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위치
  1. Features
  2. Special Feature
현재 위치
  1. Features
  2. Special Feature
현재 위치
  1. Features
  2. Special Feature
현재 위치
  1. Features
  2. Special Feature
Issue 101, Feb 2015

불안과 우울 속, 콜렉티브 연대기

The Chronicles of the Collective in Anxiety and Depression

로와정, 문경원과 전준호, 뮌, 방앤리, 산업예비군, 에브리웨어, 정재일+장민승, 킴킴갤러리, 하이브 등 최근 콜렉티브로 활동하는 작가들이 점차적으로 늘고 있다. 머리를 맞대어 한 사람이 작업하는 한계를 극복하고 단점을 보완할 수 있는 장점 덕인지 최근에는 작가 외에도 비평가, 기획자 콜렉티브 역시 등장할 정도이며, 개인으로 활동할 때와 전혀 다른 작업을 하고 싶은 욕구를 콜렉티브를 통해 또 다른 아이덴티티를 형성함으로써 해소하기도 한다. 물론, 이를 최근 한국미술계에 태동하는 연대(solidarity)의 한 흐름으로 읽는 사람들도 있다. 하여, 그 동향을 스스로도 기획 콜렉티브로 활동하고 있는 큐레이터 장혜진에게 물었다. 지금 콜렉티브는 어디에 위치해 있는가.
● 기획·진행 문선아 기자 ● 장혜진 워크온워크 큐레이터·프로듀서

트로이카‘The Weather Yesterday’프로젝트(런던 혹스턴 스퀘어, 2012.7.7-9.9)

Share this

Save this

Written by

장혜진 워크온워크 큐레이터·프로듀서

Tags

불안과 우울로 엮인 공감대



콜렉티브, , 그룹 혹은 커뮤니티이든 간에, 미술이라는 영역에서 개인이 아닌 협력의 다양한 형태가 근래 몇 년 사이 갑자기 생겨난 것은 전혀 아니다. 그러나 2000년대 이후 협력이라는 형태가 국내 미술계 담론에서 중요한 부분으로 떠오르며 주목을 받은 것은 분명하다. 전례 없던 방식이었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중요한 것은 이런 활동이 특정 시기에 집중적인 조명을 받았다는 사실이고, 마침 여러 작가가 콜렉티브의 형태로 작업을 펼치기도 했다. 이 글에서는 2009년과 2010년 사이, 리슨투더시티, 옥인콜렉티브, 파트타임스위트의 결성과 이어지는 활동을 시작점으로 삼고자 한다. 이들은 콜렉티브로 활동하기 전 이미 개별 작가로 활동하고 있었다. 또한, 콜렉티브로 활동하게 되면서는 도시라는 시공간을 둘러싸고 발생하는 당대 문제들에 운동(activity)과 예술적 실천(artistic practice)을 오가는 방식으로 개입했다. 2010, 김장언 큐레이터, 홍성민 예술가가 진행하고 이들이 참여한 아티스트 콜렉티브의 힘이란 제목의 대담이 열렸고, 현재 포도포도닷넷(podopodo.net)에 정리된 내용이 남아있다.


2011년에는 큐레이터 콜렉티브도 생겨났다. 본인이 멤버로 활동 중인 워크온워크인데, 당시 1년 가까이 11팀의 작가가 참여한 흩어지는 전술 HIT and RUN’이란 장기 프로젝트를 박재용 큐레이터와 함께 기획하고 진행하면서 본격적으로 협력체를 구성하게 됐다. 이런 협력의 근저에는 큐레이터가 각자가 잘()할 수 있는 영역이 나뉘기에 협력이 필요하다는 생각, 두 큐레이터 사이의 대화, 논쟁, 때로는 갈등에서 생겨나거나 다듬어지는 시각이 한 개인의 판단을 넘어선다는 것, 하여 한 사람보다는 두 사람이어야 한다는 일종의 절실함이 있었다. 소속되어 있던 기관에서 막 독립한 두 큐레이터가 직면한 여러 의미의 불안도 작용했다.  




옥인 콜렉티브 <작전명-까맣고 뜨거운 것을 위하여

2012 싱글 채널 비디오 HD 00:20:00 

출연: 김기영, 김도영, 박동희 




콜렉티브, 협력의 방식을 명명하기


이즈음 국내 미술계에는 작가-작가, 작가-큐레이터, 큐레이터-큐레이터 그리고 건축가, 디자이너, 음악가 등 장르나 역할에 제한이 없는 많은 콜렉티브 활동이 활기를 띠었다. <망망대해: 대안적 협력체계 항해하기>(동덕아트갤러리, 2012), <2의 공화국>(아르코미술관, 2013), <탁월한 협업자들>(일민미술관, 2013)처럼 협력이라는 방식 자체를 주제로 하는 전시도 열렸다. 당시 많이 받던 질문 중 하나는 그래서 콜렉티브라 불러도 됩니까? 당신들은 콜렉티브입니까?”라는 류의 것이었다. 지금도 마땅한 답이 잘 떠오르지는 않는다. 2012년 동덕여대 큐레이터학과 졸업 전시였던 <망망대해: 대안적 협력체계 항해하기> 콜렉티브라는 단어의 의미와 규정에 대한 질문에서 출발했고, 이를 전시 제목에서와 같이 대안적 협력체계로 명명했다. 


분명한 것은, 2010년에 이루어진 대담 아티스트 콜렉티브의 힘에서 김장언 큐레이터가 언급한 바와 같이 이미 유사한 형태가 과거 국내 미술계에도 소그룹이나 동인 등이라 불리며 존재했다는 것이다. 2000년대 후반에는 콜렉티브라는 말 자체가 주목을 받았는데, 이를 어떻게 부를 것이냐는 말의 문제를 넘어 여러 예술인들이 개인적 차원 또는 사회적 차원의 문제의식과 감정을 공유하고 함께 활동하기 시작했다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콜렉티브가 어떤 형태/역할의 결합이든 미술이라는 맥락에 참여하는 방식은 크게 전시나 프로젝트의 큐레이터거나 참여 작가가 되는 것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콜렉티브의 의미와 활동에는 시의성이 있었고, 따라서 고정적이지 않았으며, 주변 상황의 흐름에 따라 그 양상이 다양해질 것이라고 예측할 수 있었다.





알로라 & 칼자디아(Allora & Calzadilla) 

<Stop, Repair, Prepare: Variations on ‘Ode to Joy’ for 

a Prepared Piano> 2008 설치된 Bechstein 피아노, 

즉흥 퍼포먼스 ⓒ Allora & Calzadilla Courtesy Allora & Calzadilla 

Performance at Palazzo Cusani, Milan Photo: Marco De Scalzi

 



전시를 짓는(build) 콜렉티브


2009년과 2010년 사이, 젊은 미술인들은 사회적 맥락에서 오는 불안과 우울의 감정을 개인적인 위기로만 두지 않고 주변인과 함께 공유하며 콜렉티브라는 방식으로 곳곳에 작은 연대를 구축하였다. 이들 중 젊은 미술인이 직접적으로 겪는 위기, 즉 생존의 문제를 해결하는데 콜렉티브라는 방식을 취한 이들이 있어 소개해보고자 한다. ‘부업 -토스트’, 이들 두 협력체는 작가 콜렉티브인 동시에 전시나 프로젝트에서 (큐레이터, 참여 작가 등이 아닌) ‘전시/공간 디자이너의 역할을 수행한다. 이들의 활동에서는 제 역할이 가지는 독특함과 더불어 예술적 실천의 방식과 작가로서 실질적인 생계의 방식이라는 두 지점이 아주 밀접하게 닿아있다. 


부업은 사업주인 권용주, 이수성 작가를 중심으로 전시/공간 디자인에서 실제 시공까지 겸하는 업체. 부업이라는 말 그대로, 작가로서의 예술적 실천이 주업, 생계를 위한 활동이 부업이 된다. 두 사람은 2011년 일맥 아트 프라이즈를 위한 공간 디자인, 2012 <당신의 머리 위에, 그들의 발아래>(12 NeMaf, 홍대공항철도역)에서 전시 디자인과 시공을 맡으며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다. 이후 <마석동네 페스티벌>(2012~13), <북조선 펑크 록커 리성웅>(아트선재센터, 2013), <미디어시티서울 프리비엔날레 2013>(서울시립미술관, 2013), <라운드 업>(서울시립미술관, 2013), 안양공공예술프로젝트(김중업박물관, 2014), <토탈리콜>(일민미술관, 2014), <다음 문장을 읽으시오>(일민미술관, 2014), <결정적 순간들>(예술의 전당, 2014)까지 여러 전시에서 전시 디자이너이자 시공 담당자로 전시 구성에 참여하고 있다. 한편, 부업은 일의 규모와 특성에 따라 구성원이 달라진다. 권용주, 이수성 작가의 동료인 강동형, 남상수, 김경호, 김현석 작가 등이 일시적 구성원이 되기도 한다. 이들은 디자인 제안에서 시공까지, 때로는 멀티미디어 장비 기술 자문과 설치까지 겸하며 전문적인 전시 구성 업체로 움직인다.





안지미+이부록 <Sticker project> 2013

 (대구아트팩토리) 




-토스트는 김보경, 김청진 두 명의 작가로 구성된 협력체로, 이들 역시 근래 열린 주요 전시와 프로젝트에서 전시/공간 디자인, 가구 디자인, 제작 등을 맡으며 활발히 움직이고 있다. 이들은 같은 구성원, 두 가지 이름으로 활동한다. 웹사이트 킷토스트닷컴(kit-toast.com)에 접속하면 홈페이지에서 두 개의 선택지가 주어진다. ‘25시 세일링 -토스트.’ 그리고 다음과 같이 -토스트를 소개 한다: “김보경+김청진으로 구성된 작가 콜렉티브인 ‘25시 세일링이 운영하는 일종의 자발적 경제시스템이다. 가구/니트디자인 및 제작, 그래픽디자인, 출판, 공간연출 등을 주 메뉴로 삼고 있으며, 작업을 하기 위해/작업을 하며 부딪히는 경제적 난관을 이 시스템을 통해 돌파해보려 한다.” 이들은 <먼지우주>(아트스페이스 풀, 2012), <러닝 머신>(백남준아트센터, 2013), <동방의 요괴들>(대구예술발전소, 2013), <안양공공예술프로젝트>의 프로젝트 아카이브(안양 파빌리온, 2013)에 전시/공간 디자이너로 참여했고 직접 제작까지 맡았다. 


전시/공간 디자인 외에도 동료 작가의 작품 제작에도 적극적으로 개입하는데, 정은영 작가의 퍼포먼스 프로젝트인 <사랑이 넘치는 신세계>(2014)에서는 공연을 위한 무대와 가구를 디자인, 제작하기도 했다. 2014 SeMA 비엔날레 <미디어시티서울> “귀신간첩 할머니에서는 가구 디자이너를 맡아 전시 기획 단계에서부터 참여, 전시를 작가적 시각에서 해석하고 전시에 쓰인 가구 일체를 디자인, 제작했다. 또한, 비엔날레 참여 작품 중 <할머니 라운지>(최상일, 김지연, 2014), <만수대 마스터 클래스>(최원준, 2014)에는 공간 디자인을 맡아 작가와 함께 작품을 만들어냈다. 부업과 킷-토스트를 통해 예를 든 최근의 두 사례에서 짚어내고자 하는 것은 이들이 예술적 실천의 방식을, 늘 아슬아슬하게 살아가는 젊은 미술가의 생계를 위한 (문서상으로도) 공식적인 사업이란 행위와 솔직하게 결합시켰다는 점이다. ‘생계라는 행위를 끌어안은 이들 두 콜렉티브가 움직이는 방식은 2000년대 후반부터 이어진, 콜렉티브가 미술계 안에서 큐레이터 혹은 작가로 제 역할을 하던 것에 새로운 결을 더한 것이라 본다. 이들은 작가 콜렉티브이되 작품을 만들지 않고, 다른 한 편으로는 미술인으로서 정체성을 유지하며, 미술이라는 시스템에서 스스로 재화를 생산하는 일종의 경제 협력체로서 콜렉티브로 움직이고 있다.





알로라 & 칼자디아(Allora & Calzadilla) 

<Revolving Door> 2011 즉흥 퍼포먼스

 ⓒ Allora & Calzadilla Courtesy Allora & Calzadilla Performance 

at Palazzo Cusani, Milan Photo: Marco De Scalzi




무명씨들의 콜렉티브


이와 함께 주목할 만한 현상은 2010년 이후 만들어지고 있는, 여러 모임과 공간을 중심으로 모이는 불특정 다수의 협력체다. 시청각, 커먼센터, 최근의 교역소까지 새롭게 만들어진 여러 공간을 보면 기존의 사립 미술 기관이 태생적으로 가지던 나의 것이라는 운영 기조를 따르지 않는다. 이들 공간 모두 운영의 주체가 다수이고, 필요와 조건에 따라 동료 디자이너, 작가, 평론가, 큐레이터 등이 공간의 운영에 직간접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운영 방식에 있어서의 협력 외에 각 공간에서 벌어지는 전시, 프로젝트, 프로그램 등을 통해서도 또 다른 협력 방식을 보여준다. 기존 전시에서 존재감이 드러나지 않는 관람객이었던 다수의 미술인들이 이들 공간에서 벌어지는 활동의 초대에 응답하고 지속적으로 참여하며, SNS를 활용해 의견을 주고받는 행위 또한 유사 협력의 형태라 생각한다. 물리적인 공간을 넘어 모임이라는 행위 역시 중요하게 볼 필요가 있다. 2012년부터 시작된미술생산자모임의 경우 이를 운영하는 적극적인 참여자, 대담이나 온오프라인을 통해 의견을 주고받는 불특정의 미술인들이 일종의 연대를 형성하고 있다. 이들은 지금 미술계가 갖는 구조적 문제를 인식하고 공유하며, 운영진 소수가 아닌 다수의 무명씨들과 대화하고 협력하는 방식의 연대를 통해 점진적인 변화를 만들어 내고자 한다.




 <오프 스테이지(Making Ornament)> 2014 

스테인리스 스틸, 나무, 조명, 장식품 460×460×280cm




몇 년 전까지 콜렉티브 자체가 하나의 새로운 흐름으로 주목받았고, 콜렉티브로 활동하는 이유와 장점에 대한 질문은 신기한 것을 다루는 태도로 이루어지기도 했다. 고독한 예술가 상에서 벗어나, 개인의 독자성 보다는 협업의 결과물로서 공동의 창작물을 만들어내는 일련의 흐름이 많은 사람에게 궁금증을 불러일으킨 것 같다. 지금, 다양한 조합의 콜렉티브들이 작가, 큐레이터 등으로 미술 현장에서 움직이고 있다. 콜렉티브는 공동의 창작 행위 외에도 예술가로 살아가기 위한 경제 활동의 양상으로 나타나기도 하며, 몇 가지 이름으로 특정하지 않더라도 크고 작은 콜렉티브와 개인이 일시적으로 연대하는 협의체를 구성하기도 한다. 이처럼 예측할 수 없는 조합의 콜렉티브와 이들의 움직임, 즉 진화하는 협업의 형태는 어렴풋하지만 동시에 어떤 변화와 가능성을 동반하고 있는 듯 하다. 불안과 우울의 시대는 콜렉티브를 호명했고, 젊은 미술인들은 자신의 활동을 부르는 이름이 콜렉티브가 되었든 그 무엇이든 공동의 행위가 필요하다는 점에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협업이 가지는 힘은 분명하다.  



글쓴이 장혜진은 최근까지 SeMA 비엔날레 <미디어시티서울>(2014) “귀신 간첩 할머니 전시 팀장으로 일했다. 아트선재센터, 사무소를 거쳐 2012년부터는 워크온워크란 콜렉티브를 만들어 큐레이터이자 프로듀서로 일하고 있다. 미술·현장의 상황에 따라 다양한 역할을 수행한다.

온라인 구독 신청 후 전체 기사를 볼 수 있습니다. 구독하기 Subscribe 로그인 Log in



메모 입력
뉴스레터 신청 시, 퍼블릭아트의 소식을 빠르게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이메일 주소를 남겨주시면 뉴스레터 구독에 자동 동의됩니다.
Your E-mail Send

왼쪽의 문자를 공백없이 입력하세요.(대소문자구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