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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ue 105, Jun 2015

토마스 사라세노
Tomas Saraceno

건축과 과학으로 직조된 찬란한 낭만주의

화이트큐브를 가득 채운 검은 거미줄, 전시장 천장 위를 뒤덮은 그물과 비닐 위를 걷고, 뛰고, 드나드는 것이 가능한 새로운 공간. 여기에 하늘빛을 반사하며 날아다니는 조각까지. 이 모든 것은 한 사람의 손에서 탄생했다. 주인공은 아르헨티나 예술가 토마스 사라세노(Tomas Saraceno)다. 상상의 건축을 예술로 승화해 현실로 들여온 그의 작품을 통해 참여자들은 공중을 거닐고 떠다니거나 심지어 누워서 책을 읽을 수도 있다. 과학의 힘을 빌려 발현한 동화처럼 낭만적이고 환상적인 예술세계, 사라세노의 ‘미래건축’이다.
● 백아영 기자 ● 사진 Tomas Saraceno Studio·Tanya Bonakdar Gallery 제공

'Cloud City' at The Metropolitan Museum of Art, New York 2012 Courtesy the artist and Tanya Bonakdar Gallery, New York Photo: Studio Tomas Saraceno ⓒ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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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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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 ‘베니스 비엔날레’에서 인간이 지나다닐 수 있는 거대규모 거미줄을 설치한 <Galaxies Forming along Filaments, Like Droplets along the Strands of a Spider's Web>(2009)으로 세간의 주목을 받은 토마스 사라세노. 그는 실제로는 화이트큐브에 불과한 네모진 공간을 촘촘히 짜여진 거미줄 설치로 가득 채웠다. 이로써 관람객들이 같은 공간에 들어왔음에도 마치 미로 속을 헤매듯 각기 다른 경로로 거닐 수 있도록 유도했고, 이를 통해 색다른 공간경험을 이끌어낸 바 있다. 그는 이후 엔지니어링, 물리학, 화학, 재료과학 등을 작품 안에 효과적으로 버무리고, 퍼포먼스, 조각, 설치, 공간예술을 통합한 형태학적 연구를 통해 부드러운 풍선, 신경회로, 구름 등을 생산해냈는데, 특히 관람객의 반응에 따라 작품형태가 변화하는 ‘에어본 시스템(airborne system)’을 수 년간 지속적으로 연구 중이다.


이탈리아 밀라노 행거 비코카(Hangar Bicocca)에서 선보인 <On Space Time Foam>(2012-2013)도 관람객과 상호작용하는 에어본 시스템을 적극 적용한 작품이다. 전시 공간 20여 미터 높이 위에 설치된 투명한 비닐 위로 관람객들을 초대한 이 설치는 400스퀘어미터(square metres) 길이 비닐 3겹을 설치해 총1,200스퀘어미터 공간을 가득 채운 것으로, 공중을 가득 메운 부드러운 필름지 표면에 관람객들을 올라설 수 있는 기회를 만든 것. 그러면 사람들은 바닥과 천장, 하늘과 땅 사이 중간 공간을 자유롭게 거닐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관람객들이 발을 디디고 있는 지점, 무게, 인원수 등의 요소에 따라 투명한 비닐은 다양한 형태로 휘어지고 굽혀져, 그 자체로도 움직이는 설치작품이 된다. 물론 공중에 아슬아슬하게 걸린(실제로는 안전하지만) 설치물 위를 걷는 낯선 경험에 자신을 들여놓고 자연스럽게 발을 디디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 하지만 이 환상적인 경험에 금방 자신을 맡기게 된 관람객들과 공간 사이에는 친밀감과 더불어 고조된 긴장감이 탄생한다.




Part of the exhibition Portscapes 2, a series of art projects alongside the construction of Maasvlakte 

2 in FutureLand 2013/Portscapes 2 is an initiative of Rotterdam Port Authority 

N.V. and is co-produced by SKOR | Foundation for Art and the Public Domain. 

Since July 2012, the TAAK cooperation has taken over the content development of the Portscapes 2 project




이렇듯 작가는 혁신적인 물질들이 환경 속에서 인간과 조화롭게 어우러질 수 있도록 유도하고, 기존 건축이나 규정된 장소가 지닌 틀을 깨 새로운 효과를 불러일으킨다. 2011년 독일 베를린 함부르커 반호프(Ham burger Bahnhof)에 투명 플라스틱 버블을 설치해 관람객이 마치 비눗방울 속에 들어가 공중을 떠다니는 듯 경험하도록 한 <Cloud Cities>, 새하얀 거대 그물 위를 관람객들이 자유롭게 유랑할 수 있게 함에 따라 또 다른 차원의 궤도(orbit)로 들어서게 되는 <In Orbit>(2013-), 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The Metropolitan Museum of Art) 옥상에 설치한 <Cloud City>(2012) 등도 이러한 작가의 의도에 힘을 싣는다. 이는 투명한 재질을 통해 작품 위로 올라가 길거리를 지나다니는 사람들을 바라볼 수 있는 작품으로. 표면이 주변 풍경을 반사하는 거울로 만들어져 공공조각에 전망대 역할을 더한 것이기도 하다.


이와 같이 작가가 선보인 조각과 설치에는 한 가지 공통적인 특징이 발견되는데, 바로 비닐, , 그물, 투명물질 등 속이 훤히 들여다보이거나 혹은 외부를 반사하고 비치게 하는 재료를 사용한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관람객의 위치와 시선에 따라서도 색다른 효과가 드러나며, 직접 그물, 버블, 비닐 위에 올라선 사람에게는 이색적인 공간경험을, 반대로 아래쪽 사람에게는 움직이고 떠다니는 신기한 조각 작품을 선사한다. 또한 바닥에 서서 비닐과 그물 위를 거니는 참여자들의 움직임과 그에 따른 설치물의 변화를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직접 작품에 몸을 던져 참여하지 않더라도, 시각을 통한 공간적 체험이 가능하다. 이러한 경험은 관람객들이 살아오면서 경험한 공간에 대한 신체적 인상을 완전히 뒤엎는 것임에 틀림없다. 이로써 참여자, 관람자, 작품, 배경이 되는 전시장이나 외부 자연환경이 모두 하나로 조합되는 순간이 탄생한다.





<Evening Sun> 2006 Photograph 120×180cm Courtesy the artist, 

Tanya Bonakdar Gallery, New York; Andersen's 

Contemporary, Copenhagen; and pinksummer contemporary art, Genoa 

 Studio Toms Saraceno, 2006




그리고 작품을 외부에 설치했을 경우에는 형형색색 자연의 모습을 환상적으로 반사해 또 다른 이미지가 생겨나기도 한다. 주변 건축물이나 지나다니는 차들을 비추기도 하고, 풍경을 담기도 하기 때문에 배경에 따라 작품이 지닌 색상도 변화하는 것. 이로써 공간적인 경험과 더불어 우리를 둘러싼 시간과 환경이 함께 쌓이고 축적된다고 볼 수 있다. 시간의 흐름, 날씨의 변화, , 주변인, 지역, 배경에 따라 각기 다른 이미지를 만들어낸다는 것은 사라세노 작품이 지닌 특징적이면서도 크나큰 매력임이 틀림없다. 이로써 그의 작품은 과학과 건축에 의해 철저하게 계산되고 계획된 과정을 거치면서도, 전혀 예상치 못한 우연적인 결과물을 도출하기도 한다.


공간적이면서도 신체적인 경험을 제공하는 사라세노의 작품은 대부분 작품 ‘내부’에 들어갈 수 있거나, ‘외부’로 올라설 수 있다. 이 것은 그가 작품설계의 근간을 ‘(거주 가능한)건축’에 두고 있기 때문인데, 그는 여러 작업을 시도하며 끊임없는 실험과 연구를 통해 새로운 건축에 대한 가능성을 제시하고자 한다. <Solar Bell>을 보자. 그가 미래건축에 대한 가설을 개념화하고 현실화하기 위해 탄생시킨 예술품이다. 물론 그동안 작가가 실험하고 수행해 온 모든 작품이 ‘인간이 거주 가능한’ 건축물을 의도한 것이지만, <Solar Bell>은 특히나 어쩌면 미래에 구현 가능할지도 모르는, 혹은 상상 속에만 머무를수도 있는 신 개념 건축에 대한 환상을 실현한다. 공기보다도 가볍기 때문에 바람을 따라 공중을 자유롭게 부유하는 것이 가능한 유기체들로 이루어진 이 조각을 통해 작가는 미래건축물, 즉 ‘날아다니고 떠다니는 건축’에 대한 가능성과 비전을 제시한다. 환경을 파괴하지 않고도 오래도록 지속 가능한 바람에너지를 사용하는 이 조각은 리드미컬하게 공중을 부유하며, 사람들로 하여금 직접 조종해 형태를 변화시키게 하거나, 그 위에 앉거나 서 있을 수 있도록 유도한다.





<In Orbit> at Kunstsammlung Nordrhein-Westfalen, 

K21 Standehaus, Dusseldorf 2013 Courtesy Tomas Saraceno;

 Pinksummer contemporary art, Genoa; Tanya Bonakdar 

Gallery, New York; Andersen's Contemporary, 

Copenhagen, Esther Schipper Gallery, Berlin. 

 Photography by Studio Tomas Saraceno, 2013




예술, 건축, 자연과학, 엔지니어링의 융복합을 바탕으로 하는 사라세노의 ‘인터랙티브 설치(interactive installation)’와 ‘부유하는 조각(floating sculpture)’은 그동안 인간을 둘러싼 환경 속에서 건축과 인간, 그리고 예술이 서로 공존하기 위한 새롭고 지속가능한 방식을 제안해 왔다. 그의 작품은 사람들이 자신을 둘러싼 환경을 직접적으로 경험하고 그 안에 능동적으로 거주하기 위한 확장적인 방법으로 일컬어진다. 그렇기 때문에 사라세노의 작업은 캔버스 바깥 공간으로 뻗어나간 공간예술, 공공미술, 더 나아가 현대적 감각으로 중무장한 대지미술이라고도 부를 수 있겠다.


관람객들에게 신체적이면서 동시에 감정적으로 특별한 경험을 선사하는 예술가 사라세노. 그는 하늘에 떠있는 미래거주공간들에 대한 가능성을 탐구하고, 나아가 우리를 둘러싼 모든 것들과 상호작용하고 함께 살아가는 혁신적인 방법을 만들어내는 작가다. 그의 작품은 눈으로 관람할 수 있는 조각이면서, 온전히 직접적으로 체감할 수 있는 설치물이면서, 실제로 들어가 앉고 머무르는 것이 가능한 건축이다. 인간과 공간, 인간과 건축의 관계를 예술을 통해 발전시키는 토마스 사라세노가 앞으로 또 어떠한 새로운 작품을 통해 상상의 건축을 구현하고, 자연과 하나 되어 떠다니는 낭만적인 경험을 선사할까 궁금하다.  

 



<Hybrid solitary...Semi-social quintet...On Cosmic webs...> 

at Tanya Bonakdar Gallery, New York, 

2015 Courtesy The Artist, Esther Schipper Gallery, Berlin; 

Pinksummer contemporary art, Genoa; Tanya Bonakdar 

Gallery, New York; Andersen's Contemporary, Copenhagen 

 Photography by Brett Moen, 2015




토마스 사라세노

 



토마스 사라세노는 1973년 아르헨티나 투쿠만 출신으로, 현재는 독일 베를린에 거주하며 활동하고 있다. 건축 전공을 바탕으로 건축과 예술을 자유자재로 다루는 공간예술가 사라세노는 2009년 실리콘밸리에 있는 나사 센터(NASA Center Ames)에서 국제 공간 스터디 프로그램(The International Space Studies Program)에 참여했으며 같은 해 칼더상(The Prestigious Calder Prize)를 수상했다. 이후 이탈리아, 독일, 영국, 미국 등 전 세계를 오가며 다수의 전시에 참여했고, 2009년 ‘제53회 베니스 비엔날레(The 53rd Venice Bienale)’에서 단체전 <Fari Mondi//Making Worlds>에 작품을 출품한 바 있다. 현재 MoMA, 마이애미미술관(Miami Art Museum). 프랑크푸르트현대미술관(Museum fur Moderne Kunst in Frankfurt), 샌프란시스코현대미술관(San Francisco Museum of Modern Art), 워커아트센터(The Walker Art Center) 등 세계 유수기관에 작품이 소장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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