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시립미술관이 2005년부터 시작한 연례전시 <대전미술의 지평>은 그동안 대전 미술의 영역을 넓히는데 일조해 왔다. 올해 주자는 초상화가 김동유. 그는 김일성, 존 F 케네디, 마릴린 먼로, 오드리 햅번 등을 그리는데, 단지 유명인이라고 해서 소재로 삼는 것이 아니라 냉전시대를 대표하는 정치적 인물이나 서구의 대중문화와 소비문화의 아이콘이라는 공통점을 바탕으로 한다. 특히 한 시대를 풍미했으나 근현대사 속으로 사라진 인물들을 통해 작가는 현재의 사회와 정치를 풍자한다. 여기에 ‘더블 이미지(Double-Image)’라는 김동유 만의 고유기법이 더해진다. 픽셀화 된 그의 초상화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무수한 작은 초상화가 모여 있고, 작은 초상화들이 음영을 달리해 하나의 큰 초상화를 구성한다.
<잉그리드 버그만&험프리 보가트>
2010 캔버스에 유채 162.2×130.3cm
ⓒ KIM Dong Yoo
예를 들면, 마오쩌둥의 초상화는 수많은 마릴린 먼로 초상화의 집합이고, 잉그리드 버그만의 얼굴은 험프리 보가트의 얼굴을 모아 만들었다. 이렇듯 작품을 바라보는 거리에 따라서 김동유식 초상화의 다른 면모가 보이기 시작하는데, 이로써 이미지는 패턴화 되고 초상화의 경계는 모호하게 흐트러진다. 이번 전시에는 그의 초창기 작품들과, <존 F. 케네디&마릴린 먼로>(2007)를 포함한 대표작 ‘이중 얼굴’ 시리즈를 비롯, ‘Double,’ ‘Crack’ 연작들 등 그의 다양한 예술 실험을 살펴볼 수 있는 작품들이 대거 포진해 눈길을 끈다. 이 모든 작품을 한 자리에서 볼 수 있는 기회는 흔치 않았다. 시기별로 구분된 김동유의 작품세계를 한 눈에 살쳐볼 수 있는 이 전시는 오는 2월 28일부터 4월 19일까지 펼쳐진다.
· 문의 대전시립미술관 042-602-32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