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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ue 201, Jun 2023

우고 론디노네
Ugo Rondinone

이분법을 조화시키며 내놓는 최상의 결과물

● 이나연 콘텐츠 큐레이터 제주도립미술관장 ● 이미지 작가, 국제갤러리 제공

'vocabulary of solitude' 설치 전경 2022 타마요 미술관, 멕시코 시티 Courtesy of studio rondinone and Museo Tamayo 이미지 제공: 국제갤러리 사진: Gerardo Landa and Eduardo López (GLR Estudi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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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나연 콘텐츠 큐레이터 제주도립미술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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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이후 뉴욕엔 우고 론디노네(Ugo Rondinone)의 작품이 어디에나 있었다. 뉴 뮤지엄(New Museum) 건물 전면에 ‘헬, 예스!(Hell, Yes!)’라는 영문 글자를 무지갯빛 사인물로 꾸민 설치는 뉴 뮤지엄의 상징이자 뉴욕의 상징이었다. 무지개가 떠오른 것으로 착각하긴 어렵지만, 건물의 간판으로 오인할 수는 있을 만큼의 친근함이 있었다.

2013년 퍼블릭 아트 펀드(Public Art Fund)가 뉴욕 시청 공원에서 전시한 그룹전 <존재의 가벼움(Lightness of Being)>에선 론디노네의 전혀 다른 작품 <개 같은 날은 끝났다(dog days are over)>가 선보였다. 전시 기간 중 금요일 오후에만 볼 수 있는 퍼포먼스 형식의 설치 작품 주인공은 일과를 마치고 공원 벤치에 앉은 지친 표정의 광대였다. 사전정보가 없이는 작품임을 의식할 수 없고, 벤치에도 관람객과 작품의 경계가 아예 없었다. 잠든 광대는 확실히 눈길을 끌지만, 알려주지 않는다면 미술관 밖도 벗어난 마당에 누가 광대가 작품이라고 짐작이나 했겠는가.



<blue yellow monk> 
2020 Painted bronze 295×125×114.5cm 
Courtesy of studio rondinone



이 기획전보다 퍼블릭 아트 펀드가 론디노네와 같은 해에 진행한 대형 프로젝트가 더 기념비적이다. 맨해튼 49번가와 50번가 사이에 위치한 록펠러 플라자(Rockefeller Plaza)에 9점의 거대 석상을 균형감 있게 나열한 <인간 본성(Human Nature)>은 높이가 16-20ft에 이르고, 무게가 3만 파운드(7.5t)에 달했다. 2013년 4월 23일 처음 대중에 공개된 이래 6월 7일까지 7주간 전시된 작품은 작가가 북부 펜실베이니아에서 채취한 청석(靑石)을 거칠게 깎아 인물상에 가깝도록 배치한 것. 표정 없는 돌상들이 서로 엇비슷해 보여도 각 형상엔 작가에 의해 독특한 개성이 부여됐다. 대규모 석상이 띄엄띄엄 놓인 데다가 행인들이 석상 사이를 거리낌 없이 다닐 수 있도록 설치해 놓아, 마치 거인들의 숲에 들어간 느낌을 연출했다. 작품이 놓인 공간에서 관람객이 경험하는 것 자체를 유도하는 론디노네의 의도가 잘 드러나는 설치였다.

무지개와 광대 등 도시 속에서 론디노네의 작품을 보던 이들은 이 청석 조각에 자연 그대로의 무채색을 제시한 것에 이질적인 감각을 느꼈다. 그렇다면, 2016년도에 진행한 그다음 프로젝트가 돌과 색을 모두 제시하며 론디노네가 말하는 이분법적인 것들이 시각적 절충안을 완벽하게 제시했다 생각할 수 있다. 라스베이거스 외곽 네바다 사막에 설치한 <세븐 매직 마운틴스(Seven Magic Mountains)>는 거대한 돌 조각에 형광빛이 도는 화려한 색을 칠해 조합했다.



<burn shine fly> 설치 전경 2022 
스쿠올라 그란데 산 지오반니 에반젤리스타, 베니스
Courtesy the artist; Galerie Eva Presenhuber, 
Zurich; Esther Schipper, Berlin; Sadie Coles HQ, 
London; Gladstone, New York; Kamel Mennour, 
Paris; Kukje Gallery, Seoul 사진: Andrea Rossetti



텅 빈 사막에 놓인 강력한 색조각은 그 배경과 강렬한 대조를 이뤘다. 색다른 이미지와 경험을 기록하고 공유하는 데 열광하는 동시대의 감성을 저격했고, 현대미술 애호가뿐만이 아니라 열정적인 이미지 공유자들이 머나먼 사막 여행을 떠나게 만들었다. 결국 전시는 2년 연장되고, 론디노네라는 현대미술작가로선 이미 유명했던 그가 대중에게도 널리 알려지는 계기가 됐다.

도시에서 자연 속 채석장의 웅장함을 느끼게 하거나, 자연에서 인공물처럼 보이는 돌조각을 옮겨 놓는 일 그리고 양 작품 모두에서 고대의 돌 석상을 떠올리도록 한 것 모두 의도한 바가 있을 것이다. “부모님 고향인 이탈리아 남부 마테라를 일곱 살 때부터 여름마다 갔었고, 그 잔상들이 지금도 남아 있다”고 작가는 말한 바 있다. 9,000년간 동굴 생활을 한 오래된 도시 출신의 부모님 영향 하에 어릴 적부터 현재까지 원시적 돌의 이미지는 작가에게 끊임없이 주요한 영감을 주는 듯하다. 그리고 마테라에서 얻은 또 하나의 소재인 올리브 나무는 1,000년을 넘어 2,000년도 생존한 돌과 함께 과거-현재-미래를 연결한다. 마테라에서 오래 자란 올리브 나무를 주형으로 떠서, 미술의 언어를 경유하고, 전 세계 다른 지역으로 옮겨감으로써 시간성을 체험할 수 있는 상징이 된다.



<where do we go from here?> 1999
 Neon, Perspex, translucent film, aluminum 
1,150×625×10cm  Courtesy of ARKEN
 Museum of Modern Art  사진: David Stjernholm




뉴욕 할렘 작업실을 기반으로, 2000년대까지 뉴욕과 미국 각지에서 즐겨 만나던 론디노네의 작품을 이제 한국에서도 어디서든 편히 만날 수 있는 편이다. 전 세계 많은 미술관 입구에서 레인보우 간판을 쉬이 만나고, 각종 기획전에서 광대를 보거나, 길거리에서 우스꽝스러운 은빛 날씨 표정 조각을 만나는 것은 자연스럽다. 2020년을 전후해 지금 한국에선 유난히 더 잦은 빈도로 다양한 장소에서 론디노네의 작품을 만나게 되는데 그만큼 한국 팬이 많다는 것이라 짐작한다. 지난해만도 서울과 부산에서 같은 기간 다른 공간을 활용해 ‘바다의 수도승과 수녀’ 시리즈가 소개됐다.

한남동 마세라티 매장 앞에도 <수도승과 수녀>의 한 작품이 있었고, 제주 포도뮤지엄에는 무지개 작품과 광대작품이 옮겨져 있다. 한국에선 제프 쿤스(Jeff Koons)나 데미안 허스트(Damien Hirst)보다 론디노네가 더 대중적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어떻게 론디노네는 이렇게 전 지구적 공감을 얻으면서, 거대한 작품들을 지역지역 가닿지 않은 곳 없이 내보낼 수 있게 됐을까?



<burn shine fly> 설치 전경 2022
스쿠올라 그란데 산 지오반니 에반젤리스타, 베니스
Courtesy the artist; Galerie Eva Presenhuber,
 Zurich; Esther Schipper, Berlin; Sadie Coles HQ,
 London; Gladstone, New York; Kamel Mennour, 
Paris; Kukje Gallery, Seoul  사진: Andrea Rossetti



작가 스스로 “작품들이 미술관이 아니라 모두가 즐길 수 있는 곳에서 공유되기를 바란다”고 말하고 있을지라도, 모두가 즐길 수 있는 공공장소에서의 현대미술은 그간 공감을 얻는데 부침이 많았다(그 유명한 리처드 세라(Richard Serra)의 <기울어진 호(Tilted Arc)>나 프랭크 스텔라(Frank Stella)의 <아마벨(Amabel)> 논란을 굳이 거론하지 않더라도). 관람객의 경험이 작품을 완성한다거나 많은 이들이 사랑해줬으면 한다는 메시지를 작가가 천명하더라도, 관람객이 경험할 의지가 없거나, 작품에 호응하는 리액션을 끌어내지 못하면, 그 작품은 의도구현에 즉 소통에 실패한 작품으로 남기 마련이다. 이 같은 성공이 대중이 이해하기 쉬운 단순한 이미지와 강렬한 색감 덕이라 간단히 말하기엔 풀어내야 할 이야기가 작품 이면에 남아 있다.

이분법적인 모든 것은 작가에겐 흥미로운 사유의 시작점이자, 작업의 주된 모티브가 된다. 작가 스스로 말하듯이 내부/외부, 낮/밤, 개방/폐쇄(격리/보호), 사적인 것/공적인 것, 가려진 것/보여지는 것, 현대성/원시성에서 영감을 얻고, 채색/무채색, 생물/무생물, 남/녀, 삶/죽음, 예술/일상, 인공/자연의 극단처럼 보이는 지점에서 조화로워지거나 경계가 무너지는 지점을 작가는 결국 찾아내 드러내 보인다. 절묘한 뒤집기와 적절한 섞기를 통해 양극단을 연결하거나, 선명히 드러내며 조화롭게 연출하는 신묘한 재주를 보여주곤 했다.



<nude in the landscape> 설치 전경 2021 
벨베데레 21, 빈 Courtesy of studio rondinone
사진: Stefan Altenburger



전시장의 모든 벽을 막고 그 안에 다시 밖과 연결되는 통로를 은유하는 창문을 무수히 많이 걸어놓는 설치는, 폐쇄와 개방이 공존하고 조화하는 상징적인 작업이다. 베르사유 궁전 앞에 나무 조각으로 만들어 황금색으로 칠한 태양의 형상은 인공적으로 자연을 드러내 다시 인공이 만든 아름다운 궁전에 어울리는 자연의 빛이 된다. <바다의 수도승과 수녀>처럼 돌이라는 중성적 매개에 성별을 초월하는 수도자의 이름을 굳이 남녀로 구분 지으면서, 작품에서는 누가 수도승이고 수녀인지는 분간할 수 없게 함으로써 의도적인 중간지대를 시각적으로 제시한다. 바다라는 자연의 이미지도 다시 한 번 상기시킨다.

굳이 제목을 따라 형상을 찾으며 파란색은 수도승이고, 핑크색은 수녀일까라는 의미 없는 구분 짓기를 해보려는 게 도리어 유치하고 우스운 발상이 된다. 비슷한 형상의 청석 조각을 전시하며 참견쟁이, 호기심쟁이, 변태, 수도승 같은 이름을 90개 붙여 <필링스(feelings)>라는 전시를 연 적도 있는데, 작가 자신도 누가 누구인지 구분하지 못한다. 다만 무생물에 인간적 감정의 이름을 붙인다면 무생물도 부각되고, 감정도 부각되는 대비가 일어날 것이라 여긴 것뿐이다.

전술한 대로 세상의 이분법적인 모든 요소를 강조하고 대비하는 동시에 결국엔 조화를 이루게 함으로써 론디노네의 작업 세계는 단단해졌다. 한 인터뷰에서 작가는 모든 전시와 작품은 이 방식을 경유해 ‘자연과 낭만주의라는 두 가지 키워드’로 다다르는 길을 제시한다고 한다. 한결같이 독일의 낭만주의가 모든 개념의 시작점이라고 말하는 작가의 작품을 넘기며 자연과 낭만주의를 이분법적으로 나눠 생각해보게 되는 건 어쩔 수가 없다. PA



우고 론디노네
Portrait of Ugo Rondinone 2023  
Courtesy of studio rondinone 
사진: Maru Teppei
 


작가 우고 론디노네는 1964년 스위스 브루넨에서 태어났다. 프랑스 파리 퐁피두 센터(Centre Pompidou)와 프티 팔레(Petit Palais), 영국 리버풀 테이트 리버풀(Tate Liverpool), 핀란드 헬싱키 쿤스트할레 헬싱키(Kunsthalle Helsinki), 덴마크 우셰이 아르켄 근대미술관(Arken Museum of Modern Art) 등 전 세계 유수 기관에서 개인전을 개최했으며, 수많은 그룹전을 통해 작품을 선보였다. 오는 6월 18일까지 스위스 제네바 미술사 박물관(Musées d’art et d’histoire)에서 그의 개인전 <when the sun goes down and the moon comes up>이 열린다. 론디노네는 현재 뉴욕에서 거주 및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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