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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ue 201, Jun 2023

ChunMan Art for Young

● 기획 · 진행· 글 정일주 편집장 ● 이미지 천만장학회 제공

전시 전경 2023 © 천만장학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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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일주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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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열과 아이디어라는 그들의 승부수


제1회 <ChunMan Art for Young>전이 5월 10일부터 26일까지 서울 여의도동 삼천리 빌딩 1층에서 개최됐다. <ChunMan Art for Young>전은 삼천리그룹 창업주인 고 이장균 회장의 장남이자 미술 작가, 촉망 받는 기업가였던 고 이천득 님을 기리는 목적으로 설립된 천만장학회가, 2023년 선정한 수상자들을 위한, 수상자들에 의한 전시다. 천만장학회는 올해 처음으로 시각예술분야 인재를 지원하는 사업을 시작했고, 그 과정에서 총 30명의 미래 인재를 선발했다.

회화, 조각, 설치, 미디어, 애니메이션 등 시각 예술 전반의 천(天), 지(地), 해(海) 5명과 25명의 인(人) 수상자들이 전시에 참여했으며 장학 프로그램을 시작하는 첫 해인 만큼 여의도 삼천리 본사 로비를 전시장으로 새롭게 꾸몄다. 전시 동선은 크게 원형으로 구성되었고, 작품들이 담고 있는 다채로운 개념과 성격을 고려해 여러 각도에서 최대한 관람객들이 편안하게 작품을 감상할 수 있게 초점 맞춰졌다.



정주원 <깊은 밤 속 뚝딱 바람> 
2023 캔버스에 유채 153×337cm



전시는 영예의 천을 거머쥔 정주원의 회화 <깊은 밤 속 뚝딱 바람>(2023)으로 시작됐다. ‘피노키오’ 스토리를 소재로 한 작품 안에서 동화 속 존재의 모습은 살덩어리, 전선, 철골 등이 뒤엉킨 형태를 띤다. 작가는 다채로운 굵고 얇은 색채 선들을 뭉개거나 포개어 얹음으로써 복잡하지만 끊임없이 유동하는 피노키오의 신체를 표현한다. 혼란하고 넘쳐흐르는 듯한, 알 수 없는 에너지의 발산을 포착하는 정주원은 이상의 시각화 방법론을 통해 어떤 형태, 혹은 존재의 가능성에 철학적 질문을 던진다.

더불어 작가는 스스로 조직하는 내적 질서의 흐름에 기대어 기계이면서도 유기적인, 또한 정적이면서도 멈추지 않는 이율배반적인 신체를 꿈꾼다. 덧칠에 덧칠을 얹은 색면은 구상적인 무엇을 재현하기보다는 특정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데 주력한다. 정주원은 그간 돌연변이의 몸, 인간을 닮은 비인간 존재인 휴머노이드, 기계적 존재에 관심을 갖고, 그로부터 신체의 물질적 특성과 그것을 둘러싼 불편하고 어긋남의 상황에 주목해왔다. 시각적으로 강한 느낌을 풍기는 작가의 추상적 표현은 곧 신체 그리고 그것이 내재하는 존재의 의미로 치환된다.



<ChunMan Art for Young> 
전시 전경 2023 © 천만장학회



지 수상자 중 한명인 최재혁은 대학가 원룸촌의 풍경과 그곳에 사는 한국 청년들의 초상을 조명한 사진 8점의 ‘자라족’ 연작을 내걸었다. ‘자라족’이란 부모에게 경제적으로 의존하는 청년 세대를 의미하는 ‘캥거루족’이라는 용어와 유사한 의미로, 대학을 졸업한 이후에도 부모와 함께 살며 경제적으로 의존하는 당대 20-30대 청년들을 일컫는다. 대학을 졸업하고, 취업하고, 살 집을 마련하며, 가정을 꾸리는 식의, 이러한 일련의 모범적 독립 과정을 실현하기란 오늘날 한국 사회의 현실이 그렇게 녹록치 않다.

계속되는 어려운 경제 상황으로 경제적 자립은 여전히 어려운 과제고, 때문에 독립은 그것을 원하든 그렇지 않든 유예될 수밖에 없다. 작가가 담는 사진 속 인물들은 이들 자라족을 표상하는 20대의 대학생들로, 작가는 그들을 ‘예비 자라족’으로 상정한다. 같은 지역, 비슷한 형태의 건물들에 모여 살지만 결코 쉽게 들여다볼 수 없었던 그들의 개인적 공간에서 고민하는 초상을 촬영하는 최재혁은 청년들의 불안과 고민을 조명하며, 그 불안과 고민을 개인적 차원으로부터 공론의 장으로 이전시킨다.



곽지수 <균형 잡힌 대화> 2019
 저울, 설탕 27×32×11cm



해 수상자 곽지수의 작품도 전시의 큰 축을 지탱한다. ‘어떻게 하면 가장 가볍게, 그러나 진실 되게 나를 보여줄 수 있을지’를 고민하는 그는 자신의 머리카락 한 가닥을 재료 삼아 ‘Sorry’라는 말을 필기체 형식으로 엮은 <Sorry>(2013), <Sorry>(2023), <Sorry(I Love You)>(2023)를 선보였다. 액자 속 두 점의 <Sorry> 사이에는 10년이라는 시간이 있다. 유리컵이 씌워진 작품 <Sorry (I Love You)>는 2015년에 제작한 작품 <I Love You>에 사용되었던 머리카락을 풀어서 ‘Sorry’라는 문구로 재탄생시킨 작업이다.

작가는 시차가 있는 두 작업을 병치시키거나 하나의 문구를 이루던 머리카락을 풀러 다른 문구로 재조합하는 과정을 담은 기록 사진을 통해 관람자로 하여금 작업들 사이에 축적된 시간을 의식하도록 했다. 끝나지 않는 언쟁을 한 줌의 설탕으로 만들어 저울에 단 설치 작품 <균형 잡힌 대화>(2019)는 끝나지 않는 논쟁의 상태를 저울이라는 매체로 시각화하는 가운데, 그로부터 거대한 정치적 사건이나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 속에서 간과된 것들의 의미를 고찰한다.



권보미 <점철의 움직임> 2022 
싱글채널 비디오 3분 49초



이처럼 작가는 시간의 흐름이 신체에 미치는 물리적 영향을 연약한 재료들로 표현하면서 고백의 말을 건네는 동시에, 타인의 관계 속에서 일어나는 말, 감정, 괴리, 불안정 따위의 감정을 복기한다. 그런가 하면 인 수상자 이윤재의 싱글채널 비디오 <Only True Voyage> (2021)도 눈길을 모았다. 110분 길이의 작업은 밤중에 빛이 번지는 모습을 재현한 것으로, 이는 작가가 자신의 각막 데이터를 활용해 디자인한 카메라 필터를 가지고 촬영한 어떤 풍경이다. 난시와 근시가 있어 어릴 적부터 안경을 써온 작가는 어느 날 우연히 버스 안에서 안경 없는 맨눈으로 불빛이 번진 야경을 보는 경험을 했다.



이윤재 <Only True Voyage> 2021 
싱글채널 비디오 110분



그는 그때 받았던 아름다움의 감정을 떠올리며 자신이 경험한 풍경을 다시금 구현한다. 커 가면서 주변으로부터 거듭 시력교정술을 권유받으며 작가는 자신의 시력이 교정이 필요한 무엇으로 여겨지는 것에 불편함을 느꼈다. 작품 제목은 마르셀 프루스트(Marcel Proust)의 소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À la recherche du temps perdu)』(1913-1927)에서 인용한 문구로, 다른 눈 또는 다른 이의 눈을 가지고 우주를 바라보는 것만이 진정한 여행임을 묘사하는 대목에서 빌린 것이다. 


<Only True Voyage>를 통해 작가는 교정하지 않은 자신의 시력을 통해 보는 풍경을 있는 그대로 공유하고자 하며, 그것이 가지는 미적 가치를 체험할 것을 제안한다. 2018년부터 각막 데이터 활용에 관한 연구를 진행해 온 작가는 본인의 각막 필터를 통해 촬영한 영상 기반의 설치 작업을 선보인다. 이렇듯 이번 전시에는 총 30명 ‘ChunMan Art for Young’ 수상자의 60여 작품이 소개됐는데, 홈페이지(cay.or.kr)를 통해 각각의 작품을 확인할 수 있다.



최소민 <시차> 2020 
장지에 수묵, 채색 가변설치



어제보다 오늘
오늘보다 내일을 보다

재단법인 천만장학회가 차세대 예술계 인재를 육성하는 ‘ChunMan Art for Young’ 프로젝트는 지난해 삼천리그룹과 함께 시작됐다. 그리고 2022년 11월 1일부터 2023년 1월 20일까지 공모를 진행했다. “시각예술 분야 인재 발굴”, “어제보다 오늘, 오늘보다 내일을 향해”라는 슬로건을 건 ‘ChunMan Art for Young’은 총 1억 원의 장학금 지원과 수상자 30명 전원의 전시 참여란 혜택으로 공모 초반부터 선풍적 관심을 끌었다.



정하연 <Hongdae Kit> 
2022 디지털 프린팅, 29.7×42cm



‘ChunMan Art for Young’은 회화, 조각, 디자인, 뉴미디어 등 시각예술 전 분야의 대학교 또는 대학원 재학생이라면 누구나 지원이 가능토록 설계됐다. 약 70일간 진행된 공모에는 국내외 50여 대학 총 515점의 포트폴리오가 접수됐다.
1차 심사는, 행정심의를 거친 446점의 포트폴리오를 대상으로 6명의 심사위원이 일주일간의 서면심사를 거친 후 2월 7일 대면심사로 진행됐다.

심사기준으로 ‘창의성 및 기획력’, ‘개인 역량 및 실현 가능성’, ‘타당성 및 기대효과’를 각 30 : 30 : 40의 비율로 놓았으며 참여자의 이름과 학교는 철저하게 가린 블라인드 심사였다. 국공립미술관 관장, 글로벌 갤러리 디렉터, 작가 등으로 구성된 1차 심사위원은, 작품의 독창성을 비롯해 작가 잠재력, 발전가능성을 근간으로 면밀한 심사를 진행해 60명의 1차 합격자를 선정했다.



승(김승연) <취하다> 2023 
싱글채널 비디오 45초
<꾸다> 2021 싱글채널 비디오 4분 45초 
 <환승> 2020 싱글채널 비디오 2분 3초



이후 2차 심사는 1:1 크리틱과 심사위원 심층회의로 진행됐다. 지난 3월 초 1차 심사 통과자 포트폴리오가 켈리 롱(Kelly Long) 휘트니 미술관 시니어 큐레토리얼 어시스턴트와 로라 브레이버만(Laura Braverman) 미술사학자이자 전 모마 큐레토리얼 어시스턴트에게 전달됐으며 그들이 각자 12명씩 크리틱 대상을 선정했다. 그렇게 선택된 작가들은 3월 28일과 29 양일간 여의도 삼천리 빌딩에서 두 심사위원과 심도 깊게 작업을 이야기 했다. 그리고 3월 30일 정윤아 크리스티 부사장이 합류, 최종 심의를 진행했다.

마찬가지로 창의성과 잠재력 그리고 작품의 실현가능성을 기준으로 각 작품에 점수를 부여했으며 최종 회의를 통해 총 30명의 작가가 추려졌다. 이러한 관문을 통과한 최종 30명에게는 총 1억 1,000만 원의 장학금이 수여됐다. 최고 영예인 천(天)에게는 장학금 1,000만 원, 지(地) 장학금 700만 원, 해(海) 장학금 500만 원, 인(人) 장학금 300만 원을 각각 전달했다. 뿐만 아니라 참여 작가들을 대상으로 투표를 진행해 인기상 1명을 선정하고 추가 장학금도 제공했다.



유숙형 <하루에 한 번 자기 전 바르세요> 2023 
캔버스에 유채 97×97cm
<캐터피가 되고싶었는데> 
2023 캔버스에 유채 72.5×72.5cm



한편 ‘천만아트포영’은 기존 제도 내 ‘1, 2, 3등’ 내지 ‘입선’ 등 서열이 확연히 드러나는 수상 명칭을 없애고 천, 지, 해, 인 등 우리 삶의 근원이며 동시에 가장 중요한 본질을 담은 단어로 상 이름을 정했다. 이는 하나라도 없어선 안 될 만물의 요소처럼, ‘ChunMan Art for Young’을 통해 많은 이와 상생하며 보다 풍요롭고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겠다는, 천만장학회의 비전을 표상한다.

이렇게 뽑힌 최종 수상자들의 전시가 바로 5월 26일까지 여의도 삼천리 본사 1층에 마련됐던 것이다. 이 전시는 단순히 수상작품을 보는 것을 넘어 한국 현대미술 미래 스타들의 첫 스타트를 목도하는 기회였다. 이제 막 전시를 마무리하고 삼천리 본사 로비로 복원시킨 ‘ChunMan Art for Young’은 숨 고를 틈 없이 다음 레이스를 준비하고 있다. P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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