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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ue 164, May 2020

곽남신
Kwak Nam Sin

미술을 구조하는 건축무한육면각체의 조각들

무엇이 보이는가. 무엇을 볼 것인가. 무엇을 붙잡을 것인가.이제 미술에서 보는 것이, 보이는 것이 다가 아님은 자명하다. 미술의 세계 안에서 전통적인 시각 체계는 이미 허물어졌고, 그 가운데 우리는 감각의 확장을 일궈내어 왔다. 감각한다는 것은 무엇일까. 감각의 확장이란 어떻게 이루어졌을까. 그저 본다는 행위에서 듣거나, 말하거나, 냄새 맡거나, 피부에 닿으며 느끼는 것처럼 본다는 것 이외의 감각, 그렇듯 여러 갈래로 분화한 신체적인 감각 체계로의 확장만이 곧 감각 확장의 전체 의미와 동일하게 해제될 수 없음은 명료하다. 본래 미술은 사소함으로부터 거대함을 이끌어내고, 흐릿함으로부터 선명함을 발견하며, 옅음 속에서 짙음을 추출해 왔다. 그리고 미술에서 감각의 확장이라는 의미는 단순한 감각의 전환이나 변형을 넘어, 한층 더 복잡한 구조를 스스로 내재하고 있음을 우리는 잊지 않아야 한다. 이러한 확장이 가능했던 이유는 사회 구조의 변화를 반영하는 새로운 형식과 개념이 점차 미술의 범주 안으로 진입할 수 있었기 때문이며, 그와 같은 흐름에 따라 미술 향유자 전반의 기술적, 논리적인 인식 및 그 연산법에도 지속적인 변화가 유발되었기 때문일 것이다. 이로써 미술은 현상 안에 물리적으로 존재하는 신체 중심적 감각만이 아니라, 인간을 구성하는 또 하나의 축인 정신적 영역으로의 확장을 요청받기에 이른다.
● 장진택 독립큐레이터 ● 인물사진 작가 제공

'덫' 전시 전경 2015 아트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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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진택 독립큐레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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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체를 이탈하기로, 혹은 그렇지 않기로


결국 그것이 어떤 형태이거나 형태를 벗어날지라도, 단일 감각에 집중하거나 다중 감각에 집중하더라도, 결과의 창작 형태를 중시하거나 과정의 창작 형태를 중시하더라도, 매체와 개념, 철학과 감성, 창작과 향유 사이를 부유하고 관통하는 이 미술의 중심에는 항상 인간의 신체가 있었다. 하지만 이는 위의 명제를 곧 신체가 스스로를 미술의 주체나 대상 양극단의 어느 한쪽에 편입시켰다는 의미와 동일하게 이해해야 한다는 것이 아니라, 미술에서의 모든 실천은 바로 이 신체를 매개로 언제나 이루어져 왔다는 의미로 이해해야 한다. 이 지점에서 나는 미술에서의 신체에 관한 검토의 필요성을 말하고자 한다. 신체와 미술은 자연스럽게 필수불가결한 관계에 있을 수밖에 없었다


표현은 그 표현의 대상을 필요로 했으며, 인간에게 표현의 대상이라 함은 자신의 신체를 기준으로 그 안과 밖의 것으로 구분할 수 있다. 현재까지 미술은 제 역사 속에서 신체의 밖을 향한 인지체계를 구동하면서 인간의 신체가 감각하는 세계를 표현의 대상으로 삼는 한편, 미술이 재현의 문제로부터 이격을 개진함에 따라 신체 자체를 표현의 수단이자 대상으로 활용하기도 했다. 물론 이와 같은 접근은 물리적이고 현상적인 단계와 형이상학적이고 철학적인 단계, 그 양측을 오가며 행해졌다. 결국 신체를 향한 미술의 관계 맺음이 수반하는 거리와 배율의 조정과 같은 지난한 자기 변동의 절차를 거치며, 언제, 어디에서, , 어떻게 멈추어야 할 것인지의 선택이 미술 창작자에게는 가장 중요한 실천과 생산의 근거가 되었다.




<달리는 사람들 1> 2013 

캔버스 천 위에 잉크젯 프린트, 색연필 140×266cm

 




지구와 달, 신체와 미술 사이의 만유인력


곽남신은 신체의 자세와 움직임에 주목한다. 그는 소묘나 회화 또는 판화 등의 평면 작업을 주로 해왔지만, 이에 국한하지 않는 입체 조각이나 설치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매체를 넘나드는 작업도 해왔다. 작가를 대표한다고 할 수 있는 그 평면 작업들은 대부분 특정한 자세나 움직임을 취하고 있는 신체를 담고 있는데, 이중 많은 피사체들이 실제 인물의 구체적 형상이 아닌 윤곽을 통해 자기 형상을 내보인다. 스프레이와 연필로 그려진 곽남신의 윤곽은 이른바 빛과 피사체의 강한 대비를 통해 형성되는 인물의 실루엣으로, 밝게 비추어진 신체의 일부와 이를 가리는 그림자의 조화로 상()을 이룬다. 이때 신체는 직접적으로 노출되기도 하고, 그림자로만 존재하기도 하며, 이들 신체와 그림자가 조합된 형태로 나타나기도 한다. 여기서 등장하는 이미지의 특징이라면 인물들이 매우 연극적인 자세와 표정을 취하거나 역동적인 움직임을 한껏 펼치고 있다는 점으로, 작가가 작업에서 그리는 이 신체는 실제 타인이나 자신이 피사체로써 행하는 행위를 포착한 것이거나 그가 수집한 이미 포착된 이미지로부터 인용한 것이다. 강렬함으로 운동하는 이 단색의 흑백 도상들은 그 인물로서의 실재성을 감쇠하는 동시에, 그 신체로서의 현상성을 증폭한다. 작가의 작품이 내재하는 이러한 성격에도 불구하고, 이를 마주하는 시선의 입장에서는 그 정지된 신체로부터 인물의 움직임을 끊임없이 상상하게 한다는 점에서 곽남신의 작업은 흥미롭다.





<소녀> 2007 캔버스 위에 스프레이, 색연필 171×120cm 

 




이처럼 그의 작업은 실루엣과 그림자라는 인간 형상의 윤곽을 통해 형식과 개념의 경계를 흐리고, 이로부터 인물과 신체의 구분을 시도한다. 또한 그 시도는 분명 신체와 미술의 관계를 정의하는 예술적 태도 가운데 하나로 이해할 수도 있을 것이다. 신체에 관한 미술에서의 논의는 인문학 및 철학의 영역으로부터 미학과 미술사학을 거쳐 문화와 사회에 대한 학문적 분야에 이르기까지 폭넓게 다뤄져 왔다. 그러나 미술 범주에서의 신체는 개념 미술 사조에서 포함하는 관람 주체나 행위를 조명하는 예술가 몸의 활용에 관한 방법론적 접근, 그리고 과거 고전적인 구상 미술을 중심으로 전개된 대상으로서의 인물이나 신체의 탐구라는 지향으로 그 존재의 의미를 일정 운용해 왔을 뿐이다


반면 곽남신은 인물의 극적인 자세와 표정 그리고 움직임을 비추어내면서도 완전히 이를 드러내지 않고 일부 가리는 방식으로 다시금 포착한다는 데에서, 그의 작업에서 드러나는 신체와 미술의 관계는 그 연관성이 좀 더 상호적으로 얽혀있다고 할 수 있다. 신체와 미술의 상호 연관성을 부각한다는 것은 그 관계를 일절하고 분열하는 것이 아니라, 이를 최대한 유지하는 것을 전제로 이 둘 사이의 관계가 물리적 혹은 형이상학적으로 얼마나 가까워질 수 있는지 또는 얼마나 멀어질 수 있는지에 대한 실험에 있는 듯하다. 작가가 작품에 출현시키는 군상을 보면 작가는 한쪽으로 신체를 이관하지 않으며 그것을 오롯이 대상화하지도, 주체화하지도 않는다. 작가의 작업이 기존에 일반화된 신체의 예술적 활용과 구별되는 지점은 이곳이다.





<> 전시 전경 2015 아트파크





2000년대 성곡미술관에서 열린 <바라보기>(2008), 갤러리 이마주에서의 <Silhouette Puzzle>(2009), OCI 미술관에서의 <껍데기>(2014)와 같은 개인전을 통해 선보인 일련의 신체 작업과는 달리, 2015년 아트파크에서의 <>전은 곽남신의 작업에서 눈에 띄는 변경(變景)으로 다가온다. 이 전시에서 작가는 신체를 향해 직접적으로 투사하던 관찰의 시선을 거두고 전시 전체를 작업화하면서 신체와 미술의 거리를 극단으로 넓혀낸다. 이 거리는 마치 너무나 벌어진 나머지 거의 끊어졌거나, 영원히 다시 만날 수 없을 것처럼 보인다. 마치 오래된 유물과 같이 바라고 산화한 수많은 오브제들은 그 자체로 우리에게 무엇을 상기토록 하지 않으면서도, 그저 누군가 바라보아주기를 기다린다


녹색으로 채색한 빛바랜 오브제는 작가의 주변 일상에서 수집했거나 그의 내면을 형상화한 상상적 물체들로, 공간 안에 파편적으로 흩어져 있다. 그 어떤 연관 관계도 발견할 수 없도록 이질적으로 펼쳐진 이 오브제들을 맞닥뜨리며, 일견 곽남신에게 신체의 문제는 수면 아래 깊숙이 가라앉아 버린 것이거나, 보이지 않는 공기 중으로 보이지 않게 기화해 버린 것은 아니었을지 감히 판단해본다. 하지만 나는 이러한 변화를 단순하게 이첩된 관심으로 단정하지 않으려 한다. 이는 본 전시가 형식과 개념이라는 양 측면을 아우르는 입체적인 탈신체로 하여금, 신체에 관한 작가적 탐구의 구조를 한층 더 견고히 하려는 곽남신의 시도에 기인한다. 이 순간 주체적 신체를 통한 관찰 행위의 결과로 그가 발견하거나 작가에 의해 발견된 오브제들은 결국 작가 신체의 윤곽을 구상적으로, 동시에 추상적으로 그려내는 또 다른 차원에서의 실루엣으로 작동한다.





<껍데기> 전시 전경 2014 OCI 미술관

 



반쯤 열린 세계견고한 모래 상자와 건축 모의실험


덧붙여서, 미술과 신체 그리고 이를 꿰뚫는 곽남신 작업에 대한 지금까지의 논의로부터 조심스럽게 그 이후의 가능성을 상상한다. 이제 미술에서 신체는 어떻게 또다시 다루어질 것이며, 이에 관한 곽남신의 실험은 어느 곳으로 향할 수 있을까. 조금 생뚱맞아 보이지만, 나는 이 논의로부터 일종의 시뮬레이션 게임을 떠올린다. 신체에 대한 미술의 타자적 대상화를 상호 관계성으로 치환해버린 작가의 작업은 역사라는 전통 위에 새로운 현실을 기반할 수 있는 가상의 체계를 구축함으로써 어떤 이타적 확신을 불러일으킨다. 전적으로 열려 있지는 않은 세계(half-open world), 자유로우면서도 견고한 모래 상자(sand box) 그리고 이 위에서 벌어지는 건축 모의실험(simulation), 이토록 신체를 다채롭게 에두르는 작가의 미적 실천과 그 방식은 미술이 앞으로 지속적인 자화()를 위해 구조하는 하나의 방법론을, 뿐만 아니라 그 전개를 가늠할 수 있게 하는 청사진의 윤곽을 경험하는 기회를 제공한다. 


어쩌면 한계와 부분이, 외려 전체를 자유롭게 할 수도 있음을 돌이키며.  

 

 


곽남신




작가 곽남신은 1953년 군산 출생으로 홍익대학교와 동 대학원 회화과를 졸업했다이후 프랑스로 건너가 파리 국립 장식미술학교(École nationale supérieure des Arts Décoratifs)에서 학위를 취득했다. 1985년부터 지금까지 한국프랑스벨기에미국독일덴마크폴란드 등 각국에서 개인전과 다수의 그룹전에 참여한 바 있다국립현대미술관대영박물관(The British Museum), 타이페이 관두미술관(Kuandu Museum of Fine Arts), 서울시립미술관 등에 그의 작품이 소장되어 있고현재 한국예술종합학교 미술원 명예교수로 재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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