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의 현대미술 작가가 한국에 도착했다. ‘카셀 도쿠멘타(Kassel documenta)’, ‘베니스 비엔날레(Venice Biennale)’ 등 국제 전시에서 주목받은 바 있는 와엘 샤키(Wael Shawky)는 영상을 중심으로 드로잉, 페인트, 설치 등 다양한 매체로 중동에서 활발하게 작업을 진행해왔다. 실재와 허구가 혼재하는 서사 방식으로 작업을 전개하는 작가는 기존의 역사적 서술 방식을 재해석하며 역사와 신화에 대해 광범위하게 연구한다. 이를 토대로 예술적, 종교적, 초국가적 정체성에 대한 개념을 고찰한다. 특히 중동 지역의 역사와 그 땅에 머무는 이야기를 통해 기존의 역사적 서술에 도발적인 질문을 던진다. 이번 전시에서는 영상 작품인 <알 아라바 알 마드푸나 Ⅲ>을 비롯해 신작 드로잉과 페인팅 작업을 소개한다. 

<알 아라바 알 마드푸나> 전시 전경 2019 

이미지 제공: 바라캇 컨템포러리

총 3부작으로 구성된 영상 작업은 고대 유적 도시이자 과거 이집트 남부의 수도였던 알 아라바 알 마드푸나 마을을 방문한 작가의 경험으로부터 시작했다. 그곳의 마을 주민들은 지하에 묻힌 보물을 찾고자 땅을 파고, 연금술과 영적 행위를 통해 선대의 비밀을 찾는 활동을 이어간다. 이를 목격한 그는 당시의 신비로운 경험 위에 이집트 소설 『다이루트의 우화들』에 수록된 단편 해바라기의 내용을 겹쳐 몽환적인 영상으로 재구성했다. 작가의 영상 언어는 서구의 관점으로 고정된 아랍과 중동의 역사를  역사와 전통에 대한 깊은 성찰과 비판적인 시선으로 번역한다. 그러나 어느 한 세계 쪽으로 편향되기보다 양자를 치유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담는다. 역사에서 서술되는 모순적인 서사는 그를 통해 현재와 미래의 인류가 나아갈 새로움을 기원하는 기도이자 선언이 된다. 이번 전시에서 국가성과 지역성을 극복할 수 있는 새로운 서사를 상상해볼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