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현대미술관이 서예 기획전을 선보인다. ‘장르 균형’을 모토로 올해 서예와 판화, 공예, 건축, 디자인 전시를 개최하는 미술관은 특히 덕수궁관에서 서예, 문학 등 한국 근대미술의 지평을 확대하는 장르전 기획 의지를 드러낸 바 있다. 이번 전시는 동아시아 예술의 토대였던 ‘서(書)’에서 출발한다. 예로부터 ‘서(書)’는 중국에서 ‘서법(書法)’, 일본에서 ‘서도(書道)’로 불리었다. 우리나라의 경우 조선 시대까지 ‘서(書)’로 쓰이다 일제강점기에 접어들면서 ‘서도(書道)’로 바뀌었고, 1945년 해방을 맞이해 ‘서예(書藝)’로 부르자는 주장이 소전(素筌) 손재형(孫在馨, 1903-1981)에 의해 제기되면서 ‘서예’라는 말이 일반화되었다. ‘서(書, 글씨)가 예술(藝術)이 되는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평보 서희환 <높이 올라 멀리 보라> 1978
종이에 먹 84×64cm 국립현대미술관 소장
이후 화가들은 민족미술의 부흥과 한국적 모더니즘을 창출하는 한 방편으로 서예를 주목하기 시작했고, 서예가들 역시 자신의 작품에 근대 이전 전통시대와는 다른 새로운 근대성이 담긴 ‘서(書)’를 써 내려가기 위해 치열하게 고민했다. 또한 최근에는 ‘서(書)’가 하나의 디자인으로 다양하게 응용되면서, 서예의 팝아트라고 할 수 있는 ‘캘리그래피(calligraphy)’와 ‘타이포그래피(typography)’의 등장으로 현대 서예의 새로운 확장성을 보여주고 있다. 한국 근현대 시각 문화와 미술에서 서예의 역할과 의미가 궁금하다면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관으로 향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