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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ue 194, Nov 2022

신민_semi: 世美

2022.9.3 - 2022.10.15 더 그레잇 컬렉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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맹나현 기획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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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음으로 연대하기


움직일 수 없는 세미(semi, 世美)는 표정으로 말하지만 움직일 수 있는 세미는 몸으로 말한다. 더 그레잇 컬렉션에서 진행된 신민의 개인전은 세미의 일상을 담은 전시와 퍼포먼스로 구성되었다. 전시된 드로잉과 조각은 세미가 겪은 일화를 단편적으로 보여주는 반면, 퍼포먼스 ‘Invisible Semi’에서는 세미의 무의식을 엿볼 수 있었다.

평소 여성을 그리고 조각해온 신민은 대형 프랜차이즈에서 근무하며 겪었던 자신과 동료의 불합리한 경험을 이야기하기 위해 세미를 소환했다. 세미는 프랜차이즈 노동자들이 흔히 사용하는 닉네임 중 하나로, 비슷한 경험이 있는 모두를 대변한다. 세미를 통해 마주하게 된 그들의 경험담은 너무 사소해서 오히려 심각하다.

세미는 종이로 만들어졌다. 작가는 작품의 골조를 만들고 그 위에 종이를 덧붙여 형태를 다듬은 후 색연필 혹은 흑연으로 표정과 머리를 그리거나 글을 적어 작업을 완성한다. 종이는 망가지기 쉬운 재료라 조각을 위한 재료로는 잘 사용되지 않지만, 신민은 오히려 불안정하다는 점 때문에 종이를 택했다. 그는 종이를 한 겹씩 붙여 단단한 형상을 빚고 그 위에 표정과 말을 더하는데, 함께일 때 그 힘이 더 강력해지는 것처럼 얄팍한 종이가 겹겹이 쌓여 굳건한 덩어리가 된다. 그리고 그 덩어리들이 하나둘 모이면 그 힘의 세기와 방향은 무한으로 확장할 수 있다.



<다리아픈 세미 (Yuri)> 
2022 종이에 혼합재료 
이미지 제공: 더 그레잇 커미션 
사진: 스튜디오 마실 정효섭



그렇게 탄생한 세미는 ‘삶(世)의 아름다움(美)’이라는 이름으로 살아가고 있지만 우리가 엿본 그의 세상은 마냥 아름답지 않다. 확실한 건 그가 우리 중 하나이거나 우리 모두라는 사실이다. 세미의 이야기에 공감할 수 있다면 누구든 세미를 품을 수 있다. 하지만 세미는 알고 있다. 그가 겪고 있는 불합리한 상황은 이미 오랜 시간 고착되어버린 구조적인 문제와 사회적인 분위기에 기반한 것이며, 이를 정면으로 마주하기 위해서는 함께 단단해져야 한다. 따라서 작가는 연대하기 위해 세미들을 불러 모았다.
신민은 자신이 예술을 하는 이유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했다.

“나는 예술이 좋다. 왜냐하면 예술은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고 소외된 존재들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는 수단 중 하나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나는 누구이며 우리는 어떤 세상에서 살고 있는가. 나는 일생의 수수께끼를 풀기 위해 스스로 생각하려 애쓰는 투쟁의 행위가 예술이라고 생각하고, 여기서 나의 자존을 찾을 수 있어서 좋다.”*



<다리아픈 세미 (Choo)> 
2022 종이에 혼합재료
이미지 제공: 더 그레잇 커미션 
사진: 스튜디오 마실 정효섭



작가는 예술이 들여다보지 않았던 세상을 살필 수 있게 해준다는 점에서, 예술로 삶의 진정한 아름다움과 가치를 발견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믿는다. 그렇게 소환된 세미는 분노를 감싸 안기보단 마음껏 표출한다. 거침없는 표정과 행동에 담긴 그의 투명한 ‘화’는 솔직하며, 세미의 안내에 따라 그의 맑은 ‘화’를 바라보고 있자니 뭉글하지만 웃음이 난다.

사실 우리는 알고 있다. 그가 살아가며 마주한 수많은 문제와 그를 향한 투쟁의 행위는 모두의 세상을 위한 것이다. 그러니 앞으로 어디에선가 세미를 만나게 된다면 마음껏 웃어보자. 이 웃음은 공감과 연대의 마음에서 피어난 것이며 허탈한 상황을 극복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일지 모른다. 세미의 행동에 대한 웃음은 우리가 결코 서로의 존재를 배제하고 있지 않음을 증명한다.

[각주]
*  cargocollective.com/daughternose/workers-2020


* ‘다리아픈 세미’ 시리즈 전경 2022 종이에 혼합재료 이미지 제공: 더 그레잇 커미션 사진: 스튜디오 마실 정효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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