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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ue 190, Jul 2022

지금, 여기, 예술 공간

ART SPACE NOW

● 기획 · 진행 정일주 편집장, 김미혜 기자

ST SONGEUN Building © Jihyun Jung All rights reserv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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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일주 편집장, 김미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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찌는 듯한 더위, 장마로 인한 꿉꿉함, 한해의 절반이 지났다는 허탈함까지, 7월은 유독 무언가를 새로 시작하거나 혹은 사랑하기에 더 많은 체력과 노력이 필요한 달이다. 그러나 “인생을 아는 방법은 많은 것을 사랑하는 것(The way to know life is to love many things)”이라는 빈센트 반 고흐(Vincent van Gogh)의 말처럼, 우리는 가능한 많은 것을 보고, 느끼고, 사랑할 때 인생을 온전히 살아나갈 힘과 용기를 얻을 수 있다. 그리고 그 대상인 예술은 늘 우리 곁에 있다.지난 국내 국공립미술관 투어에 이어 우리는, 주목할 만한 예술 공간 8곳을 소개한다. 8개의 공간 모두 공공 기관보다 강렬한 특색을 지니고 있고, 이러한 개성은 건축부터 전시, 프로그램 등 요소에 깊이 배어있다. 2022년 또 다른 절반의 시작, 당신의 삶을 보다 풍요롭게 만들 예술 여행을 지금 떠나보자.




SPECIAL FEATURE No.1
국립아시아문화전당 
Asia Culture Center

SPECIAL FEATURE No.2
리움미술관
Leeum Museum of Art

SPECIAL FEATURE No.3
뮤지엄 산 
Museum SAN

SPECIAL FEATURE No.4
사비나미술관 
SAVINA Museum

SPECIAL FEATURE No.5
송은 
SONGEUN

SPECIAL FEATURE No.6
스페이스K 
Space K

SPECIAL FEATURE No.7
아뜰리에 에르메스 
Atelier Hermès

SPECIAL FEATURE No.8
현대 모터스튜디오 부산 
Hyundai Motorstudio Busan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아시아문화광장

외부 전경





Special Feature No. 1

Asia Culture Center
국립아시아문화전당



문화 및 집회시설’, 이는 광주광역시 동구에 위치한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의 주용도를 나타내는 말이다. PC콘크리트, RC조, 철골조 복합구조로 지하와 지상 각 4층으로 지어진 전당은 우리나라 문화예술기관 중 가장 크고 깊숙하며 지평선 아래로 전례 없이 복잡한 건축을 자랑한다. 이곳은 아시아 문화와 자원의 상호 교류 및 연구·창조·활용을 통해 국가경쟁력을 확보하는 아시아문화중심도시조성의 핵심기관이 되기를 자처한다.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이하 ACC)은 아시아 문화를 주제로 국내외 교류-조사·연구-아카이브-창·제작 과정을 거쳐 콘텐츠를 선보인다는 점에서 특별하다. 애당초 “동아시아에서 한류가 촉발시킨 한국문화의 위상을 제고하기 위한 구체적인 프로그램을 포함하되, 탈서구 중심·탈권위주의·탈냉전의 문화다양성·상생 및 공존의 아시아 인식에 기반한 국제교류의 문화허브로 육성한다”는 노무현 대통령의 공약사업을 바탕으로 기관 건립이 추진된 까닭이다.




이 이란(Yee I-Lann)

<술루 이야기 - 칼라윗의 기린>

2005 디지털 C 프린트 61×61cm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아쿠아 천국>




아시아 국가들의 역사와 문화야말로 새로운 창작 원천이자 문화적 다양성을 발현시킬 수 있는 자산이란 원칙 아래 이것에 예술과 문화기술을 접목한 융·복합 콘텐츠를 개발, 전 세계로 파급시키는 문화발전소 역할을 하겠다는 의지를, 지난 1월 통합 ACC 출범 후 수장을 맡은 이강현 전당장 역시 고스란히 피력한다.
국립기관인데다 공간과 조직 모두 거대한 덕분에 2015년 개관 이후 선보인 전시와 행사는 일단 스케일 면에서 매우 압도적이다. 민주평화교류원, 문화정보원, 문화창조원, 예술극장, 어린이문화원 등 5개원은 물론 아시아문화광장, 하늘마당, 열린마당 등 야외공간과 ‘빛의 숲’을 주제로 한 지상정원까지 콘텐츠가 들어차야 하는 물리적 공간이 어마어마하기 때문이다. 그간 콘텐츠 구현 조직에 오래도록 불안정의 부침을 겪었던 전당은 통합을 기점으로 전혀 새로운 전시와 프로그램을 선보일 예정이다.    




리우 위(Liu Yu) <이야기가 넘쳐 홍수가 될 때>

2020 2채널 스크리닝, 비디오 설치,

컬러, 스테레오,     토우 모델 12분 38초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아쿠아 천국>




<아쿠아 천국>

기후위기 시대, 생명의 원천인 물의 가치와 소중함을 다룬 <아쿠아 천국(Aqua Paradiso)>이 6월 9일부터 오는 9월 12일까지 ACC 문화창조원 복합3·4관에서 개최된다.  신화와 전설의 시대는 물론 식민지 수탈 역사의 중심에 있는 물은 인간 무의식에 존재하며 서사를 창조하기도 하고 우주를 구동하는 물리학적 유체 역할도 한다. 이렇듯 풍부한 서사를 지닌 물을 예술가들이 어찌 다루지 않을 수 있을까. 전시는 한국,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대만, 프랑스 출신 작가 11명의 스펙터클한 작품을 한자리에 모았다.


전시는 리경의 매체 예술 폭포로 시작된다. 천지연 폭포를 빛과 소리로 재해석한 <나의 환희는 거칠 것이 없어라>(2018)는 관람객에게 물로 정화되는 느낌을 선사한다. 폭포를 지나면 말레이시아 작가 이 이란(Yee I-Lann)의 사진 연작 ‘술루 이야기’가 펼쳐진다. 이 작품은 400년간 술탄 술루국이 지배했던 바다를 배경으로 역사적 사건과 작가의 기억을 투영해 상상력을 자극한다.


인도네시아 작가 마리안토(Maryanto)는 ‘생명의 신성한 물’이란 뜻의 <띠르따 페르위타사리>(2022) 벽화를 선보이고 프랑스 작가 아드리앵 엠 & 클레어 비(Adrien M & Claire B)의 <아쿠아 알타-거울을 넘어서>(2019)는 지난 2019년 베니스 대홍수를 소재로 한 작품이다. 입체 책에 담긴 대홍수의 장면은 이를 매개로 증강현실을 체험케 한다.




<지구의 시간: One Day>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아시아의 심미적 사유(思惟)-인간·자연·공간>




여기에 영산강물의 근원인 광주 무등산 생태와 경양방죽 인공호수의 역사를 탐구한 권혜원의 <액체비전>(2022), 라스 폰 트리에(Lars Von Trier) 감독의 영화 <멜랑콜리아>를 차용해 치유하는 물을 형상화한 김태은의 <구원_증발>(2005, 2022 재제작), 미국항공우주국(NASA)이 개발한 자성유체를 이용해 유체역학과 미학을 접목한 닥드정의 <원천미술>(2016-2022)이 전시의 완성도를 더한다.


물의 순환과 사용을 시각화한 부지현의 <웨어 이즈 잇 고잉(Where is it going)>(2022)을 비롯해 대만의 대홍수 신화와 전설을 주축으로 한 리우 위(Liu Yu)의 <이야기가 넘쳐 홍수가 될 때>(2020), 칼 구스타브 융(Carl Gustav Jung) 심리학의 무의식 구조에서 영감을 얻은 빠키의 작품, 해양 오염의 지표가 되는 산호 연구를 바탕으로 한 에코오롯의 <제주산호뜨개>(2018-2022)까지 물의 위대함과 보존의 절박함을 전시를 강렬하게 토로한다. ACC는 매년 핵심 콘텐츠 주제를 선정해 기획을 선보이는데 올해 주제인 ‘자연 그대로’는 현재 인류가 직면한 기후변화와 생태계 균열에 절감하는 화두며 전시는 이와 직결된다.




<지구의 시간: New Planetary System>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아시아의 심미적 사유(思惟)-인간·자연·공간>




<2022 레지던시 결과전>

오는 12월 15일부터 이듬해 2월 19일까지 문화창조원 복합1관에 마련되는 이 결과전은 어쩌면 전당의 철학과 지향점을 응축하는 것이다. 예술의 창의성과 테크놀로지를 융합하는 미래지향적이고도 혁신적 결과물들을 꾸준히 선보여 온 ACC와 ACC 레지던시의 현재를 드러내는 전시이기 때문이다. ‘포스트 코로나 이후 시대, 포스트 휴머니즘’에 주목해 6월 공모를 진행하고 선정 작가들이 8월부터 12월까지 레지던시 프로그램에 참여해 제작한 결과를 선보이는 것. 지난 팬데믹은 시작과 끝이 있는 것이 아니라 이제 하나의 경험으로 인식되고 있다.




리경 <나의 환희는 거칠 것이 없어라>

20184K 싱글채널 비디오,

멀티채널 사운드,거울 5분 56초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아쿠아 천국>




기후변화와 인류세, 국제분쟁, 인종차별, 새로운 착취 방식의 등장 등 인류가 직면한 문제들을 반성하고, 전 세계적으로 급속하게 전개된 디지털 대전환과 함께 인류에게 미래사회에 적합한 휴머니즘을 탐색할 계기를 제공한다. 인간이 육체를 벗어나 디지털화된 형태, 지극히 정신화된 형태로 존재할 수 있으리란 기대에서 출발한 포스트휴먼은 오늘날 인간 존재론으로서 기술의 발전과 함께 인간과 기계의 공진화를 꿈꾸고, 기후 위기 시대를 맞이하며 인간과 비인간 주체들과 공존하는 시대의 윤리를 모색케 한다. 이에 ACC 레지던시는 언택트 사회로의 패러다임 전환과 맞물린 4차 산업혁명 및 디지털 대전환에 따른 노동 개념의 변화, 사물과 인간의 관계 전환 등의 양상을 탐구하고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제기된 다양한 쟁점들에 대해 예술 창작을 실험할 계획이다.PA




리움미술관 외부 전경 사진: 신경섭



Special Feature No. 2

Leeum Museum of Art
리움미술관



2004년 개관한 리움미술관이 한국 현대미술을 퀀텀 점프(quantum jump) 시켰다는 주장에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거의 없다. 삼성문화재단이 서울 한남동에 지은 미술관은 어마어마한 소장품과 획기적 기획으로 명실공히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사립미술관으로 시작했고 국제적 명성도 쌓고 있다. 알려졌다시피 리움미술관은 세계적 건축가 마리오 보타(Mario Botta), 장 누벨(Jean Nouvel), 렘 쿨하스(Rem Koolhaas) 세 사람의 설계로 건축됐다. 유럽의 파빌리온 프로젝트 등에 개성이 전혀 다른 건축가들이 모여 작품을 선보이는 경우가 이미 있었지만 굉장히 드물었고, 바로 우리나라에 세워지는 건축을 위해 1940년대생 거장들이 협업을 한다는 사실에 미술계를 넘어 문화예술계가 진심으로 들썩거렸다. 실로 흙과 불을 상징하는 테라코타 벽돌로 한국 도자기의 아름다움을 형상화한 보타의 건축과 세계 최초로 부식 스테인리스 스틸과 유리를 사용해 현대미술의 첨단성을 표현한 누벨, 블랙 콘크리트를 사용한 블랙박스로 공중에 떠 있는 듯한 미래적 공간을 구현한 쿨하스까지 그들의 콜라보레이션은 십 수 년이 지난 지금껏 독보적으로 강한 매력을 발산한다.




<고미술 상설전> M1 4층 청자소품실 전경




시대적 가치를 반영한 국제 미술을 선보이면서 우리 전통미술과의 균형을 맞추며 순조롭게 운영되던 미술관은 팬데믹 등의 이유로 2020년 봄부터 꽤 오래도록 닫혀 있었다. 그러다 지난해 10월 대대적 리노베이션을 거쳐 재개관했는데 “시대의 흐름에 맞춰 발전하는 리움을 시각적으로 표현하는 것”을 목표한 변화였다. 미술관은 우선 로고를 움직이는 형태로 바꿨다. 영국 디자인 회사 울프 올린스(Wolff Olins)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페드로 메시아스(Pedro Messias)는 리움의 새 로고를 시공간을 넘나드는 관문처럼 표현하고자 했다고. 시계의 회전, 지구의 공전 궤도에 착안한 심볼을 통해 시간의 흐름을 암시하고 미술관의 상징적 건축 공간인 로툰다의 모습을 본떠, 심볼의 나선형태와 움직임을 디자인했다. 또 미술관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보이는 로비를 건축가의 최초 의도에 맞게 정돈한 것은 물론 디지털 서비스를 향상하고 어린이를 위한 창의적 체험 공간을 확대했다.




<유지영: 시간들의 서랍>

전시 전경 사진: studio49visual

@리움미술관 ‘ROOM Project’




<현대미술 상설전>

리움미술관 M2에 마련된 전시는 각 층마다 ‘검은 공백’, ‘중력의 역방향’, ‘이상한 행성’이란 주제로 회화, 조각, 설치 일흔여섯 점을 선보인다. 연대기전 배열 대신 분명한 주제로 작품을 나눴는데, 우선 ‘검은 공백’에서는 인간의 삶과 예술 전반에 투영된 검정색의 깊고 풍부한 의미를 살피게 하고 ‘중력의 역방향’ 섹션은 빛과 움직임 등 비물질의 영역으로 확장된 작품으로 초현실적 감각을 제공한다. 끝으로 지하 1층의 ‘이상한 행성’은 무한한 상상력으로 현실 너머를 표현한 작품들을 모으는데 주력했다. “1980년대 후반부터 본격화한 외국 작품 수집은 1945년 이후의 미술에 중점 두고 있으며 전후의 시대정신과 미술 형식의 전개를 두루 살펴볼 수 있을 만큼 시대별로 중요한 작가들의 작품을 소장하며 특히 전후 추상표현주의와 미니멀리즘 작가들의 작품이 뛰어나다”고 미술관 스스로 밝히는데 재개관 후 마련된 상설전은 이러한 미술관의 주장을 뒷받침한다.  




<현대미술 상설전>

M2 입구 지하 1층 ‘이상한 행성’ 전시 전경




<고미술 상설전>

그런가 하면 M1 전시실엔 고미술 154점, 현대미술 6점으로 구성된 소장품전이 마련된다. 국보 6점과 보물 4점도 전시작에 포함돼 있다. 역시 층마다 ‘푸른빛 문양 한 점’, ‘흰빛의 여정’, ‘감상과 취향’, ‘권위와 위엄, 화려함의 세계’란 특정 주제를 내걸었다. <고미술 상설전>은 기존의 고미술 장르 분류를 확장하여 우리 고미술 154점(국보 6점, 보물 4점)을 현대미술 6점과 함께 선보인다. 고려시대를 대표하는 청자와 조선의 흰빛에 대한 애호를 보여주는 분청사기와 백자, 교과서에서나 봤던 정선, 최북, 강세황, 김홍도, 김정희의 조선시대 그림과 글씨, 지배자의 권위와 신앙의 상징물에서 예술로 승화된 금속공예와 불교미술로 나누어 4개 층에 전시한 것이다. 각 전시실은 특별히 조성됐는데 가령 청자의 여러 색과 장식들을 비교할 수 있는 청자 소품실을 만들거나 청화백자 연적들을 통해 조선시대 문인들의 문화를 조명하는 식으로 연출했다.




최우람 <쿠스토스 카붐>

2011금속, 레진, 전자장치

(CPU보드, 모터, LED) 220×360×260cm

© 작가 @리움미술관 <현대미술 상설전>




‘ROOM Project’

한편 리움미술관이 새로이 선보이는 신진 작가 개인전 프로그램도 마련돼 있다. 미술관은 로비의 휴게공간에 ‘ROOM Project’를 설치하고 20-30대 작가들의 다양한 작품을 지속적으로 소개한다고 밝혔다. 지난달 21일 그 첫 전시로 <유지영: 시간들의 서랍>이 개최됐다. 1991년생인 유지영은 회화의 관습화된 조건과 구성 요소를 의심하고 재구성하는 작가다. 그는 회화를 이미지를 담는 일종의 컨테이너라 산정하고 지지체-흔히 격자형 나무틀에 고정된 천이나 나무 패널, 종이-위에 이미지를 그린다. 이는 회화의 기존 체계에 대한 탈피며 일상생활에서 찾아볼 수 있는 사물의 구조를 회화에 대입하는 시도인 셈. 달력이나 원고지 형태를 차용한 입체적 화면에 오브제를 배치하던 유지영은 최근 주거 공간의 천장이나 선반의 형태를 빌린 작품을 통해 탐구를 확장하고 있다. PA





알렉산더 리버만(Alexander Liberman)

<아치형 입구(Archway)> 1997 철

800×800×1,200cm @뮤지엄 산 워터가든





Special Feature No. 3

Museum SAN
뮤지엄 산



강원도 원주시 해발 275m 산 정상에 자리한 뮤지엄 산은 자연과 예술의 조화를 바탕으로 사계절의 변화를 담아내는 곳이다. ‘산’이라는 이름처럼 첩첩이 산에 둘러싸였고 영문명 ‘SAN’ 역시 ‘자연(Nature)과 예술(Art)이 있는 공간(Space)’의 첫 글자를 따서 지었다. 건축가 안도 타다오(Ando Tadao)는 2005년 용지를 방문하곤 산상(山上)이라는 고유의 지형에 순응해 ‘도시의 번잡함에서 벗어난 아름다운 산과 자연으로 둘러싸인 아늑함’을 설계 콘셉트로 잡았다. 미술관은 2013년 5월 정식 오픈했고, 이후 개관 5주년을 기념해 명상관이 2019년 1월 완성됐다.


우리나라의 조약돌과 자갈, 모래로 만든 회색 노출 콘크리트와 노르스름하고 따스한 색깔의 파주석(자연석)이 조화를 이루는 건축물은 인간의 정신과 육체를 각성시키는 동시에 단단한 신념과 부드러운 포용의 의미를 품는다. 웰컴센터부터 플라워가든, 워터가든, 본관, 명상관, 스톤가든, 제임스터렐관으로 이어지는 총 700m의 길은 박스 인 박스(Box in Box) 형태로 주변 자연과 조화를 이루며 대지와 하늘, 사람을 유기적으로 연결한다. 붉은 패랭이꽃이 장관을 이루는 봄과 여름, 단풍이 고고히 떨어지는 가을, 새하얀 눈이 덮여 스산한 매력을 자아내는 겨울까지 뮤지엄 산은 사계절 어느 때에 방문해도 아름답고 근사한 정경을 벗 삼아 산책하는 여유를 선물한다.




제임스 터렐(James Turrell)

<LOST HORIZON> 2012 © James Turrell

Photo: Florian Holzherr @뮤지엄 산 호라이즌룸




<한국미술의 산책 8: 꿈>

안영주 뮤지엄 산 관장은 한국 근현대미술의 흐름을 한 자리에서 조망하고 고유성과 보편성의 맥락에서 미술을 탐구코자 다양한 전시를 기획해 선보이고 있다. 지난달부턴 서양화, 단색화, 조각, 산수화, 추상화, 판화, 구상회화에 이어 여덟 번째 소장품 전시 <한국미술의 산책 8: 꿈>을 만날 수 있다. 전시는 ‘꿈’이라는 주제 아래 권옥연, 김기창, 김봉태, 김환기, 나혜석, 박생광, 박항섭, 변영원, 오윤, 이만익, 이종우, 이중섭, 이쾌대, 장욱진, 오지호, 황규백의 회화를 세 개의 소주제로 나눠 소개한다.


먼저 첫 번째 섹션 ‘고향’에선 일제 강점과 전쟁으로 초토화된 땅에서 왜색(倭色)에서 벗어나고자 조선 향토의 아름다움에 집중한 작가들의 작품을 선뵌다. 특히 1931년 ‘조선미술전람회’ 특선을 수상한 운보 김기창의 <판상도무(板上跳舞)>(1931)가 내걸려 눈길을 끄는데, 조선시대 민화를 재해석해 독창적인 조형 언어로 표현한 그만의 독특한 산수화풍을 확인할 수 있다. 또한 김환기의 <무제>(연도미상), 나혜석의 <별장>(1935), 박항섭의 <소녀들>(1960), 오지호의 <부두>(1976), 이종우의 <미상>(1947), 이중섭의 <나무와 달과 하얀새>(1956), 장욱진의 <거목>(1954)이 전시장을 채우며 당대 작가들이 꿈꿨던 고향의 정취를 느끼게 한다.




명상관 상설 프로그램 진행 전경

@뮤지엄 산 명상관




한편 우리나라의 초현실주의 미술은 격변하는 20세기 한국 미술계의 큰 흐름에 편승하지 않은 독자적 움직임으로 꼽힌다. 두 번째 섹션 ‘초현실주의’에선 권옥연, 변영원, 황규백의 작품을 통해 1930년대 후반 동경 유학생들을 중심으로 수용되기 시작한 한국 초현실주의와 이를 바탕으로 꿈과 환상, 과장되고 비현실적인 이미지를 추구했던 경향을 살핀다. 한국의 향토적 풍경을 왜곡해 꿈처럼 표현한 권옥연의 <귀향>(연도미상)과 인간의 신체를 과장하거나 축소해 꿈꾸는 듯 몽환적인 장면을 표현한 변영원의 <도시 풍경>(연도미상), 판화의 세밀한 묘사법을 이용해 친숙한 소재를 낯설게 병치하며 신비로운 화면을 구성한 황규백의 <볼로뉴 숲(Le Bois de Bologne)>(1980)을 감상할 수 있다.





제임스 터렐(James Turrell) <CIMARRON>

2014 © James Turrell Photo: Florian Holzherr

@뮤지엄 산 웨지워크




마지막 섹션은 ‘소망’이다. 많은 화가들은 전통 설화와 신화, 불교에 관심을 두고 전통적 이미지를 재해석해 화면에 담아내곤 했다. 김봉태의 <비시원 93-110>(1993), 박생광의 <시집가는 날>(1980), 이쾌대의 <군상>(1948), 오윤의 <도깨비>(1985)가 전시되고, 극락을 상징하는 복숭아나무와 길조인 기러기를 통해 무릉도원을 표현한 이만익의 가로 6m의 대작 <무릉>(1994)이 이번 전시를 통해 미술관 소장품으로 처음 공개됐다고 하니 눈여겨볼 것. 20세기 초반으로부터 근 백여 년이 지난 지금, 그 시절의 꿈과 지금 우리의 꿈을 교차해 감상해 볼 수 있는 기회다. 전시는 2023년 2월 12일까지.




<한국미술의 산책 8: 꿈> 전시 전경




컬러풀나이트, 제임스터렐-비와 당신,

명상·실크스크린 체험프로그램

삶이 지치고 힘들 때, 자연과 예술 속에서 여유와 휴식을 취하고 싶다면 뮤지엄 산의 다채로운 프로그램도 놓치지 말자. 먼저 스톤가든 끝자락에 위치한 제임스 터렐(James Turrell) 특별전시관에선 매주 금요일과 토요일 일몰시간대 ‘컬러풀나이트’를 만날 수 있다. 일반 관람이 종료된 후, 스카이스페이스(Skyspace)와 호라이즌룸(Horizon room)에서 진행되는 프로그램은 인공조명과 자연 하늘빛의 조화 속 빛의 향연을 펼쳐 보인다. 관람객은 이를 통해 스스로를 마주하며 온전한 사색과 명상을 즐길 수 있다. 온라인 사전예약을 통해 최대 28명에 한해 신청받고, 집결 시간은 예약자에게 별도 공지한다. 이어 7월 16일엔 특별한 프로그램이 열린다. 뮤지엄 산은 매달 터렐의 작품과 관련된 주제를 선정하고 이벤트를 개최하는데, 비의 계절인 7월엔 ‘제임스터렐-비와 당신’이다.






‘스페셜명상 리프레쉬 릴랙스 요가’

프로그램 진행 전경 @뮤지엄 산 명상관





단절과 홀로된 웨지워크(Wedgework)부터 빛바랜 추억의 구름 속 간츠펠트(Ganzfeld), 함께 웃고 우는 당신의 눈동자 스카이스페이스(우천 시, 스페이스 디비전(Space-Division)), 그리움을 역설하는 호라이즌룸까지 작품과 공간을 향유하며 그리운 누군가를 떠올려보자. 7월 16일 오후 5시 30분부터 6시 10분까지 약 40분간 진행된다. 이외에 명상관과 판화공방 등에서도 다수의 상설 및 스페셜 프로그램이 마련돼있다. ‘소통을 위한 단절(Disconnect to Connect)’의 공간에서 자극이 많은 일상으로부터 잠시 거리를 두고 온전히 나와 내 주변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져보자.PA





사비나미술관 외부 전경




Special Feature No.4
SAVINA Museum
사비나미술관



사비나미술관은 삼각 형태의 5층 구조로 천창에서부터 콘크리트 벽면을 감싸며 실내로 들어오는 채광이 주변 자연환경과 어우러지는 곳이다. 일상에서 우리가 마주하는 건물이 대체로 네모반듯한 형태인 점을 떠올린다면, 비정형 삼각형 형태의 미술관은 건축 자체가 하나의 독창적 콘텐츠이자 작품이며, 통속적 관념에 질문을 던지는 대상이라 할 수 있다. 또한 백색 고벽돌과 노출 콘크리트만으로 완성한 점도 독특하다. 미색의 외벽은 북한산 자락의 평온함과 어우러져 고즈넉한 분위기를 자아내는데, 가만히 바라보면 건물 옥상에 초승달이 떠 있는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이는 러시아 설치예술 작가 레오니드 티쉬코브(Leonid Tishkov) 작품으로, 현대인들의 고독감과 소외감을 환한 달빛으로 비추고자 하는 그의 의도를 투영하고 있다.


그렇게 안으로 들어가면 외부와는 사뭇 다른 느낌을 받게 된다. 통상 전시장의 화이트 큐브 형태가 아닌 자유로운 융복합 전시공간을 위해 노출 콘크리트로 마감했기 때문인데, 미술관은 구조, 마감, 장식 등 건축의 모든 요소를 최소화해 재료와 구조적 측면에서 간결함을 추구했다. 이명옥 사비나미술관 관장은 1996년 사비나미술관의 전신 사비나갤러리를, 2002년 서울시 종로구 안국동에 사비나미술관을 개관했으며, 이후 2018년 11월 서울시 은평구 진관동으로 이전해 재개관했다. ‘새롭게 하라, 놀라게 하라 그리고 아름답게(Make it new, surprise me, beautifully)’를 슬로건으로 미술관은 융합, 변화, 도전, 혁신, 실험정신을 창조성의 원천으로 활용하며 전시, 교육프로그램, 아카데미, 세미나 등 다양한 문화예술 활동을 펼쳐 보이고 있다.




고상우 <레오(LEO)>

2022 뮤지엄 글래스에 울트라크롬

HDR 프린트 150×150cm




<고상우: Forever Free - 그러므로 나는 동물이다>

‘인간과 생물 다양성을 이루는 종들과의 아름다운 공존’. 고상우는 이러한 세계관을 예술로 실천해나가는 작가다. 8월 21일까지 개최되는 전시는 작가가 지난 3년 동안 멸종위기동물을 주제로 작업한 디지털 회화 34점, 드로잉 200점, 영상 2점을 망라하며 생태계 균형을 이루는 공존과 공생의 가치를 재조명하고 지속 가능한 실천 방안을 모색한다. 고상우는 전통미술의 정면초상화 형식을 차용해 호랑이, 곰, 하마, 올빼미, 토끼 등의 멸종위기동물을 디지털 회화로 표현한다. 정면초상화는 인물이 화면의 중심에서 정면을 똑바로 응시하는 자세, 정적인 안정감과 통일감을 주는 수직적 구도, 머리 중앙을 중심축으로 한 좌우대칭과 부동성(不動性)이 특징인데, 동서양 미술에서 이는 신성함과 권위 부여, 사회적 신분 과시, 인물의 시선이나 표정을 통한 성품, 인격, 생각, 감정을 강하고도 직접적으로 전달하는 장치로 사용돼왔다.




김범수 <서술을 넘어서>

@사비나미술관 ‘AA프로젝트’




작가는 동물화를 인물화의 수준으로 격상시켜 종의 평등을 도모하는 동시에 야생동물도 인간처럼 개성과 감정이 있고 다종 공동체의 일원으로서 존중받아야 한다는 예술적 메시지를 던진다. 일종의 ‘동물권리선언’인 것이다. 이러한 증거는 관람객을 응시하는 동물들의 강렬하고도 당당한 시선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일례로 아프리카 표범 <레오(LEO)>의 왼쪽 눈은 다이아몬드로 표현돼있는데, 다이아몬드는 사랑과 권력, 부에 집착하는 인간의 욕망을 상징한다. 인간의 탐욕으로 말미암은 무분별한 광산 개발은 동물의 서식지를 훼손 및 파괴하고 있고, 아프리카 표범의 눈은 우리를 정면으로 응시하며 이를 경고하고 있다.




<고상우 - Forever Free: 그러므로 나는 동물이다>

3층 전시 전경




한편 7월 29일은 세계 호랑이의 날(International Tiger Day)로, 세계자연기금 한국본부(WWF-Korea)는 매년 이를 기념해 야생호랑이 보전의 중요성과 의미에 대해 홍보하는 행사를 개최하고 있다. 고상우는 이번 전시에서 1,000개의 다양한 호랑이 이미지를 조합해 거대한 하트 형태의 디지털 작품으로 완성한 인공지능 칼로와의 협업 작업 <알고리즘>을 NFT로 발행하고 수익 일부를 환경단체에 기부할 예정이다. 고상우의 작업은 우리에게 생명의 원천으로 돌아가는 길을 제시한다. 인간에게 주어진 중요한 과제는 타자의 고통에 공감하는 것이며 그 고통의 크기를 줄이는 해결방안 역시 스스로 찾아야만 한다. 타자와의 관계를 통해 우리는 비로소 자신의 존재 의미와 가치를 확인할 수 있다.




<고상우 - Forever Free: 그러므로 나는 동물이다>

2층 전시 전경




‘AA프로젝트’

사비나미술관 전시기획의 핵심적 성격인 ‘타 장르와의 융합’은 건물 신축과정에도 녹아있다. 이명옥 관장은 당시 설계 및 시공단계에 예술가들이 협업해 건축과 예술이 조화로울 수 있는 사례를 만들어 보자고 제안했고, 5명의 건축가 이상림, 남석우, 전혜원, 이충헌, 강은경, (주)공간종합건축사사무소와 8명의 작가 김범수, 김승영, 박기진, 양대원, 이길래, 진달래&박우혁, 황선태, 베른트 할프헤르(Bernd Halbherr)는 건물의 공간과 빛, 구조와 동선을 함께 연구하고 해석하는 수개월 간의 워크샵을 통해 서로 간의 영역을 넘나들며 작품을 완성했다. 미술관 건축에 자연스럽게 스며든 이들의 작품은 관람객으로 하여금 건축과 미술의 사라진 경계를 경험케 하는 동시에 미술에서 건축으로 확장된 작품을 다양한 방법으로 감상하게 만든다. 미술관 곳곳에 숨겨진 작품을 찾는 즐거움을 느껴보자.  PA




김영은 <밝은 소리 A> (스틸 이미지) 2021-2022 

싱글채널 비디오, 멀티채널 사운드 17분 

© SONGEUN Art and Cultural Founda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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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cial Feature No.5

SONGEUN
송은



‘송은미술대상’, 국내외 작가 개인전, 국가 기획전 및 컬렉션전 등으로 동시대 미술을 조명하고 미술과 대중을 연결시켜 온 (재)송은문화재단이 각고의 준비와 노력으로 2021년 9월 비영리 문화 공간 송은을 개관했다. 오래도록 송은아트스페이스를 운영하며 나름의 노하우와 체계를 터득한 재단이 근사한 건축까지 확보하자 당시 미술계는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서울 강남구 도산대로에 세워진 대형 삼각자 형태의 건축은 스위스 건축 사무소 헤르조그 앤 드 뫼롱(Herzog & de Meuron)이 설계한 것. 송은문화재단과 모기업 ST인터내셔널의 사옥이기도한 건물은 8,000㎡ 이상의 규모로 지상 11층, 지하 5층으로 구성됐다. 이 세계적인 건축 듀오는 목판 거푸집을 사용해 질감을 표현한 콘크리트 외벽으로 건축을 완성했는데, 목판의 문양과 결을 통해 건축물의 부피에 촉감을 더한 표면은 ‘숨어있는 소나무’를 뜻하는 ’송은(松隱)’에서 영감받은 것이라고. 기하학적이며 미니멀한 외형을 지녔지만 정작 내부는 부드럽고 유기적인 형태로 안팎이 뚜렷이 대비된다. 하나의 건축에서 야누스적 매력이 뿜뿜하는 것이다.




2층 전시장 전경

 © SONGEUN Art and Cultural Founda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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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은문화재단 유상덕 이사장은 한국 작가들을 지원하고자 했던 선친 고(故)유성연 명예회장의 사명과 정신을 이어받아 재단을 발전시켜왔다. 그는 “우리 사회에 예술의 필요와 중요성을 강조하고, 역량 있는 동시대 작가들에게 대중들의 더 많은 관심이 향하길 바란다”며 송은의 개관 취지를 밝힌 바 있다. 또 헤르조그 & 드 뫼롱은 “우리가 현대미술관을 설계할 때 주목해온 것은 ‘어떻게 예술과 사람들을 함께하게 할 것인가’였다. 예술과 예술가, 대중과 컬렉터 모두에게 유효한 공간을 어떻게 만 들 수 있을까? 모두를 위한 공간이 되기 위해서는 그곳을 둘러싼 다양한 요구를 고민해야 한다. 그래야만 도시 생활의 새로운 요지로 자리 잡을 수 있다”고 창작의지를 피력했다. 세심하고 유기적인 접근을 통해 현대사회에서 건축이 어떻게 진화할 수 있는지를 연구하며 작업해온 이들의 국내 첫 프로젝트인 만큼, 송은은 지역적 맥락과 문화, 환경에서 많은 건축적 영감을 받아 진행됐다.


송은 개관전으로 지난해 9월 30일부터 11월 20일까지 선보인 특별전은 건축 자체가 주요한 전시물이 되고, 서로 다른 특징을 가진 지상과 지하의 전시 공간에 다양한 작가들의 커미션 작업으로 구성됐다. 국내 작가로는 강호연, 박준범, 백정기, 슬기와 민, 연기백, 이은우, 정지현이 참여하고 해외 작가로는 레미 차우그(Rémy Zaugg), 르네 풀버(René Pulfer), 알렉스 실버(Alex Silber), 울리히 감케(Ulrich Gambke), 토마스 루프(Thomas Ruff), 헤르조그 & 드 뫼롱이 참여했다. 헤르조그 & 드 뫼롱은 사옥 공사 현장과 건축에 사용된 소재 등 일련의 건축 과정을 영상, 프로젝션, 증강현실과 디지털 전시 방식으로 선보였고, 박준범은 싱글채널 4K 장편 비디오 <Rewind Irregularly>를 공개했다. 그런가 하면 작가 정지현이 공간을 기록한 ‘Structure Studies’도 감상할 수 있었다.



2층 오디토리움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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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은_소리의 틀>

7월 8일부터 ‘제17회 송은미술대상’ 대상 수상자 김영은의 개인전 <소리의 틀>이 개최된다. 지난 2017년 작가는 <제17회 송은미술대상전>에서 소리라는 매체가 인지적, 사회적으로 어떻게 작용되어왔는지에 관한 관심사를 투영한 작업을 선보인 바 있는데, 이번 전시에선 국제표준음고 A, 절대음감, 오선보와 같은 서양 음악의 요소들과 민족지학적 오디오 레코딩의 인류학적 시도들이 한국음악과 만나는 지점을 포착한다.


‘청음 훈련’은 피아노로 연주되는 음을 듣고 그 음높이를 맞추는, 서양 음악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겨지는 요소 ‘음고’의 정확한 인지능력을 발달시키기 위한 훈련이다. 하지만 일본에서 이는 청음 능력을 키우는 군사훈련의 일환으로 변질됐는데, 작가는 신작 <청음 훈련>에서 제2차 세계대전 중 실제 훈련에 참여한 학생들과 대원들이 직접 쓴 악보, 인터뷰 자료, 녹음 기록물 그리고 이 당시를 연구한 연구자들의 논문을 바탕으로 훈련을 재구성한다. 영상 속 육군 방공 학교와 닛치쿠 공업 주식회사가 함께 제작한 적군 비행기 소리 모음집에서 발췌·재연된 소리, 해군에서 제작한 함선 수중음의 도표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소리 등을 구현하며 작가는 역사 속에 묻힌 낯선 청각적 사건을 현재로 소환한다.




지하 2층 전시장 전경 

© SONGEUN Art and Cultural Founda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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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밝은 소리 A>(2021-2022)는 오케스트라를 비롯 대부분의 현대적 악기를 조율할 때 기준이 되는 라(A) 음이 440Hz로 자리 잡게 된 역사를 소개한다. 작가는 더 ‘밝은 소리’를 추구하는 인간의 청각적 선호에 의해 계속 상향되는 A를 조명하는데, 여기엔 밝은 소리를 통해 이윤을 추구하는 악기 제작자들 간의 경쟁, 소리를 멀리 전달해 군대의 사기를 높이려는 유럽과 미국의 군악대의 관행 등이 영향을 미쳤다. 뿐만 아니라 표준음 A가 한국에 도입된 순간도 재구성한다. 한 미국인 선교사가 대구 지역에 처음 들여온 피아노에 대한 20세기 초 역사적 기록물을 토대로 그 운반 과정을 재연하는 것. 피아노의 도입은 당시 한국인의 청감각 속에 자리 잡은 음에 대한 이론과 성향이 바뀌는 중대한 변화의 시발점으로, 전통 음악적 귀가 서양 음악적 귀로 변화되는 과정에서 발생한 여러 가지 청감각적 충돌을 야기했다. 작가는 이를 통해 A음을 ‘싣고’ 온 서구식 피아노의 한국 유입이 갖는 상징적 의미를 짚는다.


전시는 소리를 물리적, 심리적, 역사적 관점으로 해석 가능한 어떤 영역으로 바라보며 개인이 소리를 인식하는 기준에 의문을 품고 음악을 형성하는 기존 시스템의 구축 과정을 살핀다. 동시대 청각 문화의 격자 위에 우리의 귀는 어디에 놓여있는지 질문을 던지고, 음악을 구성하는 ‘틀’의 구축 과정을 살피는 자리는 8월 13일까지 마련된다. 한편 송은은 2001년부터 매년 공모와 심사를 통해 국내 미술작가를 지원하는 ‘송은미술대상’을 운영 중이다. 제정 20주년을 맞아 지난해부터 자격 기준을 완화하고 본선 전시 참여작가를 20명으로 확대하는 등 보다 폭넓은 국내 신진 작가군 지원을 위해 힘쓰고 있다.PA





스페이스K 서울 외부 전경




Special Feature No.6

Space K
스페이스K



조금 과장해, 지난해 미술계는 스페이스K 서울의 헤르난 바스(Hernan Bas) 전시를 본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으로 나뉘었다. 전염병은 점점 깊어가고 문화예술도 한없이 무력하게 느껴지던 그때, 인간의 여리고 불안한 내면세계를 다층적으로 표현한 바스의 감각적 회화는 아름다움을 넘어 우리 심상에 숨겨진 판타지와 욕망을 상기시켰기 때문이다. 여리한 소년들의 눈빛과 애티튜드가 어찌나 보는 이의 가슴을 건드리던지.


서울의 서쪽 끝, 강서구 마곡동 공원 한복판에 스페이스K 서울이 있다. 먼저 마주치는 것은 75m 길이의 곡면 벽에 아치 형상의 미술관의 입구. 완만한 스팬의 아치는 개방적 미술관으로서 공원으로의 확장 가능성을 상징하는 것이며 아치 상부 양측을 따라 형성된 경사로와 계단은 공원의 공공 영역과 활동이 미술관 상부의 옥상 공원까지 입체적인 방식으로 연장되도록 설계됐다.




다니엘 리히터(Daniel Richter) 

<투아누스(Tuanus)> 2000 

캔버스에 유채 252×368cm




건축 내부는 다양한 변화가 가능한 하나의 무주공간으로 구성됐다. 큰 가변성을 가진 이 전시공간에는 3개의 천창을 통해 확산된 간접 자연광이 자연스럽게 유입된다. 천정고는 3.3m에서 점진적으로 높아져 최대 9.2m까지 올라감으로써 짜여진 공간임에도 불구하고 다양한 전시 연출이 가능하도록 고안됐다. 전시 목적에 따라 2.5m 간격의 천정보 모듈을 기준으로 자유로운 조명배치가 가능하고, 이를 바탕으로 전시 벽체들을 배열할 수 있다.


2020년 9월 정식 개관한 스페이스K 서울은 앞서 언급한 바스의 <모험, 나의 선택(Choose Your Own Adventure)>를 필두로 영국 출신 개념 미술가 라이언 갠더(Ryan Gander)의 개인전 <변화율(The Rates of Change)>, 독일 라이프치히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네오 라우흐(Neo Rauch)와 로사 로이(Rosa Loy)의 2인전 <경계에 핀 꽃(Flowers on the Border)>을 차례로 선보이더니 급기야 전시 <그리고 아무도 아프지 않았다(And then none were sick)>로 작가 이근민을 일약 화제의 중심에 올려놓았다. 개관한지 만 2년도 되지 않았는데, 스페이스K 서울은 어떻게 이런 성과를 낸 걸까. 그 이유를 따지면 이렇다. 서울에 미술관이 지어진 건 최근이지만 스페이스 K는 지난 2011년부터 이미 과천, 대구, 광주 등에 코오롱의 문화예술 나눔공간으로 설립, 운영돼왔으며 이장욱 수석큐레이터를 중심으로 한 팀원들이 꾸준히 쌓아온 작품에 대한 안목과 내공이 운영에 뒷받침되고 있기 때문이다.  




<모험, 나의 선택(Choose Your Own Adventure)> 

전시 전경 2021 스페이스K 서울




다니엘 리히터 <나의 미치광이웃>

연승을 거듭한 스페이스K 서울의 이번 주자는 독일 출신 다니엘 리히터(Daniel Richter)다. 1990년대 중반부터 대중매체와 동시대 문화에서 영감을 얻어 강렬한 색채 회화로 세계적 이목을 끈 작가의 대규모 개인전이 6월 23일부터 9월 28일까지 열리는 것이다. 전시는 초현실주의와 이탈리아의 매너리즘, 현대의 언더그라운드 문화에서 영향 받아 사이키델릭한 화면 구성과 추상적 필치를 뽐냈던 2000년대 초 작업부터 형상과 추상을 넘나드는 근작까지 20여 년 간 리히터의 작업 흐름을 살핀다.  


전시 타이틀 ‘나의 미치광이웃(My Lunatic Neighbar)’은 ‘Neighbor’의 철자를 의도적으로 바꿔 정해진 규칙을 따르지 않는 작가의 자유로움과 표현을 드러낸 것이라고. 리히터는 독일 함부르크에서 펑크 록 밴드의 포스터와 앨범 재킷을 그리는 것으로 미술 활동을 시작했다. 20대에 사회 운동과 음악에 심취했던 작가는 베를린 장벽이 무너진 후, 함부르크 예술대학에 들어가 본격적으로 미술을 공부했다. 그는 예리하면서 유머러스한 시선으로 신문 기사, 잡지, 영화, 미술사, 광고 등 우리를 둘러싼 다양한 이미지를 재해석해 작품의 재료로 활용하는 동시에 우리 삶의 공포와 불안을 포착해 회화로 완성한다. 그런 리히터의 회화는 지속적으로 변화하며 발전해 왔는데 1990년대는 추상회화의 자유로움을 실험하며 최대한의 시각 정보를 담은 화면을 구성했고 2000년대 이후로는 더 강한 구상성과 서사성을 담는다.




<나의 미치광이웃(My Lunatic Neighbar)> 

전시 전경




그런 그는 최근 더 강력한 색과 선으로 인물들의 행동을 단순하고 긴장감 있게 표현하고 있다. <눈물과 침>(2021)은 강한 실루엣과 원색 표현이 인상적인데 제1차 세계대전으로 다리 잃은 독일 두 소년 병사가 목발을 짚고 나란히 걸어가는 엽서 사진을 참조한 것이다. 전쟁의 부조리와 슬픔을 상징하는 이 사진은 리히터에 의해 각자 하나의 다리를 가진 두 사람이 겹친 모습으로 전환되어 펑크스타일의 화려한 나비나 휴머노이드처럼 역동적 존재로 읽힌다. 전쟁의 상흔과 같은 드라마틱한 감정을 표현하기보다 선과 색의 화면이 다양하게 읽혀질 수 있도록 실험하는 것이다. <개쩌는 음악>(2018)도 마찬가지다. 명확한 신체 이미지라기보다 조각난 덩어리로 묘사된 것들을 살피다보면 벌린 입은 비명을 암시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음악에 맞춰 춤을 추는 모습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다니엘 리히터(Daniel Richter) 

<눈물과 침(Tränun Und Gesabber)> 

2021 캔버스에 유채 220×165cm




이렇듯 신체의 이미지를 재료 삼아 선과 색 자체에서 오는 시각적 스펙트럼을 넓히는 작가 리히터. 2022년 ‘베니스 비엔날레(Venice Biennale)’ 기간에 맞춰 아테네오 베네토(Ateneo Vento)에서 대규모 신작 전시도 선뵈는 그의 그림을 지금 서울에서 만날 수 있다. 제여란 개인전(제목 미정)오는 10월 27일부터 내년 1월까지는 30여 년간 붓이 아닌 스퀴지를 사용해 작업을 펼쳐온 제여란의 솔로쇼가 마련된다. 한국 대표 추상 회화 작가 중 한명인 그는 전신의 역동적인 움직임을 스퀴지로 활용해 캔버스 전체에 옮긴다. 작가의 몸이 지나간 흔적들은 독특한 질감의 추상 회화가 되고, 화면 속 뒤엉킨 곡선과 색채는 관람객의 관점에 따라 다양한 이미지로 재탄생한다.PA







메종 에르메스 도산 파크 

외부 전경 사진: Masao Nishikawa





Special Feature No.7
Atelier Hermès
아뜰리에 에르메스



“우리의 행동이 우리를 정의한다(Our gestures define us).” 에르메스 재단(Fondation d’entreprise Hermès)은 이 같은 정신을 기조로 2008년 발족과 함께 창작활동 및 예술과 기술의 노하우 전수, 환경 보존, 사회연대 영역의 내일을 생각하며 행동하는 이들을 후원하고 있다. 그리고 그 일환으로 우리나라 서울을 비롯 프랑스 파리, 벨기에 브뤼셀, 일본 도쿄에 전시 공간을 운영하며 예술가를 지원하고 그들의 작품 세계를 널리 알리는 것에 주목한다. 서울시 강남구 도산대로에 위치한 아뜰리에 에르메스는 2006년 11월 전 세계 네 번째 에르메스 메종(플래그십스토어)으로 지어진 메종 에르메스 도산 파크 지하 1층에 자리한다.




메종 에르메스 도산 파크 

지하 1층 카페마당 

전경 사진: Masao Nishikawa




빛나는 사각형 형태의 유리 건물 메종 에르메스 도산 파크는 건축가이자 인테리어 디자이너, 아티스트였던 고(故) 르나 뒤마(Rena Dumas)가 설계한 것으로, 그는 에르메스 가문의 5대손이자 회장이었던 고(故) 장-루이 뒤마(Jean-Louis Dumas)의 부인이기도 하다. 메종 프로젝트를 설계할 때 르나 뒤마는 항상 해당 국가와 도시, 거리를 연구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했는데, 메종 에르메스 도산 파크의 경우 한국 전통 가옥의 형태에서 영감을 받았다. 건물 중간에 보이드 공간을 마련해 빛을 내부로 끌어들였고, 중정과 테라스, 유리와 계단은 한옥이 지닌 소통과 여유의 미덕을 오마주해 공간의 분위기를 높인다. 30cm 간격으로 배치된 이중 유리 벽면과 금색과 흰색 직선 장식의 빛과 그림자가 투영되는 황금색 유리 육면체 디자인은 2007년 ‘한국건축문화대상 우수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류성실 <불타는 사랑의 노래> 2022

싱글채널 비디오 약 10분 

이미지 제공: 에르메스 재단 © 류성실




<류성실_불타는 사랑의 노래>

프랑스어로 예술가의 작업실, 장인의 작업실 모두를 지칭하는 ‘아뜰리에’는 한국 현대미술 현장을 위해 활발히 역할하고 전통적 장인 정신에 깊게 뿌리 두는 재단의 의지를 표현한다. 예술가를 지원하는 공간이자 실험적, 역동적 현대미술의 가치를 전파하는 380㎡ 규모의 전시장은 ‘삶의 한 형식으로서의 예술’을 제안하며 매년 세 번의 전시를 선보인다. 전시기획은 삼성미술관 플라토 부관장을 역임한 아티스틱 디렉터 안소연이 맡는다. 2022년엔 지난 6월 막을 내린 로르 푸르보(Laure Prouvost) 개인전 <심층 여행사>에 이어 7월 류성실, 11월 남화연의 전시가 개최된다.


7월 29일부터 10월 2일까지 열리는 류성실 개인전 <불타는 사랑의 노래(The Burning Love Song)>는 ‘제19회 에르메스 재단 미술상’ 수상자 전시다. 재단은 외국 기업으론 최초로 한국의 창의적인 젊은 작가들을 발굴 및 후원하기 위해 2000년부터 상을 제정해 운영 중이며, 첫해 장영혜가 수상한 데 이어 김범(2001), 박이소(2002), 서도호(2003), 박찬경(2004), 구정아(2005), 임민욱(2006), 김성환(2007), 송상희(2008), 박윤영(2009), 양아치(2010), 김상돈(2011), 구동희(2012), 정은영(2013), 장민승(2014), 정금형(2015), 오민(2017), 전소정(2019), 류성실(2021)이 선정됐다. 2016년부턴 격년으로 수상자 전시를 아뜰리에 에르메스에서 선보이고 있다.




메종 에르메스 도산 파크 여름 윈도 디스플레이:

 잭슨홍 <여름의 물보라>

 © 에르메스 코리아 사진: 김상태




역대 수상자 중 최연소인 류성실은 짧은 작가 경력에도 불구 독자적인 캐릭터를 구축하고 1인 미디어 콘텐츠를 생산하는 등 동시대 문화 현상을 첨예하게 다루며 고유의 작품 세계를 완성해가고 있다. 전시에 공개되는 신작 <불타는 사랑의 노래>는 전작에서 선보인 가상의 여행사 <대왕 트래블(Big-King Travel)>(2019-2020)의 서사적 시점을 창업 이전으로 되돌려 사장 이대왕이 사업 초창기에 전개한 ‘대왕 애견상조’를 조명한다. 기성의 장례식과 화장장의 절차를 차용한 전시 공간에서 관람객은 어느 반려견의 죽음과 애도 예식에 동참하게 되고, 약 15분간 압축적으로 거행되는 일련의 장례/화장 절차를 통해 죽음마저도 철저하게 사업 아이템으로 활용하는 이대왕의 사업수완과 향후 문어발식으로 사업을 확장해나갈 이 문제적 인물의 영웅적 서사의 기원을 목도하게 된다.


류성실이 창조한 이대왕과 전작의 BJ 체리장은 인간의 욕망과 나약함을 이용해 돈이 되는 것은 무엇이든 조작하는 자본주의 주역들이다. 이들의 평행세계는 ‘죽음’이라는 계기를 통해 교차되기도 하지만, 돈을 최고의 가치로 여기며 숭배하는 배금주의(拜金主義)는 죽음의 엄숙함이나 한계마저도 가볍게 뛰어넘을 수 있을 만큼 강력한 힘의 원천으로 드러난다. 한국의 소비주의적 풍속을 일종의 블랙코미디 서사로 구현하며 현실 자본주의 사회의 민낯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류성실, 7월 29일 아뜰리에 에르메스에서 그의 신작을 만날 수 있다.




양혜규 

<솔 르윗 뒤집기(Sol LeWitt Upside Down)> 

2017 혼합재료 사진: Masao Nishikawa




잭슨홍 <여름의 물보라>, 양혜규 <솔 르윗 뒤집기>

아뜰리에 에르메스뿐 아니라 메종 에르메스 도산 파크 곳곳엔 예술가들의 흔적이 남아있다. 대표적으로 건물 1층 쇼윈도는 일 년에 네 번, 계절의 변화와 함께 변모한다. 윈도 디스플레이는 에르메스의 당해 테마와 작가의 감각이 만나 창조된 새로운 해석의 결과인데, 오는 8월 19일까지는 잭슨홍의 <여름의 물보라>가 생생한 시각적 즐거움을 선사한다. 그런가 하면 3층엔 양혜규의 <솔 르윗 뒤집기 - 184배로 확장한 하나와 66배로 확장·복제하여 맞세운 둘, 다섯 개의 모듈에 입각한 입방체 구조물 #81-E(Sol LeWitt Upside Down-Cube Structures Based on Five Modules, Central One Expanded 184 Times, Another Expanded 66 Times then Doubled and Mirrored #81-E)>(2017)가 설치돼있다.




로르 프루보(Laure Prouvost) 

<심층 여행사(DEEP TRAVEL Ink.)> 

전시 전경 2022 아뜰리에 에르메스

 이미지 제공: 에르메스 재단 사진: 김상태




에르메스 커미션으로 제작된 작업은 양혜규가 오랜 기간 다뤄온 베니션 블라인드 블록을 주재료로 한 시리즈 일환으로, 미국 개념미술가 솔 르윗(Sol LeWitt)의 <다섯 개의 모듈에 입각한 입방체 구조물(Cube Structure Based on Five Modules)>(1971-1974)을 물리적으로도, 개념적으로도 뒤집은 작업이다. 비어 있는 정육면체에 베니션 블라인드를 추가해 새롭게 해석한 작품은 균형 잡힌 큐브 형태, 개방과 동시에 차단되는 감각, 비움과 채움의 조화를 중점에 둔 공간과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며 마치 건축의 일부인 듯 기능한다. 메종 에르메스 도산 파크를 방문한다면 이 포인트들 역시 놓치지 말자.PA





현대 모터스튜디오 부산 외부 전경 

이미지 제공: 현대자동차





Special Feature No.8
Hyundai Motorstudio Busan
현대 모터스튜디오 부산



현대자동차의 브랜드 스페이스 현대 모터스튜디오는 자동차 회사로서의 정체성을 담은 ‘모터’와 창조·실험의 공간을 상징하는 ‘스튜디오’의 결합으로, 국내 서울, 고양, 하남, 부산과 중국 베이징, 러시아 모스크바에 이어 지난 6월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 개관했다. 총 7개 도시에서 각기 다른 테마로 운영되는 현대 모터스튜디오는 모빌리티는 물론 예술과 문화를 아우르는 라이프 스타일 전반을 체험할 수 있는 콘텐츠를 구성해 선보인다. 부산광역시 수영구에 위치한 현대 모터스튜디오 부산은 복합문화단지 F1963 내에 자리한다. 1963년부터 2008년까지 45년간 와이어 로프를 생산하던 이곳은 고려제강의 옛 철강공장 부지로, 그 이름 역시 공장(Factory)의 ‘F’와 설립연도 ‘1963’을 따서 만들었다. 현대 모터스튜디오 부산 설계를 맡은 원오원 아키텍츠 최욱 소장은 이점에 착안해 와이어와 철골을 핵심 소재로 활용했다.


폭 12m, 길이 90m의 좁고 긴, 독특한 공간 비례의 건물 외관은 기둥 대신 고려제강 와이어 장력이 지탱하고 있어 마치 기둥 없이 바다 위에 뜬 현수교를 연상케 하고, 내부 2층과 3층 천장에 알루미늄 루버를, 4층 천장에 익스팬디드 메탈을 사용해 부재(部材)를 자연스럽게 노출시켰다. 또한 2층과 4층 바닥엔 현대자동차 울산공장에서 사용된 플라스틱과 유리 등을 가공한 테록시를, 3층 바닥엔 바닷가에 버려지는 어망을 재활용한 카펫을, 내부 마감재론 금속과 유리 등을 사용해 각종 폐자재와 재활용 가능 소재를 건물 전체에 적용함으로써 지속가능성의 의미도 더했다.




피플즈 아키텍처 오피스

(People’s Architecture Office) 

<리미널 시티(Liminal City)> 2021 

아연 도금 강판 520×1,170×500cm 이미지 제공: 

현대자동차 사진: 신경섭 

@현대 모터스튜디오 부산 <미래가 그립나요?>




현대 모터스튜디오 부산을 방문하면 가장 먼저 1층에 설치된 17m 대형 LED 스크린 크리에이티브 월(Creative Wall) 앞에 발걸음을 멈추게 된다. 화면엔 디지털 아티스트와 프로그래머, 디자이너 등으로 구성된 영국 디지털 전문 아트 그룹 유니버셜 에브리띵(Universal Everything)의 작품이 상영되고 있는데, 그중 <런 포에버(Run Forever)>는 브랜드와의 긴밀한 협업으로 탄생한 작품이다. 달리고 있는 사람은 현대자동차의 청정연료를 통해 자연과 하나가 되고, 나아가 무한히 달릴 수 있는 에너지로 순환됨을 보여주며 현대자동차의 미래 비전을 시각화했다. 이어 2층 주요 전시공간에선 현대자동차의 철학과 미래 지향성을 반영한 기획전시가 펼쳐지고, 3층엔 새로운 각도에서 2층 전시물을 감상하는 캣워크와 추가 전시공간, 휴식 공간이, 4층엔 테라스와 레스토랑을 비롯 다양한 체험프로그램을 즐길 수 있는 러닝 존(Learning Zone)이 마련돼있다.




현대 모터스튜디오 부산 2층 전시장 전경

이미지 제공: 현대자동차




일상을 풍요롭게 만드는 디자인의 힘

앞서 언급했듯 7개 도시에 위치한 현대 모터스튜디오는 저마다의 테마를 지니는데, 부산의 핵심 주제는 ‘Design to live by’로, ‘일상을 풍요롭게 만드는 디자인의 힘’이다. 2021년 4월 개관전 <Reflections in Motion>을 시작으로 8월 <헬로 로봇, 인간과 기계 그리고 디자인>, 12월 <미래가 그립나요?>를 차례로 개최하며 일상 전반을 관통하는 다양한 디자인 전시를 기획해 선보이고 있다. 그리고 오는 7월 7일엔 새로운 전시 <해비타트 원(HABITAT ONE)>이 공개된다. <해비타트 원>은 탄소중립 시대를 살아갈 첫 세대 제너레이션 원(Generation One)을 위한 새로운 형태의 거주 솔루션 쉘터(Shelter)를 통해 지속 가능한 미래 환경에 대한 비전을 제시한다. 영국 런던 기반의 생명공학 및 건축 분야 특화 디자이너 그룹 에콜로직스튜디오(ecoLogicStudio)와 리서치 기반의 건축 작업 및 공공예술에 특화된 국내 건축 스튜디오 바래(BARE)의 작품 총 5점을 만날 수 있다. 다음 세대 쉘터에서 펼쳐질 도시에서의 일상과 지속 가능한 삶의 새로운 가능성이 궁금하다면 전시장을 방문해볼 것.




리트레이싱 뷰로(Re-tracing Buro)

 <아무것도(Rien)?>

 2021 2개의 싱글채널 비디오(반복 재생: 각 2분),

 목재, 아크릴판, 스프레이 페인트 290×500×80cm 

이미지 제공: 현대자동차 사진: 신경섭

 @현대 모터스튜디오 부산 <미래가 그립나요?>



그런가 하면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3월까지 열렸던 <미래가 그립나요?>는 ‘현대 블루 프라이즈 디자인’의 첫 수상자 큐레이터 심소미의 전시였다. 올해로 2회째를 맞은 ‘현대 블루 프라이즈 디자인’은 디자인 큐레이팅 전시를 통해 대중과 소통하고 차세대 디자인 큐레이터를 양성하기 위한 어워드 프로그램으로, 매년 시대상을 반영한 주제를 마련해 디자인에 대한 깊은 이해와 즐거움을 함께 장려한다. 1회 수상자 심소미는 ‘시간의 가치(Value of Time)’를 주제로 미래를 상상하는 것이 점차 어려워지는 현 시점에 향후 30년을 어떻게 상상할 수 있을지 고민하며 다양한 디자이너, 시각예술가, 연구자의 시선으로 만연한 불안 속에서 살아가는 현시대의 인류가 잃어버린 미래의 시간을 조망했다.




일상의실천 <변종의 시대> 2021 싱글채널 비디오, 

컬러, 사운드 약 2분 이미지 제공: 현대자동차 

@현대 모터스튜디오 부산 <미래가 그립나요?>



이어 2회 주제는 ‘쉘터 넥스트(Shelter Next)’로 환경오염과 팬데믹의 시대, 정신적 피로와 소통의 부재를 겪고 있는 사람들에게 휴식의 의미를 재해석해 새로운 쉼터를 제안하는 것이 과제였다. 공모와 심사를 거쳐 큐레이터 박지민이 최종 수상자로 선정됐다. 서울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가구 디자이너이자 기획자인 그는 ‘내 친구의 집은 어디인가’를 통해 집이라는 물리적 거주 공간을 넘어 어디든 쉼터가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시하고 관람객들이 자신만의 쉼터를 고민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한다. 박지민이 기획한 전시는 2023년 하반기 현대 모터스튜디오 부산에서 전시 예정이다. 이처럼 현대 모터스튜디오 부산은 비전 ‘인류를 위한 진보(Progress for Humanity)’ 아래 인간 삶에 밀접한 디자인의 가치를 조명하고 소통하는 하나의 플랫폼으로 자리하고자 한다. 디자인을 통해 일상이 영감으로 풍성하게 채워지는 특별한 경험을 만끽해보고 싶다면 현대 모터스튜디오 부산으로 발걸음을 옮겨보는 건 어떨까.P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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