빛은 각각의 색면으로 시간을 투영했다. 아크릴을 통과한 빛 그림자는 흰 벽에 일렁이는 너울을 이룬다. 색이 없는 투명한 조각은 빛을 온전히 머금은 물결과도 같아, ‘황홀한 광경(cosmic sight)’이 되어 눈높이를 맞춘다. 이때 전시장 바깥 환경은 시시각각 변화하는 지지체가 되어 다층의 풍경으로 축적된다.


전시장 정면과 왼편 후면에는 분수와 거리 두기를 달리한 박윤지의 영상 작업 두 점이 이어진다. 중앙의 〈into pieces(2020)는 스트로보 효과(Strobe Effect)를 이용하여 물줄기를 근접 촬영한 영상 프로젝션, 그리고 영상과 같은 크기로 바닥에 투명 필름을 배열한 설치 작업이다. 동일 운동주기를 가진 대상에 촬영 장비의 초당 프레임 수와 다른 주파수를 가진 섬광을 비추면, 물줄기는 일정한 간격을 가진 낱알의 물방울로서 화면에 모습을 드러낸다. 일종의 잔상효과다. 일상에서는 인지할 수 없는 틈을 드러내, 시간을 볼 수 있는 성질의 것으로 구체화 시킨다


사방으로 튀는 덩어리진 물방울은 시간-풍경으로서 스프링 형상의 운동을 지속한다. 바닥의 반사체는 이미지를 반영하는 다른 질감의 스크린이 되는 동시에 몰입의 범위를 확장하여 시각적 리듬감을 형성한다. 뒤편에는 바닥에 앉아 감상을 유도하는 〈time vision(2020)이 있다. 투명 아크릴 구조물 속 모니터에는 분수대를 정면으로 바라보고 촬영한 영상이 재생된다. 파란 LED에 물 입자가 빛에 산란하는 밤의 풍경이 담겨있다. 이는 물줄기를 넘어 제 속도로 흐르는 시간을 가만히 응시하게 한다.


박윤지의 작업이 개별의 형태로 자리한다면, 정진화는 전체를 아우르는 사운드로 공간을 유영한다. 전시장 곳곳에는 크고 작은 사이즈의 스테인리스 반구가 놓여있다. 4채널로 구성된 사운드 설치 작업 〈Life Particles〉이다. 소리는 오르고 내리기를 반복하는 물길 속을 오간다. 반구 속에 설치된 스피커는 구의 크기에 따라 각기 다른 반사와 울림을 가진 소리의 진을 펼쳤다. 무성음에 속하는 사운드가 고루 번지며 박윤지의 작업을 경유하는 동안, 영상에서 다루는 시간에 속도감이 붙었다. 위치 감각이 부여된 셈이다. 대상을 가까이 들여다보고 멀리 내다보기를 반복하거나 시점의 차이를 두는 것은 시간의 겹을 쌓는 것에 속한다. 이처럼 바라보는 방식에 따라 표현 매체와 형태가 다른 물방울은 이미지/소리의 파동이 되어 한 공간에서 시간을 이질적으로 경험하게 한다.


우리는 디바이스를 이용해 눈앞의 풍경을 손쉽게 줌인-아웃 하며, 볼 수 있는 것 이상으로 보거나, 혹은 보지 못한다. 또한 기록 매체의 저장 방식과 그 형태는 시간과 관계하며 다양한현재에 접속한다. 시간이 여러 형태로 달리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요즘은 시간에 잠겨있는 것처럼 느껴지는 때가 더 잦다. 특정 순간을 밀어내고 당겨올 수 있는 시간이란 얼마나 물질적인 대상인가. 매체에 따라 다중적인 성격을 띠는 시간성과 그 경험에 관한 사유는 이 시대를 어떻게 감각하고 있는가에 대한 동시대적 질문이 된다. 크기와 방향을 달리하는 시간의 물결 앞에서 우리는 어떤 경로로 어떠한 시간을 마주하고 있는지 생각해 볼 일이다.


 

*박윤지 <cosmic sight> 2020 오브제 설치혼합매체 232×295×2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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