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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ue 160, Jan 2020

자유, 순수함, 열정의 도시
베를린 전시 답사기

Germany

Walking Though Walls
2019.9.12-2020.1.19 베를린, 마틴 그로피우스 바우

잠시나마 해방을 만끽하는 도시, 베를린은 내게 그런 곳이다. 충만한 자유와 순수함, 열정을 배경으로 크고 작은 기획전이 끊임없이 열리는 도시에서도 그로피우스 바우(Gropius Bau) 미술관 전시는 많은 이가 내게 추천했다. 내가 방문한 주말 오후시간엔 입구에서부터 발권을 위해 줄이 길게 늘어서 있었다. 하루 종일 그곳에서 전시를 관람하고, 서점에서 한가로이 책을 읽고, 유기농 레스토랑에서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도 좋을 곳. 가족들도 많이 방문하는, 베를린이 사랑하는 미술관 같았다. 이와 더불어 마틴 그로피우스 바우 미술관 밖을 나서면 베를린 장벽의 파편들이 둘러싸고 있는 역사적인 장소가 펼쳐진다. 게슈타포(Gestapo)의 옛 본부이기도 했던 이 장소는 운명적으로 독보적일 수밖에 없다.
● 김현정 백남준아트센터 학예연구사 ● 사진 Martin-Gropius-Bau 제공

Gustav Metzger 'In Memoriam' 2006 Cardboard Dimensions variable © Photo: Wojciech Olech Courtesy Centre of Contemporary Art in Toru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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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정 백남준아트센터 학예연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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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alking through Walls>전에는 28명의 예술가들이 모여 그림, 조각, 사진, 영화, 음향 설치, 현장 별 개입 및 공연을 포함한 다양한 미디어가 소개되었다. 이 전시는 3개의 서로 연결된 문의 라인을 중심으로 구축된 하나의 포괄적·비선형적인 전시장을 구성하였다. 첫 번째 공간은 벽의 물리적 존재와 벽이 분리 장소로서 어떻게 기능하는지 탐구하는 작품을 선보였고 두 번째 공간은 물리적인 벽과 은유적인 벽이 함께 사는 사람들에게 미치는 영향을 반영한다. 세 번째 공간은 기존 분열을 극복하기 위한 노력을 묘사한다. 또한, 전시는 역사적으로 청구된 마틴 그로피우스 바우의 장소적인 특수성을 직접적으로 반영한다. 베를린 장벽의 조각을 포함하여 많은 상징적 장소가 바로 근처에 있거나 전시 공간 자체에서 볼 수도 있다


미술관의 아름다운 건축물과 더불어 우아한 고전미와 강렬한 현대미술이 멋지게 조화를 이루어 내는 공간. 나는 이 장소를 아마 이렇게 기억하고 베를린에 갈 때마다 달려가지 않을까. 이곳에서 현재 진행되고 있는 전시중 하나인 <Walking Through Walls>. 지난 9월 12일부터 올해 1 19일까지 진행되는 이 전시는 베를린 장벽 붕괴 30주년을 기념해 마련된 기획전이다. 이들은 각기 다양한 매체로 민족주의, 이민, 생물정치학이라는 거대담론의 범주에서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전시를 기획한 큐레이터는 샘 바르다오일(Sam Bardaouil), 틸 펠라스(Till Fellrath) 2인이다. 두 명의 기획자의 전시에 대한 소개는 세 가지로 요약이 가능하다. 1) 물리적인 벽-공간을 이등분 하는 장소로서의 기능, 2) 그 벽과 함께 존재하는 물리적, 은유적인 영향, 3) 우리 사회를 이등분하는 갈등을 극복하는 사회적, 정치적 의미에 대한 다양한 해석이라고 한다.





Anri Sala <1395 Days without Red> 2011 

Single-channel HD video and 5.0 surround sound, 43:46 min 

In collaboration with Liria Bégéja, from a project by 

Šejla Kamerić and Anri Sala in collaboration with Ari Benjamin 

Meyers © Anri Sala, Šejla Kamerić, Artangel, SCCA/2011 Courtesy 

Marian Goodman Gallery, Hauser & Wirth, 

VG Bild-Kunst, Bonn 2019





베네수엘라 작가 하비에르 텔레즈(Javier Tellez) <Shadow Play> 19세기 난민들에 의해 구전된 이야기를 출발점으로 그림자 연극 작품이다. 그들의 제스처는 탈출의 공포를 조용하게 드러내고 있고 압박, 파괴, 비참함, 죽음에 대한 감정들을 드러내고 있다. 알베르토 자코메티(Alberto Giacometti) 1947년 작업 <Hand>는 여러 개의 다른 연극의 장면과 관찰자의 시점에 위협하는 존재의 형태로 등장하고 있다. 호세 베차라(José Bechara) 2006년에 스페인 현대미술관 파티오 헤레리아노(Museo Patio Herreriano)를 위한 신작을 제작하였다. 이 거대한 설치작품은 내수용 가구의 조각들로 이루어져 있다. 이번 전시를 위해서 작가는 50개의 나무 테이블을 매우 간단하고도 기하학적인 형식으로 제작하였다. 이 중 몇 개의 나무 조각들은 예상치 못하게 매끈한 테이블 표면 위에 살짝 들려서 멈춰 있다. 이 중 두 개의 의자들이 주변을 둘러싼 테이블들을 짜낸 것처럼 보인다


이 조각은,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매일 매일의 삶 속에서 마주하게 되는 사회적·정치적 현실을 보여주고 있다. 앙리 살라(Anri Sala) <1395 Days without Red> 2011년 작업으로 1992 4 5일부터 1996 2 29일까지 지속된 사라예보의 군사적 포위작전에 대한 역사적 사실에 집중한다. UN에 따르면, 이 기간 동안 사라예보의 인구는 43 5,000명에서 30만 명으로 감소했다고 한다. 만 명 이상의 사람들이 사망하였고 5 6,000명 이상의 사람들이 심각하게 부상을 당했다. 이들은 저격수의 총알에 맞거나 유탄으로 공격을 당한 사람들이다. 유럽의 역사에서 가장 길었던 이 군사포위 작전은 도시의 집과 건물들이 해체되는 비극적인 사건이다. 앙리 살라의 2채널 비디오는 스나이퍼 알리(Sniper Alley)라고 한때 알려져 있던 오늘날 사라예보의 일상적인 거리에 초점을 맞추면서 과거의 갈등으로 인해 고통 받는 사라예보 사람들의 트라우마를 다루고 있다.


구스타프 메츠거(Gustav Metzger)는 예술가이자 정치 활동가이다. 자동파괴 예술과 예술파업이라는 개념을 개발한 플럭서스(Fluxus) 작가이기도 하다. 작고한 그의 작업 중 2005년도에 제작된 특별한 설치작업은 유대인의 난민사를 상징적으로 나타내고 있다. 카드보드로 세워진 이 거대한 설치는 마치 관람객이 기둥과 기둥 사이를 거니는 것처럼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베를린에 머물며 방문했던 유대인박물관 야외에 설치된 <호프만 가든>의 써늘한 느낌을 연상시키기도 했던 작품이다. 모나 하툼(Mona Hatoum) <Waiting is Forbidden>은 파란색 에나멜 간판이다. 기다림이 금지되어 있다는 문구는 영어와 아랍어로 정확하게 번역을 하자면멈춤도 얼쩡거림도 없다는 의미라고 한다. 이 간판 작업의 기능은 도로명 게시판이자 경고이다. 대상이 노숙자이거나 특별히 작가의 작업에서는 난민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 게시판은 이러한 형편에 있는 사람들을 제한하려는 의도를 담고 있다. 이 작업은 작가의 개인적인 경험과 맞물려서 그가 레바논 내전을 피해 런던으로 이민을 왔던 시기를 연상하게 한다.





Jose Dávila <Untitled (Allure)>(Detail) 2014 Granite plate, 

ratchet straps, eye bolts, 177,7×301,1×550cm Installation view 

<Walking Through Walls>, Gropius Bau, Berlin, 2019

© Jose Dávila & VG Bild-Kunst,

 Bonn 2019, Foto: Luca Girardini Courtesy: 

der Künstler & König Galerie 





필자가 소개한 5명의 작가 외에도 마리나 아브라모비치(Marina Abramovi´c)와 울레이(Ulay), 크리스챤 오드주크(Christian Odzuck), 나디아 카비-링케(Nadia Kaabi-Linke), 스마다 드레이푸스(Smadar Dreyfus)의 인상 깊은 <Mother’s Day> ‘2017 부산비엔날레에서도 소개되어 반가웠던 작품이다. 도라 가르시아(Dora Garcia) <Two Planets Have Been Colliding For Thousands Of Years>는 두 명의 퍼포머가 서로를 마주보고 서로를 맞물리면서 바닥에 두 개의 원 가운데 하나를 그려가는 작업이다. 한 사람이 이동을 하면 상대방이 그의 자리를 바꾸며 움직여야만 한다. 이들은 퍼포먼스의 시작부터 동일한 거리를 유지해야만 한다. 하지만 어느 순간 이것은 불가능해진다. 이 두 개의 원은 중심이 같기 때문이다. 이 작업을 통해 작가는 사람들 사이에 보이지 않는 벽이 존재하지만 이것을 결정하는 것은 사람들의 행동이라고 이야기하는 것 같다.


<Walking Through Walls>전은 벽이라고 하는 것에 대해 다양한 생각들을 할 수 있도록 관람객을 초대한다. 오늘날 벽이라는 것은 우리를 물리적으로 혹은 상징적으로 갈라놓기도 한다. 이 전시는 한 개의 벽이 붕괴된다고 할지라도 다른 벽은 재건될 수 있음을 이야기한다. 경계, 난민을 주제로 한 전시들이 많이 기획되고 있지만 이번 전시는 다양한 작가들의 다채로운 매체들 즉 회화, 조각, 사진, 필름, 사운드 설치, 장소 특정적 개입과 퍼포먼스 등으로 사유의 즐거움을 열어주었다. 어쩌면 감정적으로 관람객들을 흡입하고 공감하게 하는인터랙티브가 존재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얼마 전까지만 해도 베를린 장벽의 붕괴는 20세기 유토피아주의의 가장 두드러진 상징 중 하나였다. 그러나 최근에는 극단적인 민족주의와 양극화 포퓰리즘의 급증으로 더 분열적인 이데올로기가 등장했다. 따라서 벽을 통과한다는 의미는 베를린 장벽이 독일의 특수성을 넘어 확장되는 현재의 복잡하고도 미묘한 사회현상에 대한 적절한 대응으로, 실제 이데올로기의 분열, 상징적이고도 은유적인 분열과 함께 살아야 할 영향에 대한 비판적인 반영이 될 수 있다.   

 


글쓴이 김현정은 대학원에서 박물관학, 현대 미술사를 전공하고 미디어의 변화하는 환경에 따른 디지털 사회에서 일어나는 현상, 특히 사람들이 나누는 소통에 관심이 있으며 백남준아트센터국제예술상 수상작가전 <트레버 페글렌_기계비전>(백남준아트센터, 2019), <웅얼거리고 일렁거리는>(백남준아트센터, 2018), <수퍼전파-미디어 바이러스>(백남준아트센터, 2013), 한국-호주 뉴미디어 아트 교류전 <도깨비 방망이>(경기도미술관, 2010), 한국-아랍에미레이트연합 교류전 <불사조의 심장>(경기도미술관, 2011)을 기획하였으며광주비엔날레’, ‘부산비엔날레’, 경기창작센터, 한국-뉴질랜드 협력 프로젝트 등 다수의 전시 프로젝트에 참여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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