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위치
  1. Exhibitions
  2. Art World
현재 위치
  1. Exhibitions
  2. Art World
현재 위치
  1. Exhibitions
  2. Art World
현재 위치
  1. Exhibitions
  2. Art World
Issue 189, Jun 2022

여성을 위한, 여성에 의한 의미를 상기시키는 수잔 레이시의 메시지

U.S.A.

Suzanne Lacy
The Medium is Not the Only Message
2022.3.13-2022.8.14 뉴욕, 퀸즈미술관

● 정재연 미국통신원 ● 이미지 Queens Museum 제공

'Doing Time' 1993 Phototex prints, mixed media assemblages, household objects, marker, framed photos, glitter, and rhinestones, marker on butcher paper Courtesy the artist Participatory project and installation, Bedford Hills Maximum Security Correctional Facility, Bedford Hills, New York; organized with Virginia Cotts, David Katsive, Sharon Smolick, Charlotte Watson, Thea DuBow, and Elaine Lord; Filmmakers: David katsive and Virginia Cotts; Editor: Michelle Baughan Photo courtesy of Queens Museum, credit Hai Zhang

Share this

Save this

Written by

정재연 미국통신원

Tags

수잔 레이시(Suzanne Lacy)는 1970년대부터 작가나 관람객, 여러 단체와의 협업과 참여를 중시하는 퍼포먼스 작업을 해왔다. 페미니즘 미술가로서 그는 단지 심미적으로 작품을 제작하는 것이 아니라, 의미를 만들고 여성을 위한 민주적인 참여 방식을 사용한다. 여성에 대한 폭력, 인종차별, 빈곤과 불평등 그리고 노동과 노령화와 같은 문제를 다루며 다양한 협업과 대규모 커뮤니티 공공프로젝트 등에 이르는 레이시의 작품은 사회 지향적 퍼포먼스와 멀티미디어 설치를 도구로 여성이 공공정책 제도에 관여할 수 있도록 참여를 유도한다. 퀸즈미술관에서 진행되고 있는 이번 전시는 작가의 초기 프로젝트부터 최근 대규모 커뮤니티 기반 프로젝트까지 40여 년 동안의 작업을 아우른다. 특히 레이시의 공공미술은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거대한 고철덩어리를 세워 ‘장소성’을 강조하고 조형적 결과물 생산을 보여주는 것이 아닌, ‘사람’을 매개체로 대화와 토론을 만드는 그 과정을 보여주고 있다.

전시의 의미를 전달하기 위해 작가들은 여러 가지 재료를 사용하고 표현한다. 레이시는 작품을 위한 실천에 대한 두 가지 기본 원칙을 가지고 있다. 하나는 개인적인 서술, 다른 하나는 커뮤니티 내에 사적이지만 공적인 대화를 통해 작품을 구상하고 진행하는 과정에서 공동체에 대한 배려가 돋보이는 프로젝트다. 그는 억압된 문화적 이야기를 통한 사회 분석과 미술가의 역할과 지속성 그리고 참여 관람객과의 관계에 책임지는 윤리적 태도를 강조한다. 그의 작품은 모든 사람의 ‘참여’에 기초하며, 폭넓고 다양한 시민 특히 여성과 함께 그들의 삶과 직접 관계있는 쟁점에 대해 소통하기 위해 전통적 혹은 비전통적인 매체인 모든 시각예술을 지칭하는 것으로 공공미술을 성립한다. 예술이 단순히 예술 행위의 결과인 생산물을 지칭하는 것이 아니라 또 하나의 가치를 찾아 발견해가는 과정인 것이다.




Performance documentation <De tu Puño y Letra>

2014-2015  Plaza Belmonte bullring, Quito,

Ecuador Courtesy of Suzanne Lacy Studio

Performance documentation <The Crystal Quilt>

1987 Performance, IDS Center Crystal Court, Minneapolis;

Organized with Sharon Roe Anderson, Sage Fuller Cowles,

Nancy Dennis, Judy Kepes, Phyllis Jane Rose,

and Phyllis Salzberg; Sound: Susan Stone

Choreography by Sage Cowles; PBS live broadcast

produced by Emily Goldberg Courtesy

of Suzanne Lacy Studio




이번 전시의 제목은 미디어 이론가 마샬 맥루한(Marshall McLuhan)의 유명한 주장인 “미디어가 메시지다(the medium is the message)”에서 인용했다. 이는 미디어는 형식일 뿐이고 투명한 메시지 전달 도구나 수단에 불과하다는 생각을 정면으로 부정하는 주장이다. 동일한 내용이라 할지라도 어떤 매체를 통해 전달하느냐에 따라 수용자가 메시지를 해석하고 의미를 받아들이는 양상이 완전히 달라진다는 점에서 레이시가 생각하는 결과 맞닿아 있다. 이런 유형은 재료나 공간, 미술 매체의 유형학보다는 관람객 그리고 관계 및 소통에 기초해 사회, 정치적 문제와 같은 개념들 위에 세워진다. 레이시는 예술가와 관람자 사이의 관계성과 연결성을 설명하기 위해 각 역할에 따른 다양한 스펙트럼을 제시한다.


초기작 <그물 구조(Net Construction)>(1973)에서 그는 소의 콩팥을 그물에 묶은 다음 이 줄을 관람객들과 연결하고 이어 자신의 몸에도 연결했는데, 이는 신체 기관이 얽매인 상태에서 서로 어떻게 영향을 받고 조종되는지 밝히는 일련의 퍼포먼스 작업이었다. 한편 레이시는 도시나 마을의 일상적인 장소에서 벌어지는 강간이나 성매매와 같은 성범죄에 대해서도 공론화했다. <매춘 노트(Prostitution Notes)>(1974-1975)는 거대한 갈색 종이에 지도를 그려 LA에서 불법 성매매가 이루어지는 장소를 표시한 작업이다. 4개월 동안 성매매 피해 여성, 그들의 지인을 만나 식당의 성냥갑 표지를 수집하거나 레스토랑에서 함께 먹은 음식, 매춘부로서의 경험이나 심리 상태를 대화로 기록한 내용을 지도에 상세히 적음으로써 성폭력에 대한 여성의 경험과 심리적 고통을 폭로해 예술작품과 동시에 사회문제로 끌어들였다. 그는 성매매나 성폭력은 모든 장소에서 일어날 수 있고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Performance documentation

<Immigrants and Survivors> 1983

Immaculate Heart High School cafeteria,

Los Angeles Courtesy the artist

Photo: Cindy Honesto




생산적인 협업, 수행되는 연구, 공유하는 집단

1980년대부터 레이시의 작업은 다양한 분야의 예술가들과 공동으로 기획하는 방식으로 확장된다. <정지 화면: 거실을 위한 공간(Freeze Frame: Room for Living Room)>(1982)은 레이시와 레슬리 라보위츠(Leslie Labowitz)가 여성 폭력 대항 단체의 공동 창립자 줄리아 런던(Julia London), 음악가 노아 스펜서(Ngoh Spencer), 시인 나탈리아 리바스(Natalia Rivas), 안무가 조야 코리(Joya Cory)와 공동으로 기획한 작업이다. 인종과 연령, 사회적 지위와 삶의 환경이 다양한 샌프란시스코에 여성 시민들이 모여 6개월 동안 한 가구 전시실에서 여성으로 살아가며 겪었던 점에 대해 나눈 대화를 주제로 한다. 레이시의 친언니와 어머니, 임산부와 장애인, 다양한 인종, 청소년과 노인, 수녀와 매춘부 등 120여 명의 여성이 참여했다. 각 그룹의 여성들은 15분 동안 정지된 화면처럼 침묵한 채 가만히 있다가 레이시가 녹색 카드를 보여주면 각자 다양한 경험을 이야기하기 시작한다.


그들이 살면서 생각했던 고정관념, 선입견, 소속감, 자긍심 그리고 겪어왔던 사회적 불이익 등과 같은 것들이다. <크리스털 퀼트(Crystal Quilt)>(1987)는 1987년 미국 ‘어머니의 날(Mother’s day)’에 미니애폴리스 한 빌딩에서 3,000여 명 관람객이 지켜보는 가운데 진행한 퍼포먼스 작업이다. 빨간 카펫이 깔린 거대한 홀에 100여 개의 정사각형 테이블이 다이아몬드 형태로 배열되어 있고, 60세 이상의 각기 다른 인종의 여성들이 노란색, 빨간색 카펫이 깔린 테이블에 네 명씩 앉아 대화를 시작한다. 자신들이 이제까지 살아왔던 삶, 말하자면 육체적, 정신적인 노화, 생존과 지혜 그리고 도시 생활에서 겪고 있는 개인적인 고민을 나눈다. 10분에 한 번씩 테이블에 올려둔 팔의 위치를 바꿔 손을 잡거나 깍지를 끼는 퍼포먼스가 이어진다. 나이가 들어가는 것은 때론 외롭기도 하지만, 오랜 경험으로 익어가며 남을 위해 베풀고 인내와 분별력을 가지게 되는 것 아닐까. 시들어가는 자체가 고립된 삶이 아니라 서로를 환대하고 함께 연대하는 삶이다.




Performance documentation, Suzanne Lacy

and Julia London with Jan Chattler, Joya Cory,

Natalia Rivas, Ngoh Spencer, and Carol Szego

<Freeze Frame: Room for Living Room>

1982 Courtesy of Suzanne Lacy Studio

Image credit: f-stop Fitzgerald




여성을 위한, 여성에 의한 의미를 향하여

여성을 대상으로 한 가정폭력은 여전히 사회에서 큰 문제로 대두되지 않는다. 레이시는 가정폭력이나 성폭력 등과 같은 피해 여성들이 겪는 육체적, 심리적 고통을 공론화하는 작업을 이어 나간다. ‘시간 끝에서의 자동차(Auto on the Edge of Time)’(1993-1994)는 미국 전역의 여성, 어린이, 가족이 경험한 가정폭력의 영향을 가시화해 탐구한 프로젝트다. 가정폭력을 당한 여성의 신체를 충돌하거나 부서진 자동차에 비유해 끔찍한 가정폭력이 여성과 아이들에게 미치는 영향을 은유적으로 표현했다. <Doing Time>(1993)은 뉴욕의 화이트 플레인스(White plains)에 있는 가정폭력 보호 시설 마이 시스터스 플레이스(My sister’s place)와 베드포드 힐스(Bedford Hills)의 최대 보안 교정 시설인 가정폭력 보호 프로그램에 있는 15명의 여성과 함께 진행했다. 부서진 자동차 내부에 일그러진 아파트의 내부 모습을 그대로 옮겨왔고 망가진 가정용품과 이 물건들이 어떻게 여성들에게 사용되었는지 그래픽으로 묘사된 글로 가득했다. 그중 한 예로, 성폭력을 당한 15세의 여성이 사회복지사를 찾아갔지만 또다시 성폭력을 당할 수 있으니 피임약을 먹도록 권고했다는 말에서 여성이 얼마나 사회에서 도외시 되었는지 알 수 있다.


이처럼 많은 여성이 용기를 내 지자체에 도움을 요청한다 해도 아무 도움을 받지 못하며 직면하게 되는 어려움을 침묵의 벽으로 세워 상징적으로 나타냈다. 레이시와 협업자들은 탈출, 학대, 통제, 지원, 치유, 추모 등의 주제에 대한 조각적인 은유적 증언으로 심각하게 망가진 자동차 위에서 서로를 위로하고 치유한다. 전시된 오브제 중 아기 젖병과 인형들을 보며 깊이 공감했고, 함께 아파하기에 충분한 매체였다. 레이시는 남성 중심의 사회 구조에서 여성이 겪는 가정폭력이라는 현실적인 문제 앞에 미술이 개입할 수 있는 지점은 무엇인지, 또 어디인지 제대로 간파한 듯하다. 정신적 트라우마는 사회 존립 기반을 흔들 수 있다. 가정폭력으로 인한 트라우마, 감금 등을 극복하기 위해선 고통을 외면하지 말고 철저히 기록함으로써 이 상처를 이겨내고 공동체로서 좋은 기억을 끌어내야 한다.




Partial view of <Prostitution Notes> 1974-1975

Ink and collage on paper; Performance,

San Francisco and Los Angeles Courtesy

of The Museum of Contemporary Art, Los Angeles

Photo courtesy of Queens Museum,

credit Hai Zhang




레이시의 가장 최근 작업인 <De tu Puño y Letra(By Your Own Hand)>(2014-2015)는 에콰도르에서 진행된 프로젝트로 여성 폭력에 대한 문제에 남성들을 참여시킨 대규모 퍼포먼스다. 1만 명의 여성이 직접 폭력을 당한 경험에 관해 썼다. 폭력을 당한 약 60%의 여성 중 10%만이 데이트 폭력 및 가정폭력으로부터 탈출한다는 점에서, 에콰도르 여성 폭력 피해자들에게 공공 자원이 얼마나 필요한지 알리는 것을 목표로 한다. 진정한 남성성은 폭력이나 힘을 사용하는 것이 아님을 교육하고 훈련하는 데 이어, 350명의 남성 참가자들에게 여성들이 쓴 폭력의 경험에 대해 읽게 했다. 이 대규모 퍼포먼스는 벨몬테 투우 광장에서 관람객 참여로 이루어졌다. 폭력은 더 이상 여성 개인의 문제가 아니다. 사회 구성원 모두가 책임을 져야 하는 공공 문제다. 지금도 어디에선가 조용히 일어나고 있을 데이트 폭력, 가스라이팅, 가정폭력은 담론에 장에서 흔적도 없이 사라진다. 폭력 없는 세상과 성적으로 평등한 사회를 위해 사회의 문화 구조에 의문을 가지고 제도적 개선을 기대해본다.




Partial view of <Prostitution Notes> 1974-1975

Ink and collage on paper; Performance,

San Francisco and Los Angeles Courtesy

of The Museum of Contemporary Art, Los Angeles

Photo courtesy of Queens Museum,

credit Hai Zhang




이들의 목소리는 상대방에게 어떻게 인식되었을까? 진정한 의미에서 민주주의를 바라보는 여성적 시각과 모습은 무엇인가에 대해 고민케 하고 새로운 가능성을 탐색한 시간이었을 것이다. 시간을 되돌려도 분명 의미 있는 대화였을 터, 지금은 이렇게 여럿이 모여 대화하기도 어려운 상황이 되었으니 말이다. 과연 우리는 정말 안전한 토론을 하고 있는가? 서로 동의하고 뜻이 통하는 동료나 친구들하고만 이야기하고 있지는 않은가? 우리가 진정 이끌어낼 수 있는 문제점과 해결방안은 무엇인가? 끝내 우리는 더욱 성숙한 공동체로서 일상에서 미술을 실천하는 적극적 관람자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인가? 공공적 전환을 이끌고 미술이 유의미해질 수 있도록, 새로운 조치는 앞으로 계속 필요할 것이다.PA




Performance documentation <Cinderella in a Dragster>

1976 California State College, Dominguez Hills

(now California State University, Dominguez Hills),

Carson, and University of California, San Diego.

Courtesy of Suzanne Lacy Studio




글쓴이 정재연은 실내디자인을 전공하고, 대학원에서 미술사를 공부했다. 언어와 텍스트, 그리고 사회적 맥락과 인간 사이에서의 상호 관계성에 대해 탐구해 전시로 풀어내는 것을 장기 연구과제로 삼고 있다. 2012년 일현미술관에서 퍼포먼스에 대한 교육을 기획 및 진행했고, 전시 <다빈치 코덱스>(문화역서울284, 2016-2017)의 큐레이터를 맡았다. 뉴욕 첼시에 있는 갤러리를 거쳐, 현재 큐레토리얼 그룹 ‘어떤콜렉티브’에서 큐레이터로 활동하며 다양한 국내외 전시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다. 때때로 전시 리뷰를 비롯해 예술계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이슈에 대한 글을 쓰고 있다.



<Cinderella in a Dragster (How to Be a Performance Artist)>

1976/2022 Vinyl text and giclee prints; Performance,

California State College, Dominguez Hills

(now California State University, Dominguez Hills),

Carson; and University of California, San Diego;

Photographer: Susan Mogul; Designer:

Troy Kreiner Courtesy the artist Photo

courtesy of Queens Museum, credit Hai Zhang

온라인 구독 신청 후 전체 기사를 볼 수 있습니다. 구독하기 Subscribe 로그인 Log in

More Articles




메모 입력
뉴스레터 신청 시, 퍼블릭아트의 소식을 빠르게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이메일 주소를 남겨주시면 뉴스레터 구독에 자동 동의됩니다.
Your E-mail Send

왼쪽의 문자를 공백없이 입력하세요.(대소문자구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