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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ue 195, Dec 2022

홍세진
Hong Sejin

PUBLIC ART NEW HERO
2022 퍼블릭아트 뉴히어로

찰나의 순간들을 붙잡는

●천미림 독립큐레이터 ●이미지 작가 제공

'펄럭이는 세모' 2022 캔버스에 유채 145.5×130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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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미림 독립큐레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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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세진은 물질과 비물질, 현실과 가상을 횡단하는 감각을 그리는 작가다. 그는 자신의 경험 속에서 청각적 감각의 주관성을 편집하고 재가공해 시각적 결과물로 제안한다. 이는 인식을 통해 수집된 경험 정보를 캔버스와 공간에 구현하면서 경험될 수 없는 현상으로 드러내는 것이다. 작가는 소리 감각의 공백을 단순한 도형과 선, 구체적 공간과 평면에 대한 이미지들로 채운다.

작가의 초기작은 운동장이나 경기장, 공장 등 우리에게 익숙한 공간감이 있는 장소를 배경으로 한다. 이때의 작업은 인공적 공간 및 사물과 자연적 대상들을 병치시킨 혼합현실을 다루고 있으며, 이는 원근감 있는 입체성이 강조된 것이다. 따라서 회화 내 이미지의 표상들은 우리에게 익숙한 기호성을 지닌다. 생명성을 지닌 세포와 프랙탈(fractal) 같은 자연적 이미지 혹은 인공적 기계와 사물이 뒤섞여 어딘가 생소한 감각을 관람객에게 전달한다. 또한 그는 회화 외에도 드로잉, 설치 등 다양한 매체들에 관심을 두고 있는데, 이는 일종의 기계적 관심으로 보인다.

기계의 장치적, 도구적 보조를 통해 보완되는 신체감각은 흥미로운 포스트 휴먼적 주제다. 작가는 자연적 소리가 보조기구(인공와우)를 통해 전환되면서 변화하는 형태와 속성을 고민하고, 이에 대한 이해를 드러내고자 한다. 이때 설치는 물리적 기계의 감각과 기계 내부의 메커니즘에 대한 그의 해부학적 관심을 담는데 효과적인 매체로 보인다. 설치작업 중 하나인 <애플파인>(2021)은 인공와우나 보청기 같은 기계를 은유하는 것으로, 다양한 물성과 질감을 지닌 원형들과 모니터로 이루어져 있다. 여러 색채와 크기를 지닌 구들은 소리의 비물질성을 물리적 형태로 가시화하는 것으로 순간적인 감각과 정보를 고정적인 것으로 붙잡아둔다. 모니터에서 송출되는 비디오는 서로 다른 모양의 파인애플이다. 각기 모양은 다르지만 본질적으로 같은 종에 속하는 파인애플의 도상들은 청각 보조기구의 기계적 특징에 따라 다르게 감각되는 소리의 상대적 다양성을 보여준다. 이는 감각에 대한 관심을 확장시켜 그 기원과 프로세스까지 거슬러 추적하는 작가적 관심으로도 해석된다.



<파도 거품> 2022 
캔버스에 유채 130×192cm



요 몇 년간 열린 작가의 개인전들은 그의 작업 세계와 관심의 변화를 뚜렷이 보여준다. 첫 개인전은 <선명한 소란>으로 소리가 공명하는 넓은 공간들을 포착했다. 이 시기의 회화는 익숙한 진동과 울림을 경험하는 감각의 전이를 느낄 수 있게 구성되었다. 특히 함께 전시된 설치작업 <바늘의 끝> (2019)은 청력보조 인공기관이 제작되는 3D프린터 기계 내부를 상상한 것이다. 이 전시에서는 작가의 작업 전체를 관통하는 관심사의 출발점을 확인할 수 있다. 다음 전시 <꽃병의 배터리를 갈아주기>에서는 자연적 형태들과 인공적 사물들을 결합해 재구성한 화면을 보여준다.

이때부터 작가의 회화와 설치는 기하학적 도형, 기계의 단순성과 내부구성에 대한 인식적 모호성과 해체성을 좀 더 적극적으로 탐구하기 시작했다. 이러한 관심사는 2021년 개인전 <숨은 언어들>에서 더 분명하게 드러난다. 이는 ‘도형풍경 시리즈’로 사물을 구성하는 개성적 특징들을 일부러 누락시켜 단순한 도형 등의 생략된 형태로 그려낸 것이다. 이때 작가는 화면구성뿐만 아니라 표현의 물성에도 집중했다. 물감의 흘림, 덮음, 긁어냄이 갖는 질감의 속성들이 청각을 시각화하는 과정의 감각적 전이에 징검다리를 놓는다. 단순성에 대한 작가적 탐구는 최근 전시 <잡힐 듯 말 듯>에서 더 뚜렷해진다. 작가는 이러한 작업적 변화의 과정을 ‘감각을 대상에 투영해 회화적 언어를 찾아가는 과정’이라고 밝히고 있다.

최근 작업에서 작가는 좀 더 평면적인 측면을 강조한다. 이러한 경향은 이전 작업에서 보여주었던 구체성을 띠던 화면배치들의 근거가 되는 자기 감각의 불확실성을 더 솔직하게 드러내고자 함이다. 그는 보청기와 인공와우를 사용하면서 자신에게 들어오는 감각 정보와 실제 소리 정보 사이의 간극을 회화로 채워가는데, 청력 보조기술의 발전이 이 확실한 거리감을 희미하게 만들면서 스스로 그려내는 것들에 대해 다시금 고민하게 되었다. 두 정보 사이는 여백이 아닌 접힘으로, 소실되거나 생략된 언어들로 들어차 있고 작가는 바로 그 언어들을 포착해 도형이나 단순한 선의 이미지로 보여주고 있다. 이는 일종의 모나드로, 각각이 가진 기억과 정보들을 들여다보며 스펙트럼의 주름들을 펼쳐내는 것이다.




<달빛에 비쳐 길게 뻗어있는> 
2022 캔버스에 유채 162×130cm



단순한 도형들은 상호소통에서 발생할 수 있는 여러 오해와 오역에 관한 것이다. 이는 작가가 타인의 말을 전혀 다른 단어로 오인할 때, 이것을 발생시키는 기술적 특성에 대한 고민과도 같다. 최신기술을 적용한 공산품들은 내부의 복잡성이 고도화되는 반면 별개로 외부의 디자인은 단순화되는 경향이 있다. 작가는 이 모순적인 반비례를 포착해 지속적으로 단순성을 극대화시키면서 동시에 가속화되는 기술적 발전을 보여준다. 이 실험들은 인식적 오해를 둘러싼 실존적 물음들, 즉 그 소통의 형태를 탐구하고자 하는 태도와 관련된다.

눈에 띄는 또 다른 경향은 작업에 참고가 되는 이미지를 수집하는 방식 및 긁어내는 기법의 변화에 집중하고 있다는 점이다. 과거 작업들은 인터넷으로 이미지들을 모아 삼차원 공간 안에 무작위로 배치시키며 그 안에서 조형성을 탐구하는 방식으로 진행되었다면, 요즘은 직접 출사를 한 사진들을 콜라주한 뒤 관심도의 긴장과 이완을 통해 화면을 재구성한다. 그 이유는 이전 공간감을 강조하는 것에서 벗어나 평면성을 좀 더 강조하고자 하는 것에 있다. 작가는 사전에 계획된 참고 이미지가 제한하는, 자유롭지 않은 회화적 표현과 물성들에서 벗어나 그리는 과정에서 자연적으로 파생되는 기법과 우연적 결과물을 만나고자 한다. 또한 근래 회화에서는 긁어내는 표현들이 눈에 띄는데 이는 개별 소리의 다양성을 더욱 세밀하게 묘사하고자 하는 시각화 과정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렇듯 작가의 최근 작업은 감각을 좀 더 정제하고 구체화하는 것에 집중하는 듯 보인다.

오해하지 말아야 할 것은 작가가 자기 감각의 정확성 혹은 감각을 보완하거나 충족하는 것에 관심을 두지 않는다는 것이다. 오히려 그는 감각의 순간성과 불확실성, 오류 가능성 등 그 빈 공간을 드러내는 그 자체를 추구하는 것처럼 보인다. 도형을 이용한 단순화, 화면의 폭을 넓히는 공간감, 인공물과 자연물의 병치 등은 하나의 불완전한 풍경을 통해 있음의 본질을 보여준다. 또한 그가 청각을 시각화하는 작업적 방향들이 하나의 감각을 다른 감각으로 채우거나 대체하려는 시도가 아니라는 점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가 청각적 공백 시각화를 통해 채우는 것은 빈칸에 대한 보완이나 극복이 아닌 세계에 대한 흥미와 이해에 가깝다. 그렇기에 홍세진의 회화는 실제와 현상 사이에 부유하며 우리에게 볼 수 없는 것들을 보여주고 있다. 요 몇 년간의 뚜렷한 작업의 변화들이 미술에 대한 작가의 고민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는 듯하다. 그가 만들어낼 앞으로의 세계들을 응원한다.PA



홍세진 작가


작가 홍세진은 인천가톨릭대 조형예술대학교 회화과를 졸업하고 홍익대학교 일반대학원 회화과 석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박사과정에 재학 중이다. <감각하는 세계>(갤러리 밈, 2018)를 시작으로 <선명한 소란>(신한갤러리 역삼, 2019), <숨은 언어들>(2021, OCI 미술관), <잡힐 듯 말 듯>(갤러리밈, 2022) 등의 개인전을 개최했고, 서울대학교미술관, 아트센터 예술의 시간, N/A 등에서의 그룹전에 참여한 바 있다. 그의 작품은 국립현대미술관 정부미술은행, 인천문화재단, KT&G 상상마당, OCI미술관 등에 소장돼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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