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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ue 160, Jan 2020

문소현_hollow show

2019.12.4 - 2020.1.2 부천아트벙커B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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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승오 페리지갤러리 디렉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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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끼굴로의 초대



문소현은 작가 자신이 처해있는 현실에 대한 불안의 근원과 욕망의 실체에 대한 이야기이자, 우리가 표면적으로 보고 있는 세상 속에 감춰진 혹은 외면하고 있는 또 다른 원초적인 세상을 수면 위로 끌어올리기 위해 스톱모션, 영상, 설치, 드로잉을 해오고 있다. 작가는 그의 작업에서 이 틈을 찾아내고 확장하기 위해서 자신만의 방식으로 어둡고, 낯선 그리고 불안과 욕망이 충만하여 교차하는 기묘한 지점들을 포착해 나가고자 한다. 물론 이는 모두 작가 자신이 끊임없이 떠올리고 지울 수 없는 개인적 취향이 담긴 이미지들에 기반하고 있으며, 직접 만들어낸 오브제부터 작가에 의해 발견된 것들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다.


이번 전시에서 보여주는 화면에는 현관, 라운지, , 갤러리, 무도회장, 쇼 윈도우의 이름이 붙여져있다. 그리고 그 안에는 음악에 맞춰 뭔가 말랑하고, 액체가 흐르고, 반들거리고, 반복적으로 춤을 추는 기괴한 형태를 가진 것들을 담고 있다. 이는 작가가 자신이 소유하는 하나의 집이라는 설정으로 상상의 공간을 만들면서 시작되었다. 사람들에게 가장 내밀하고 기본이 되는 공간으로 집이라는 가상의 장소를 설정하여 그 속에 등장하는 모니터에 보이는 이미지들로 전시를 하는 것이다. 일단 여기에서부터 복잡한 공간적 연결 고리들이 발생하면서 이 작품을 어떻게 읽어야 하는가에 혼선이 생긴다. 하나의 공간으로 설정된 전체 이미지 안에 있는 낱개의 파편화된 이미지, 다시 이를 담고 있는 여러 개의 전체 화면들이 혼란스럽게 섞여 있다. 그리고 우리의 시선은 이렇게 여러 채널의 공간들로 확산했다가 다시 이러한 공간들을 모두 연결해서 실제의 공간에서 시선을 계속해서 움직여야 한다


게다가 이는 기본적으로 멀리서 관조할 수밖에 없는 설치를 하고 있어서 가까이 다가가서 자세히 낱개의 이미지를 보려고 하면 화면에 관람객의 그림자가 나타나면서 지워진다. 이러한 복잡한 구조에서 작가가 중점적으로 다루는 것은 자신의 작품을 보여주는 설치 방식에 대한 실험 것으로 보인다. 이는 작가 자신이 지금까지 지속해서 관찰하고 꾸준히 경험하고 있는 개인적인 이미지들을 어떻게 분류하여 보여줄 수 있을지에 대한 접근이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자신에게서 시작된 내밀한 이야기들을 너무나도 명확하게 드러내서 사람들이 읽어내고, 자신과 동질화되기를 바라지 않는다. 따라서 이는 토끼가 천적들의 위험에서 벗어나기 위해 복잡하게 굴을 파 놓는 것처럼 계획된 설치 방식으로 나타난다.


결국 전시 제목인 ‘Hollow Show’에서 알 수 있듯이 전시장에서 작품을 볼 수 있는 명확한 공간들은 토끼굴의 통로와 비슷하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은 작가가 의도하듯이 시간의 흐름을 유추하기 힘든 어두운 공간들로 나타난다. 따라서 이렇게 여러 이야기를 동시에 나열함으로써 순차적인 시간성으로 연결되는 서사적 맥락을 모두 분절시킨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이는 하나로 이어진 복잡한 길이라는 것을 암시한다. 그렇기에 이번 전시에서는 가상의 전시공간이라는 설정 그 자체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복잡한 다층적 구조에서 드러나는 것이 무엇인지가 중요하다. 이 장소들은 중의적인 공간이며, 작가가 생각하는 대로 디자인된 이성적인 공간 구성과 함께 직관적인 작업들이 공존하고 서로를 관통하는 장소이다. 그렇기에 이 방들은 서로 연결된 것이 틀림없지만 어떻게 연결되는지 찾아내기 힘들다. 그가 이런 공간과 이미지들을 만들어내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는 사회적 통념과 학습되어 익숙해진 방향성에 적응시키는 것이 아니라. 어떤 모양으로든지 자유자재로 변화할 수 있는 가능성을 내재한 비정형적인 상태로 남기 위함이다. 그리고 이를 남들이 쉽게 접근할 수 없게 만들어 그 안에서 자신만이 유영할 수 있는 공간을 획득하고 자기 자신에게 가장 편안하고 자유로운 상태를 찾아내고자 하는 작가의 태도를 반영한다. 따라서 이번 전시에서 작가는 대상의 이면에 숨겨진 의미가 아니라 보이는 표면 그 자체에 집중하고 있으며, 이것은 그가 발견한 의식과 무의식,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 단단한 것과 부드러운 것의 연결고리를 찾기보다는 이러한 경계조차도 인식하지 않고 훌쩍 뛰어넘어 가로지르며 틀을 끊임없이 흔들기 위한 설치를 보여주고 있다. 



*전시 전경, 이미지 제공부천아트벙커B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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