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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ue 195, Dec 2022

두 아티스트가 자연의 빛과 컬러를 대하는 방법

France

Monet-Mitchell
10.5-2023.2.27 파리, 루이비통 재단

● 김진 프랑스통신원 ● 이미지 Fondation Louis Vuitton 제공

Installation view of 'Monet - Mitchell' 5 October 2022 - 27 February 2023 Fondation Louis Vuitton, Par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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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 프랑스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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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월 5일부터 프랑스 파리 루이비통 재단(Fondation Louis Vuitton)은 프랑스 인상주의의 거장 클로드 모네(Claude Monet)와 미국 추상표현주의의 히로인 조안 미첼(Joan Mitchell)의 작품들을 묶은 특별전 <모네 - 미첼(Monet - Mitchell)>을 선보이고 있다. 이들은 풍경과 자연이 주는 인상을 자신만의 방법으로 재해석해 대형캔버스에 옮기는 작업을 완성했다. 때로는 2-3m 또는 여러 캔버스를 합쳐 6m가 넘는 크기에 채워진 풍부한 컬러들과 생동감 넘치는 색깔 구성은 감상자들에게 단번에 시각적 몰입을 유도한다.처음으로 나란히, 혹은 마주 보게 걸려 하나의 주제로 상호 호응하며 대화하는 두 아티스트의 예술적 교감을 감상자들은 어떻게 이해할 수 있을까? 이들은 비슷하면서도 다르다. 생전 미첼은 자신의 작품이 모네와는 다름을 꾸준히 항변해왔다.


“아침, 특히 이른 아침의 색상은 보라색이다; 모네는 이것을 벌써 보여줬다… 나는, 아침에 집을 나설 때, 보라색을 본다. 나는 모네를 따라하지 않았다(In the morning, especially very early, it’s purple; Monet has already shown this… Me, when I go out in the morning it’s purple, I don’t copy Monet).”

미첼은 자신의 예술적 독립성을 주장했지만, 감상자들은 첫 번째 전시실에 들어서자마자 두 작가의 유사성을 발견하게 된다. 루이비통 재단이 기획한 전시 의도는 무엇일까? 전시를 따라가며 70여 개의 대형의 캔버스가 주는 감상에 집중하다 보면 관람객들은 분명히 말하긴 어렵지만 미묘하게 다른 두 아티스트의 작업 출발점과 그 결과를 더욱더 명확하게 이해하게 된다.




Claude Monet <Nymphéas>

1916-1919 Oil on canvas 200×180cm

Musée Marmottan Monet, Paris




모네와 미첼의 대화(Dialogue Monet - Mitchell)

루이비통 재단은 파리 마르모탕 모네 미술관(Musée Marmottan Monet)과의 협업으로 모네의 후기(1914-1926) 작품 중 <수련(Les Nymphéas)> 35점과 미첼의 작품 35점을 건물의 1-3층에 걸쳐 4번 갤러리부터 11번 갤러리까지 걸었다. 모네의 <수련>은 1950년대 이르러서야 미국에 알려지기 시작하면서, 그는 미국에서 추상표현주의를 태동시킨 선구자로 평가받는다. 초기의 작품 스타일과 달리 시력 문제를 겪었던 후기 작품에서 점점 윤곽선과 테두리가 사라지고 형태가 추상화되어가는 경향을 보였기 때문이다. 구상이 사라지고 추상이 도드라지는 모더니즘의 시작을 알린 것이 바로 모네였다. 당시 미국의 저명한 미술평론가 클레멘트 그린버그(Clement Greenberg)는 모네의 <수련>이 가진 모더니즘적 성격에 대해 이렇게 기술했다. “모네가 마침내 발견한 (예술의) 원칙은 사실 훨씬 더 광대하다. 그것은 (모티브 역할을 하는) 자연에 있는 것이 아니라, 예술의 본질, 즉 추상화(abstraction)를 할 수 있는 인간의 능력에 있다는 것이다.”


모네는 후기로 갈수록 형태보다는 색깔에 집중했고, 일시적인 빛의 포착에 집중하며 기존의 규칙을 없애는 데 주저하지 않았다. 1912년 모네는 “나는 자연 앞에서 느낀 것을 표현하기 위해 할 수 있는 것을 하고 있고, 내가 받은 인상을 표현하기 위해 자주 회화의 가장 기본적인 규칙마저 잊어버리고 있다. 요컨대, 내 감정을 표현하기 위해 많은 (회화적) 결점이 드러나는 것을 허용하며 작업하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에 반해 미첼은 자신이 겪은 개인적 특수한 환경을 작품으로 드러냈다. 그는 모네 사망 1년 전인 1925년 2월 12일, 미국 일리노이 시카고에서 유명한 피부과 의사인 아버지와 시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어머니 마리온 미첼(Marion Mitchell)은 시인이자 작가였고 월간 시 매거진 『포이트리(Poetry)』 편집자로 작가에게 평생 시에 대한 사랑을 심어주기도 했다. 하여 미첼의 작품을 표현하는 핵심 언어로 시, 자연, 빛, 색상, 제스처, 추상, 대형캔버스를 꼽을 수 있다. 미술에 대한 흥미와 열정으로 미첼은 시카고 아트 인스티튜트(Art Institute of Chicago)에서 회화전공으로 학사(1947)와 석사(1950)를 마쳤다. 장학금 혜택을 받은 그는 뉴욕으로 이주할 기회를 갖게 되는데, 이때 그는 뉴욕 학파(즉, 추상표현주의)를 접하게 되고 그림 스타일을 완전히 추상화하기에 이른다.




Joan Mitchell

<La Grande Vallée XIV (For a Little While)>

1983 Oil on canvas 280×600cm Musée

national d’art moderne, Centre Pompidou,

Paris © The Estate of Joan Mitchell




그 후 뉴욕과 파리를 오가며 윌렘 드 쿠닝(Willem de Kooning), 프란츠 클라인(Franz Kline) 등과 같은 화가들과 프랭크 오하라(Franck O’Hara), 존 애쉬베리(John Ashbery)와 같은 시인들과 친밀하게 교류하며 추상표현주의의 대표적 전시인 <나인 스트리트 쇼(9th Street Art Show)>에도 참여하게 된다. 당시 백인 남성 위주의 미술 현장에서 여성으로서 참여할 수 있었던 기회를 얻은 것은 그의 작품이 이미 대단한 인정을 받고 있었음을 뜻한다. 그 후, 뉴욕 학파의 일원이 되어 활발한 활동을 하던 미첼은 1955년 파리에서 긴 시간을 보낸 후 1959년 파리에 정착하게 된다. 1967년에는 파리에서 북서쪽으로 약 56km 떨어진 베퇴유(Vétheuil)에 어머니가 남긴 유산으로 집과 토지를 구매해 사망할 때까지 거주했다. 그리고 우연하게도 이곳은 모네가 1878년부터 1883년까지 거주했던 마을이자 그의 지베르니 집이 내려다보이는 곳이기도 하다.


미첼은 자연이 주는 정서의 환기를 독특한 방식으로 재해석하고 재연한다. 그가 선택한 재료와 컬러 하모니, 붓질의 제스처, 그로 인해 생성되는 리듬은 어린 시절 미시건 호수부터 베퇴유의 테라스에 이르기까지 자연과 풍경이 주는 인상과 감정 그리고 그때의 기억이 환기되어 받는 ‘느낌(feeling)’의 결과다. 미첼이 보는 자연은 주로 나무와 언덕, 꽃 그리고 물이다.

“많은 사람에게 본다는 것은 자연스러운 것이 아니다… 그들은 학습된 클리셰만 본다. 언어의 제한에 갇혀 있다(For many people, seeing is not a natural thing… They only see learned clichés. They remain caught up in the language).”




Joan Mitchell <No Room at the End>

1977 Oil on canvas 280.7×360.7cm

Fondation Louis Vuitton, Paris

© The Estate of Joan Mitchell




추상화에 대한 기대 저 너머까지 확장을 시도하는 미첼은 언어나 말 표현이 주는 제한성을 넘어서고자 한다. 표현되는 단어나 문장은 인간이 받아들이고 느끼는 인식을 온전히 표현해내지 못하고 타인에게 전달될 수도 없다. 그는 언어가 아닌 다른 형태로서 자신이 느낀 자연과 빛이 주는 인상과 감정을 표현한다. 과감한 색상 선택과 강건하고 격렬한 몸짓이 표현되는 붓질, 여러 겹으로 쌓아 올린 추상화로 주로 대형캔버스에 작업했다. 19세기와 20세기의 과도기, 미국과 유럽 사이를 오가며 회화에 전념한 미첼은 자신만의 특유한 시공간적 접점을 차지한다. 이를 바탕으로 그는 자신만의 리듬과 규칙을 정하고 통제하여 캔버스 위에 열정적인 붓질로 펼쳐 놓았다.


훗날 미첼은 자신의 작품이 모네의 작품을 떠올리게 한다는 사람들의 평가에 대해 자신은 “모네의 초기작품 스타일은 좋아하지 않으며 말년의 작품은 괜찮았다”고 했는데 이번에 전시된 이 기획으로 감상자들은 이 둘의 유사성과 차이점을 명확히 이해할 수 있을까? 그들은 자연을 관찰하고 시적으로 표현해내었다. 모네는 지베르니의 자신의 정원에서, 미첼은 베퇴유 지역 센강 유역의 자연을 바라보며 그들이 받은 ‘인상(Sensation)’과 ‘느낌(Feeling)’을 표현했다. 이 두 아티스트는 빛과 색깔에 있어 예민한 감각을 드러냈으나, 미첼은 그의 성장환경에서 온 기억과 이들을 결합시켜 추상 작업을 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모네 사망 후 100여 년이 지났고, 미첼이 떠난 지 30년이 흘렀다. 지금에 와서 보자면, 모네가 후기에 규칙에서 벗어나 보다 자유로운 회화 스타일과 기법을 채택했던 것, 미첼이 대담하고 몸짓적인 붓놀림으로 캔버스에 흘러내리거나 떨어지는 물감 자국들을 남긴 점 등은 이 둘 모두가 회화에 있어서 유사한 자율성을 추구한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Claude Monet

<The Artist’s House Seen from the Rose Garden>

1922-1924 Oil on canvas 89×92cm

Musée Marmottan Monet, Paris




조안 미첼 회고전(Rétrospective Joan Mitchell)

“내 작품은 추상이다. 하지만 그것은 풍경이기도 하다(My painting is abstract but it is also a landscape).”

앞선 전시에 이어 유럽 감상자들에게 다소 생소할 수도 있는 미첼의 작품을 더 잘 이해하는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루이비통 재단은 지하 1층 2개의 대형전시실(1,000㎡)에 그의 50여 작품을 걸은 회고전도 동시에 진행하고 있다. 이는 조안 미첼 재단(Joan Mitchell Foundation), 샌프란시스코 근대미술관(San Francisco Museum of Modern Art), 볼티모어 미술관(Baltimore Museum of Art)과의 협업으로 이루어진 성과며 루이비통 재단이 소유한 10여 점도 포함됐다. 대다수 유화 작품으로 구성돼 있으며 파스텔 작업도 있다. 방문자들은 미첼이 사랑했던 시와 자연에 대한 그의 작업 여정을 따라가며 작가가 해석한 자연의 느낌에 대해 되짚을 수 있다.




Claude Monet <Agapanthus>

1916-1919 Oil on canvas 200×150cm

Musée Marmottan Monet, Paris




루이비통 재단 건물을 통째로 할애해 대형특별전으로 기획된 이번 전시를 처음부터 끝까지 모두 보는 데에는 2-3시간이 소요됐다. 이는 각 전시실에서 30분마다 진행되는 도슨트 프로그램 때문에 중간중간 멈췄기 때문이기도 하고, 작품 앞에 서서 혹은 마련된 의자에 앉아 천천히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을 가졌기 때문이기도 하다. 전시는 2023년 2월 27일까지 매일 오전 10시부터 저녁 8시까지 진행되며 금요일은 밤 23시까지 열린다. 그리고 예상했던바, 엄청난 인파와 대기 줄이 있어 방문 전 예약을 필수로 권한다.PA


글쓴이 김진은 성균관대학교에서 의상학과 불어불문학을 복수전공 졸업했다. 2016년 프랑스로 유학해 팡테옹 소르본 파리 1대학(Université Paris 1 Panthéon-Sorbonne)에서 조형예술 전공 학사를 마치고 동 대학원에서 조형예술과 현대창작 연구 전공으로 석사학위를 받았다. 미술사와 예술이론 연구로 글을 기고하고 있으며, 2020년 개설한 유튜브 채널 ‘예술산책 Artwalk’을 통해 현대미술 관련 콘텐츠를 업로드하며 구독자들과 교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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