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여성주의미술 선구자로 현대미술사에 큰 족적을 남겨 온 윤석남. 1980년대부터 제작한 작품부터 최신작에 이르기까지 윤석남의 작품을 총망라하는 전시가 열려 미술애호가들의 시선을 사로잡고 있다. 이는 원로작가를 집중 조명하는 서울시립미술관 ‘SeMA Green’ 시리즈 중 두 번째 전시이기도 하다. 1939년에 태어난 윤석남은 40세가 되어서야 작업실을 갖고 비로소 미술에 입문한다. 어린 시절 미술교육을 받은 적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오로지 열정만으로 작품 활동에 몰두해 온 그는 어머니에 관한 자전적 이야기에서 시작해 모성, 여성성, 생태 등 다양한 주제를 자신만의 조형언어로 표현해왔다.
<1,025: 사람과 사람 없이> 2008 혼합재료
이번 전시는 보통 연례 순으로 작품을 나열하는 고전적인 회고전 형식을 탈피해, 윤석남 예술에서 빠질 수 없는 요소들, ‘어머니, 자연, 여성사, 문학’이라는 큰 네 가지 주제로 엮어 서로 다른 연대의 작품들을 선보인다. 전시작품에는 윤석남이 1999년부터 2003년까지 그림일기처럼 써내려간 드로잉 160여 점과 신작 <허난설헌>, <이매창> 그리고 1,000여 마리의 유기견을 거두어 함께 생활하는 이애신 할머니의 삶에서 영감을 얻어 제작한 <1,025: 사람과 사람 없이>가 포함된다. 특히 자신의 재산을 팔아 굶어 죽어가던 제주도민들을 위한 구휼미를 제공한 정조시대 거상 김만덕에게 감명을 받은 윤석남이 그를 기리며 제작한 <김만덕의 심장은 눈물이고 사랑이다>에 주목해볼만 하다. 이는 높이 3미터, 지름 2미터의 거대한 핑크빛 심장 형상으로, 윤석남표 작업에 있어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하는 작품이기도 하다. 윤석남이 펼친 예술혼의 흐름을 자연스럽게 훑을 수 있는 이번 전시는 4월 21부터 6월 28일까지.
· 문의 서울시립미술관 02-2124-88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