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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ue 190, Jul 2022

심승욱_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익숙함

2022.6.9 - 2022.7.3 수애뇨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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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ten by

김노암 미술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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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분명한
그러나 압도적인 무언가


전시장은 알 수 없는 것들의 불편한 긴장으로 가득하다. 형태를 분간할 수 없는 그러나 강렬한 검은 실루엣의 두상이 좌우로 천천히 움직이고 뿔 달린 악마를 연상케 하는 두상이 기괴한 기계음을 내며 움직인다. 마치 지옥이나 연옥의 풍경을 떠올리게 한다. 배운 언어나 논리, 의미를 벗어난 검은 구멍과 같은 존재들이 공간을 점유하고 있다. 이 괴이한 것들은 위안을 주고 공감을 불러일으키며 유쾌하고 쾌적한 정서를 약속하는 예술과는 하등 상관이 없다. 욕망의 기술이 고도로 발달한 사회에서 우리는 과거보다 더 자주 파국적이며 파멸적인 또는 세기말적이며 묵시론적인 검은 형상들을 목격한다. 인류의 종말 또는 최종국면의 풍경이다. 작가의 상상력은 이렇게 현실화되어 어떤 경계선을 넘어간다. 그 선을 넘으면 우리는 보지 말아야 할 것, 알지 말아야 할 것을 알게 된다.

심승욱은 우리가, 우리 사회가 오래전부터 현재까지 경험해왔지만 아직 그 형태를 규정하거나 명명하지 못하고 있는 것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화이트 큐브는 안과 밖으로 작가가 설치한 이상한 오브제, 기이한 이미지로 연출되었다. 불분명한 긴장감이 내부와 외부에서 동시에 엄습하듯 채워진다. 무슨 형식이나 조형 언어로 이해하는 것은 용이하지 않다. 기존에 작가가 자신의 현실 세계에 취해온 입장 또는 태도와 그의 작업을 생각해보면 더더욱 그렇다. 미술사 또는 비평언어가 간과하거나 망각해온 것들을 되새김질하려는 것일지도 모른다. 인류가 쌓아온 악덕들, 허세와 허영, 오만과 욕구의 기괴한 덩어리들을 은유할지도 모른다. 또는 세계를 지배하고 있는 다국적 에너지기업들의 어두운 세계관을 은유할지도 모른다.



<구축 혹은 해체 환영의 틈> 2021 
초산비닐수지, 발포우레탄, 철전산 
220×320×150cm



그것은 자본과 폭력의 세계에서 인류를 지배하려는 검은 욕망일지도 모른다. 어둡고 기괴한 초현실적 이미지로 유명한 H.R.기거(Giger)를 떠올리게 한다. H.R.기거는 영화 속 괴생명체 또는 완벽한 포식자인 에얼리언의 원화가로도 잘 알려졌다. 기거의 작업은 20세기 유럽 사회가 겪어온 전쟁과 약육강식의 공포와 폭력, 근원적인 불안의 이미지로 읽을 수 있다. 영화 <판의 미로>로 잘 알려진 기예르모 델 토로(Guillermo del Toro Gómez)의 세계관 또한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수많은 예술인이 순수예술이건 대중예술이건 인간이 자각해온 인간 존재의 본질적인 결핍, 불안과 공포를 중요한 주제로 다뤄왔다. 불안과 공포는 유령처럼 기척 없이 훅 다가와 세계와 나의 관계를 흔들어 놓는다.

작가의 질문은 이런 것이 아닐까. 명명할 수 없는 또는 규정할 수 없는 실체에 대하여 우리는 어떻게 감각하고 사유해야 하는가? 그것이 실체이기 한 것일까, 또한 사유라는 것이 가능한 시대이긴 한 것일까? 검은 구멍처럼 일상의 차원을 찢고 나온 어떤 익명의 모호한 실체는 마치 유령이나 괴물 또는 악마나 악령, 천사 또는 타락 천사. 하여간 그것이 무엇이 되었건 일상의 존재는 아닌 것이 분명한 무언가가 존재하는 것 같다. 작가는 그것을 감지하고 물질화했다는 점이다. 의미 없음 또는 의미가 부여되기 이전의 존재에 대해 우리는 감각할 수 있다고 믿는다. 또 그런 믿음이 여전히 현대미술이 멈추지 않고 작동하도록 추동하는 동력이기도 하다. 그것은 영원히 충족할 수 없는 텅 빈 자리, 결핍의 역동성일 것이다.

오늘날 현대예술에서 논리적 공간은 더 이상 불가능해 보인다. 왜냐하면 현대예술이 태동하는 작금의 현실이 더는 논리적 공간을 허용하지 않기 때문이다. 메가-광기의 시대가 도래한 것처럼 보인다. 게다가 이미지와 이미지가 은유하는 의미는 고정점 없이 무한히 분열하며 확산한다. ‘의미’의 보편성과 객관성을 모색하는 것이 쉽지 않다. 이런 시기에 제정신을 유지한다는 것, 그것이야말로 진정한 의미에서의 광기일 것이다. 작가가 통제할 수 없는 병리적 광기와 달리 예술이란 자유롭게 유희할 수 있는 광기라 볼 수 있다. 평범과 비범을 넘어 광기의 영역까지 뻗쳐나가서야 비로소 자신의 온전한 세계, 자신만의 고유한 정신과 표현을 획득할 수 있지 않을까. 심승욱의 세계에서 우리는 어떤 불분명하지만 무언가 압도하는 것들을 감지하게 된다.


* 전시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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