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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ue 101, Feb 2015

수평선 끝에서 만난 세상: 당신과 나, 그리고 우리가 사는 곳

France

Olafur Eliasson: Contact
2014.12.17-2015.2.16 파리, 루이비통 문화예술재단

쏟아지는 태양 빛 아래, 관람객의 움직임을 따라 그림자가 드리운다. 침묵과 함께 끝없이 이동하는 태양, 그 태양을 바라보며 한 발자국씩 내딛는 우리는 거대한 우주 속을 헤엄치는 하나의 행성이 된다. 태양과 우리는 더 가까워질 수도, 더 멀어질 수도 없다.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유지되는 태양과 우리 사이의 간격은, 조물주가 설계한 대우주의 질서와 섭리를 실감케 한다. 그런데, 지금 말하고 있는 우주는 좀 더 특별한 이유가 있다. 이 우주는 우리의 상상 속에 존재하는 세상도, 조물주가 잉태한 세상도 아닌, 순수하게 인간의 힘으로 창조된 세상이기 때문이다. 상상과 과학의 결합은 때론 우리가 예상치도 못한 엄청난 시너지를 창출한다. 올라퍼 엘리아슨(Olafur Eliasson)의 [관계(Contact)](2014)는 그 시너지효과를 증명이라도 해내는 듯, 흠 잡을 데 없이 완벽한 우주를 재현해냈다. 칠흑 같은 어둠 속을 관통한 빛은 우리를 꼭 닮은 그림자를 남기고, 우리가 사는 세상의 끝, 그 경계를 그려낸다. 그 경계 끝에는 잔잔하게 불어오는 바람을 따라 물이 흐르고, 그 흐르는 수면 위로 우리의 모습이 떠오른다. 빛과 어둠이 교차하는 공간을 떠돌고 있는 우리 자신의 모습을 수없이 반복하여 마주하게 되는 신기루 같은 이곳. 바로 엘리아손이 창조한 우주의 모습이다. 밤하늘을 밝히는 별을 보며, 끝없이 펼쳐진 바다를 보며, 높은 하늘을 우러러보며, 누구나 한번쯤은 상상해보았을 것이다. 수평선 너머의 세계, 그 미지의 땅은 과연 어떤 곳일지.
● 정지윤 프랑스통신원

'Bridge from the future' 2014 Photo : Iwan Baan ⓒ Fondation Louis Vuitton-Luc Cast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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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지윤 프랑스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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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가을, 화려하게 포문을 연 파리 루이비통 문화예술재단(Fondation Louis Vuitton)은 기념비적 건축물을 남겨준 프랑크 게리를 첫 전시의 주인공으로 선정하며 오마주(hom mage)를 표한바 있다. 그리고 재단 개장을 축하하기 위한 전시회의 바통을 곧바로 이어받은 두 번째 주인공이 덴마크-아이슬란드 출신의 아티스트, 올라퍼 엘리아슨이다. 미술관의 공간과 건축물이 하나의 예술작품으로 인식되고, 한 도시의 랜드마크가 되는 최근 추세만 아니었더라도, 엘리아슨이 루이비통 문화예술재단의 첫 전시를 장식했을 것이라 생각된다. 

재단 설립 전, 샹젤리제 거리에 위치한 루이비통 본 매장의 맨 꼭대기 층을 전시공간으로 사용했을 당시에도 LVMH의 총수, 베르나르 아르노(Bernard Arnault) 회장은 그 누구도 아닌 엘리아슨에게 전시공간까지 이동하는 특수한 엘리베이터를 디자인하고 설계하도록 주문한 바 있기 때문이다. 이번 새 재단내부 역시, 동굴(Grotto)이라고 이름 붙은 회랑공간을 엘리아슨의 설치작품으로 채울 만큼 그에 대한 아르노 회장의 애정은 각별하다. 그 무한한 애정과 신뢰에 보답이라도 하듯, 엘리아슨은 루이비통 재단공간의 구조를 최대한 활용해 완성된 전시 <관계(Contact)>를 통해, 형언할 수 없을 만큼 상상을 초월한 신작들을 선보인다. 





<Inside the horizon> 2014 Photo : Iwan Baan 

ⓒ Fondation Louis Vuitton-Luc Castel 



 

 

엘리아슨의 이전 작업들을 살펴보자면, 그는 아티스트라고 말하기엔 논리적인 두뇌와 사고를 가진 과학자에 가깝고, 상상을 현실로 맞바꾸는 마술사에 가깝다. 방대한 과학적 이론과 보기만 해도 복잡한 수학적 연산으로 그려낸 청사진은 빛과 소리, 색채, 이미지, 다양한 오브제로 치환되어 가상과 현실이 교차하는 공간을 성공적으로 구현해내기에 이른다. 런던의 테이트모던을 타오르는 태양의 빛으로 잠식시킨 <기상 프로젝트(The Weather Pro ject)>(2003)에 이어 쏟아지는 인공폭포를 통해 뉴욕에 시원함을 전해준 <뉴욕시티 폭포(The New York City Waterfall)>(2008), 그리고 작년 코펜하겐 루이지애나 미술관에 설치한 <강바닥(Riverbed)>(2014)에 이르기까지 엘리아슨이 남긴 굵직한 프로젝트들은 자연과 우주를 주요 모티브로 하고 있다. ‘인공자연이라는 단어가 그의 작품에 늘 꼬리표처럼 붙어 다니듯, 어느새 작가는 대자연과 우주를 가공하여 현실로 가져오는 진짜 일루셔니스트가 되어버렸다. 

 

이번 <관계> 프로젝트에서 눈여겨볼만한 엘리아슨 작업의 특징적인 변화는 우주라는 공간이 가진 본질적 특성에 좀 더 집중한다는 점이다. 현실에서 도출되는 실증적 인과관계에 기초한 인공자연을 재현하는 데에서 그치지 않고, 작가는 완전무결한 연산으로 만들어진 세상 내부의 본질, 그 속에 존재하는 인간의 모습을 찾는데 주력한다. 지구 밖 어디에선가 떨어진 듯한 조그마한 운석덩어리, <접촉(Touch)>과 만나는 순간 관람객은 순식간에 짙은 어둠이 깔린 우주로 이동한다. 둥글게 휘어져 돌아가는 공간, 그 중심에는 환한 빛이 새어 나오고, 거울로 뒤덮인 벽은 반구 형태의 공간을 완전한 구의 형체로 확장시킨다. 




<Contact> 2014 Photo : Iwan Baan 

ⓒ Fondation Louis Vuitton-Luc Castel

 




빛 주변을 에워싸고 있는 기하학적 조형물은 틈이 촘촘한 무늬의 그림자가 되어 반대쪽 흰 벽을 가득 메우고, 그 위로 관람객의 그림자가 포개어진다. 관람객이 한 걸음씩 움직일 때마다 빛과 그림자는 마치 행성이 궤도를 그리며 돌고 있는 듯 관람객의 위치를 중심으로 확대와 축소를 반복하며 일정한 지름거리를 유지한다. 이동하는 매 순간마다, 크기와 위치가 끊임없이 변화하는 관람객과 그 그림자는 하나의 원을 형성하고, 거울 속에 비친 관람객의 형상은 어둠 속을 유일하게 밝히는 빛을 중심축으로 또 다른 하나의 원을 그린다. 어느 곳을 향하든 관람객의 존재를 중심으로 돌아가는 우주의 풍경, 중심축이 달라져도 그 또 다른 중심을 위해 원주 속을 돌고 있는 관람객의 존재를 중첩시켜 보여주는 <뜻밖의 생각을 위한 지도(Map for Unthought Thoughts)>는 우주와 인간, 자신과 타인이 상대적으로 공존하고 있는 세상 만물의 좌표를 그려낸 지도인 셈이다.  

 

빛과 그림자, 우주와 인간, 자신과 타인, 내부와 외부와 같이 상대적 가치를 띠고 있는 각각의 모티브들은 전시 내내 되풀이되어 등장한다. 프로젝트와 동일한 이름이 붙은 공간설치작품 <관계> 또한, 작가가 즐겨 사용하는 거울과 빛의 효과를 극대화하여 우주의 경이로운 풍경을 구현해내는 한편, 그 안에 이미 속해있는 관람객 개인이 자신을 에워 싼 또 다른 자아(ego)와 타인, 그리고 공간과 맺게 되는 관계성을 시각화한다. 지구 표면을 닮아있는 둥근 바닥은 지구의 가장 끝 수평선이 되고, 주위를 맴도는 붉은 광선은 어느 이름 모를 행성의 궤도가 된다. 사방을 둘러싼 거울 속에는 그 순간 그 자리를 발 딛고 서있는 당신, 그리고 나, 우리의 모습이 투영된다. 




<Dust particle> 2014 Photo : Iwan Baan 

ⓒ Fondation Louis Vuitton-Luc Castel 





서로를 교차하는 수없이 많은 행성들의 뒤엉킨 궤도처럼, 관람객 개개인은 서로를 스치며 가까워지기도 멀어지기도, 혹은 헤어지기도 한다. 일식이 일어나는 순간처럼, 빛과 어둠이 포개어진 엘리아슨의 우주는 인공자연이라는 수식어가 무색할 만큼 실제 우주와 대자연 앞에서 인간이 경험하는 숭고미를 발현한다. 우주를 재현한 거대한 두 공간설치 외에도 엘리아슨은 재단내부의 일부로 제작한 <수평선 안(Inside the Horizon)>을 통해 거울을 이용한 공간의 변형가능성을 또 한 번 유감없이 보여준다. 인공호수로 이어지는 긴 회랑의 줄지어 서있는43개의 기둥거울은 선명하게 빛나는 노란 LED빛 뒤편으로 숨어있다 관람객이 마주할 때 비로소 등장한다. 거울들의 반사효과로 인해 관람객의 눈앞에는 동일한 공간이 연속적으로 펼쳐지고, 관람객 자신 역시 거울 속에 수없이 복제되어 맺힌 자신의 상을 만나보게 된다. 과학적 자연현상을 향한 작가의 남다른 관심을 잘 보여주는 작품들도 있다. 




<Big Bang Fountain> 2014 Photo : Iwan Baan 

ⓒ Fondation Louis Vuitton-Luc Castel




열대저기압지역에서 발생하는 사이클론의 영감을 얻어 제작된 조각 작품, '미래로부터 온 다리(Bridge from the Future)' 속에서 엘리아슨은 대기의 강한 회전운동이 표출하는 에너지를 담아내기도 하고, 스트로보스코프 원리로 만들어진 특수 장치를 고안해 솟아오르는 분수의 물줄기를 정지된 이미지로 환원시킨다 '빅뱅 분수(Big Bang Fountain)'. 그런가 하면, 작가는 태양의 움직임을 추적하는 장치를 재단외부 꼭대기에 설치해 태양 빛에 따라 내부조명이 조정되는 '티끌입자(Dust Particle)'와 같은 기발한 작품을 통해 내부와 외부, 관람객과 빛 사이의 소통을 시도하기도 한다. 

 

엘리아슨이 공개한 수평선 끝에서 바라본 세상, 그토록 우리가 궁금해 했던 미지의 땅에는 다름 아닌 우리의 모습이 담겨있다. 닿을 수 없기에 더 신비스럽고 아름답지만, 세상 만물의 존재가치는 관계에서 비롯됨을 새삼 느끼게 된다. 인간 역시 우주를 구성하는 하나의 원자이므로. 재작년에 개봉한 그래피티(Gravity) 속 한 장면이 문득 떠오른다. 침묵과 어둠이 흐르는 우주에서 가장 아름답게 빛나던 별. 그곳은 우리가 지금 밟고 있는 땅, 지구의 모습과 다름 아니었다. 

 




<Map for unthought thoughts> 2014 Photo : Iwan Baan 

ⓒ Fondation Louis Vuitton-Luc Castel

 




글쓴이 정지윤은 프랑스 파리 8대학(Vincennes-Saint-Denis) 조형예술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 현대예술과 뉴미디어아트학과에서 「기계시대의 해체미학」 논문으로 석사학위를 취득했다. 현재 동 대학원 이미지예술과 현대미술 연구소에서 뉴미디어아트를 중심으로 예술과 기술의 상호관계분석에 관한 박사논문을 준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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