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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ue 103, Apr 2015

도시, 건축 그리고 공공미술 ①

City, Architecture and Public Art

하나의 주제에 파고드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것이 아무리 생계와 연결돼 있다하더라도 밤이고 낮이고 한 주제에 대해 고민하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생산한다는 것은 보통의 체력과 칼로리로 가능하지 않다. 그런데 종종 그런 부류의 사람을 만난다. 한은주는 건축과 공공미술에 정신이 팔린 사람이다. 마주 앉으면, 그는 다양한 이슈와 가능성, 신선한 도전과 탐구과제에 대해 여러 의견을 쏟아낸다. 그런 그가 최근 제시한 명제는 “공간이라는 말은 장소와는 다르다. 사막과 바다는 공간임에 틀림없지만 특정화시킬 수 없으므로 장소라고 불리지 않는다. 도시공간은 거대한 사막이나 바다와 같다. 그래서 우리는 골목골목에 추억을 새기고 의미를 붙인다. 개인적 장소를 만들기 위함이다. 그러면, 공공장소란 무엇일까? 개인들이 모여들어 집단적 기억을 생산하는 곳이다. 집 앞에서 만들어진 장소성은 꼬리를 물고 일상의 궤적을 따라 개인과 공공을 오가며 장소를 생산한다. 결국 공공의 준거점은 개인에서 출발한다. 도시에서 특정장소를 세우는 건축물과 공공미술은 개인성과 어떻게 상호작용하는 하는 것일까?”라는 것이다. 여러 차례, 「퍼블릭아트」에 게재한 특유의 날카로운 시선과 비뚤어진 문장으로 화제를 모았던 그가 이 주제에 관해 본격적으로 연재를 시작한다. 그 첫 시리즈의 제목은 “스펙터클 강박증”이다.
● 기획·진행 정일주 편집장 ● 글 한은주 소프트아키텍쳐랩 대표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전경 사진: 신경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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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주 소프트아키텍쳐랩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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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펙터클 강박증

  

앙리 르페브르(Henri Lefebvre)는 일상의 권태와 자극적 스펙터클을 오가며 전전긍긍하는 인간소외에 대해 말한다. 현대인들의 일상무대가 익명적 도시공간 안에서 이루어지는 것을 감안하면, 그의 말대로 도시 안에서 개인성은 예측할 수 없는 불안상황에 놓일 수밖에 없다. 그래서 자본과 권력은 개인의 불안을 유보하고 활용할 목적으로 스펙터클을 다룬다. 스포츠, 영화, 섹스 등의 사회적 스펙터클의 대표적 장치다. 최근에는 인구 2,000만이 넘는 도시들이 생겨나고 있다. 


이제는 국가경쟁에서 도시경쟁의 시대로 도래할만한 숫자다. 도시 불안자들의 숫자만큼 주체와 대상의 혼돈도 예측할 수 있다. 과거 벤야민(Walter Benjamin)은 파리의 도시에서 상품과 구경꾼의 주체혼돈을 인간소외의 공포와 관련 지어 설명한바 있다. 도시공간에서 스펙터클은 건축이나 예술작품으로 손쉽게 획득된다. 벤야민이 감지했던 과거 도시 스펙터클에 대한 공포는 현재 공공미술이 지향해야 할 출발점으로 삼아야 하지 않을까?




셀가스 카노(Selgas Cano) 셀가스 카노 사무실

(Office) 전경 ⓒ 이완 반(Iwan Baan)





도시의 매력경쟁


대부분의 현대 자본주의 도시에서 매력적인 장소 만들기는 중요한 이슈다. 장소의 매력은 사람들을 모은다. 이들은 활기 넘치는 도시풍광의 중요한 요소이자 자본 유통의 필수 요소다. 현대도시는 이론으로 강변하던 세대를 훌쩍 뛰어넘어, 형태와 소재가 경쟁하는 이미지의 각축장이 되고 있다.  동시대 시각 문화는 모더니즘의 추상성을 구현하기 가장 좋은 도구로 경량성을 내세웠고, 현대의 새로운 기술이 이를 뒷받침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현대 건축은 미술의 표면효과와 회화성을 빌려온다. 


헤르조그 앤 드 뮈론(Her zog&de Meuron)의 북경올림픽 메인 스타디움의 거대한 둥지나 자하 하디드(Zaha Hadid)의 동대문디자인플라자 등에서 구현된 형태 논리는 현대미술에서 많은 영향을 받았고 이 시대의 또 다른 건축적 경향으로 평가받고 있다. 도시 마케팅의 수단은 곧 장소 마케팅, 시각적 볼거리, 예술품의 화려한 수사 등이다. 그래서 도시 거대 자본은 스펙터클 만들기에 가장 효과적인 매개체로 건축과 미술을 선택한다. 그러나 이미지만으로 스펙터클이 사람들의 상상력을 효과적으로 자극한다는 것은 역부족이다. 실험영화의 거장 스텐 브라커지(Stan Brak hage)는 내러티브에만 의존한 영화계를 비난하면서 리얼리티를 말한다. 네러티브를 뺀 그의 영화는 어떠했을까. 리얼리티는커녕 추상성 그 자체다. 다시 말하면, 현실은 내러티브 없이 어떠한 스펙터클도 끌어 모을 수 없다는 이야기다. 


현대도시에서 스펙터클한 네러티브는 프로젝트의 시작에서 완성에 이르기까지 드라마처럼 유통된다. 그리고 보다 더 극적인 내러티브를 고양하기위해 예술가나 건축가의 유명세, 첨단 신소재 및 난이도 높은 가공공정을 채택하고 혁신적 디자인에 다른 첨단기술, 시공 방식 등이 동원된다. 물론 그 배후에는 자본가와 이를 공모하는 미디어가 있다. 이렇게 촘촘히 직조된 신화는 도시브랜딩을 위한 동시대 도시공간의 욕망 그 자체이다. 현대도시는 스펙터클 강박증을 숙주로 생산되고 소비됨이 틀림없다. 


 


프랭크 스텔라(Frank Stella)   

 



스펙터클 동조


이는 프랑스 68혁명의 방아쇠를 당긴 기 드보르(Guy Debord)가 현대를 ‘스펙터클의 사회’라고 지칭하며 일상에 대한 자본의 지배를 비판한 관점과 궤를 같이하고 있다. 기 드보르는 우리의 일상에서 자본의지가 스펙터클로 상품화 되면서 축적된다고 본다. 이는 일상적 사건조차도 의미화하고 자본에 의해 장식되며 상품화됨으로써 그 사건의 주체가 되기보다는 소외를 야기한다는 의미다.  이러한 스펙터클 현상은 일상이 펼쳐지는 도시공간에서도 흔히 목격된다. 그러므로 암묵적으로 도시는 스펙터클을 위한 공간이 된다. 대부분의 경우, 건축가는 스펙터클을 설계의 중요한 소재로 삼는다. 


도시공간에서 건축은 스케일을 다루고 거대성을 전제로 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맥락은 공공미술 프로젝트에도 고스란히 적용된다. 공공미술 프로젝트의 재원은 공공기금일 가능성이 높고, 예산 배정과 감사를 진행 할 때 가시적 성과가 중요하게 다뤄진다. 이러한 과정에서 개인의 일상보다는 작업자와 기획자의 의도가 더 큰 비중을 가지게 된다. 비견한 예로, 지방자치단체 주도의 공공예술 프로젝트가 시민들로부터 비판 받은 것은 이러한 관점에 기인한다. 기획자와 시민의 불만은 서로 다른 인식 차이에서부터 발화했다. 기획자는 시민의 수준을 탓했고, 예술가는 작품에 대한 몰이해를 불평했지만, 시민은 일상과의 괴리를 불편해 했다. 이런 스펙터클 위주의 프로젝트가 채워진 도시공간에서 일상이란 왜곡 되고 압도될 수 있기 때문에 더욱 소외감을 느낄 수 있다. 스펙터클은 현대 일상의 다양성을 담기에는 너무나 단단하고 단순한 장치이기 때문이다.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건축 디테일 사진: 신경섭  




소외와 영감의 경계


그렇다면, 스펙터클로 강제되지 않으면서도 영감을 줄 수 있는 도시장치는 어떤 것일까? 우선 스펙터클을 조금 더 자세히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 기 드보르가 처음 스펙터클로 자본주의 도시를 비판하던 시기는 반세기전이다. 그 후 자본의 형태와 사회 구조, 소비주체의 속성은 매우 복잡한 스펙트럼 안에서 진화했다. 물론 동시대 도시공간에서 건축과 미술이 취하는 스펙터클의 형식은 아직도 여전하지만 그것이 도시공간에 기여한바 또한 간과해서는 안 된다. 글로벌 투어리즘의 확산은 스펙터클의 시각문화를 도시의 활력요소로 만들기도 하였다. 이러한 변화는 도시기획이나 운영방식 등 프로그램의 다양한 단계에서 시민참여로 강화되고 있다. 그리고 시민의 참여와 개입을 통해 스펙터클은 폭넓게 해석되고 개인과 사회의 거리감을 좁힐 수 있게 되었다. 여기서 개인소외문제는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현대도시에서 공공미술은 시민의 참여와 개입의 기회가 폭넓게 열려있다. 공공미술은 물리적 접근성이 용이하고 도시의 다양한 프로그램과 연계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맥락에서 최근의 공공미술의 경향은 도시, 건축과 미술이 결합된 형태로 드러난다. 예를 들어, 영국 브리스톨의 <읽기 쉬운 도시 프로젝트(Bristol legible city project)>나 네덜란드 유트레히트시의 <비욘드 레이체 레인 프로젝트(beyond Leidsche Rijn)>는 이것의 전형을 보여준다. 브리스톨의 경우는 공공미술의 체계성 있는 기획과 실행을 보여준다. 국가단위와 지방정부의 공공미술을 실행하는 역할이 분담되어 있다. 국가는 도시계획 안에서 공공미술의 큰 영역을 다루고 시는 공공공간에 관련된 다양한 영역의 전문가 그룹을 조직하여 공공미술을 실행해 나간다. 


유트레히트시의 경우 신도시 개발을 하면서 새로운 공간을 장소화하기 위해 공공미술을 개입시키고 장소와 상황에 적합한 공공미술을 전개했다. 신도시가 들어설 부지에 임시 건축물을 세우고 그곳을 거점으로 예술을 통해 공간과 장소성을 실험하도록 하였다. 또한, 개발 시차에 따른 도시의 빈 부지에 시민과 예술가가 협력하여 공공미술을 개입시켜 토지이용에 대한 새로운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었다. 도시공간에 대한 창의적 실험, 시민과의 소통, 공공미술의 향유를 동시에 달성한 좋은 사례이다. 다만, 개발이 완성되면 공공미술의 개입이 종료된다는 점에서 이 프로젝트의 한계를 갖게 된다. 그렇다면, 공공미술에 있어 참여 지향적이고 지속적인 실행은 가능한 일일까? 




헤르조그 앤 드 뮈론과 아이 웨이웨이

(Herzog&de Meuron and Ai Weiwei) 

<서펀타인갤러리 파빌리온(Serpentine Gallery Pavilion)> 

2012




공공미술에 대한 이해와 향유의 사이


공공미술에서 참여는 개인소외의 문제를 극복하는 중요한 단서다. 그러나 참여 지향적 실행에는 선결 조건이 있다. 공공미술에 관한 전문가 집단의 다수의견을 취합해 보면 참여자의 미술에 대한 이해의 필요성을 거론한다. 갤러리와는 달리 도시공간은 시민의 일상이 예술과 마주치는 곳에 공공미술이 있다. 그러다 보니, 공공미술에 대한 공감과 충분한 향유를 이뤄내기 어렵다. 독일 뮌스터의 공공미술 프로젝트는 이러한 문제에 대한 좋은 사례이다. 1977년 시작된 뮌스터의 국제조각프로젝트는 아이러니하게도 현대미술에 대한 지역주민의 이해부족에서 출발하였다. 


당시 기증된 거장 헨리 무어(Henry Moor)의 작품설치가 지역주민의 거센 반대여론에 부딪힌 것이다. 현대미술의 경향에 대한 몰이해를 절감한 지역 미술관의 클라우스 부스만(Klaus Bussman) 관장은 이를 계기로 시민들의 이해를 돕는 야외조각전을 제안했다. 그 후 이 행사는 10년마다 개최되어 현대 미술에 대한 시민들의 안목을 넓히고 차별화된 장소성을 만드는데 기여했다. 더불어 공공미술작품의 존치 여부를 시민들이 결정함으로써 공공미술을 일상공간에 안착시켰다. 이는 단순히 미술전시 행사가 아니라 공공장소, 미술, 도시공간 등 서로 이질적인 요소들이 협력하여 완성됨을 보여준다.


현대도시는 관람자가 오히려 전시의 대상으로 전이되는 곳이다. 우리는 도시, 건축, 공공미술 등 온갖 스펙터클의 생산과 소비로 분주하다. 매력적인 도시공간 이면의 스펙터클 강박증은 또 다른 우리의 모습이다. 여기서 우리는 소외를 통해 도시의 물리적 장치와 사람을 지속적으로 연결하는 프로그램의 중요성을 인식하게 되었다. 그 프로그램은 전문가로부터 일반 시민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관점과 의견으로 시각문화 프로젝트가 구현되는 것을 포함한다. 오늘날 공공미술이 바로 이러한 맥락의 중심에 서 있다. 공공미술은 끊임없이 분절된 도시공간의 맥락을 이어주고 소외된 장소의 파편을 그러모아 유연성을 지향해야 할 것이다. 공공미술이 삭막한 도시공간에서 스펙터클 강박증을 돌볼 수 있기를 기대한다.   



글쓴이 한은주는 공간건축에서 실무 후 영국왕립예술대학원에서 도시공간에서의 위치기반 인터렉션 디자인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Siggraph 2009에서 건축과 미디어아트가 결합된 작품을 발표를 했으며, 2011년 광주디자인비엔날레 초대작가이다. SPACE 편집장과 공간건축 이사를 지냈으며, 현재 소프트아키텍쳐랩의 대표이자 한양대 겸임교수로 예술작업, 글쓰기, 디자인공학 등 다양한 작업을 통해 혁신적 도시디자인과 건축을 고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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