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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ue 199, Apr 2023

어디에도 없지만 어디에나 있는

U.S.A.

Signals: How Video Transformed the World
2023.3.5-2023.7.8 뉴욕, 뉴욕 현대미술관

● 정하영 큐레이터 ● 이미지 The Museum of Modern Art 제공

Installation view of 'Signals: How Video Transformed the World' on view at The Museum of Modern Art, New York from March 5-July 08, 2023 Photo: Robert Gerhard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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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하영 큐레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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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4년 1월 23일, 뉴욕 현대미술관(The Museum of Modern Art, 이하 MoMA)에서는 아티스트, 큐레이터, 비평가 등 40여 명의 미술계 인사가 모여 비디오 아트의 현황과 미래를 논의하는 역사적 컨퍼런스가 마련됐다. ‘Open Circuits: An International Conference on the Future of Television’은 아티스트이자 저널리스트였던 더글러스 데이비스(Douglas Davis)와 미술관 디렉터였던 존 하이타워(John Hightower)가 1971년 전시 형태로 기획했으나 당시 기관 기성세력의 반대에 부닥치며 무산된 바 있다. 그랬던 것이 예술과 텔레비전이라는 주제를 둘러싼 폭넓은 논의의 필요성이 절감되던 3년 후 컨퍼런스로 구현된 것이다. 이후 반세기에 걸쳐 MoMA는 선도적으로 비디오 작업을 소장품으로 모아오며 기관이 정의하는 예술의 경계를 확장해왔다. 그리고 지금 미술관은 비디오라는 매체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가능성을 묻는 전시를 선보인다. <Signals: How Video Transformed the World>가 그것이다.

6층 전시장 앞에 다다르면, 홍콩 태생으로 뉴욕에서 활동하는 티파니 시아(Tiffany Sia)의 <Never Rest / Unrest>(2020)를 가장 먼저 마주하게 된다. 작가는 2019년 초 홍콩 정부의 송환 법안 도입 시도로 촉발된 시위의 최전선에서 그 현장을 아이폰으로 기록했다. 그는 특정한 정치적 입장을 취하거나 할리우드 영화처럼 드라마틱한 장면을 담으려 애쓰기보다는 시위에 참여한 한 명의 사람으로 자신을 둘러싼 주변인의 사소한 순간들을 포착한다. 소셜 미디어에서 쉽게 보이는 일상적 장면처럼 말이다.



Dara Birnbaum 
<Tiananmen Square: Break-In Transmission> 
1990 Five-channel color video, four-channels 
of stereo sound, surveillance switcher, 
and custom-designed support system, 
dimensions variable Installation view of 
<Dara Birnbaum> November 8, 2018-January 12,
 2019 Marian Goodman Gallery, London  
Courtesy of the artist and Marian 
Goodman Gallery © 2022 Dara Birnbaum



입구에서 이어지는 전시는 미술관 미디어 & 퍼포먼스 부문 소장품을 중심으로 약 70여 점을 선별하되 연대순 나열이나 테크놀로지 발전에 따른 매체별 분류와 같은 단순한 구성을 따르지 않는다. 전시의 부제처럼, 전시를 공동 기획한 두 큐레이터 스튜어트 코머(Stuart Comer)와 미셸 쿠오(Michelle Kuo)는 시간의 흐름에 따라 진화하는 비디오의 매체성과 더불어 더 나은 사회를 꾀하는 동인으로의 비디오 역할을 탐구하려는 기획 의도를 완연히 밝힌다. 그리고 이러한 취지에 걸맞게 그들은 각 전시장에 시간과 장소를 넘어 공명하는 작업을 함께 선보이는 전략을 선택한다.

1960년대를 기점으로 관람객 혹은 시청자에게 제작 즉시 전송 가능한 비디오의 동시성은 아티스트들에게 새로운 영감으로 다가왔다. 특히 기술 발전으로 영상 매체에 대한 접근성이 높아지며 다양한 실험들이 활발히 이어졌다. 아르헨티나 작가 마르타 미누힌(Marta Minujín)은 부에노스아이레스의 한 강당에서 이벤트 <Simultaneidad en Simultaneidad (Simultaneity in Simultaneity)>(1966)를 개최했다.



Installation view of 
<Signals: How Video Transformed the World> 
on view at The Museum of Modern Art, 
New York from March 5-July 08, 2023 
Photo: Robert Gerhardt



MoMA 전시장 벽면에 영사되는 이미지들과 하단에 진열된 에페메라(ephemera)로 그때의 광경을 엿볼 수 있는데, 당시 미누힌은 강당 전면 무대에 놓인 장비로 영상을 촬영하는 동시에 폐쇄 회로를 통해 같은 공간 내 설치된 다수의 텔레비전 수신기로 이를 송출하는 구조를 고안했다. 결과적으로 이벤트에 참여한 유명 인사들은 방송 촬영의 대상이자 관람객이 되어 스크린 속 본인의 모습을 확인하게 되었다. 아티스트 알란 카프로우(Allan Kaprow)가 “반서사적 연극 작품(antinarrative theatrical pieces)”을 칭했던 해프닝(Happenings)이 이 강당에서 폐쇄 회로 텔레비전의 기술을 빌어 실현되었던 것이다.

한편 같은 전시장의 맞은편 벽면에서 재생되고 있는 마틴 심스(Martine Syms)의 영상 <Lessons I-CLXXX>(2014-2018)는 미누힌의 작업에서 50여 년이 지난 시점에 비디오라는 매체가 지닌 변형된 동시성을 보여준다. ‘흑인 문화 또한 미국의 문화’라는 메시지를 전하기 위해 작가는 홈 비디오, 토크쇼, 밈(meme), 유튜브 영상 등 30초짜리 짧은 영상 클립 180편을 수집한 후 알고리즘을 활용해 무작위로 재생한다. 이러한 시도는 전통적인 선형적 스토리텔링 기법에서 벗어나려는 노력인 동시에 끊임없이 변화하는 현대의 문화사를 대변한다.



Tiffany Sia <Never Rest / Unrest> 2020 
High-definition video (color, sound). 29min  
The Museum of Modern Art, New York Fund 
for the Twenty-First Century © 2022 Tiffany Sia



네트워크 기술의 발전으로 비디오는 동시성뿐 아니라 물리적 한계를 지닌 전통적 매체와 달리 시공간을 넘어서는 연결성을 얻게 된다. 1984년 첫날, 백남준은 위성 방송을 이용해 뉴욕과 파리 스튜디오에서 <Good Morning, Mr. Orwell>(1984)을 세계 곳곳에 생중계했다. 음악, 퍼포먼스, 코미디 등 예술의 경계를 넘나들며 다채로운 합성과 편집으로 유쾌하게 1984년의 시작을 알렸던 이 작품은 원거리 통신이 불러온 감시와 통제가 만연한 미래를 그렸던 영국 소설가 조지 오웰(George Orwel)의 1949년 작 디스토피아 소설 『1984』에 대한 반문이기도 했다.

그러나 글로벌 네트워크 통해 하나의 공감대를 형성하고자 했던 작가는 백남준이 처음은 아니었다. 동일한 전시장 중앙에 설치된 미국 실험 영화의 선구자 스탠 밴더빅(Stan VanDerBeek)의 작품을 재현한 돔이 그 실마리다. 1964년 뉴욕 스토니 포인트 외곽의 숲에서 처음 선보였던 이 돔을 작가는 “체험 기계(experience machine)”라 명명했다. 산업용 건축물을 연상시키는 외관과 달리 내부로 들어서면 천장에 영사되는 필름과 슬라이드 이미지에 둘러싸여 외부와 동떨어진 시공간이 펼쳐졌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이 돔이 글로벌 네트워크 중 하나의 교점으로 작용하며 아티스트 간의 국제적 교류와 세계적 연대의 첫걸음이 되길 바랐던 작가의 염원은 1960년대 당시 기술적 한계로 미완성으로 남았지만 전례 없는 시도였다는 점에서 역사적 의의를 지닌다.



Nam June Paik <Good Morning Mr. Orwell> 
1984 Video (color, sound) 38min The Museum 
of Modern Art, New York Gift of the artist
Courtesy Electronic Arts Intermix (EAI), New York 
© 2022 Estate of Nam June Paik



이번 전시는 비디오가 사회·정치적 수단으로 활발히 활용되었다는 점에 주목하며 아티스트들이 이러한 선동과 검열에 대응하는 방식을 다루고 있다. 특히 정부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강한 국가와 지역의 사회적 이슈를 다루는 작업이 눈에 띈다. 이들은 직설적인 텍스트나 이미지를 시각적 언어로 택하기보다는 비디오의 매체적 특성을 메시지와 결합하는 우회적 전략을 취한다. 예를 들어 다라 번바움(Dara Birnbaum)의 설치 <Tiananmen Square: Break-In Transmission>(1990)은 천장에서 매달려 내려온 각기 다른 사이즈의 스크린에서 재생되는 비디오 몽타주를 이용해 1989년 중국 천안문 사태를 왜곡해 보도하는 언론의 실태를 꼬집는다.

또한 싱가포르 작가 밍 웡(Ming Wong)의 <Windows on the World (Part 2)>(2014)는 이러한 전략을 보다 명확히 드러낸다. 24개의 모니터는 유선형으로 배치되어 마치 우주선 관제실과 같은 미래지향적 인상을 풍긴다. 각각의 스크린에는 중국의 우주 진출에 관해 실제 방영되었던 뉴스와 함께 해당 주제와 느슨히 연관된 텔레비전 쇼, 공상과학영화, 애니메이션 등에서 발췌한 영상이 재생된다. 문화 혁명 이후 중국 정부가 그리는 미래의 청사진은 이처럼 광범위한 문화 콘텐츠로 둔갑해 집단 정체성의 바탕을 다지게 된 것이다. 이 작품에서 작가가 선별한 각기 다른 영상들은 한데 모여 중국 정부가 이들을 통해 이루고자 했던 바를 한눈에 알아차리게 하는 일종의 아카이브이자 데이터 베이스로 변모한다.



Ming Wong <Windows on the World (Part 2)> 2014 
Twenty-four-channel standard-definition video
 (color, sound; varying durations), 
twenty-four flat screen monitors
, MDF, wood, and steel, overall dimensions approx. 
165×400×75cm The Museum of Modern Art, 
New York Fund for the Twenty-First Century 
© 2022 Ming Wong



전시 막바지 손드라 페리(Sondra Perry)의 다채널 비디오 <Double Quadruple Etcetera Etcetera I & II>(2013)에서 두 개의 스크린은 각각 고요 속에서 격정적인 춤사위를 펼치는 퍼포머 2명의 모습을 담는다. 머리카락과 몸짓으로 사람이라는 것만 알아차릴 수 있을 뿐 캡션의 도움 없이 이들이 유색인종임을 유추하기란 쉽지 않다. 인공지능을 활용해 영상 속 피사체의 특정 부위를 자동으로 배경색으로 채우는 효과를 적용한 결과 퍼포머의 몸은 하얗게 변해 마치 끊임없이 배경에 잡아먹힐 뿐이다. 비단 인종뿐 아니라 실재하는 자신의 모습에 만족하지 못한 채 디지털 공간에서 새로운 정체성을 만들어내고자 하는 현대인의 불안한 열망은 이처럼 강렬한 시각적 이미지로 구현된다.

입구에서 만난 시아의 작업과 페리의 영상은 형식과 주제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오늘날의 비디오가 다다른 지점을 조명한다는 점에서 전시의 수미상관을 이룬다. “비디오는 어디에나 있고 동시에 어디에도 없다(Video is everywhere and nowhere at once)”는 큐레이터의 선언처럼 실체 없는 신호임에도 불구하고 어느새 우리의 일상을 촘촘히 채우고 있는 비디오. 이 매체가 일으킬 다음 변화는 무엇일까. PA



Harun Farocki and Andrei Ujică 
<Videograms of a Revolution> 1992 
16mm film transferred to standard-definition video
 (color, sound) 106min The Museum of Modern Art, 
New York Given anonymously in honor of Anna Marie 
Shapiro © 2022 Harun Farocki Filmproduktion



글쓴이 정하영은 서울과 뉴욕에서 활동하는 큐레이터로 전시와 공간을 기획하며 글을 쓴다. <Inanimatefy>(VSF, 2022), <보디랭귀지>(사가, 2021), <양혜규 - O2 & H2O>(국립현대미술관, 2020) 등 다수의 전시 기획과 현대카드 아트 라이브러리 구축에 참여했다. 『Artforum』, 『Frieze』, 『Financial Times』 등에 동시대 미술 관련 글을 기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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