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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ue 189, Jun 2022

컬렉터의 세계

The World of Collectors

아트 컬렉팅, 아트테크 열풍이다. 미술 애호가로서의 자기만족이든 혹은 성공적인 재테크든, 미술시장의 트렌드를 읽어내는 일이 필수적인 요즘 슈퍼 컬렉터들의 스토리는 하나의 길잡이가 될 수 있겠다. 세계 미술계를 움직이는 그들이야말로 예술에 탐닉한 진정한 아트 마니아이자 열렬한 후원자이며, 명석한 투자자들 아닌가. 그들은 어떻게 예술을 바라보고 대했나. 천문학적인 액수, 방대한 규모, 세계를 뒤흔든 작가들의 작품으로 화려하게 장식된 슈퍼 컬렉터들의 세계로 지금부터 들어가 보자.
● 기획 김미혜 기자 ● 진행 · 글 정지윤 프랑스통신원

LUMA Arles © Iwan Ba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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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윤 프랑스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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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슈퍼 컬렉터들


슈퍼 컬렉터들의 소장품들이 공개될 때마다 세계 미술계가 들썩인다. 먼저 2018년 뉴욕 크리스티(Christie’s) 경매에 나온 페기·데이비드 록펠러 부부의 컬렉션(The Collection of Peggy and David Rockefeller)을 빼놓을 수 없겠다. 미국 경제를 한 세기가 넘도록 좌지우지한 석유 재벌, 록펠러 가문이 3대에 걸쳐 예술에 쏟은 애정은 각별했다. 뉴욕현대미술관(Museum of Modern Art, 이하 MoMA)을 건립한 장본인이 데이비드 록펠러의 어머니, 애비 록펠러(Abby Rockefeller)인 것은 너무나도 잘 알려진 사실이다. 페기·데이비드 부부 역시 열정적인 컬렉터이자, 메세나이고 자선가였다. 그들은 생애 마지막 순간까지 자신들이 사랑했던 예술 작품을 통해 나눔을 실천하고자 했다.

파블로 피카소(Pablo Picasso), 클로드 모네(Claude Monet), 앙리 마티스(Henri Matisse) 등 20세기 현대예술의 포문을 열었던 거장들의 대표작들이 포함된 부부의 컬렉션은 크리스티 경매 역사상 단일 소장자 경매 최고 기록인 8억 3,510만 달러(한화 약 1조 663억 3,919만 원)에 낙찰, 수익금 전부는 록펠러 부부가 생전에 밝힌 뜻에 따라 MoMA와 대학교에 기부되었다. 2021년에는 고(故)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소장품 기증 소식이 국내외로 큰 화제를 모았다. 현재 국립중앙박물관과 국립현대미술관 등 전국의 미술관에 나누어 기증된 그의 소장품 2만 3,000여 점 중에는 세계의 명화들뿐만 아니라 겸재 정선의 <인왕제색도>, 단원 김홍도의 <추성부도>를 비롯해 국가 지정문화재 60점이 포함, 감정가만 3조 원에 이른다. 하지만 수치적인 측면보다 더 인상적인 부분은 우리나라 국보급 문화재들의 존재일 것이다.



Philippe Parreno <Danny/ No More Reality>  
South Gallery, The Tower, Parc des Ateliers, 
LUMA, Arles, France © Marc Domage



이는 고(故) 이건희 회장이 1980-1990년대 강력히 추진했던 ‘국보 100점 수집 프로젝트’를 통해 얻은 값진 결과로 그의 부친인 고(故) 이병철 초대 회장 때부터 시작된 삼성가(家)의 유별난 문화재 사랑을 엿볼 수 있는 부분이다. 고(故) 이병철 회장은 자서전 『호암자전』에서 “민족 문화유산을 더 이상 해외로 유출시켜서는 안 된다. 나이가 들면서 이러한 사명감과도 같은 생각이 나를 더욱 미술 수집의 길로 이끌어갔다”며 고미술품과 문화재 수집에 대한 확고한 신념과 이유를 밝힌 바 있다. 이처럼 아트 컬렉팅은 단순히 슈퍼 리치들이 돈만 있다고 즐기는 그들만의 리그가 아니다. 컬렉터의 취향과 시각, 예술에 대한 철학을 반영한다는 점에서 한 개인의 발자취이자, 예술의 본 의미를 되짚어 볼 수 있는 주요한 지표라 할 수 있다.

왜 우리는 미술품에 열광할까. 현재 생존한 수집광 중 가장 힙한 컬렉터는 누구일까. 글로벌 럭셔리 브랜드 그룹 케링(Kering)의 총수이자 세계적인 미술품 경매사 크리스티의 오너인 프랑수아 피노(FranÇois Pinault) 회장을 거론하지 않을 수 없다. 그는 85세라는 나이가 무색할 정도로 도전적이며 과감한 배팅을 즐기는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이미 2006년, 2009년 두 차례 베니스에 팔라초 그라시(Palazzo Grassi)와 푼타 델라 도가나(Punta della Dogana) 미술관 두 곳을 오픈한 그는 지난해 5월 자신의 고국인 프랑스, 파리의 옛 상품거래소(Bourse de commerce)를 리모델링해 세 번째 미술관, 피노 컬렉션(Pinault Collection)을 개관해 또 한 번 큰 주목을 받았다. 사실 그는 서른 살이 되기까지 그야말로 예술에 문외한이었다.



Mickalene Thomas
<Baby I Am Ready Now>
 2007 Acrylic, rhinestone and enamel 
on panel Diptych, overall 182.9×335.3cm 
Courtesy of Rubell Museum Acquired in 2007



피노 회장의 첫 소장품은 1972년 구입한 퐁 타방(Pont-Aven) 학파 출신 화가 폴 세뤼지에(Paul Sérusier)의 <브르타뉴 농가의 뜰(Cour de ferme en Bretagne>)(1891)이라는 작품으로 그림 속 등장한 여성이 자신의 할머니를 떠올리게 한다는 소박한 이유로 사들이게 되었다. 그랬던 그가 1990년 피에트 몬드리안(Piet Mondrian)의 <마름모꼴 회화(Tableau losangique II)>(1925)를 구입하며 본격적인 컬렉팅을 시작, 현재 1만여 점이 넘는 소장품을 보유하고 있다. 초기에는 비교적 접근이 쉬운 근대 회화·조각 작품에 집중했지만, 점점 그는 ‘살아 있는’ 동시대 작가들에게 눈을 돌렸다. 데미안 허스트(Damien Hirst), 제프 쿤스(Jeff Koons), 무라카미 다카시(Murakami Takashi), 신디 셔먼(Cindy Sherman)과 같은 미술계의 악동 아티스트들을 유독 흠모했던 것을 보면 그가 얼마나 모험심이 가득한 컬렉터인지 알 수 있다.

또한 가격을 올려 되파는 리셀(re-sell) 비즈니스는 물론 쇼맨십도 뛰어나다. 일례로 2017년 ‘베니스 비엔날레(Venice Biennale)’ 당시 커다란 스캔들을 몰고 온 허스트의 문제작 <믿을 수 없는 난파선의 보물들(Treasures from the Wreck of the Unbelievable)>이 탄생할 수 있도록 거액을 쏟아부은 숨은 주역이 바로 피노 회장이다. 호평과 혹평이 난무했지만, 10년 만에 공백을 깨고 돌아온 허스트의 컴백은 화제성·흥행 면에서 충분히 성공적이었고, 작품도 투자액 못지않게 높은 가격에 팔려나갔다.



Franz West <Krauses Gekröse> 
Parc des Ateliers, LUMA, Arles, France 
© Marc Domage



이처럼 피노 회장이 승부사 기질을 발휘해 거침없는 컬렉터로서의 행보를 보여주고 있다면, 반대로 섬세하고 꼼꼼한 컬렉터도 있다. 피노 회장의 영원한 라이벌인 루이비통 모에 헤네시(LVMH) 그룹을 이끄는 베르나르 아르노(Bernard Arnault) 회장이 대표적이다. 어렸을 때부터 피아노 연주와 모친과 함께 미술관 가기를 즐겼다고 하는 그는 비교적 자연스레 아트 컬렉팅 세계로 빠져들었다. 그러나 아르노 회장이 수준 높은 슈퍼 컬렉터로 거듭날 수 있었던 것은 수잔 파제(Suzanne Page)라는 탁월한 인재가 곁에 있었기에 가능했다. 전 파리 시립 박물관장을 지내고, 2006년부터 루이비통 재단(Fondation Louis Vuitton)의 예술 감독을 맡고 있는 파제는 작품의 미적 퀄리티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한편, 각각의 작품들이 가진 다양한 맥락을 풀어내 치밀하게 재구성하는 큐레이터로 유명하다.

그가 루이비통 재단에 들어와 가장 먼저 손을 댄 것은 컬렉션으로, 아르노 회장이 추구하는 미학과 취향을 견지하면서도 동시대 현대예술의 역동성과 에너지를 불어넣어 변화를 꾀하고자 했다. 그 결과, 모네의 후기작 <채링 크로스 다리(Charing Cross Bridge)>에 현혹되어 생전 처음 미술품을 구입하고, 열렬히 사랑하는 마크 로스코(Mark Rothko)의 색면회화를 배경으로 초상사진을 찍기도 했던 아르노 회장은 파제의 조언을 통해 게르하르트 리히터(Gerhard Richter), 올라퍼 엘리아슨(Olafur Eliasson), 아니쉬 카푸어(Anish Kapoor), 피에르 위그(Pierre Huyghe) 등 신비로움과 숭고함을 내뿜는 동시대 작품들로 컬렉션의 스펙트럼을 넓힐 수 있었다. 이와 같이 아르노 회장은 자신의 감각에 무조건 의존하기보다는 전문인에게 자문을 얻는 탐색형·계획형 컬렉터에 가깝다.



Right wall: Neo Rauch <Das Neue> 
2003; Sculptures, left then right: Isa Genzken 
<Schauspieler> 2013, Isa Genzken 
<Schauspieler> 2013; Right wall, left to 
right: Neo Rauch <Demos> 2004, Neo Rauch 
<Vorfuehrung> 2006 Courtesy of 
Rubell Museum Photo: Chi Lam



신중한 탓에 수집작을 선택하기까지 시간이 걸리고, 딱히 많은 수의 작품을 구입하지도 않지만 대신, 투자와 수익성을 따지지 않고 되팔기 없는 컬렉팅을 고수한다. 2014년 오픈한 루이비통 재단 미술관의 전시들이 지금까지 흥행을 이어올 수 있었던 것은 아르노 회장의 안정적인 컬렉팅 방침과 전문가 영입에 힘쓴 덕분일 것이다.

또 세상에는 어떤 컬렉터들이 존재할까. 여기 ‘슈퍼 리치가 곧 슈퍼 컬렉터’라는 공식을 철저히 무너뜨린 컬렉터도 있다. 예술계에서 미다스의 손이라 불리는 메라와 도널드 루벨(Mera & Donald Rubell) 부부의 경우가 그렇다. 1964년 결혼한 이후 컬렉팅을 시작한 부부는 앞서 언급한 세계적인 부호들처럼 넉넉한 형편은 아니었지만, 매달 월급의 1/4에 해당하는 25달러를 미술품을 사는 데 쓰기로 결정한다. 예산이 적다 보니 값비싼 작품들은 엄두도 내지 못했고, 마음에 드는 좋은 작품들을 찾기 위해 직접 발로 뛰어야만 했다. 그들은 무명의 젊은 작가들의 작업에 집중했는데 그렇게 소장하게 된 것들이 바로 키스 해링(Keith Haring), 리처드 프린스(Richard Prince), 장 미셸 바스키아(Jean-Michel Basquiat), 셔먼, 쿤스의 작품들이다. 아트 컬렉팅에 뛰어든 지도 곧 60년, 루벨 부부의 안목은 여전한 듯하다.



Fondation Louis Vuitton © Iwan Baan



최근까지도 신예 조각가 토마스 하우즈아고(Thomas Houseago), 헤르난 바스(Hernan Bas), 오스카 무리요(Oscar Murillo) 등 부부의 눈에 들어 이름 모를 신인에서 거물급 스타 아티스트로 발돋움한 작가는 열거하기 힘들 정도로 수없이 많다. 고작 25달러로 출발한 그들이 파워 컬렉터로 될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이었을까. 그 해답은 유명한 작가보다는 유망한 작가를, 익숙한 것보다는 낯선 것들에 주목하는 부부의 확고한 컬렉팅 원칙과 소신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일까. 1990년대 초 그들은 돌연 뉴욕을 떠나 예술 불모지였던 마이애미에 정착해 루벨 컬렉션 재단과 미술관을 설립하고, 뒤이어 ‘아트 바젤 마이애미 비치(Art Basel Miami Beach)’ 개최에 온 힘을 쏟으며 마이애미를 북미 최고의 아트신으로 변모시켰다. 그리고 이제 또 새로운 도시, 워싱턴 D.C.에 두 번째 미술관 오픈을 앞두고 있다. “컬렉션은 그것을 구성한 사람의 초상이다. 지금까지 거쳐온 여정과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고 말한 루벨부부. 이제 곧 워싱턴 D.C.에 그려질 아트신이 기대되는 바다.



Jean-Michel Basquiat <Bird On Money> 
1981 Acrylic and oil on canvas 167.6×228.6cm 
Courtesy of Rubell Museum Acquired in 1981



이 밖에도 수집 장르를 오로지 데생(dessin)에 집중하여 전문화된 컬렉션을 선보이는 플로랑스와 다니엘 겔랑 부부(Florence et Daniel Guerlain), 50년 동안 무려 1만 8,500여 점이 넘는 작품을 수집하고 현재 독일, 오스트리아, 노르웨이, 스위스 등 유럽 곳곳에 총 15개의 미술관을 세워 자신만의 아트 왕국을 건설한 독일 출신의 세계적인 공구 기업 창업주 라인홀트 뷔르트(Reinhold Würth), 프랑스 남부 아를에 루마재단 미술관(LUMA Arles)을 설립하며 세계 미술시장에 뉴페이스로 떠오르는 컬렉터 마야 호프만(Maja Hoffmann) 등 흥미로운 프로필과 스토리를 가진 파워 컬렉터들은 너무나 많다. 그들의 이야기가 이토록 흥미로운 이유는 아마도 각자 수집가로서의 성향과 기호, 지향하는 바가 판이하게 달라서일 것이다. 바로 이 지점에 수집의 묘미가 있다. 모두가 원하는 것이 같았다면 예술은 지루했을 테니 말이다. 왜 예술품을 소유하는가.



Left wall: John Baldessari 
<Stake: Art is Food for Thought 
and Food Costs Money> 1985;
Center, hanging: Keith Haring <Untitled> 
1982 © Keith Haring Foundation;  Center, 
sculpture: Carl Andre 
<Llano Estacado, Dallas, Texas> 
1979;  Right wall: Hank Willis Thomas 
<Branded Head> 2003  Courtesy of 
Rubell Museum Photo: Chi Lam



그 욕망의 근원은 아주 단순하게도 ‘좋아서’이다. 결국 예술은 취향이고, 취향에는 정답이 없다. 슈퍼 컬렉터들이 남다른 감각을 가졌다고 감히 단언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그들은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정확히 아는 사람들이다. 예술을 보는 눈, 그것은 나 자신의 심미안을 찾는 일에서부터 얻어질 수 있다.PA
 


Carsten Höller <Isometric Slides> 
The Tower, Parc des Ateliers, LUMA, Arles, 
France  © Adrian Deweerdt



글쓴이 정지윤은 프랑스 파리 8대학에서 현대미술과 뉴미디어학을 전공, 「미디어 시대시각 예술의 해체미학」을 연구했으며, 현재 예술에 관한 글을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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