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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ue 192, Sep 2022

대전과학예술비엔날레 2022: 미래도시

2022.8.2 - 2022.10.30 대전시립미술관 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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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주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연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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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도시’는 왜
최첨단 과학기술 활용을 담보하지 않았나


인류의 삶은 과학과 공생한다. 기술은 인간의 삶을 풍요롭게 할 수도 있고, 그 잠재력은 스스로 파괴할 수 있는 힘도 품고 있다. 폴 비릴리오(Paul Virilio)는 “전쟁 테크놀로지는 파괴의 도구일 뿐 아니라 지각의 도구”라면서 지각의 병참화를 역설했다. 전쟁에서 사용된 최고의 기술은 우리의 일상적 삶을 지배한다. AI, 자율주행차, 수술 로봇 등 기술의 발전은 보다 윤택한 삶을 담보하지만, 사이버 전쟁, 자율무기, 로봇 판사를 통한 경제적, 법적, 군사적인 분쟁인 사회적 이슈에서 완전히 벗어날 수 없다. 백남준은 1964년 <로봇-456>을 만들기 위해 엄청난 실험을 감내하며 제작했지만, 1982년 ‘21세기의 첫 번째 교통사고’ 해프닝(휘트니 미술관(Whitney Museum of American Art))을 기획해 로봇을 파괴했다. 미국에서 “로봇에 의한 최초의 인명사고가 1979년에 벌어졌고, 2년 후 일본에서 같은 사고가 반복”되었다.1) 로봇에 의한 인명사고가 논란이 되자, 기술 회의론자들의 목소리는 당연히 드높아졌다. 디지털 이상주의와 러다이트(Luddite)들의 긴장감 있는 팽팽한 줄다리기는 사회적 논쟁을 이끈다.

1960년대 후반 예술과 엔지니어의 적극적 협업을 실행했던 E.A.T는 전자, 전기, 움직임과 관련된 예술 양식을 선보이며 예술 표현 방식의 확장을 꿈꿨다. 기술과 연계된 인류의 논쟁적 이슈가 예술의 영역으로 급진적으로 개입된 시기는 디지털 매체 시대다. <미디어_시티 서울 2000>은 밀레니엄 시대를 맞이하면서 디지털 혁명을 통한 개인, 사회, 도시의 관계성 정립을 시도했다. 텔레비전, 영화, 미술관의 경계를 허물고 도시 전체를 70개의 전광판으로 뒤덮었다. 테크노폴리스이자 과학기술 연구 개발 특구 계획도시인 대덕연구단지 건설 기본 계획이 확정된 시기는 1975년이다. “1980년대 말과 1990년대가 되면서 비로소 컴퓨터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예술작품이 제작되기 시작했으며, 많은 예술가가 아날로그에서 디지털 매체로의 전환에 대해 인식하게 되었다. 과학과 예술의 조화, 테크놀로지 예술의 등장으로 ‘문화의 세기’로 인식되었다. 1990년대 ‘테크놀로지 아트’ 개념은 새로운 방향성을 지녔지만 과학과 예술, 기술을 활용한 예술, 관람객에게 열린 작품의 의미뿐 아니라 작품 그 자체가 미학적 해석의 대상이 될 가능성을 모두 포괄하고 있었다.”2)



켄이치로 타니구치(Ken’ichiro Taniguchi) 
‘시티 스터디’ 설치 전경



1998년에 대전시립미술관이 개관했고, 2005년 ‘과학예술도시’라는 슬로건에 맞춘 문화예술 축제 ‘대전FAST: 디지털 파라다이스’가 기획됐다.3) 한 해 전 열린 전시 <Reality Check: 한국 테크놀로지 아트의 태동과 전개>는 “한국미디어아트의 새로운 비전을 찾고, 대전이 과학도시라는 한계를 넘어 과학과 예술의 도시로 거듭나는 중요한 토대”4)를 마련하기 위해 계획되었다. <미디어_시티 서울 2000>이 개막된 시점부터 2000년대 중반까지 한국 현대미술 현장에서는 과학과 예술의 만남을 기획한 크고 작은 프로젝트가 성행했다. 대전시립미술관은 대덕연구단지와 R&D 특구라는 도시성을 특화해 2년에 한 번씩 열릴 수 있는 <2005 대전 FAST: Future of Art, Science and Technology>를 기획했다. 이 프로젝트는 “<예술+과학 프로젝트>를 중장기적으로 실천하기 위한 것이었으며, 향후 카를스루에의 ZKM과 린츠의 아르스 일렉트로니카와 같은 행사가 되길 바라는 취지”5)에서 시작되었다.

첫 시작에 “비엔날레, 트리엔날레라는 수식어가 붙진 않았지만 미래를 위한 과학예술 행사로 거듭나겠다”는 취지의 기획 글이 실려 있다. <대전 FAST>는 예술가(기술적 상상력)와 과학자들이 최전선에서 실험하는 기술과의 접합지점을 찾기 위한 교류의 장을 확장시켰다. 그리고 여전히 예술과 과학(Art & Technology)의 간극에서 오는 다양한 문제의식은 유효하다. 2005년 사비나미술관 역시 과학자와 예술가를 매칭해 전시를 제작했다. 과학자가 개발하고 있는 기술 개념을 작가에게 공유하고 작가는 그 작업 과정에서 습득한 기술체험을 자신의 작업에 투영시킨다. 작가와 과학자가 정기적으로 만나 서로를 탐색했고, 전시의 방향을 좁혀나갔다. 어쩌면 예술과 과학의 만남 슬로건을 두고 무모한 실험이었다. 현재는 이러한 시도조차 이뤄지지 않아 아쉽기도 하다. 예술가는 아직 상용화되지 않은 최신기술에 노출된 기회였으며, 과학자는 작가를 만나 기술적 상상력을 극대화시킬 수 있다. 서로 필요한 조력자들이다.



조은우 <AI, 뇌파 그리고 완벽한 도시 N0.2> 2021 
혼합재료(뇌파연동 기기, 멀티미디어 등) 가변설치 2019 
서울문화재단 후원, 2021 재제작_ACC FOCUS
 <포스트휴먼 앙상블> 커미션 작품



코로나19 이후 물리적 소통 단절의 벽이 두꺼워지면서 미디어 네트워크로 거리가 축소되는 초연결이 실현되었다. 전례 없던 재난이었지만 네트워크 연결망의 미래는 밝았다. 비물질 가상공간의 체험은 극대화되었다. 2022년 ‘과학예술비엔날레’로 명칭을 변경하고 기획된 ‘미래도시’에서 첨단 과학기술 논의는 크게 부각되지 않았다. 마치 인간과 자연이 공생하기 위해 기계적 문명을 져버린 것처럼 말이다. 대전은 과학 중심의 예술을 생산해내는 창작도시라는 인식이 지배적이다. ‘미래도시’는 거대하고 추상적인 주제로 과거에 비해 과학예술의 담론전개가 굉장히 고답적이었다. 광범위한 주제가 모든 것을 포함하면 아무것도 포함시킬 수 없다.

미디어 전시에서 항상 상용화되지 않은 최신기술을 빈번히 선점할 순 없지만, ‘미래도시’를 위한 작가들의 신작 제작이 미비했다. 전시주제와 출품작과의 연결 밀도가 낮았다. 기술을 매개로 하는 예술형식일수록 전시의 현장 설치개념은 중요하다. 우리의 미래도시가 어떻게 펼쳐져야 하는가, 전시장에서 어떻게 관람객이 몸으로 다양한 설치 속의 데이터를 체험하는가가 중요하다. 과학과 예술의 만남이 담보된 축제에서는 작품에 새로운 기술 개념이 창출되어야 한다. 다른 미디어아트 전시와 차별화되기 위해서는 과학자, 예술가, 엔지니어, 기술미학자 등과의 적극적인 협업이 이뤄져야 한다. 작가들의 신작이 제작된다면 더할 나위 없다. 미디어아트는 한국 현대미술 현장에서 낯선 장르가 아니다. 전문적인 미디어 큐레이팅 문화도 형성되었다. 밀레니엄 시기 이후 20년 이상 우리는 수많은 미디어 작업을 축적했다. 그간 새롭게 발달한 기술로 관람객을 현혹시키기도 했고, 기술이 담보된 예술은 메시지가 없다며 괄시도 했었다. 기술에 갇혀 내용을 파악할 수 없으면 안 된다.



젠크 구젤리스 & 안나 폼페르마이에르
(Cenk Güzeliş & Anna Pompermaier) <Above Human>
 2020 비디오 설치, 실시간 인터렉티브, 컬러, 사운드
(프로젝터 4대, PC, 키네틱 카메라, 음향시스템)  
가변설치 Institution: ./studio3 Institute for experimental architecture, 
University of Innsbruck Key Collaborator : Burkart Schwaighofer



‘대전과학예술비엔날레’ 큐레토리얼 팀에서 소주제로 상정한 주제들과 선정된 작가의 작품이 촘촘히 연결되었는지 찬찬히 살필 필요가 있다. 전시를 통해 과학을 담아내야 한다면, 작가의 새로운 기술적 상상력이 기술과 함께 펼쳐져야 한다. 과학자, 엔지니어와의 만남이 전제되어야 한다. 과학과 예술의 만남이란 화두는 29년 전 ‘대전엑스포’처럼 대전 시민들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1990년대는 “과학과 예술의 조화, 테크놀로지 예술의 등장, 새로운 시대가 열리면서 첨단기계와 기술은 한국 사회의 다방면에 사회적 변혁을 촉진하는 중요한 매개라는 인식이 확산하였다.”6) ‘대전엑스포’에서 개최된 백남준의 <비디오아트 쇼>와 <테크노아트전> 등의 역사적 사건을 바탕에 두고, 전국의 시민들이 과학도시 대전을 탐험하는 발길이 끊이지 않는 행사가 되길 간절히 바란다.  


[각주]
1) 1979년 로봇에 의한 첫 인명사고의 희생자는 포드 자동차의 미시간주 플랫록 공장에서 근무하던 로버트 윌리엄스였다. 공장 로봇은 부품을 보관된 곳에서 가져오는 일을 하고 있었다. 로봇이 작동하지 않자 그는 직접 부품을 가지러 그곳에 올라갔다. 하필 그때 로봇이 작동해 그의 머리를 가격하기 시작했다. 1981년 가와사키의 아카시 공장에서 정비사로 일하던 우라다 겐지는 고장 난 로봇을 수리하고 스위치를 잘못 눌렀는데 로봇의 유압식 팔이 그를 동체에 대고 짓눌러버렸다. Max Tegmark, Life 3.0: Being Human in the Age of Artificial Intelligence: 백우진 옮김, 『라이프 3.0: 인공지능이 열어갈 인류의 생명과 미래』, 동아시아, 2017, p. 138
2) 이은주, 「1990년대 ‘테크놀로지 아트’ 전시 담론에 관한 연구」, 『현대 미술사연구』, 제51집, 2022,  pp. 64-65
3) <2005 대전 FAST: Future of Art, Science and Technology>는 2005년부터 개최되었으며, 대전시립미술관은 2000년부터 2004년까지 총 4번의 미디어아트 전시를 기획한 바 있다.
4) 이지호, 「Reality Check 전을 열면서」, 대전시립미술관, 2004, n.p.
5) 이수정, 「2005 대전 FAST: Future of Art, Science and Technology」, 대전시립미술관, 2005, p. 14
6) 이은주, 위의 글, p. 65


* 이예승 <다중감각차원-P08> 2022 <다중감각차원-R16> 2022 설치 전경 대전과학예술비엔날레 커미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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