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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ue 193, Oct 2022

미카 로텐버그
Mika Rottenberg

아직 그곳에서 벌어지는 일

● 정일주 편집장 ● 이미지 Hauser & Wirth 제공

Installation view of 'Mika Rottenberg' Hauser & Wirth Los Angeles, 2022 Courtesy of the artist and Hauser & Wirth © Mika Rottenberg Photo: Zak Kelle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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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일주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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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smic Generator>(2017)로 이야기를 시작해보자. 뉴욕에 베이스를 두고 주로 여성의 노동을 주제로 초현실적 비디오 및 설치 작업을 하는 미카 로텐버그가 만든 26분 30여 초의 이 싱글채널 비디오는 작가가 집중하는 개념과 연출의 독창성, 스토리를 깃는 방식 등을 모조리 대변한다. 각기 다른 장소와 인물들 사이에 로텐버그는 특별한 터널 시스템을 만들어 그것들을 연결한다. 작가는 멕시코의 멕시칼리(Mexicali)와 미국 캘리포니아 주의 마을 칼렉시코(Calexico)를 필름 속 주요 지점으로 선택했다. 그리고 멕시칼리의 차이나타운인 라 치네스카(La Chinesca)에 있는 상점과 레스토랑을 칼렉시코의 ‘99센트 가게’나 거대한 플라스틱 상품 시장과 은근슬쩍 연결한다. 과장된 제스처를 취하는 인물들과 조악한 조명 아래 무기력한 사람들을 교차시키며 필름은 보는 이들의 감각을 사로잡는다. 그들은 어떻게 연결되고 각자의 서사는 대체 무슨 개연성을 지니는가?



Mika Rottenberg and Mahyad Tousi 
<Remote> (Film Still) 2022 Courtesy the artists and
 Hauser & Wirth © Mika Rottenberg and Mahyad Tousi



2022년 현재 비디오 매체에서 가장 중요한 인물 중 하나로 꼽히는 아르헨티나 태생의 작가 미카 로텐버그는 영화, 설치 및 조각을 결합하는 작업에 전념하고 있다. 현대의 초자본주의 세계에서 노동과 가치 생산에 대한 아이디어를 탐구하는 그는, 진짜 있을법한 상황과 전혀 현실 같지 않은 이야기들을 교묘하게 버무려 일상 시스템과 경제의 숨겨진 역동성을 드러낸다.



<Finger> 2019 Artificial finger and 
mechanical system 2×2×8.3cm Courtesy 
the artist and Hauser & Wirth © Mika Rottenberg



기존의 관습적 경계가 무너지고 새로운 차원의 융·복합이 가능해진 이 시대, 예술과 삶의 결합이 미술을 통해 어떻게 해석되는지, 그것이 초미의 관심사다. 따라서 작가들은 개인의 가치관과 세계관이 소통하는 방식을 추적하고, 시대와 사회에 대한 예술의 가치가 무엇인지 끊임없이 탐구하며 확인하고 있다. 전통과 현대, 역사와 시대, 사회와 예술 등 다양한 연결고리를 바탕으로 특정한 현상들에 접촉함으로써 가능한 새로운 차원의 가치를 꿈꾸는 ‘연결’과 ‘전개’를 작품화하는 것이다. 로텐버그도 마찬가지다. 그는 노동의 가치, 신체와 기계, 자본주의 시대의 가치 생산 같은 우리 사회의 불합리함을 현실과 상상력에 기반한 ‘초현실적 사회’를 통해 날카로우면서도 유머러스하게 꼬집는다.



Installation view of <Mika Rottenberg> 
Hauser & Wirth Zürich, 11 June - 27 August 2021
 Courtesy of the artist and Hauser & Wirth 
© Mika Rottenberg Photo: Jon Etter



작가는 자주 작품을 통해 서로 양립 불가능해 보이는 세계를 연결하는데, 2019년 완성된 작품 <Spaghetti Blockchain>은 그러한 특성을 잘 보여준다. 화면엔 거대한 감자 농장의 기계적인 수확 장면, 유럽 입자 물리학 연구소의 실험실 그리고 러시아의 몽골 접경지대에 위치한 투바 공화국의 전통적 배음 창법의 가수가 연이어 등장한다. 이 창법은 목을 조여 1차적인 음을 내면서 동시에 다른 음을 이중, 삼중으로 내는 것으로 학자들의 연구에 따르면 시베리아 초원 지대의 애니미즘과도 밀접한 연관이 있단다.



<Sneeze> (Video Still) 2012 Single-channel
 video installation, sound, color 3min 2sec 
Dimensions variable Courtesy of the artist and 
Hauser & Wirth © Mika Rottenberg



어쨌든 이 낯선 문화들이 교차하는 영상엔 마치 전 세계에 있는 특정 생산 및 상업 시스템들이 망라된다. 만약 “신유물론 및 인간과 비인간 주체 간의 물질적 관계에 대한 작가의 관심에 기반하며 노동 환경, 기술 같은 현대 삶의 조건을 탐색한다”는 작품 설명이 없다면 자칫 여러 편의 릴스를 마주하는 듯하다. 하나의 주제를 중심으로 몇 개의 독립된 짧은 이야기를 늘어놓는 옴니버스 같기도 한 로텐버그의 필름은 여러 장소들의 충돌적 접합과 서로 다른 파장들의 연결을 통해 인간이 어떻게 물질을 형성하고 왜곡하는지를 살피며, 기계적인 것과 신체적인 것 사이의 상호 연결을 드러낸다.



<Cosmic Generator> (Video Still) 2017
 Single-channel video installation, sound, 
color 26min 36sec Courtesy of the artist and 
Hauser & Wirth © Mika Rottenberg



생태계 파괴와 지구온난화, 이상고온과 저온, 해수면 상승 같은 기후변화가 나타나며 자연이 인간을 위협하기 시작했고 이러한 현상은 과학기술로 해결 가능한 것이 아니었다. 기존의 사고방식으로는 문제의 원인을 파악하고 적절한 해결책을 마련할 수 없다는 점을 깨달은 사람들은 마침내 자연과 물질을 바라보는 관점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결론에 도달, 그간 유물론과 관념론이 간과했던 물질의 행위성을 이론화하는 신유물론이 등장했다. 미술계에도 마찬가지다. 지난 3년간 전 세계를 점령한 바이러스 이슈까지 더해, 지금까지 불활성 물질로 간주됐던 비인간 존재와 지나치게 인간중심적으로 정의됐던 물질의 행위 능력을 재구성하기 위한 이론적 노력인 신유물론은 굵직한 전시 기획부터 개별 작품의 근간을 차지하고 있다.




<Sneeze> (Video Still) 2012 Single-channel video
 installation, sound, color 3min 2sec Dimensions
 variable Courtesy of the artist and Hauser & Wirth 
© Mika Rottenberg



로텐버그 역시 작품을 통해, 인간만이 주체적으로 행위 할 수 있다는 사고방식에서 벗어나 자연도 인간처럼 행위 할 수 있다는 점을 부각한다. 지금까지 우리가 당연하다고 믿고 사용했던 수많은 개념 외에도 인간과 자연의 관계를 새롭게 다지는 시도를 펼친다. <Spaghetti Blockchain>에서 광활한 초원, 제네바의 유럽 핵입자물리연구소의 대형 강입자충돌기, 회전하는 만화경같이 서로 전혀 연관 없어 보이는 유무형 물질의 움직임을 반복적으로 배치하는 것 또한 인간이 물질을 어떻게 형성하고 왜곡하는지 드러내는 것이다.



Mika Rottenberg and Mahyad Tousi 
<Remote> (Film Still) 2022 Courtesy 
of the artists and Hauser & Wirth 
© Mika Rottenberg and Mahyad Tousi



그나저나 로텐버그는 작품에 ‘블록체인’이란 단어를 붙였다. 단일 개체가 소유하거나 제어하지 않고 컴퓨터 클러스터 내에서 데이터가 자체적으로 움직임을 제어할 수 있는 블록체인의 개념을 가져와 작가는 이미지와 사운드를 병합해 해상도 없이 다양한 소스 사이를 빠르게 이동하는 연결을 만들었다. 신용에 기반을 두지 않고도 시스템으로 구성된 네트워크 안에서 거래 당사자끼리 가치를 교환하는 블록체인 구상을 독창적으로 빌려온 것이다.

오쿠이 엔위저(Okwui Enwezor)가 기획한 2015년 ‘베니스 비엔날레(Venice Biennale)’에서 평단의 극찬을 받은 비디오 설치 작품 <NoNoseKnows>(2015)도 로텐버그를 설명할 때 꼭 언급돼야 할 작품이다. 관람객은 뉴욕에 있는 익명의 오피스와 중국 저장성에 있는 주지(Zhuji)의 거대한 진주 제조 시설 간 이질적 세계로 보는 이를 안내한다. 그 중 한곳에 지나치게 긴 코와 큰 키의 여성이 다채로운 꽃다발로 둘러싸인 꽉 막힌 사무실에 홀로 앉아 있다. 모두가 예상하듯 그 여성은 큰 코로 숨을 들이쉴 때마다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키며 재채기를 연발한다.



<#11 with cabbage and ponytail> 
(detail) 2020 Plywood, aluminum, mechanical parts, 
plastic, hair 110×63.5×41cm Crank element 
with belt: 30×35×36cm Photo: Jon Etter



또 다른 장소, 광활한 테이블에 끝없는 행렬처럼 앉은 여성 노동자들이 조개를 뜯어 핀셋으로 구불구불한 이물질을 집어넣는다. 그렇게 투입된 물체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딱딱한 진주로 거듭난다. 로텐버그는 공장 노동자들이 진주를 재배하는 외과적 정밀도에 영상 작업의 편집 기술을 반영해 노동의 복잡성과 가치 생산이 가시화되는 세계를 만든다. 사실과 기교를 교묘하게 혼합해 강렬함을 완성하는 작가의 재주는 이 작품에도 여지없이 드러난다.

로텐버그의 작품들은 각각 독립된 이야기면서도 긴밀히 연결되어 있다. 자기 자신 혹은 주변 인물들의 상황을 캐치한 것이 분명한데도 완전히 새로운 창작물의 형태를 완성하고 전개방식과 묘사가 현실적임에도 어떤 부분에서는 굉장히 환상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사유하는 영상을 통해 현대인이 직면한 당면과제를 직시하고 겸손한 자아발견을 요청하는 미카 로텐버그, 그의 다음 작품이 기대된다.PA



<#33 with bamboo and bicycle> (detail) 
2020 Plywood, aluminum, mechanical parts, plastic, 
hair 79×61×60cm Bike element with belt: 
64×38×72.5cm Photo: Jon Etter



Portrait of Mika Rottenberg
 Photo: Miro Kuzmanovic



1976년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태어난 미카 로텐버그는 이스라엘에서 형성기를 보낸 후 미국으로 건너가 뉴욕의 School of Visual Arts에서 학사 학위를, 2004년 Columbia에서 MFA를 취득했다. 노동의 가치, 신체와 기계, 자본주의 시대의 가치 생산 같은 우리 사회의 불합리함을 현실과 상상력에 기반한 ‘초현실적 사회’를 통해 유머스럽고 풍자적으로 꼬집는 그는 특수 산업이 발달한 실재의 장소를 찾아다니며 세트장을 만들고 현실과 허구의 내러티브를 생성해 낸다.

주요 개인전으로 2019년 뉴욕 뉴 뮤지엄에서 열린 <Mika Rottenberg: Easypieces>를 비롯해 2020년 독일 슈프렝겔 뮤지엄 하노버의 <Mika Rottenberg. Kurt-Schwitters-Preis 2019>, 2021년 덴마크 훔레벡 루이지애나 현대미술관의 <Mika Rottenberg>가 있으며 ‘제21회 타이베이 비엔날레’(2020), ‘제16회 이스탄불 비엔날레’(2019)에 참여한 바 있다. 2019년 로텐버그는 현대 미술 분야에 상당한 공헌을 한 예술가를 인정하는 ‘Kurt Schwitters Prize’를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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