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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ue 194, Nov 2022

윤향로_태깅

2022.10.6 - 2022.10.30 실린더 / 2022.10.9 - 2022.10.20 홀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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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ten by

전효경 큐레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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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도적인 비약


윤향로의 개인전 <태깅>은 홀1과 실린더 두 곳에서 열렸다. ‘태깅’이라는 말이 들어간 제목의  회화 작품들에는 각각 ‘-C’와 ‘-H’가 붙여져 있는데, 약자로 보이는 알파벳은 각 공간의 첫 이니셜을 딴 것으로 추정된다. 총 7점의 작품들은 작가가 애초에 각 공간의 규모에 들어맞는 사이즈와 형태로 제작한 것 같다. 홀1에 소개된 작품들은 평면 위의 이미지로 존재하기도 하지만 매스로 나타나고, 실린더에 전시된 작품은 공간의 구조로 존재한다. 이 작품들은 특정한 형태나 단번에 드러나는 의미 없이 추상적인 이미지 레이어를 쌓아 올려 완성되었다. 작가는 이 작품들에 의미를 호명하는 행위인 태깅이라는 제목을 붙였다.

특정 소셜미디어나 온라인 게시판의 사용자들이 게시물을 올리면서 대상이나 단어, 다른 사용자를 태그할 수 있다. 사용자가 게재하는 사진이나 글의 내용에서 주제라고 할 수 있을 만한 키워드나 혹은 그 내용과 연관된 사람들을 불러온다. 이를 사용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에게는 설명이 필요 없을 만큼 익숙한 것이다. 특히 태그와 포스트의 내용이 논리적으로 연관되지 않은 어떤 것을 가지고 온다 해도 문제 될 것은 없다. 호명된 태그 자체가 포스팅 내용과의 개연성보다 중요하기 때문이다. 윤향로는 ‘태깅’이라는 디지털 인터페이스의 당연한 기능을 자신의 화면 안으로 가져온다. 이것은 단순히 그가 외부의 것과 개연성을 만들기 위한 기능 이상으로 여러 층위에서 나타난다.



<Tagging-H> 2022 캔버스에 엡손
울트라크롬 잉크젯, 아크릴릭 300×500cm



홀1에 설치된 작품 <Tagging-H>의 표면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알파벳이 나열되어 있다. 작품 위에 나열된 알파벳을 읽고자 하는 것은 마치 막연하게 어두운 동굴 속에서 우연히 발견한 오래된 상형 문자를 읽으려 애쓰는 것과 같이 희미하게 드러난다. 일단 이 알파벳들은 홀1 전시장 조명 아래에서 모두 확인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다. 이리저리 움직여 글자를 파악하고 뜻을 알고자 애써보지만, 글자를 모두 찾아낸다 해도 대부분의 한국인 관람객은 라틴어 문장인 이 글을 추가적인 해석 없이 읽을 수 없다. 서문에 제공된 정보에 따르면 이 문장은 고대 폼페이의 어느 벽에서 발견된 낙서로 “이 벽에 글을 쓴 많은 사람들의 지루함에도 불구하고 아직 무너지지 않은, 이 벽을 나는 경외합니다”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이 문장의 의미가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의도인지는 확실하지 않다.

윤향로는 또한 회화의 방법론으로서 ‘태깅’을 사용하기도 한다. 특히 그는 여러 종류의 스프레이를 사용해 얇은 레이어를 쌓아 올리는데, 스프레이는 작가가 오랫동안 이미지를 만들기 위해 레이어를 쌓아 올리는 방법이기도 했지만 그라피티에서 스프레이가 갖는 역사성이나 사회적인 의미를 동시에 소환한다. 그러나 이런 맥락을 윤향로의 작업으로 다시 가지고 올 때는 분명 그라피티 자체를 재현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그 방법론을 전용하면서 거기서부터 다른 가능성이 생긴다. 이렇게 윤향로는 여러 층위에서 작품을 만들기 위해 필요한 자신의 내적인 이유, 작가로서의 수행을 외부의 것을 연결하는 방식으로 태깅을 사용한다. 이를 통해 특별히 상관없었던 것들에 연관성을 부여하는 것이다.

이때 태깅된 대상을 자신의 것으로 가져올 때 발생하는 의미에는 원 의미와 차이가 있을 것이고, 그것을 바라보는 관람객에게서 생겨나는 해석과 번역에 대한 오해가 있을 것이다. 애초부터 우리가 이해하는 폼페이의 고대 언어의 원 의미와 맥락을 온전히 이해할 수 없고, 우리는 어스름하게 어림잡을 뿐이다. 그러나 작가는 태깅한 대상이 본래 가지고 있던 고정된, 완료된 의미를 단순히 복제나 재현하고자 한 것이 아니다. 도리어 작가에게는 자신이 쓴 글이나 대상에 대한 진실을 전달할 의무도, 회화의 방법론이나 매체의 역사성을 짊어질 필요도 없다. 윤향로가 자신의 수행으로 태깅의 대상을 가져오면서 각 요소가 갖는 개연성에 비약이 나타날 때 그 자리에서 새로운 해석의 가능성이 생긴다. 태깅된 대상에 대한 여러 오해와 오독이 허용되는 이 틈에서 전혀 다른 것이 생성된다. 이것을 위해 윤향로가 자신의 몸보다 훨씬 큰 캔버스 앞에서 긴 시간을 보낸 것 아닐까 짐작해 본다.  



* <Tagging-C3>, <Tagging-C2>, <Tagging-C1> (부분) 2022 캔버스에 엡손 울트라크롬 잉크젯, 아크릴릭 40Ø×244cm 이미지 제공: 실린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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