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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ue 162, Mar 2020

다시 만난 세계

Germany

CTM 2020, Bethanien transmediale festival 2020
CTM 2020 'Interstitial Spaces' 2020.1.25-2020.3.15 베를린, Kunstraum Kreuzberg
Bethanien transmediale festival 2020 'The Eternal Network' 2020.1.28-2020.3.1 베를린, HKW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SNS 계정을 확인한다. 어제 올린 사진에 얼마나 많은 사람이 ‘좋아요’를 눌렀을까? 먹음직스러운 음식 사진에 배가 고파졌다는 친구들의 코멘트는 중요하지 않다. 얼마나 많은 사람이 나의 계정을 방문하여 ‘좋아요’을 누르고, 팔로우를 신청했는지 여부만이 데이터에 합산될 뿐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부지런히 돌아가는 알고리즘은 이 데이터들을 평가하여 나를 더 유명하고, 명망 있는 사람으로 만들어 줄 것이다. 새로운 정보와 영향력 있는 인물들을 쉴 새 없이 추천해주면서 말이다. 오프라인의 삶에서도 예외는 없다. 나의 데이터가 만들어낸 평가는 직장 동료와 상사, 고객의 평판으로 이어지고, 나의 금융 신용등급에도 영향을 끼친다.
● 박은지 독일통신원 ● 이미지 Kunstraum Kreuzberg, HKW 제공

Dana Gingras 'Chute Libre/ Free Fall' © Udo Siegfriedt CT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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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은지 독일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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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데이터가 곧 나의 삶이다. 이는 영국의 SF 드라마블랙 미러(Black Mirror)’의 한 편에서 다뤄졌던 내용이다. 방영 당시 자신의 4.2대 평점을 만점인 5에 가깝게 올리기 위해 안간힘을 쓰던 주인공 레이시의 일상은 우스꽝스럽지만, 한편으로 꽤 충격적이었다. 근미래 우리 삶은 정말 그러한 모습일까?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현실과 가상공간이 혼재되고, 환영과 실재, 비물질과 물질의 삶이 경계 없이 뒤섞인 세계 말이다. 연초 베를린에서 진행된 두 전시, <영원한 네트워크(The Eternal Network)>전과 <사이의 공간(Interstitial Space)>전은 이 세계에 관해 이야기한다.





Film still from Swatted by Ismaël Joffroy 

Chandoutis 2018 Production by Le Fresnoy © the artist



 


CTM은 일렉트로닉 음악과 실험적인 사운드를 중점적으로 소개하는 행사로 <사이의 공간>은 올해 CTM의 연계전시로 기획되었다. CTM은 테크노 신과 클럽 문화가 깊게 뿌리내린 이 도시를 십분 활용한 듯 여러 클럽과 공연장에서 열흘간 밤낮으로 이어졌다. 2010년부터는 여타의 문화예술기관과 협력하여 퍼포먼스, 스크리닝, 강연, 토크, 전시 등 다양한 방식으로 기술과 예술을 접목한 작품들을 폭넓게 아우른다. 같은 맥락에서 이번 전시에서도 서로 다른 두 세계의 점이지대 또는 그 간극에서 발생하는 전환과 변화를 담은 작품들이 소개됐다. HKW의 전시 <영원한 네트워크> 또한 우리가 실재한다고 믿는 물리적인 세계에 인터넷과 디지털 테크놀로지가 가로질러 생겨난 접점의 세계를 다룬다. 직접 경험하고 감각할 수 없어 매우 관념적이고 추상적인 공간으로 느껴지기도 하지만, 가상공간(space), 이메일 주소(address), 웹 사이트(site) 등의 용어들을 생각해보라. 마치 독립적이고 독단적으로 존재하는 것처럼 보이는 이 공간에 우리는 애초부터 부단히 지리적인 장소성을 부여해왔다. 뿐만 아니라 사회, 정치, 문화적 조건이 변화함에 따라 이 장소에 대한 인식도 차이를 보인다는 점에서 인터넷은 언제나 상대적이고 관계적인 공간으로 존재했다.





Meuko! Meuko! <Ghost Island>

(Live A/V) Credits by chunliiwang 

 



루이스 드륄레(Louise Drulhe)의 작업 <인터넷의 중요한 지도책(Critical Atlas of the Internet)>은 그 제목처럼 도형과 지도, 스키마, 도면, 3D 모델 등을 활용하여 만든 인터넷 지형도다. 물론 가상공간에 높낮이와 면적, 크기, 간격 등 측량 가능한 지표가 있을 리 만무하지만, 작가는인터넷의 크기는 얼마일까?’, ‘과연 지구와 맞먹을 만큼의 크기일까?’와 같은 다소 엉뚱하고 재치 있는 질문에서부터 이 방대한 조사를 시작했다. 15개에 이르는 질문에 대한 결과는 짧은 에세이와 인포그래픽적인 요소들로 제시되는데, 예컨대 지상 공간과 인터넷 공간 사이를 잇는 기하학적 구조는 두 개의 원뿔이 맞물린 지점으로 표현되었다. 지상 공간을 나타낸 첫 번째 원뿔은 거리와 공간감이 표시된 반면 가상공간을 나타낸 두 번째 원뿔에선 공간 개념만 남은 채 거리가 생략되었다. 덧붙여 이 원뿔에선 유럽과 미국인의 80-90%가 사용 중인 구글이 면적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다시 이 구글의 검색 건수를 지구 원구에 표시하면 예상했던 것과 달리 일부 국가 또는 지역에 집중되는데, 중국과 모로코를 포함한 몇몇 국가에선 구글 접속이 불가능하거나 구글 어스(Google Earth) 같은 일부 서비스가 금지되었기 때문이다. 같은 유럽 내에 있는 프랑스와 독일의 인터넷 사용도 꽤 다른 형태를 보이는데, 이는 인터넷주소 자원에 관한 상이한 법률에서 비롯된 것이다. ‘World Wide Web’이라는 명칭이 무색하게 인터넷 공간에도 여전히 국경은 존재하고 온전히 사용자의 자유 의지에서만 활용되지도 않는다





The Ceremony, Kunsthaus Bethanien, 

CTM Festival 49 2020 © Udo Siegfriedt CTM





뿐만 아니라 사용자 각자가 자신의 홈페이지를 개설하고 분산된 인터넷 공간을 점유했던 초기와 달리 오늘날 대부분의 인터넷 활동은 소수의 초국가적 기업이 제공하는 플랫폼에 집중되어 있다. 인터넷은 마치 횡적으로 무한히 펼쳐져 있는 공간을 떠올리게 하지만 이 지도에선 아마존과 구글, 페이스북이 이끄는 종적인 위계관계로 보인다. 작가는 인터넷 네트워크와 컴퓨터 연산, 사물인터넷, 인공지능 등의 첨단 기술이 전 지구적 인프라로 갖춰지는 상황에서 인터넷을 실재 공간으로 인식할 때만이 비로소 현재 우리가 당면한 문제들을 직시할 수 있다고 말한다그릇의 크기나 모양에 따라 형태가 달라지는 물처럼 기술은 그 가치를 이해하고 활용하는 구성원의 의도에 따라 얼마든지 다른 방식으로 사용될 수 있고, 완전히 다른 사회문화적 의미가 있을 수도 있다. 초기 인터넷은 1950년대 컴퓨터 간 전기통신을 실험으로 시작되었다가 1960년대 정치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발전됐다


현재 우리가 사용 중인 인터넷은 1990년대 냉전 종식 이후, 미국 정부가 인터넷의 상업적 사용을 허가한 이후의 모습이다. 그러는 사이 우리는 사용 주체와 목적에 따라 이 기술의 명암이 갈리는 장면을 자주 목격했다. 알다시피 컴퓨터 기술의 급격한 발전은 히피 문화와 기업가 정신의 산물이기도 하지만 독재정권의 기술혁명에 빚지고 있기도 하다. 바하르 누리자데흐(Bahar Noorizadeh)의 영상 <결핍 이후(After Scarcity)>(2018)는 컴퓨터 네트워크 기술을 통해 자동화된 계획경제와 완벽한 통제를 꾀했던 소련의 사이버네틱스 프로젝트(1950-1980년대)를 추적한다. 작가는 이를 공상과학 에세이 형식으로 풀어내며, 역사적 사실이 공상과학의 청사진이 되기도 하듯, 역사적 의미를 재구성하는 것은 현재의 문제를 넘어선 미래를 상상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봤다. 디지털 기술의 불균등한 분배와 악용, 디지털 공공재의 사유화, 디지털 봉건주의와 같은 문제들을 마주한 우리는 작가가 만들어낸 이 이야기가 무작정 허무맹랑하지는 않다는 걸 알고 있다.





Film still from Swatted by Ismaël Joffroy Chandoutis 

2018 Production by Le Fresnoy © the artist 

 



과거 사실에서 지금 시대를 반추하려는 앞선 시도들은 웨슬리 고틀리(Wesley Goatley) <지하 신들의 의식(Chthonic Rites)>에서도 이어진다. 흥미로운 점은 그 주체가 사람이 아닌 애플의 시리와 아마존의 알렉사라는 것. 이 작업에서 두 지능형 에이전트는 의인화 적인 요소를 더욱더 겸비한 채 주인이 떠난 빈 책상에 남아 인류의 고대 역사를 되짚어 보고, 현재 인터넷의 감시와 검열체계를 우회적으로 비난한다. 꽤 묵직한 대화를 이어가면서도 틈틈이 쇼핑목록을 만드는 알렉사의 대화에 관람객 여럿이 함께 웃기도 했다. 반면 <명상 공간(Ademruimte)>은 역사적 레퍼런스를 활용하는 대신 간단한 원리로 현재 우리의 일상을 명징하게 반영했다. 오직 한 명만 출입할 수 있도록 설계된 구조물에서 관람객은 바닥에 투사된 영상에 맞춰 명상을 하게 된다


안내문은 바닥에 그려진 원의 크기가 커지고 작아질 때마다 들숨과 날숨을 맞춰 호흡하기를 지시한다. 들이마시고 내뱉기를 몇 번이나 했을까. 어느 순간 나의 숨소리에 원의 크기가 반응하듯 신체의 리듬과 도형의 움직임이 정확히 맞아떨어졌다. 얼핏 디지털과 명상의 조합이 모순적으로 보이기도 하지만, 실제로 앱과 웨어러블(Wearable) 기기를 활용하거나 ASMR 방송을 통해 몸과 마음을 치유하고자 하는, 한마디로 디지털 테크놀로지의 돌봄을 찾는 사람들을 주변에서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어디 그뿐이랴. ‘그곳에선 누군가는 항상 잠을 자거나 깨어 있기도 하고, 또 누군가는 먹고 허기를 느끼기도 하며, 싸우다가 사랑을 하기도(…) 한다.’는 로베르 필리우(Robert Filliou)와 조지 브레히트(George Brecht)의 반세기 전 묘사처럼, 지금 우리는 이 무한한 네트워크 속에서 살고 있다. 불확실한 이 세계는 두렵지만 그래서 또 매력적이다.  

 


글쓴이 박은지는 성신여자대학교에서 미술사학과 석사학위 취득 후, 국립현대미술관 인턴을 거쳐 ()예술경영지원센터에서 국제교류를 위한 전시업무를 담당했다현재 베를린 예술대학교(UDK) 미술교육학 박사과정에 재학 중이며, 아티스트 북을 리서치하고 그것에 관한 이론 및 전시기획론을 연구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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