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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ue 197, Feb 2023

너와 나의 연결고리. AI의 꿈을 목격하다

U.S.A.

Refik Anadol_Unsupervised
2022.11.19-2023.3.5 뉴욕, 뉴욕 현대미술관

● 정재연 미국통신원 ● 이미지 The Museum of Modern Art 제공

Sample data visualization of 'Unsupervised - Machine Hallucinations - MoMA' 2022 Data sculpture: custom software, generative algorithm with artificial intelligence (AI), real time digital animation on LED screen, sound Dimensions variable The Museum of Modern Art, New York © Refik Anadol Studi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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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연 미국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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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데이터는 경험될 때만 지식이 될 수 있다. 이러한 지식과 경험은 다양한 형태를 취한다. 비즈니스의 모델이 되거나, 소셜 미디어의 정보가 되어주거나, 예술이 되거나 말이다. 기계 지능의 엄청난 잠재력을 통해 주변 환경의 연결망을 탐험할 때, 주변 환경과 자연을 모방하기 위해 인간 감각과 기계의 능력 사이 연결고리를 생각하게 된다. 뉴욕 현대미술관(The Museum of Modern Art, 이하 MoMA) 전시 서문의 가장 첫 질문은 이러하다. ‘MoMA의 소장품을 본 기계는 어떤 꿈을 꿀까?’ 인공지능(Artificial Intelligence, 이하 AI) 예술가들 사이에서 21세기 다빈치로 칭송받는 미디어 아티스트 레픽 아나돌(Refik Anadol)은 AI를 사용해 200년 이상 된 MoMA 컬렉션을 해석하고 변형시키는 새로운 디지털 아트의 혁신을 선보인다.

터키 출신의 미디어아트 작가인 아나돌은 건축과 미디어아트 간의 상호 관계에 관심을 가지고 다양한 물질과 비물질 사이를 오가는 작업을 꾸준히 진행해왔다. 그는 미디어 아티스트이자 건축가 그리고 엔지니어라고도 할 수 있는데, 주로 미디어아트와 건축을 융합하여 시공간을 넘나드는 몰입적인 디지털 일루전(Illusion)을 만들고 관람객이 작품과 공간을 체험할 수 있게 한다. 이번 뉴욕에서의 첫 개인전 <Refik Anadol: Unsupervised>에서 아나돌은 미술관 내부의 환경, 소리, 데이터로 모은 숨겨진 자료 기반의 시각화된 작품을 선보이는데, 이는 빛, 소리, 움직임, 날씨의 변화 등에 대한 수치 데이터를 시간과 온도 등의 변화와 연동해 분석하고 자체적인 데이터 처리 소프트웨어를 통해 출력한 작품이다. 실시간으로 펼쳐지는 디지털 아트 작품은 계속해서 새로운 그리고 다른 세계의 형태를 생성시킨다. 움직이는 데이터를 수집하고 기계 지능으로 역동적이고 아름다운 움직임을 만들어냈다. 계속 힘차게 변화하는 미술관 내의 모습은 완전한 몰입감을 선사한다.




Installation view of <Refik Anadol: Unsupervised>  

The Museum of Modern Art, New York, November 19,

2022 - March 5, 2023 © 2022

The Museum of Modern Art Photo: Robert Gerhardt




유기적이고 비정형적인 가로, 세로 약 7m의 작품은 세포분열을 하듯 숨을 쉬고 뇌에서 끊임없이 기억을 생성해내는 모습이다. 각이 없고 둥근 형태의 유기적인 움직임은 피가 흐르는 통로 혈관(Blood vessel)을 상상케 하고 생명력이 그대로 느껴진다. 이는 단순히 프로젝션 맵핑을 통한 영상 이미지가 아니다. 아나돌은 예술가의 한계를 넘어 AI 기술을 바탕으로 새로운 작품을 창출했다. 모든 공간은 캔버스로, 데이터는 물감 그리고 테크놀로지는 브러쉬로 활용한다고 생각하면 이해하기가 쉽다. 모두가 같은 공간에 있어도 관람하는 위치에 따라 전혀 다른 차원의 공간을 창조한다.


결국  하나의 영상이 아닌 조각이자 설치 작품이고 캔버스를 3D 이상의 공간으로 대체했다. 기계가 만약 어떤 기능을 습득하고 기억을 처리할 수 있다면, 그들은 스스로 꿈도 꿀 수 있을까? 아니면 어떤 환각을 경험하게 될까? 관람객은 저마다 보았을 MoMA 컬렉션을 눈으로 담고 과거와 미래의 꿈을 마음속에 간직했을 것이다. 우리가 모르는 사이 기계 데이터는 스스로 배우고 기억하고, 반복적으로 연작하는 법을 습득하게 된다. 우리는 뇌로 보는 것을 대부분 상상이라고 한다.




Sample data visualization of

<Unsupervised - Machine Hallucinations - MoMA>

2022 Data sculpture: custom software, generative algorithm

with artificial intelligence (AI), real time digital animation

on LED screen, sound Dimensions variable

The Museum of Modern Art, New York © Refik Anadol Studio




상상은 꿈으로 이어지는데 아나돌은 지그문트 프로이트(Sigmund Freud)의 정신분석학 중 ‘꿈-이론’에 대한 연구를 이용했다. 프로이트가 실제로 환자들에게 자유롭게 연상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 머리에 떠오르는 것을 남김없이 이야기하라고 당부하자, 환자들은 자연스럽게 꿈에 관해 이야기했다고 한다. 인식의 흐름은 결국 꿈 해석의 가장 중요한 내용을 이루는 심리적, 무의식적인 논리의 발견이라는 업적을 내놓았다. 무의미하게 보이는 것들을 이해할 수 있는 삶의 언어로 번역하는 것이다. 꿈을 해석하는 방식에서는 다른 사물의 기호나 대체물, 숨어 있는 진술 또한 연상의 고리를 통해 역추적하여 얻어낼 수 있다. 미술관 주변 환경으로 대체되는 데이터는 소장품 컬렉션을 읽은 후, 기억에 남아있는 것을 꿈과 연상작용을 통해 찾아낸 삶의 언어를 AI가 번역해낸다. 그러므로 반복과 모방을 허용하지 않고, 미술관 벽면을 선회하며 새로운 모습으로 화면에 등장한다.


‘Machine Hallucinations’ 시리즈는 총 3개의 ‘기계 환각’이란 작품이다. 실재하지 않는 감각이나 대상을 느꼈다고 생각하는 현상으로 사람과 기계의 공존, AI가 인간의 의식에 확장된 것이라는 철학적 관점을 보여준다. 총 3개의 작품은 물리적인 것과 가상의 것, 현실과 비현실 사이에 맺는 관계를 재구성한다. 꿈은 물리적인 것이 아니라 심리적인 것이다. 하지만 꿈은 일상생활의 연장이기도 하다. 실제로 벽 한쪽을 가득 채운 작품을 보면서 아름다움을 느낌과 동시에 데이터가 실제로 작품을 해석해나가는 속도가 빨라 무섭기도 했다. 한 번도 쉬지 않고 연결된 수억 가지의 선들은 우리 신체의 모든 신경을 이어주고 있다. 이렇게 연결된 신경은 마치 우리의 피가 돌고 순환하는 모습을 상상케 한다. 다양한 조형을 구현하고 변형이 자유로운 색채 표현은 기계의 꿈과 환각 속에서 이미지를 리얼하게 완성할 수 있는 하나의 ‘도구’로 사료된다. 아나돌은 어떻게 AI가 꿈이나 기억, 환영 같은 의식과 무의식을 모방할 수 있을지 끊임없이 고민했다고 한다.




Sample data visualization of

<Unsupervised - Machine Hallucinations - MoMA>

2022 Data sculpture: custom software, generative algorithm

with artificial intelligence (AI), real time digital animation

on LED screen, sound Dimensions variable

The Museum of Modern Art, New York © Refik Anadol Studio




미술관 내부, 외부에서 받은 감각 자극, 이미지들은 대부분 낮 생활에서 유래하는 최근의 인상, 외현적인 내용에서 빈번히 알아볼 수 없도록 왜곡되는 인상이나 체험을 스스로 습득하여 흘러내리는 꿈의 기억을 만들어냈다. 그는 기억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변질되고 녹아내리는 모양을 띤다고 생각했다. 미술관의 일차원적인 평면에 3차원의 움직임을 구현해냈기에 관념적인 관람의 형태, 시청의 개념, 눈으로 보기만 하는 스크린의 경계를 완전히 넘어섰다. 사운드에 따라 움직이기 시작한 일렁거리는 데이터, 유기적인 형태 작품은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변화한다. 스스로 진두지휘하며 환영을 만들고, 그 환영에서 예술작품이 완성된다.


작품은 분산된 디지털 분산원장(Distributed ledger)1) 블록체인의 암호화된 데이터를 기반으로 탄생했다. 이러한 집합적 기억의 데이터 정보는 아카이브를 생성하고 재활성화해 새로운 모델을 만들어 미래를 제시한다. 미술관 내외부의 데이터에 의해 발생하는 예술품은 AI 데이터 기억의 중요성을 탐구하고 있다. 인간은 각자 접하는 사회 환경이 다르므로 개인 간에 신체적, 정서적인 차이로 인해 복잡한 감정을 지닌다. 이는 스스로 감정을 만들어내지 못하는 AI에게 큰 난관이기도 하다. 우리가 어떻게 AI를 대할지도 하나의 숙제지만, 먼저 AI와 인간이 어떠한 상호작용을 거쳐야 이러한 괴리감을 해소할 수 있는지 고민해보아야 할 부분이다.




Sample data visualization of

<Unsupervised - Machine Hallucinations - MoMA>

2022 Data sculpture: custom software, generative algorithm

with artificial intelligence (AI), real time digital animation

on LED screen, sound Dimensions variable

The Museum of Modern Art, New York © Refik Anadol Studio




인간이 만들어내는 프로그램과 외부에서 주어지는 데이터 AI와의 관계는 변화무쌍하다. ‘미디어는 단지 생명력이 없는 도구가 아니라 계속 변화하는 역동성으로 가득 차 있으며, 인간에게 있어서 가장 인간적인 것’이다.2) 배움, 기억, 질문 그리고 상상을 동시에 하도록 기여하는 다양한 감정과 상호작용하는 AI 기계 또한 생각하는 힘을 확장하고 있다. AI는 미래의 예술가들을 위한 창조적인 파트너이자 협업자일 것이다. 아나돌은 우리가 꿈만 꾸고, 배우고, 기억하고 습득하는 것을 훈련하는 것은 우리의 손, 바로 인간에게 달려있다고 말한다.


AI 기술의 실체인 기계 자체는 인간과 관계를 맺고, 우리가 인식하려고 하는 대상이 AI 기술 그 자체인 것이다. 인간과 기술의 관계는 점점 더 긴밀해지고 있다. 무의식적인 발견을 통해 인간은 기술을 끊임없이 창조시킨다. 또 어떤 신기술과 아트의 융합으로 예술의 범위가 넓어질지 기대되는 바이다. 소장품들의 집합체와 무관하게 기계의 세계가 정말로 어떠한지 그에 대한 지식을 스스로 산출해낸다. 결국 그가 창조하는 예술작품도 자신의 절대적 자아에서 출발해 인간과 기술 사이에서 생겨난 또 다른 자아로 가는 단계를 시도하고 있는 것일지 모른다. 불 꺼진 미술관에서 계속해서 돌아가는 기계는 지금 무슨 꿈을 꾸고 있을까? PA  




Installation view of <Refik Anadol: Unsupervised>

The Museum of Modern Art, New York, November 19,

2022 - March 5, 2023 © 2022 The Museum of Modern Art

Photo: Robert Gerhardt




[각주]
1) 블록체인 분산원장 기술(Distributed Ledger Technology, DLT)이라고도 불리며, 이는 거래 정보를 기록한 원장 데이터를 중앙 서버가 아닌 참가자들이 공동으로 기록 및 관리하는 것을 의미한다.

2) Marshall McLuhan, Understanding Me, He Daokuan(trans.), Beijing: Renmin University Press, 2000, p. 188


글쓴이 정재연은 실내디자인을 전공하고, 대학원에서 미술사를 공부했다. 언어와 텍스트, 그리고 사회적 맥락과 인간 사이에서의 상호 관계성에 대해 탐구해 전시로 풀어내는 것을 장기 연구과제로 삼고 있다. 2012년 일현미술관에서 퍼포먼스에 대한 교육을 기획 및 진행했고, 전시 <다빈치 코덱스>(문화역서울284, 2016-2017)의 큐레이터를 맡았다. 뉴욕 첼시에 있는 갤러리를 거쳐, 현재 큐레토리얼 그룹 ‘어떤콜렉티브’에서 큐레이터로 활동하며 다양한 국내외 전시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다. 때때로 전시 리뷰를 비롯해 예술계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이슈에 대한 글을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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