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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ue 189, Jun 2022

지금, 미술관 투어

MUSEUM TOUR NOW

● 기획 · 진행 정일주 편집장, 김미혜 기자

'다니엘 뷔렌. 아이의 놀이처럼, 인 시튜 작업(Daniel Buren. Comme un jeu d'enfant, travaux in situ)' 전시 전경 2014-2015 Musée d'Art moderne et contemporain, Strasbourg © Daniel Buren/ADAGP, Par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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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일주 편집장, 김미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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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25일 현재 인천과 스위스 취리히를 왕복하는 이코노미석 항공료는 300만 원을 훨씬 웃돌고 프레스티지석은 800만 원에 육박한다. 상황이 그런데도 주변 미술인들은 며칠째 항공사 홈페이지를 들여다보고 있다. 한동안 굳게 걸어 닫혔던 빗장이 풀려 쿵작쿵작 세계 미술 행사들이 줄줄이 선보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잠깐! 대한민국에도 꼭 들러볼 미술관과 훌륭한 전시가 즐비하다. 대체 이 전시들도 제대로 보지 않았으면서 어딜 날아가겠다는 것인가?

미술관은 언제나 정답이다. 특히 도시의 특성과 성향을 품은 국공립미술관은 저마다 다른 개성을 자랑한다. 지친 몸과 마음을 회복하고 조금씩 일상으로의 복귀를 준비하고 있는 지금, 우리는 국공립미술관을 여행하는 기획을 마련했다. 더구나 6월 한 달은 문화체육관광부 지정 ‘여행가는 달’로 교통·숙박 등의 할인 혜택이 마련되니 이 점도 참고하자. 당신을 위한 미술관 투어, 지금 시작한다.


SPECIAL FEATURE No.1
국립현대미술관    
National Museum of Modern and Contemporary Art

SPECIAL FEATURE No.2
경기도미술관      
Gyeonggi Museum of Modern Art

SPECIAL FEATURE No.3
청주시립미술관     
Cheongju Museum of Art

SPECIAL FEATURE No.4
대전시립미술관     
Daejeon Museum of Art

SPECIAL FEATURE No.5
대구미술관     
Daegu Art Museum

SPECIAL FEATURE No.6
광주시립미술관     
Gwangju Museum of Art

SPECIAL FEATURE No.7
부산시립미술관     
Busan Museum of Art

SPECIAL FEATURE No.8
전남도립미술관     
Jeonnam Museum of Art

SPECIAL FEATURE No.9
제주도립미술관     
Jeju Museum of Art



<히토 슈타이얼-데이터의 바다> 전시 전경

2022 국립현대미술관 서울

이미지 제공: 국립현대미술관 사진: 홍철기





Special Feature No. 1

National Museum of Modern and Contemporary Art
국립현대미술관



국립현대미술관은 개관 반세기의 역사를 지나온 국내 유일의 국가 현대미술관이다. 1969년 경복궁에 최초로 개관해 1973년 덕수궁 석조전 동관으로 이전했다가 1986년 과천 부지에 야외조각장을 겸비한 미술관을 완공해 문을 열었다. 지금의 과천관이다. 이후 1998년 덕수궁 석조전 서관에 덕수궁관을, 2013년 국군기무사령부가 있던 자리에 서울관을, 2018년 충청북도 청주시 옛 연초제조창을 재건축해 청주관을 건립했다. 그리고 2026년 상반기, 옛 충남도청사 건물을 활용해 대전관을 선보일 예정이다.


2019년부터 3년의 임기를 마치고 올해 초 또 다시 미술관 수장으로 취임한 윤범모 국립현대미술관 관장은 최근, 향후 3개년 비전과 함께 대전관 건립을 발표한 바 있다. 앞선 재임 기간 동안 소장품 1만 점 달성, <다다익선> 복원 3개년 프로젝트 추진, 미술계 담론 주도 및 미술 한류 확산 등의 성과를 이룬 윤 관장은 ‘지역, 시대, 세상을 연결하는 열린미술관’이란 비전을 정립하고 사회와 호응하는 보다 긴밀한 호흡과 변화를 꾀한다.




황지해 <달뿌리-느리고 빠른 대화> 2021

국립현대미술관 과천 원형정원 프로젝트

이미지 제공: 국립현대미술관 사진: 이미지줌




<히토 슈타이얼-데이터의 바다>

‘도시와 역사, 동시대 미술이 호흡하는 열린 미술관’을 지향하는 서울관은 예술계 이슈와 현안을 민감하고 빠르게 포착해 선보이는 곳이다. 특히 크지슈토프 보디츠코(Krzysztof Wodiczko)(2017), 제니 홀저(Jenny Holzer)(2019), 아이 웨이웨이(Ai Weiwei)(2021) 등 현대미술 거장의 작품세계를 관람객에게 꾸준히 소개해왔다. 올해는 히토 슈타이얼(Hito Steyerl)의 아시아 최초 대규모 개인전을 9월 18일까지 개최한다. 국립현대미술관 커미션 신작 <야성적 충동>을 비롯해 초기작부터 디지털 기반 데이터 사회를 성찰하는 주요작까지 망라하는 전시는 작품수도 상당하고, 각각의 작품이 하나의 테마관처럼 꾸며져 있어 시간에 쫓기듯 관람하기엔 아쉬움이 남는다.


앞서 4월 28일 진행된 공동 인터뷰에서 “누구도 어떤 작품을 완벽히 이해하거나 소유하지 못한다. 한 번에 모든 것을 다 보거나 이해하려 하지 않아도 된다”고 작가가 말했듯, 시간적 여유를 두고 편한 복장과 신발을 착용한 채 천천히, 자신만의 템포로 전시를 감상하길 권한다. 또한 서울관 2·3층엔 전시 도록은 물론 예술 전문 서적을 갖춘 디지털정보실(도서관·아카이브)이 마련돼있으니 관람 후 작품이나 작가에 대한 보다 심층적인 관심과 이해를 충족시키고 싶다면 이곳을 절대 놓치지 말자.




안규철 <하늘 자전거> 2011

퍼포먼스 비디오, 자전거, 캔버스에 아크릴,

철 6분 35초  이미지 제공: 국립현대미술관

@국립현대미술관 청주 <전시 배달부>




<생의 찬미>, <예술버스쉼터>, <원형정원 프로젝트>

2026년 개관 40주년을 앞두고 있는 과천관은 탁 트인 조망과 널찍한 야외공원, 어린이미술관을 겸비해 가족 관람객 비율이 높은 곳이다. 이달 1일 새롭게 열리는 <생의 찬미>는 한국화 부활 프로젝트의 첫 번째 주자로 대규모 채색화 특별전이다. 한국 채색화의 전통적 역할에 주목해 작가 60여 명의 고미술품, 영상, 설치, 디자인, 회화, 공예, 사진, 서예 등 80여 점을 아우르고, 전통 채색화의 지난 100년을 되돌아보며 동시대 미술계에 미친 영향과 의미를 톺는다. 전시는 9월 25일까지 이어진다.


이와 함께 과천관의 지리적·환경적 특성을 반영한 프로젝트도 진행 중이다. 셔틀버스 정류장 3곳(대공원역, 미술관 정문, 후문)에 설치된 건축가 다이아거날 써츠(Diagonal Thoughts, 김사라)의 작품은 익숙하게만 느꼈던 버스정류장을 색다른 휴식과 사색의 기회, 즐거움의 여정으로 경험케 한다. 그런가 하면 야외공간 원형정원에선 디자이너 황지해의 <달뿌리-느리고 빠른 대화>를 만날 수 있는데, 약 2년에 걸쳐 과천의 사계절을 담아내는 프로젝트는 자연의 순리와 생명력을 전달한다. 특히 원형정원은 과천관의 숨겨진 공간인 동그라미 쉼터와도 연결된다. 동그라미 쉼터는 코르크 소재의 의자와 길, 작은 동산으로 구성돼있다. 원형정원에서부터 들어오는 햇빛과 푸릇한 녹음 등 변화하는 미술관 안팎의 풍경을 감상할 수 있는 것은 물론 다양한 서적도 구비돼있어 편안한 분위기에서 독서도 가능하다. 마음이 어지럽고 소란스러운 날, 과천관을 방문해 전시 관람 후 동그라미 쉼터에서 잠시 쉬어가는 건 어떨까.




함경아 <나는 상처를 받았습니다> 2009-2010

163.8×213.7cm 이미지 제공: 국립현대미술관
국립현대미술관 소장

@국립현대미술관 청주 <전시 배달부>




<MMCA 청주프로젝트>, <전시 배달부>

청주관은 국내 최초의 개방 수장고형 미술관으로 1946년부터 2004년까지 담배를 생산하던 연초제조창을 리모델링한 곳이다. “‘미술품 종합병원’으로서 국가 중요문화자산인 미술품을 통합적으로 보존할 수 있도록 청주관의 기능을 강화할 것”이란 윤 관장의 계획대로, 청주관은 향후 작품 수장과 보존에 특화된 수장형 미술관으로 역할이 더 공고해진다. 하반기 청주관에선 <MMCA 국제미술 소장품 기획전: 미술로, 세계로>, <MMCA 청주프로젝트 2020: 권민호_회색 숨>이 이달 12일, <MMCA 청주프로젝트 2021: 천대광_집우집주>가 7월 24일 막을 내리고, 8월 24일 <MMCA 청주프로젝트 2022 청주>, <전시 배달부>가 새롭게 개최된다.


‘MMCA 청주프로젝트’는 청주관 야외공간을 활용해 국내 신·중진 작가들이 다양한 실험을 하고 신작을 발표할 수 있도록 마련된 기획전이며, <전시 배달부>는 비대면 배달경제가 사회문화현상으로 정착되어가는 시대, 미술을 어떻게 전달할 것인지 고민하며 미술관의 실험적 확장을 모색하는 전시다. 각각 11월 27일, 2023년 1월 29일까지 열린다.


특히 청주관의 수장고 전시는 그야말로 백미다. 1층 개방 수장고에선 조각으로 분류된 입체 유형의 소장품을 연대별, 재료별로 분류해 그 흐름을 살펴볼 수 있도록 했다. 이어 4층 특별수장고는 국립현대미술관이 소장하고 있는 드로잉 소장품 800여 점을 중심으로 구성된 개방형 수장고로, 이중섭의 <소년> (1943-1945), 유영국의 <산>(1970년대 중반) 등을 감상할 수 있다. 소장품 정기조사 관리를 위해 한동안 중단됐던 관람이 오는 6월 21일부터 재개되니, 드로잉이 선사하는 무한한 다양성, 질서와 혼돈이 생성하는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보자. PA




스톤 존스턴(Stone Johnston)

<승화(昇華, Sublimation)> 2021 4채널 비디오,

사운드 설치 12분 이미지 제공:

국립현대미술관 @국립현대미술관 과천 <생의 찬미>




Special Feature No. 2
Gyeonggi Museum of Modern Art
경기도미술관



평탄한 지형의 높은 시각적 개방성과 호수가 인접한 장소성을 자랑하는 경기도미술관은 안산시 단원구 화랑유원지에 자리하고 있다. 건립 당시 미술관은 전면에 위치한 화랑호수를 세심하게 고려했는데, 수공간을 디자인의 주요 개념으로 적용하고 건물 남동측으로 인공 수공간을, 서축으로 길게 뻗은 유리 벽판을 배치했다. 수변 위에 띄워진 한 척의 투명한 돛단배처럼, 물과 빛을 머금은 경기도미술관은 자연의 요소를 적극 반영해 관람객을 불러들인다.


2019년 취임한 안미희 경기도미술관 관장은 핵심 사업으로 도의 정치, 사회, 문화에서 출발해 주제를 심화하는 ‘경기아트프로젝트’, 동시대 미술의 형식과 내용을 실험하고 글로벌네트워크를 확장하는 ‘동시대미술의 현장’을 진행 중이며, 이외에 중견작가를 지원하고 신진 작가를 육성하는 <경기작가조명전>과 <청년작가전>, 미술관 소장품을 연구해 교육 프로그램을 전시의 틀 안에서 다층적으로 담아내는 <상설교육전> 등을 통해 미술관의 역할과 정체성 확대에 추동력을 더하고 있다.




박윤주 <룬트마할>

2022 프로젝션 맵핑, 사운드 가변설치

@경기도미술관 <당신의 가장 찬란한 순간>




<박형진: 지금 이따가 다음에>

초여름의 입구에서 가장 먼저 만날 수 있는 전시는 싱그러운 에너지가 가득한 청년작가전이다. 직접 경험하고 관찰한 풍경의 시간을 화폭에 기록하는 박형진은 작업실 창문 너머 보이던 나무의 색 변화를 모눈종이에 색점으로 표현한 ‘색점’ 연작으로 이름을 알렸다. 전시에는 ‘시간’을 주제로 한 신작이 소개 중인데, 인적이 사라진 지난해 유난히 맑았던 하늘 아래 선명했던 은행잎의 노랑을 담은 ‘은행나무’(2021-2022) 시리즈와 네잎 클로버의 상징성에 빗대 창밖 어딘가에 존재할 행운을 손에 쥐는 즐거운 상상을 선사하는 ‘토끼풀’(2022) 연작은 미술관 지원으로 제작됐다.


이와 함께 전시장 한편을 가득 채운 <매듭 없는 동그라미>(2020-2021)는 꼬박 1년 8개월의 시간이 걸린 작업으로, 모눈종이 위에 팬데믹 상황 속 급변하는 코로나19 확진자 수를 동그라미를 칠하고 지우기를 반복했다. 이러한 기록은 현재도 진행 중인 모두의 불안을 가시화한다. ‘지금 이따가 다음에’라는 전시명처럼, 시간에 대한 작가의 태도는 과거-현재-미래 순의 선형적 흐름이 아닌 직접 경험하고 기억하고 재배치한 시간을 표현한다. 전시는 8월 15일까지.




<지금 이따가 다음에>  

‘토끼풀’ 시리즈 전시 전경

2022 경기도미술관




<소장품으로 움직이기>

미술관 2층에선 소장품 전시 <소장품으로 움직이기>가 한창이다. 미술관의 의제인 ‘문화다양성’에 따라 재분류된 소장품 22점은 대략 2010년 전후로 제작된 것으로, 정체성에 대한 담론이 치열했던 당대 분위기 속 다양한 해석과 비평의 길을 열어준 감각적이고 동시대적 문화 가치로 기능한 작품을 살펴볼 수 있다. 전시는 ‘젠더(gender)들의 만남의 장’, ‘나’와 ‘또 다른 나’의 만남이 펼쳐지기를 기대하는 미술관의 기획 의도를 반영하는데, 여기서 ‘젠더’는 미국 철학자 주디스 버틀러(Judith Butler)의 개념에서 영향받은 것이다. 버틀러는 ‘내가 누구인가’보다 ‘과정 안에서의 나’, ‘문화 안에서의 나’에 초점을 맞추고 보다 많은 유형의 사람들을 편견 없이 바라볼 수 있는 틈을 제공한다.


<소장품으로 움직이기>는 소장품을 2022년 현시점에서 바라봄으로써 2010년 전후 공감됐던 지점을 다시금 환기하고 당대 문화와 사회 안에서 격렬히 고민했던 흔적을 발견코자 한다. 지난 3월 시작한 전시는 2023년 3월 19일까지 약 1년간 개최되는데, 이는 소장품을 통해 관람객들의 시각과 감정이 움직이기를, 또 전시 기간 중 언제든 다시 방문해 소장품을 다른 시각으로 바라보고 생각을 더해가기를 바라는 미술관의 바람을 담는다.




안지산 <잔잔한 물결에서의 삶> 2016

캔버스에 유채 200×290cm @경기도미술관

<소장품으로 움직이기>




<당신의 가장 찬란한 순간>

6월 29일부터 10월 30일까지 열리는 <당신의 가장 찬란한 순간>은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를 중심으로 벌어지고 있는 가상공간에서의 다양하고 독특한 욕망 추구 방식을 살피고, 그것이 과연 ‘가장 찬란한 순간’이 될 수 있는지 역설적으로 질문한다. 동시대에 더욱 팽배해진 불안, 권태, 외로움 등의 정서와 깊게 연결되는 전시에는 국내 작가 김희천, 박윤주, 안가영, 유신애, 추수와 오스트리아 스테파니 모스해머(Stefanie Moshammer), 이스라엘 쉬르 헨델스만(Shir Handelsman)이 참여해 신작 4점을 포함한 총 11점을 선보일 예정이다.


한편 미술관이 위치한 화랑유원지는 호수 산책길뿐 아니라 각기 다른 개성의 정원이 곳곳에 조성돼있다. 이는 2017년 열렸던 ‘경기정원문화박람회’의 흔적으로 시간이 흘러 자연스레 관람객을 위한 휴식공간으로 자리잡았다. 또 주변 암벽등반장, 인라인스케이트장, 테니스장, 조깅트랙 등에서 야외활동을 즐길 수 있고 화랑유원지 주차장도 무료 이용 가능하니 서울과 멀지 않은 곳으로의 여행을 계획하고 있다면 경기도미술관으로 향해보는 건 어떨까.PA  




경기도미술관 외부 전경





Special Feature No. 3

Cheongju Museum of Art
청주시립미술관



청주시립미술관은 구 KBS청주방송국을 활용한 본관, 대청호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대청호미술관, 오창호수도서관 내 호수와 함께 어우러지는 오창전시관으로 구성된다. 지난해 코로나19 확산과 거리두기에도 개관 5주년 특별전 <빛으로 그리는 신세계>에 약 2만여 명의 관람객이 방문했고, 지역을 거점으로 활동하는 역량 있는 작가를 선정해 그들의 작품세계를 소개하는 ‘로컬 프로젝트’는 점차 구성과 면면에서 다채로워지고 있다. 2019년부터 2년간의 임기를 마치고, 다시 연임해 2024년 8월까지 미술관을 지휘하는 이상봉 청주시립미술관 관장은 지금까지의 성과를 발판삼아 외연을 보다 확장해나갈 계획이다. 그 예로 올해 ‘김복진 미술상’을 제정해 첫 수상자를 선정할 예정이며, 프랑스 현대미술센터 라쉬뒤시에즈(L’H du Siège) 레지던시와의 작가 교류를 통해 3개월간 동안 상주 작가 전시를 창작스튜디오에서 선보인다.




김희수 <녹색 광선을 찾아서> 2022

2채널 비디오 설치, 사운드 11분  

@청주시립대청호미술관

<2022 대청호미술관 전시지원 공모 선정전>




<2022 대청호미술관 전시지원 공모 선정전>

대청호미술관은 6월 1일부터 7월 31일까지 <2022 대청호미술관 전시지원 공모 선정전>을 개최한다. 2016년 ‘1전시실 프로젝트’를 시작으로 올해로 7회째를 맞은 사업은 대청호미술관의 공간적 특성을 반영한 프로젝트 및 전시지원 공모전이다. 지난해부터 ‘환경-생태’를 주제로 인간과 얽혀있는 동시대 환경에 대한 다양한 접근을 주요 테마로 진행 중이며, 공모를 통해 선정된 최종 3건의 전시를 공개한다. 1전시실 김도영의 <선한 X를 기원하며>는 대청호 리서치를 통해 채집한 오브제와 영상을 통해 현재 대청호 상황을 드러내는 동시에 자연과 생태 순환에 대한 고민을 담았다. 이어 2전시실의 <물의 호흡>은 김자혜, 육효진의 공동 작업으로 물을 주제로 각자의 영역을 해체하고 재구성해 미처 발견하지 못한 대청호의 숨소리를 들려준다. 끝으로 3전시실 김희수의 <The Green Ray>는 대청호에 비친 색과 자연에 대한 기록으로 생명의 시간과 예측할 수 없는 대청호 녹색 광선을 찾는 여정으로 우리를 초대한다. 특히 전시 기간에 맞춰 대청호를 조망할 수 있는 3층 옥상이 가을까지 개방되니 잊지 말고 발걸음을 옮겨보자.




박상화 <사유의 정원> 2021

메쉬스크린에 프로젝션 맵핑, 거울 8분 41초 비디오

14×7×3.5m  @청주시립미술관오창전시관

<아티피셜 네이처(ARTIFICIAL NATURE)>




<아티피셜 네이처(ARTIFICIAL NATURE)>

오창전시관에선 지난 4월부터 디지털 환경 예술을 조명하는 환경 미디어아트 전시 <아티피셜 네이처(ARTIFICIAL NATURE)>가 열리고 있다. 격변의 시대, 범람하는 디지털아트 환경 속 저마다의 방식으로 조형미를 추구하는 권치규, 박상화, 정문열, 허이나는 전시를 통해 인류의 미래를 위한 지속 가능한 환경을 갈망하는 메시지를 던진다. 권치규는 코로나19로 야기된 전염병의 공포 스트레스와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한 단절과 고립의 경험을 통해 이전의 일상으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을 스테인리스 스틸을 겹겹이 쌓아 숲과 나무의 형상으로 구현했다. 스테인리스 스틸은 차가운 느낌을 주는 인공 재료지만 자연미의 형상을 투각해 색감과 함께 조화롭게 어우러져 따뜻한 자연의 느낌을 제공한다. 박상화가 선보이는 <사유의 정원>은 사계절의 자연풍경 소재에 미디어 영상설치를 추가해 새롭게 조성한 숲의 공간이다.




정문열 <소리의 나무> 2020 광섬유, LED,

아두이노 프로세스, 철 구조물 14×14×3.5m

@청주시립미술관오창전시관

<아티피셜 네이처(ARTIFICIAL NATURE)>




각기 다른 경험과 추억 속에서 건져 올린 사유의 장소는 우리 앞에 거대한 자연의 모습으로 변용돼 첨단기술의 형태로 나타나지만 오히려 서정적이고 감성적인 느낌의 신개념 자연미를 드러낸다. 정문열의 <소리의 나무>는 영화 <아바타>에서 나비족들이 조상(자연)과 소통하는 매개체이자 신성시하는 소리의 나무에 영감 받아 제작한 것이다. 어둠 속에서 다양한 빛으로 빛나는 나무 넝쿨 형상이 마치 밀림 속을 걷는 듯한 느낌을 자아내는듯 하나, 이는 오히려 자연의 소중함을 갈급하게 하는 반어법적인 작가의 의도다. 공간이나 건물 표면에 빛으로 된 영상을 투사하는 프로젝션 맵핑(Projection Mapping) 작업을 하는 허이나는 ‘우주’ 시리즈를 내보이는데, 외형적 아름다움을 위해 우주 쓰레기의 생산을 증가시키고 어긋난 안정을 추구하는 인류의 무책임한 태도에 경각심을 갖게 만든다. 인공자연을 통해 오히려 자연으로의 회귀적 본능을 불러 일으키고 인간과 환경 공존의 가치를 논하는 전시는 7월 10일까지 만날 수 있다. 또한 전시관 주변으로 오창호수공원이 있으니 관람 후 호숫길을 산책하며 전시 경험을 더욱 풍성하게 만들어보자.




허이나 <우주정원, 우주바다> 2022

이끼, 프로젝션 맵핑 3분 50초 비디오

21×7×3.5m @청주시립미술관오창전시관

<아티피셜 네이처(ARTIFICIAL NATURE)>




<2022 내일의 미술가들>

6월 30일 청주시립미술관 본관에선 기획전 <2022 내일의 미술가들>이 막을 올린다. 미술관은 2017-2018년 청주지역 젊은 작가들과 그들의 작업을 대외적으로 발굴·소개하는 기획을 선보인 바 있다. 올해 3회째를 맞아 전시는 청주지역을 넘어 동아시아 젊은 작가들까지 초대해 저변 확장을 모색한다. 국내 작가 김동우, 신용재, 성필하, 박병규, 이규선, 이은아와 인도네시아 마하라니 만카나가라(Maharani Mancanagara), 중국 덩 위펑(Deng Yufeng), 홍콩 실라스 퐁(Silas Fong)은 지난한 팬데믹 상황 속 자신들이 목도한 새로운 사회적 이슈를 함께 공유한다. 또 이러한 상황이 예술의 행위로써 시대와 세대를 대변하는 젊은 작가들에게 어떠한 영향으로 작용했는지 살필 수 있다. 전시는 10월 10일까지 계속된다. PA




<2021 대청호 환경미술 프로젝트-떠오르는 섬>

전시 전경 @청주시립대청호미술관 3층 옥상




Special Feature No.4

Daejeon Museum of Art
대전시립미술관



지금으로부터 약 30년 전인 1993년 8월, 대전에선 ‘새로운 도약의 길(The Challenge of a New Road to Development)’을 주제로 엑스포가 열렸다. 1990년 12월 12일 국제박람회기구(Bureau International des Expositions, 이하 BIE) 총회 등록 후 BIE 공인 엑스포로 개최된 ‘대전엑스포 ’93(Taejon Expo ’93)’에는 총 93일 동안 1,400만 5,808명이 다녀갔고, 일평균 입장객 15만 6,000명, 일 최대 입장객 22만 1,727명(10월 31일)을 기록했다. 1998년 4월 15일 개관한 대전시립미술관은 이러한 도시의 인프라를 기반으로 다채로운 영역의 연구와 전시를 이어가고 있다. 미술관을 이끌고 있는 선승혜 대전시립미술관 관장은 올해 ‘새로운 도시’를 주제로 포스트 팬데믹 이후의 ‘행복하고 건강한 삶(Wellness)’이 무엇인지 변화하는 예술로 탐색하고, 자연-사회-인간이 조화를 이루는 공감미술을 통해 건강한 일상의 가치를 재발견코자 한다.




김홍주 <Untitled> 2002 캔버스에 아크릴릭 

228.5×199cm 대전시립미술관 소장 

@대전시립미술관 <열린수장고 개관전>




<대전과학예술비엔날레 2022: 미래도시>

2022년 대전시립미술관의 가장 기대를 모으는 전시는 8월 2일부터 10월 30일까지 열리는 ‘대전과학예술비엔날레 2022: 미래도시’다. 기술과 자연, 인간을 통합하는 격년제 프로젝트 ‘대전과학예술비엔날레’는 올해 ‘미래도시’를 주제로 포스트휴먼의 정체성을 탐색하고 인간 이해에 대한 새로운 예술적 담론을 도출코자 한다. 자연, 사회, 인간의 조화를 통해 일상이 예술이 되는 미래도시를 제시함으로써 최신 과학기술로 ‘디지털 환상곡(Digital Fantasia)’을 연주하며 새로운 도시를 상상한다. 전시는 미술관 본관부터 원도심 일대까지 다양한 프로젝트로 대전 곳곳에 활기를 불어넣는다.




인베이더(Invader) 작품 설치 전경 

@대전시립미술관 본관




<열린수장고 개관전>(가제)

더위가 한풀 꺾이고, 가을이 오면 미술관 입구 옆 둔산대공원 조각공원에서 열린수장고의 문이 열린다. 대전시립미술관은 2017년 6월 건립계획 수립 5년 만에 지난 3월 공립미술관 최초 열린수장고를 준공했다. 오는 10월 시민들에게 개방되는 열린수장고는 현재 미술관 로비에 위치한 백남준의 <프랙탈 거북선>(1993)을 포함해 개방형수장고, 전시실과 비개방수장고, 보존과학실 등을 갖추고 관람객을 맞이한다. 미술관 소장품 1,347점을 이전하고 지역문화사와 밀접하게 연결된 작품을 우선적으로 관람할 수 있다. 또한 올해 백남준 탄생 90년을 맞아 <프랙탈 거북선>을 원형보존함으로써 그 의미를 더한다. 미술관의 소장품이 어떻게 보존·관리되고, 그 의미가 무엇인지 살필 수 있는 기회다.




백남준 <Buddha king> 

1997 혼합재료 및 비디오 설치

 (비디오 모니터 8대, 엔틱 라디오, 목조 등), 

어댑터, 컨버터(110v→220v), 연결선 등 

200×100×160cm 대전시립미술관 소장
@대전시립미술관 <열린수장고 개관전>




<청년작가지원전: 넥스트코드 2022>

11월에는 <청년작가지원전: 넥스트코드 2022>가 개최된다. ‘넥스트코드’는 대전·충청지역의 청년작가를 발굴, 지원하기 위해 매해 공모를 개최하고 예술의 미래를 선도할 청년작가를 지원한다. 올해는 동양화의 기록화적 특징으로 망각된 사건, 대상들을 되짚으며 이를 섬세한 먹의 농담으로 단단하게 새기는 김소정, 유튜브, 광고, 도시의 일상적 풍경들을 모티브로 언어와 권력, 매체성에 대해 발언하는 김은혜, 이미지를 인식하는 규칙과 구조, 구축방식에 대한 관심으로 미디어와 테크놀로지의 방법론을 다각도로 탐구하는 김현석, 경험과 기억이 축적되는 방식, 서로 연결된 감각적 기억의 파편들을 주제로 이를 다양한 매체로 확장하는 백요섭, 보이지 않는 자연의 원리를 관찰해 그것에서 추상해낸 구조들을 과학적인 방법론을 통해 2차원 기하학적 이미지로 시각화하는 장철원의 작품을 만날 수 있다.




조평휘 <계룡산> 1992 한지에 수묵담채 

170×109cm(2ea) 170×120cm(2ea)

(총 4ea, 총길이: 458cm)  

대전시립미술관 소장 @대전시립미술관

 <열린수장고 개관전>




<...의 그림자>, 인베이더의 작품

대전시립미술관은 특히 곳곳에 숨겨진 장소를 발견하는 재미가 있다. 먼저 ‘대전엑스포 ’93’ 개최기념 전시 <미래 저편에>의 흔적으로 남겨진 <...의 그림자>다. 당시 전시에는 백남준, 니키 드 생팔(Niki de Saint-Phalle), 레베카 호른(Rebecca Horn) 등이 참여했는데, 이들은 박람회장 조성 이전에 의뢰를 받은 탓에 이미지와 상상만으로 작업을 구상해야 했다. 공기, 땅, 물, 불처럼 어느 곳에나 존재하는 자연 요소와 공간의 관계를 생각하며 완성된 작품 중 벨기에 작가 셀림 비르셀(Selim Birsel)의 <...의 그림자>가 본관에 설치돼있다.


<...의 그림자>는 전쟁 상징체계와의 관계에 주목하고 보이지 않는 사물의 그림자를 통해 대기와 대지 사이의 거리를 나타내는 작품으로, 제작 당시 군 복무 중이던 비르셀은 오후 8시가 되면 소등이 되는 컴컴한 방에서 문득 떠오른 생각을 작은 플래쉬 불빛 아래서 단숨에 그려냈다고 한다. 작품이 야외에 있어 20여 년의 시간 동안 풀이 자라고 비바람에 깎이며 본래의 모습을 상실했었으나, 지난달 미술관 작품보존담당 학예사와 전문 복원팀이 원형을 복원했다.


이와 함께 국적과 닉네임 외에 알려진 것이 없는 프랑스 출신 작가 인베이더(Invader)의 작품을 국내 유일 대전에서 만날 수 있다. 고전 컴퓨터게임 스페이스 인베이더의 캐릭터를 타일과 같은 재료를 이용해 만드는 인베이더는 지난 2009년 전시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에 참여해 미술관 본관과 창작센터 내외부에 총 8점을 설치한 바 있다. 현재 본관에 2점, 창작센터에 1점이 남아 있으니 미술관을 침입한 귀여운 침략자를 함께 찾아보자. PA



임동식 <자연예술가와 화가-여름> 2005

캔버스에 유채 130.3×162.2cm

대전시립미술관 소장

@대전시립미술관 <열린수장고 개관전>





Special Feature No.5

Daegu Art Museum
대구미술관



이인성과 이쾌대, 서세옥, 이강소, 최병소 등 이름만 들어도 걸출한 작가들이 태어나고 성장한 도시 대구. 우리나라 근현대미술사의 중심을 꼽을 때 대구는 빠지지 않는 곳 중 하나다. 1920년대 서울, 평양과 함께 서구미술 유입이 가장 활발했고, 영남문화의 중추적 역할을 담당한 것은 물론 지역민들의 문화예술에 대한 애정이 특히나 남다르기로 유명하다. 팔공산, 비슬산 등 높은 산이 둘러싼 분지 지형으로 우리나라에서 가장 기온이 높은 축에 속하는 도시에 자리한 대구미술관은 소위 ‘대프리카(대구+아프리카)’라 불리는 한여름의 뜨거운 열기만큼이나 미술에 대한 열정과 사랑이 고스란히 담긴 곳이다. 올해로 3년째 미술관을 진두지휘하고 있는 최은주 대구미술관 관장은 2021년 미술관 탄생 10주년을 기점으로 변화와 성장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건희컬렉션 특별전 <웰컴 홈: 향연>에는 폭우와 폭염이 이어진 와중에도 총 51일간 3만 9,931명이 방문했고, 프랑스 매그 재단(Marguerite et Aimé Fondation)과의 글로벌 협업 전시 <모던 라이프> 역시 동서양을 초월한 예술 여정으로 뜨거운 관심을 모았다.




이교준 <Untitled 20-059> 2020 

흰색 리넨 캔버스에 아크릴릭 227×182cm




<2022 다티스트: 이교준의 라티오(Ratio)>
<2022 다티스트: 위치-나-제안>

오는 여름, 대구미술관에서는 ‘다티스트(DArtist)’ 전시를 가장 먼저 만날 수 있다. 미술관은 2020년부터 대구·경북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작가의 창작활동을 지원하고 작품세계를 소개하는 대구작가시리즈를 진행 중인데, 올해는 원로작가 이교준과 중견작가 박창서의 전시를 6월 14일부터 10월 3일까지 선뵌다. 먼저 1955년 대구에서 태어난 이교준은 1970년대 후반부터 지금까지 사진, 설치, 입체, 회화 등 매체를 아우르며 왕성하게 활동 중이다. 지난 40년 동안 미술의 본질을 이루고 있는 기본 구성 요소를 끊임없이 분석하고 이성적으로 탐구하는 그는 2차원으로서의 평면성에 천착하지 않고, 물성이 강한 산업재료를 통해 면들을 분할하고 입체화하며 3차원의 공간성을 구축하는 등 조형적 실험을 이어오고 있다. 전시명 ‘라티오(Ratio)’는 그의 40년간 작품세계를 함축하는 단어이자 그리스어 ‘logos’를 번역한 라틴어로, ‘이성’이라는 뜻에서 작가가 구축해나가는 예술세계를 반영하고 있다. 전시는 미공개 신작과 그간의 작품을 시리즈별로 구성해 작품세계를 조망하는 자리로 꾸민다.




<다니엘 뷔렌. 아이의 놀이처럼, 인 시튜 작업

(Daniel Buren. Comme un jeu d'enfant, travaux in situ)> 

전시 전경 2014 Musée d'Art moderne et contemporain, 

Strasbourg 2014-2015 © Daniel Buren/ADAGP, Paris




이와 동시에 펼쳐지는 박창서의 <위치-나-제안>은 회화, 설치, 조각, 영상 등 다양한 매체를 이용한 개념미술의 가능성을 대중과 소통하는 전시다. 그는 미술사를 매체로 쓰거나 차용하는 등 작업의 아이디어를 보다 중시하는 후기 개념미술의 맥락에서 작업을 펼쳐왔다. 전시명 ‘위치-나-제안’에서 위치(position)는 그가 예술가로 살아가고 있는 장소에 대한 예술적 인식으로 다양한 문화적, 예술사적, 장소적 맥락들이 마주치고 있는 상황에 스스로를 위치시킨다. 제안(proposition)은 위치에 대한 인식의 결과물로서 예술작품을 제안하는 작가의 태도라 할 수 있다. 박창서는 사유(thinking)와 행위(doing) 그리고 감성(feeling), 세 가지의 과정을 통해 예술에 대한 재해석을 관람객들에게 개념적인 매체로 제시한다. 전시와 함께 작가로부터 직접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작가와의 대화’, ‘아티스트 투어’도 예정돼있다.




대구미술관 소장품

인터랙티브 공감 플랫폼 ‘몰입’ 전경




<2022 해외교류전: 다니엘 뷔렌>

7월에는 프랑스 작가 다니엘 뷔렌(Daniel Buren) 개인전이 국내 국공립미술관 최초로 열린다. 뷔렌은 스스로에 대해 “불론뉴 빌랑쿠르에서 태어나 살고 ‘인 시튜(in situ)’로 작업한다”고 설명하는데, 인 시튜는 ‘현장에서’, ‘상황에 맞는’이라는 뜻으로 전시 현장에서 작품을 제작하고 장소를 이루는 환경까지 작품으로 수용해 작품과 장소가 맺는 관계를 중요시함을 의미한다. 1960년대 말, 작업실을 버리고 거리로 나와 흰색과 유채색이 반복하는 스트라이프 종이를 게시판에 붙이면서 인 시튜 작업을 시작한 뷔렌은 1980년대를 기점으로 제도권 프레임에서 벗어나 일상의 공간이나 건축물, 주변 환경 등 특정 시공간이 주는 영감을 토대로 공공미술과 설치미술 중심의 장소특정성 미술로 영역을 확장했다. 1985년 프랑스 문화부 공공주문으로 파리 팔레 루아얄(Palais Royal)에 영구 설치한 <두 개의 고원>(1985-1986)으로 명성을 얻기 시작한 그는 1986년 ‘베니스 비엔날레(Venice Biennale)’ 프랑스관 대표로 참가해 ‘황금사자상’의 영예를 안았다. 이후에도 10회 이상 ‘베니스 비엔날레’에 참가한 바 있다. 우리에겐 광화문 동아미디어센터 건물 외관 창 전체를 여덟 개의 컬러 필름으로 배열한 대규모 설치작 <한국의 색>(2019-2020)으로 익숙하다.


이번 전시에서 뷔렌은 미술관 안팎을 넘나들며 작품을 수놓는다. 어미홀에 설치되는 컬러풀한 대형작 <아이의 놀이처럼>, 1전시장의 조각적 부조 설치작품, 작가의 예술 생애 전반을 다룬 장편영화, 미술관 야외공원의 장소 특정적 설치 그리고 대구도시철도 3호선 ‘하늘 열차’와 연계해 시그니처인 스트라이프를 전동차 외부 래핑으로 선보이는 등 다채로운 그의 작업 세계를 감상할 수 있다. 특히 <아이의 놀이처럼>은 유럽을 떠나 아시아권 최초로 소개되는 작품으로, 여러 장소를 이동하며 작품이 설치되는 장소의 새로운 물리적 분위기와 환경이 어우러져 의미를 더한다. 전시는 7월 12일 시작해 2023년 1월 29일까지 펼쳐진다. 한편 대구미술관은 내부는 물론 외부 자연공간도 아름답다. 전시 관람 후 수변공간 주변 산책로를 따라 걸으며 새소리, 바람소리, 분수의 물 흐르는 소리에 몸을 맡겨보자. 전시로 확장된 감각이 더 풍부해지는 것을 느낄 것이다. PA  
 



박창서 <From Your Memory> 2022

젤스톤, 아크릴릭 스프레이, 캔버스에 아크릴릭

259×181.8cm




Special Feature No.6

Gwangju Museum of Art
광주시립미술관



올해 개관 30주년을 맞은 광주시립미술관은 2022년을 미술관의 역할과 의미, 함께한 광주작가, 기증자를 재조명하는 해로 인식하고 있다. 지금 마련된 전시들도 이러한 미술관의 태도를 고스란히 반영한다. 1992년 개관한 후 2007년 중외공원 안에 본관을 신축했으며 2008년 상록전시관, 2009년 중국북경창작센터, 2012년 서울 사간동에 갤러리 GMA, 2016년에는 광주시립사진전시관, G&J광주전남갤러리, 청년예술인지원센터를 연 미술관은 최근 미디어아트플랫폼까지 오픈하며 시의와 기획, 장르에 특화된 전시를 다양하게 선보이고 있다. 부산 태생으로 ‘바다미술제’ 전시감독, 수원시립아이파크미술관 학예실장을 역임한 전승보 광주시립미술관 관장은 지난 2018년 미술관 부임 후 콘텐츠 퀄리티를 높이고 하드웨어를 업그레이드 하는 것에 전력을 쏟고 있다.  




권영우 <무제> 1990 한지에 수묵담채 

65×54cm @광주시립미술관 <기증의 시작>




<두 번째 봄>

지난 4월부터 7월 10일까지 선뵈는 전시는 미술관 역사와 함께해 온 광주 작가들을 재조명함으로써 한국미술 내 광주미술의 위상을 재정립하고자 마련됐다. 타이틀 ‘봄’은 만물을 소생시키고 새로운 시작을 상징하는 ‘Spring’과 다시 본다는 의미로서 ‘Seeing’, 두 가지 의미를 지닌다. 광주시립미술관의 개관과 ‘광주비엔날레’의 창설, 유네스코 미디어아트 창의 도시 선정 등 사회 변화와 다양성을 반영한 광주미술의 변곡점을 묶은 전시는 도시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전망케 한다. 1부 ‘항해의 시작-역동과 실험’에서는 광주정신의 현대적 계승을 주도한 현실참여 기반의 작가들과 광주비엔날레’ 참여를 통해 인정받고 기반을 다진 작가들을 중심으로 1990년대 전후 광주미술을 조망한다.


2부 ‘빛의 도시 광주-뉴미디어아트’에서는 빛고을 광주라는 상징성을 바탕으로 ‘유네스코 미디어아트 창의 도시’ 선정(2014) 전후 뉴미디어아트를 광주에 정착시키고 견인한 작가들을 소개한다. 2000년대에 접어들면서 전국 지자체 공립미술관 개관과 비엔날레의 줄 이은 창립, 경매회사와 아트페어의 등장, 레지던시와 창작지원 방식의 다변화, 인터넷의 발달에 따른 정보화와 교류 확대 등 예술분야 인프라와 공적 시스템이 자리를 잡아가며 다층적으로 변모해 간다. 이에 따라 미술의 창작(생산)과 유통과 소비, 무엇보다 관람객과의 소통 방식 또한 다양하게 변화했다. 이러한 시대적 특징을 포괄하는 3부 ‘연대와 확장’에서는 2000년대 중반 이후 광주미술의 역동적 움직임과 다양성을 소개한다.




임직순 <독서하는 여인> 1979 캔버스에 유채 

115×78.5cm 리움미술관 소장




<색채의 마술사 임직순>

한국을 대표하는 작가의 예술세계를 조명하고 그 의미와 가치를 정립하는 광주미술아카이브전 일환으로 마련된 <색채의 마술사 임직순>이 오는 6월 26일까지 마련된다. 운창 임직순(雲昌 任直淳)은 1921년 출생으로 1942년 일본미술학교 유화과를 졸업하고 1956년 <화실>, 1957년 <좌상>으로 국전에서 문교부장관상과 대통령상을 수상했으며 1961년 조선대학교 미술학과 교수로 부임해 후학을 양성했다. 전시는 작가의 시기별 대표 작품을 중심으로 3개 섹션으로 구성된다.


첫 번째 ‘색채 속에서 피어나고 색채 속으로 스민다’는 사실적인 재현을 중심으로 자신만의 작품 세계를 구축해갔던 시기의 작품으로 구성되며, ‘찬란한 색채의 집합’은 강렬한 색을 기본으로 공간과 형태에 대한 다양한 변용을 보여주는 작품으로 이루어진다. 끝으로 ‘시각적 진실 넘어 내면적 화음’ 섹션은 단순한 선과 색으로 자연의 내적 본질을 보여준 작품들이 모였다. 자연과 꽃 그리고 여인을 화폭에 담아낸 작가는 그 대상들을 통해 궁극적으로 눈에 보이지 않는 생명의 힘과 그 내면의 아름다움을 표현했다. 호남 구상미술의 형성과 활성화에 지대한 영향을 준 작가의 작품세계와 아카이브 자료를 한눈에 살필 수 있다.




조현택 <스톤마켓 부산> 2022 피그먼트 프린트 

150×310cm @광주시립미술관 <두 번째 봄>




<디지털 공명>

미술관이 운영하는 미디어아트플랫폼의 첫 전시. 6월 말까지 감상할 수 있는 전시에는 영상, 설치 등 22점이 출품됐다. 전시는 예술을 통해 과거과 현재, 미래가 마주하고 상호작용하는 현상을 고찰하면서 정보 데이터에 기반하는 디지털 예술의 다양한 실험과 방향을 보여준다. 작품들은 첨단기술과 예술의 협업을 통해 미래 예술의 방향성을 제시하고 있으며 전시장을 방문하는 관람객들은 기술의 등장과 일상화가 낳은 새로운 디지털 패러다임과 인식의 변화를 경험할 수 있다.




로렌스 렉(Lawrence Lek) <노텔(Nøtel)> 

2021 다중매체 설치, 비디오게임 패키지, 

4K 비디오 7분 30초, 19분 @광주미디어아트플랫폼

(G.MAP) <디지털 공명>




“오늘날의 디지털 세계는 물질세계의 가치나 판단 체계와 전혀 다른 새로운 인식체계를 요구하며 예술 역시 그 이전과 다른 형식과 표현, 판단 체계를 갖춰 나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변화는 선형적인 역사와 인식 진화의 산물이기보다 과거를 투영하는 인식체계의 또 다른 성립이라고 할 것이다. 예술 경험의 측면에서 작품이 감상과 경험의 주체인 관람객에 의해서 재구성되고 있다는 점은 주목해야 한다. 정신과 육체를 통해 예술작품을 경험하고 판단하는 일련의 활동은 각 세대가 지닌 시간, 장소, 상황을 마주하고 있는 개인에 의해 정의되기 때문”이라고 말하는 전시는 기술 미디어에 기반한 작품들을 통해 인간과 대상의 소통, 관계 맺기, 상호작용 같은 세상과의 교감과 해석의 타입을 제안한다. PA  



박인선 <맥[脈]> 2020 캔버스에 혼합재료 

90.9×72.7cm @광주시립미술관 <두 번째 봄>




Special Feature No.7

Busan Museum of Art
부산시립미술관


들을 때마다 설레는 부산 해운대로 가는 길목에, 마주할 때마다 매력적인 미술관이 있다. 1998년 개관한 부산시립미술관은 파도를 형상화한 외형으로 “한국을 넘어 세계의 해양수도이자 국제관광도시를 꿈꾸는 부산의 행보에 발맞춘다”는 슬로건을 내세운다. 자칫, 안정적이지만 나이든 공립미술관으로 분류될 즈음인 2019년 부임한 기혜경 부산시립미술관 관장은 지난 20년의 내공과 데이터를 바탕으로 새로운 20년을 기획하고 그것을 실행에 옮기고 있다. 관람객 행동 양상의 변화에 맞게 미술관 하드웨어를 리노베이션하고 조직과 콘텐츠를 미래 준비 가능한 체질로 개선하고 있는 것이다. 기 관장의 변혁은 스마트 미술관 구축을 통해 시공간을 초월해 소통하는 디지털 네트워크 시스템을 마련하며 부산이 가진 다양한 인프라를 적극 활용하고 미술관의 정체성을 강화하는 것을 핵심으로 한다. 미술관은 이 일련의 과정을 통해 전시, 소장품, 교육, 문화행사 등의 미술관 활동에 전문성과 대중성을 더하고 시민 중심의 문화예술 플랫폼이자 글로컬 문화를 선도하는 문화기지로 자리매김하겠다는 포부를 드러낸다.



김용관
<변의 수가 12의 약수인 도형들로 이루어진 시계(6배속)> 
2022 애니메이션 4분 48초
@부산시립미술관 지하 1층 <각진 원형 : 김용관>




한편 미술관엔 ‘이우환 공간(Space Lee Ufan)’이란 별관이 있다. “예술은 시(poem)이며 비평이고, 그리고 초월(transcendence)이다”라는 문장으로 시작되는 공간은 안과 밖, 1층과 2층으로 나뉘어 “공간자체가 울림을 주는 하나의 작품”임을 피력한다. 미술관은 이 별관 오픈 이후 안토니 곰리(Antony Gormley), 빌 비올라(Bill Viola), 크리스티앙 볼탕스키(Christian Boltanski) 등 세계적인 작가들을 ‘이우환과 그 친구들’이란 기획으로 초대, 스펙타클한 전시도 선보이고 있다.

외국 거장들만 초대하는 것이 아니다. 부산시립미술관은 지역의 신진 작가를 발굴, 지원하기 위한 ‘젊은 시각 새로운 시선’ 프로젝트도 지속 개최한다. 지난 2020년 전시에는 권하형, 노수인, 문지영, 유민혜, 하민지, 한솔의 작품을 선보였다. 지리적 공간이 아닌 개인의 경험과 기억이 담긴 공간을 포착하는 권하형은 어린 시절 경험한 도시(창원)의 풍경들을 오래되고 바랜 것에 대한 기호를 바탕으로 담아냈고, 노수인은 인간이 만든 기준과 틀 그리고 그러한 경계선을 만드는 시선에 대해 고민했다.



전소정 <보물섬> 2014
싱글채널 비디오, 흑백, 컬러, 
사운드 11분 9초 ed. 1/5 부산시립미술관 소장 
@부산시립미술관 3층 
<나는 미술관에 ●● 하러 간다>



문지영은 보통이라는 것이 잣대가 되었을 때, 보통의 범주에 포함되지 않는 것에 대한 우리의 편견과 시선은 매우 폭력적일 수 있음을 작품으로 보여주었으며, 유민혜는 자신이 바라본 오늘이 마치 스위치의 딸각거림처럼 이원적인 대립과 갑작스러운 변화로 점철된 존재임을 강조했다. 그런가 하면 하민지는 동물과 자연에 인간이 가하는 폭력성을 거대한 캔버스 화면에 드러내고, 한솔은 동시대의 젊은 작가들이 미술계 안에서 부딪히게 되는 경쟁으로 인한 끊임없는 낙오에 관한 이야기를 전하며 시대를 읊었다.

‘시간을 넘어선 지속성’, ‘기대를 넘어선 경험’ 그리고 ‘경계를 넘어선 관계’를 미술로 엮어 “사람을 잇고 가치를 담는 21세기 미술관”으로 거듭나고 있는 부산시립미술관은 올 하반기 화려한 전시 라인업으로 우리를 유혹한다.  



이한수 <문화적 중력턴 no. 1/ no. 8> 2007
 디지털 인화 147×147cm(2ea) ed. 1/3
부산시립미술관 소장 @부산시립미술관 3층
 <나는 미술관에 ●● 하러 간다>



<무라카미 다카시: 오타쿠>(가제)

오는 9월 8일 무라카미 다카시(Murakami Takashi)의 전시가 네 번째 ‘이우환과 그 친구들’로 마련된다. 2019년 <안토니 곰리: 느낌으로(FEEL)>, 2020년 <빌 비올라, 조우>, 2021년 <크리스티앙 볼탕스키: 4.4>전으로 국내외 미술계의 관심을 집중시킨 ‘이우환과 그 친구들’의 2022년 버전이다. 특히 일찌감치 “나는 어디에서 죽을지는 모르겠습니다. 나는 어딘가에서 전시를 준비하다 죽을 것 같아요… 그리고 아주 먼 나라에 있을 것 같군요. 울란바토르에서 회고전을 진행한다거나요. 늙은 광대처럼, 언제나 여행하다 길 위에서 죽는 거예요”라고 말했던 볼탕스키의 지난해 전시는 뜻하지 않은 유작전이 돼 국내외 미술인들의 엄청난 화제를 모았다.    

올해 전시는 미술관 2층 대전시실과 이우환 공간 1층을 연계해 1988년부터 2022년까지 총 80여 점의 다카시의 회화, 대형조각, 설치, 미디어 등을 망라한다. 네오팝아티스트 다카시의 작품 중 대중에게 한 번도 공개된 적 없는 초기작까지 포함한 이번 전시의 콘셉트는 ‘오타쿠’. 그의 작품을 일본 만화와 애니메이션 영향을 중심으로 고찰하고 무엇보다 2011년 동일본대지진 이후 변화한 작품세계를 탐구함으로써 학구적 욕망과 미학적 발견, 대중적 흥미를 모두 잡겠단 심사다.



제니퍼 스타인캠프(Jennifer Steinkamp)
<마담 퀴리(Madame Curie)> 2011
비디오 설치, 컬러, 무음 2분 46초 가변 크기 
부산시립미술관 소장 @부산시립미술관 3층 
<나는 미술관에 ●● 하러 간다>



<이건희 컬렉션>(가제)

11월 11일부터 2023년 2월까지(일정변경 가능)는 강요배, 고영훈, 곽인식, 구본웅, 권옥연, 권진규 등 40여 명 작가의 70여 점 작품과 자료로 구성되는 전시가 개최된다. 미술관의 오픈런 진수를 이끈 고(故) 이건희 회장의 미술품 컬렉션 소개 전시 <MMCA 이건희컬렉션 특별전: 한국미술명작>의 부산시립 버전인 셈. 대중적 관심과 부산시민들의 요구에 응답해 특별기획전으로 구성되는 전시에는 1930-1940년대부터 2000년대까지 복잡다단하게 흘러온 한국 미술사의 방향을 살펴볼 수 있는 한국 근·현대 미술 작품이 선보인다. 박수근, 유영국, 이응노, 이중섭, 장욱진, 천경자 등 한국미술을 대표하는 거장들의 작품을 한자리에 모으는 전시는 한국미술의 저력과 다양성을 살피게 한다.PA



이형구 <Face Trace 009> 2012
레진, 인공치아, 스테인리스 와이어,
아크릴릭, 알루미늄 판, 볼트 19.2×32.4×21cm
@부산시립미술관 2층
<한국현대미술작가조명Ⅳ-이형구>




Special Feature No.8

Jeonnam Museum of Art
전남도립미술관



전라남도 광양시에 2021년 3월 22일 개관한 전남도립미술관이 있다. 지하 1층에 약 7,725m² 규모의 전시실과 어린이 아틀리에, 수장고 등을 갖춘 미술관엔 줄리안 오피(Julian Opie), 자비에 베이앙(Xavier Veilhan), 이이남의 수작이 군데군데 놓여있다. 광활하게 쭉 뻗은 자연과 어울리는 푸른색 유리 건물은 미래 문화 플랫폼을 자처하며 분관인 전라남도 곡성군 옥과면에 위치한 아산조방원미술관(雅山趙邦元美術館)까지 운영하고 있다. 건립 계획 수립 후 약 6년 만에 이지호 초대 관장이 취임했으며 그로부터 1년 후 정식 개관한 미술관은 특별기획전 <산을 등지고 물을 바라보다>를 세 파트로 나눠 <I. 의재와 남농 : 거장의 길>, <II. 현대와 전통, 가로지르다>, <Ⅲ. 로랑 그라소 : 미래가 된 역사>로 화려하게 미술관의 문을 열었다. 이후 <한국 서예의 거장 소전 손재형>, <AES+F. 길잃은 혼종, 시대를 갈다>, <태양에서 떠나올 때> 등 대형 전시를 선보이며 빠르게 입지를 다지고 있는데, 이는 국립현대미술관을 비롯 대전시립미술관, 이응노미술관 등의 실무를 거친 이 관장의 역량에서 비롯된 것이다.  



자비에 베이앙(Xavier Veilhan) <새 2(Bird n°2)> 
2018  레진 폴리에스테르, 폴리스티렌, 스테인리스 스틸 
166×233×81cm @전남도립미술관 야외 썬큰가든



또 지난해 이목을 집중시킨 고(故) 이건희 회장 유족으로부터 작품을 기증받은 미술관은 문화 예술을 사랑하고 함께 나누고자 한 인물의 뜻을 기리고, 예술 향유의 범위를 개인에서 대중으로 확대코자 지난해 9월부터 2달 간 <이건희 컬렉션 특별전 : 고귀한 시간, 위대한 선물>을 선보였다. 전남 출신 작가 김환기, 천경자, 오지호를 비롯해 한국 근·현대 미술사 거장 김은호, 박대성, 유강열, 유영국, 임직순의 작품으로 마련된 특별전은 역사·예술·미술사적 가치를 총망라해 살피는 기회를 제공했다.  



안젤름 키퍼(Anselm Kiefer)
 <모겐소 플랜(Morgenthau Plan) 2019 
금박에 실버 젤라틴 에멀전,
캔버스 바인딩된 카드보드 36페이지 55×53×4.5cm
CNCITY마음에너지재단 소장 
@전남도립미술관 <애도: 상실의 끝에서>



<애도: 상실의 끝에서>

바로 6월 30일부터 오는 9월까지 열리는 전시는 팍팍한 현실을 예술로 위로하는 전시다. 타이틀에서 짐작할 수 있듯 팬데믹과 전쟁, 기후위기 등으로 삶의 터전을 잃은 이들의 상실을 시각적 표현으로 애도하겠단 의도다. 김수자, 게르하르트 리히터(Gerhard Richter), 낸 골딘(Nan Goldin), 닉 워커(Nick Walker), 박영숙, 박정선, 빌 비올라(Bill Viola), 샤피크 노르딘(Shafiq Nordin), 시프리앙 가이야르(Cyprien Gaillard), 안젤름 키퍼(Anselm Kiefer), 유벅, 이재각, 잉카 쇼니바레(Yinka Shonibare)의 총 54점에 이르는 설치, 사진, 미디어 작품으로 전시가 꾸려진다.



시프리앙 가이야르(Cyprien Gaillard) 
<가상 전쟁의 실제 잔재 IV(Real Remnants of Fictive Wars IV)>
 2004 35mm 필름비디오, 컬러, 무음 4분 15초 
Sprüth Magers 소장 @전남도립미술관 
<애도: 상실의 끝에서>



상실과 애도라는 개념에는 수많은 정신분석학적, 심리학적인 해석이 존재하는데 오래전부터 지금까지 이어져오는 이론들 사이에서 공통점을 찾자면, 상실을 상실로 흘려보내고 내 안에 남아있는 불안과 대면하는 것이 애도의 과정이라는 것. 그 불안감과 두려움을 하나씩 극복해나가는 것, 나의 불완전함을 받아들이고 타인과의 연결감과 애착을 느끼는 과정을 통해 자유롭다는 충족감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이기도 하다. 전시는 묻는다. “상실의 끝에는 무엇이 남을까. 당신은 무엇을 잃었는가. 애도는 과거에 관한 일일까, 미래에 관한 일일까.”



빌 비올라(Bill Viola) <불의 여인(Fire Woman)>
 2005 비디오/사운드 설치 © 빌 비올라 스튜디오 
국립현대미술관 소장 사진: Kira Perov 
@전남도립미술관 <애도: 상실의 끝에서>



<인간의 고귀함을 지킨 화가: 조르주 루오>

미술관이 긴 시간 정성들여 준비하는 조르주 루오(Georges Henri Rouault)의 전시는 10월 5일부터 2023년 1월 29일까지 개최된다. 제 1 전시장부터 5 전시장까지 공간을 활용해 앙리 마티스(Henri Matisse)와 파블로 피카소(Pablo Picasso)를 뛰어넘는 20세기 전반 최고의 거장 루오의 대작들을 망라하겠단 미술관의 의지가 대단하다. 전시는 크게 ‘인간을 향한 애정과 연민’을 들여다보는 섹션과 ‘한국과 프랑스의 미술사적 영향 관계’를 살피는 파트로 나뉜다. 광대, 곡예사, 가난한 빈민 등 사회적 약자의 삶을 표현하고 대변했던 작품들을 통해 작가의 숭고한 인간애를 조명하는 것은 물론 제1·2차 세계대전의 비극 속에서 고통 받는 인간의 모습을 가감 없이 표현한 작품들을 통해 인간 실존을 조명하겠단 것이다. 이와 더불어 인간이 인간을 단죄하는 도덕적 모순에 대한 의문을 제기한 루오의 작품은 종교, 사상, 사회체계까지 새삼 돌아보게 만든다.



빌 비올라(Bill Viola) 
<트리스탄의 승천(폭포 아래 산의 소리)(Tristan’s Ascension 
(The Sound of a Mountain Under a Waterfall))> 
2005 비디오/사운드 설치 © 빌 비올라 스튜디오 
국립현대미술관 소장 사진: Kira Perov 
@전남도립미술관 <애도: 상실의 끝에서>



한국과 프랑스의 서로 다른 문화 속에서 제작된 작품 간의 상호연관성을 탐색하는 파트에서는 일본 유학을 통해 서양미술을 학습한 구본웅, 이중섭, 오지호, 임직순, 박수근 등의 작품에서 루오의 시대정신과 화풍 등 유사한 표현 양식을 발견하고 미술사적 의미를 모색한다. 한 거장의 생애와 예술관을 총체적으로 엮어낸 회고전 형식의 전시는 시간 흐름에 따른 작품 변화를 통해 시대를 이해할 수 있도록 연출된다. 또 창부, 광대, 서커스, 재판관, 예수그리스도 등 다른 다양한 인간군을 통해 나를 넘어 우리를 인식하는 계기를 마련한다. PA  



김성윤 <Assorted Flowers in the Celadon V

ase in the Shape of Nike Basketball> 

2020 프레임 속 캔버스에 유채 117×91.5cm 

@제주도립미술관 <엄마! 가짜라서 미안해요!>





Special Feature No.9
Jeju Museum of Art
제주도립미술관



정식 명칭은 제주특별자치도립미술관이다. 독창적 문화와 언어를 지닌, 역시 제주도다운 독보적 이름이다. 제주시에 특별한 착시 효과를 불러일으킨다는 언덕 신비의도로(도깨비도로)를 타고 내려가다 보면 오른쪽에 나지막이 지어진 미술관이 있다. 정문에서 걸어가는 동안 꽃나무와 풀이 있고 찰랑찰랑 인공연못이 놓인 미술관은 지난 2009년 정식 개관했다. 제주문화 정체성의 구현, 도민의 문화향수권 보호, 지역 미술문화 발전에 이바지한다는 목표의 미술관은 지역 작가 발굴에 힘쓰며 안존하게 운영돼왔다. 그러다 2020년 11월 취임한 이나연 제주도립미술관 관장의 젊은 리더십, 글로벌한 감각이 투영돼 미술관은 현재 전시, 교육, 수집, 보존, 연구 등 미술관 본연의 기능은 물론 미술과 교감할 수 있는 복합문화공간으로 거듭나는 것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정창기 <딸기> 2015 캔버스에 유채 200×200cm
@제주도립미술관 <엄마! 가짜라서 미안해요!>




지금 미술관엔 한국수출입은행이 기증한 장리석 화백 작품으로 구성된 특별전 <바다의 역군>이 마련돼있는데, 이는 1985년 서울에 본점을 신축하며 한국수출입은행이 벽화용으로 화백에게 주문 제작했던 대형작품 <바다의 역군>(1985)을 주축으로 한 전시다. 작품은 장리석 화백의 주요 소재였던 ‘해녀’와 ‘바다’에 대해 총체적으로 개괄할 수 있으며 특히 1980년대 장리석 화백의 작품 제작에 있어 표현형식과 화면구성 등을 종합적으로 연구할 수 있는 중요한 대상으로 평가된다. 또 제주 고유의 향토색도 잘 발현돼있다. 이외에 향후 개최될 <근현대미술 기획전>, 분관인 제주현대미술관의 <김보희전> 등은 물론 ‘제3회 제주비엔날레’ 개최에 만전을 꾀하며 미술관은 지금 24시간이 모자란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하늘에서 비나 눈이 오면, 제주를 찾은 관광객들의 예고 없던 방문까지 더해지는 천혜의 미술관, 그곳의 2022년 하반기엔 어떤 일이 펼쳐질까.  




박창범 <제주바다> 2002 캔버스에 혼합재료

 162×112cm 제주도립미술관 소장
@제주도립미술관 <엄마! 가짜라서 미안해요!>




<엄마! 가짜라서 미안해요!>

5월 개막해 오는 8월 21일까지 마련되는 전시는 1970년대 중반부터 한국 현대미술사에 등장한 ‘극사실-회화’를 모은 것이다. 미술관은 ‘극사실-회화’의 등장과 형성 그리고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는 배경을 살피면 각 시대별 사회적, 문화적, 경제적 요인이 작용했음을 확인할 수 있다고 피력한다. 복잡한 개념을 파악하거나 보이는 것 너머의 이야기를 캐치해야 되는 긴장 없이, 그려진 형상과 사물이 어떻게 보이고 의식되는지 오롯이 느끼고 감상할 수 있는 전시는 미술전문가는 물론 일반인에게도 친절하고 흥미롭다.


전시는 크게 세 그룹으로 나뉜다. 첫 번째 그룹엔 강덕성, 고영훈, 김강용, 김홍주, 박장년, 배동환, 변종곤, 서정찬, 이석주, 조덕호, 조상현, 주태석, 지석철, 차대덕 14명의 작가가 초대됐으며, 두 번째는 1990년대 중엽부터 2000년대 중반까지 발표된 작품으로 강형구, 김강용, 김창영, 서정찬, 이재삼, 이정웅까지 6명의 작가 작품으로 구성된다. 세 번째는 2022년 현재 한국 현대미술에서 ‘극사실-회화’를 대표하는 강강훈, 김성윤, 김영성, 문창배, 박성민, 박종필, 박지혜, 박창범, 안성하, 유용상, 윤병락, 이광호, 이진용, 이흠, 이희용, 정명조, 정창기, 한영욱, 허유진 등 19명의 작가가 작품을 내걸었다.




박지혜 <붉은 옷의 여자> 2017 캔버스에 유채 

72.7×100cm @제주도립미술관 

<엄마! 가짜라서 미안해요!>




‘제3회 제주비엔날레’

‘2022 제3회 제주비엔날레’가 오는 11월 16일부터 2023년 2월 12일까지 제주도립미술관과 제주현대미술관을 중심으로 10여 곳에서 개최된다. ‘움직이는 달, 다가서는 땅(Flowing Moon, Embracing Land)’을 주제로, 인류세 등 새로운 지질학적 논의를 바탕으로 하는 행사는 자연공동체로서 인류 생존을 위한 삶의 태도와 예술적 실천에 관한 메시지를 담겠다는 포부를 지닌다. 촘촘한 과정을 거쳐 선정된 박남희 예술감독은 우선 자연의 시간과 변화의 속성을 포착한 ‘움직이는 달’ 개념을 잡고, 쉼 없이 흐르며 객체들을 잇게 한 순환의 메커니즘을 이야기할 계획이다. 그는 인공지능 시대에 불어 닥친 전염병이 과학기술의 연대 필요성뿐 아니라 전 지구적 공생을 위한 자연의 순리에 주목케 하는 것에 착안해 태양과 지구 사이에서 절기를 만들고 생동하는 생명을 이어가는 자연의 시간을 ‘움직이는, 흐르는 달’로 개념화했다. 이어 ‘다가서는 땅’은 자연에서 호흡하는 객체들의 생기 있는 관계적 겸손함을 함의하는 것이라고. 자연의 일부로서 인류는 물질이 역사와 신화를 만들고, 또 다른 행성으로 이어짐을 마주하며, 물리적 지층이자 시대적 공간, 역사적 장소로서 땅의 몸짓에 주목해야 한다고 박 감독은 강조한다.




주태석 <기찻길> 1979 캔버스에 유채 

90×180cm 제주도립미술관 소
@제주도립미술관 <엄마! 가짜라서 미안해요!>




이번 ‘제주비엔날레’의 개최 장소는 주제관인 제주도립미술관과 제주현대미술관을 중심으로, 제주시 원도심부터 제주 남쪽 가파도까지 제주 전체를 아우르며 펼쳐질 예정이다. 또 퍼포먼스, 큐레이터 심포지엄, 예술 융합 포럼 등 부대 행사를 마련하며 특히, 누구나 행할 수 있는 걷고 호흡하고 낭독하는 행위를 중심으로 한 퍼블릭 프로그램을 통해 시대 담론을 공동체적 실천으로 확장해 비엔날레의 순기능을 실천하겠단다. 강이연, 김주영, 박광수, 박형근, 최선, 윤향로, 이승수, 자디에 사(Zadie Xa), 레이첼 로즈(Rachel Rose), 왕게치 무투(Wangechi Mutu), 리크릿 티라바니자(Rirkrit Tiravanija), 팅통창(Ting Tong Chang) 등 16개국 60여 명(팀)의 작품으로 꾸려지는 비엔날레는 늦가을 제주의 향수와 동시대 현대미술의 진수를 제대로 선사할 것이다.P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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