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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ue 191, Aug 2022

다니엘 보이드
Daniel Boyd

유혹하며 확장하는 Dot

● 정일주 편집장 ● 이미지 작가, 국제갤러리 제공

다니엘 보이드(Daniel Boyd), 에디션 오피스(Edition Office) 'For Our Country - Aboriginal and Torres Strait Islander Memorial' 설치 전경 2019 캔버라 호주 전쟁 기념관 사진: Ben Hosk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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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일주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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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나만큼 날 잘 아는 사람은 없다!’고 자신하지만, 더러 자신의 모습에서 낯설음을 발견하기 마련이다. 거리를 걷다 비춰 본 쇼윈도의 모습이라든지 지하철 차창에 반사된 자신의 모습, 혹은 어릴 적 메모한 문장들에서 어쩐지 익숙지 않고 어색한 그리고 전혀 색다른 감정을 읽게 되는 것이다. 다니엘 보이드(Daniel Boyd)는 머릿속에 배양된 상황을 평면에 옮겨놓은 다음 스스로 그 이야기의 중심으로 삽입된다. 시간과 그림을 결합시킨 작품에서 작가는 모든 장면의 주인공이다. 비록 화면에 모습이 나타나지 않더라도, 전지적 작가 시점으로 완성된 그의 모든 작품은 일종의 자화상이며 스스로의 모습을 반사시키는 거울인 것이다. 보이드는 자신과 조상들이 겪은 삶의 소재를 선택하고 그 속에서 맞닥뜨리는 에고와 고통에 초점을 맞추되, 거기에 인간적인 관점을 적절히 배치한다. 이를 테면 이런 것이다.

보이드는 1789년 일어난 남태평양의 실화인, 해양 역사상 가장 유명한 선상 사건 ‘바운티호(HMS Bounty)의 반란’을 차용해 작품을 만들었다. 동기의 특이함, 전개의 드라마틱함, 최후의 비극성 때문에 오랫동안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렸고, 여러 문학작품과 영화의 소재가 되었던 이 역사적 사건을 소재로 한 MGM사의 블록버스터 영화 <바운티호의 반란(Mutiny on the Bounty)>(1962)의 포스터 이미지를 담아 보이드는 작품 <Untitled(POMOTB)>을 완성했다. 이미 한 차례, 영화에 등장하는 배우 타리타 테리파이아(Tarita Teri'ipaia)를 담은 전작(<Untitled(TBONSSWM)>(2020))을 통해 관념적 아름다움과 대중문화에 드러나는 재현 방식을 고찰했던 작가는 이듬해인 2021년 국제갤러리에 마련된 개인전에선 <Untitled(POMOTB)>를 비롯해 바운티호 복제선의 뱃머리에서 얻은 나무들로 프레임을 짠 거울 조각 작품 <Untitled(AMMBGWWFTB)>와 복제선을 직접 표현한 회화 <Untitled(FFITFFF)>까지 선보였다. 이처럼 하나의 맥락으로 연결된 작품들은 영화, 문학, 대중문화를 통해 유럽 중심적 관점으로 기술된 역사가 어떤 방식과 과정에 힘입어 보편성과 견고함을 확보하는지에 대한 작가 나름의 논의 방식이다.  



<Untitled(GRBIANAM)> 2019 
Oil paint, pastel, charcoal and 
archival glue on paper mounted to linen
 71×51cm Courtesy of the artist and Kukje Gallery




그의 이 개인전은 스코틀랜드 출신의 소설가 겸 시인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Robert Louis Stevenson)의 소설 『보물섬(Treasure Island)』(1883)을 바탕삼아, 제목 역시 똑같이 지어졌다. 보이드는 작업 초창기부터 이 소설을 작업의 주요 원천으로 삼아 이야기를 옮기거나 전복시켜왔는데 제임스 쿡 선장과 조셉 뱅크스 경을 ‘해적’으로 묘사한 초기 연작 ‘No Beard’(2005-2009)도 그중 하나다. 보이드의 이야기에서, 오랫동안 호주 식민지 역사의 영웅으로 추앙 받아온 쿡은 안티히어로이다. 2006년 작품 <We Call them Pirates Out Here>에서 눈가리개를 한 쿡은 해골이 중앙에 위치한 유니언 잭을 펄럭이며 원주민들로부터 무언가를 빼앗으려는 인물로 묘사된다. 그간 영웅적 구원의 제스처로 인식됐던 쿡의 모습은, 한 평화로운 섬을 수탈하려는 외눈박이 깡패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작품을 통해 보이드는 호주 역사의 풍경과 사건에 대한 전혀 다른 해석을 제시하며, 지금껏 이야기의 주체였던 백인 관점에 반기를 든다.



<Untitled(KNTFPOG)> 2019 Oil paint, 
archival glue and screenprint on paper 
mounted to linen 96×74.5cm Courtesy 
of the artist and Kukje Gallery



<We Call them Pirates Out Here>을 통해 백인 탐험과 정착의 공식 역사를 조롱한 작가는 2014년 벽화 작품 <Untitled>를 선보였다. 원주민 창조 이야기의 기초가 되는 별과 서양 탐험가들이 사용한 항해 지도를 참고한 작품은 밤하늘의 우주지도 그 자체다. 스타일은 매우 다르지만 두 작품은 서로 다른 문화적 관점과 경험을 함께 엮어 호주의 역사와 장소를 원주민의 관점에서 다시 이야기한다는 공통점을 지닌다.
한편 보이드를 말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작품이 있으니 2019년 에디션 오피스(Edition Office)와 완성한 <For Our Country>이다. 그에게 ‘ACT Architecture Awards 2020’ 수상의 영예를 쥐어준 작품은 폭 11m, 높이 3m의 파빌리온 형태로, 원형의 돌밭 안에 수천 개의 투명 렌즈로 덮인 양방향 거울 유리벽으로 완성됐다. 일찍이 시간과 공간 및 기억에 대한 우리의 불완전한 이해를 가리키기 위해 원형 미러 디스크를 즐겨 사용했던 작가는 이 작품에도 밤하늘에 흩어져 있는 별이나 우주의 암흑 물질을 구성하는 아원자 입자 같은 반사 렌즈를 사용했다.  



<다니엘 보이드_항명하는 광휘>
 전시 전경 2019-2020 국제갤러리 부산 
Courtesy of the artist and Kukje Gallery



2018년 보이드와 Kudjala를 포함한 북부 퀸즐랜드 출신의 남성들과 에디션 오피스는 군대를 인정하고 기념하는 Memorial Sculpture Gardens의 새 조각을 디자인하도록 위임받았다. 원주민과 토레스 해협 주민들의 유산에 대한 봉사와 경험을 기리기 위한 작품은 깊은 역사적 이해와 그와 연관된 수많은 생명을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보이드는 작품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원주민과 토레스 해협 섬 주민 전쟁 기념관(The Aboriginal and Torres Strait Islander War Memorial)은 땅에 대한 깊은 연결과 미래 세대에 대한 책임의 상징이다. 또한 부모에서 자식으로, 조부모에서 그 자식으로, 증조부모에서 그 자식으로, 수십만 번 일어난 세대 간 지식 교류를 어떻게 상속할지에 관한 표현이다. 이것은 땅에 대한 우리의 존중이기도 하다.”



<Untitled (FFITFFF)> 2021 
Oil, acrylic and archival glue on canvas
 76×61cm Courtesy of the artist and
Kukje Gallery 이미지 제공: 국제갤러리



입체 조형에 반사 렌즈를 사용하는 그가 평면 회화를 완성할 때는 볼록하고 투명한 풀(glue)로 점을 찍는다. 이 점들은 우리가 세상을 바라보는 ‘렌즈’를 재현한 것이다. “이 렌즈는 우리가 하나의 집단으로서 세상을 이해하고 지각하는 방식, 즉 복수성(plurality)과 다양성(multiplicity)을 나타낸다”고 설명하는 작가에게 각각의 점은 흑과 백, 어둠과 빛 사이에 계산화 된 정보를 시각화해 전달하고, 점을 둘러싼 검고 불투명한 부분은 기억이 소실된 역사적 경험을 자각하고자 하는 노력과 다름 아니다.



<Untitled (TIM)> 2021 Oil, acrylic, 
charcoal and archival glue on linen 
213.5×168cm Courtesy of the artist 
and Kukje Gallery



작품을 통해 서구의 일방적인 역사관이 놓친 시선을 고유한 미술적 방식으로 복원해 온 보이드는 역사적 서사에서 제외된 자신의 가족과 조상을 프레임의 중심으로 이끌어낸 회화를 통해 스스로의 뿌리를 추적함과 동시에 서사를 확장한다. 작품 <Untitled(GGASOLIWPS)>에는 1928년경 폴 섹스턴(Paul Sexton)과 함께 세계 최대의 산호초 지대인 그레이트 배리어 리프 탐사(Great Barrier Reef Expedition)에 참여한 작가의 증조부, 해리 모스만(Harry Mossman)이 등장한다. 한편 모스만은 호주 정부가 원주민 어린이들을 강제로 가족들과 분리시킨 정책 및 그 희생자를 지칭하는 ‘도둑맞은 세대(Stolen Generation)’에 속하기도 한다. 그런가 하면 작품 <Untitled(TDHFTC)>에서는 역사를 관통하여 보이거나 보이지 않는 변화를 거쳐 전수된 전통 춤의 공연을 준비 중인 작가의 친누나의 모습을 재현한다.



국제갤러리 2관(K2) 다니엘 보이드 개인전 
<보물섬(Treasure Island)> 설치전경 
이미지 제공: 국제갤러리



백색이나 흑색, 때로는 회색으로 채색된 화면의 표면 위에 특정한 간격으로 덧입혀진 접착제 점들은 찍힌 곳과 빈 곳 그리고 그사이의 간격이라는 구조를 이루며 이야기를 확장시킨다. 다들 철석같이 믿고 있던 어떤 관념을 환기시키기 위해, 그는 세밀하고 섬세한 점을 찍는다. 단호하고 거친 이야기의 평면을 다시 들여다볼 수 있도록 말이다.PA



다니엘 보이드
이미지 제공: 국제갤러리 
사진: Joshua Morris



1982년 호주 토착민의 문화가 강하게 배어있는 퀸즐랜드 케언스에서 태어난 작가 다니엘 보이드는 현재 시드니를 기반으로 작업하고 있다. 2015년 오쿠이 엔위저(Okwui Enwezor)가 기획한 ‘제56회 베니스 비엔날레’, 2017년 한스 울리히 오브리스트(Hans Ulrich Obrist)와 아사드 라자(Asad Raza)가 브뤼셀의 보고시안 파운데이션에서 선보인 <몬디알리테(Mondialité)> 등 주요 전시에 참여했으며, 멜버른 건축사무소 에디션 오피스(Edition Office)와 공동으로 제작한 기념비적 조각 <For Our Country>(2019)은 ‘ACT Architecture Awards 2020’에서 4개 부문의 상을 거머쥐었다. 그의 작품은 캔버라의 호주 내셔널 갤러리 등 호주 대부분의 주요 기관을 비롯해 런던 자연사 박물관과 파리 카디스트 콜렉션 등 유수의 기관에 소장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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