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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ue 105, Jun 2015

하석준
Ha Seok Jun

전자쓰레기 찾아 떠나는 미디어 수도자

세상이 미디어의 늪에 빠진 지금, 등에 텔레비전을 짊어진 수도자 하석준은 미디어와 사람 사이 긴밀한 관계에 대해 고찰한다. 인터랙티브 프로그래밍(Interactive programing)을 포함, 다양한 첨단기술을 접목한 그의 작품은 작가 자신과 관객 그리고 미디어를 연결하는 하나의 매개체의 역할을 수행하며 굵직한 질문을 던진다. 기술의 발달과 함께 어느새 조금씩 흘러들어와 이제는 일상을 장악한 미디어는 우리를 유토피아로 인도할 것인가 디스토피아로 이끌 것인가? ‘미디어를 이고 다니는 작가’로 알려진 하석준은 미술계가 주목하는 미디어 아티스트로, 독창적인 아이디어와 교감을 바탕으로 한 그의 작품은 예술성을 인정받고 대중의 이목을 끌어왔다. 커뮤니케이션과 전자기기에 관심을 가지고 입문한 미술, 이제 그는 직접 컴퓨터 프로그래밍을 연구하고 개발하는 혁신적인 미디어 아티스트로서 현대사회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제시한다.
● 박민주 수습기자 ● 사진 서지연

'Finding E-waste' 첸나이의 전자제품 분해 노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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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민주 수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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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석준은 55인치 텔레비전을 등에 이고 서울, 밀라노 등 도심 한복판을 걸으며 미디어 수도자의 역할을 한 적이 있다. 커다란 화면 속엔 그가 촬영한 다양한 이미지들이 끊임없이 오가고, 메뉴판, 전단지, 간판 등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광고물들은 그의 등에 달린 스크린을 통해 대중에게 전달됐다. 이는 작가가 40킬로그램에 육박하는 텔레비전 무게에 어깨 부상을 입으면서 까지 고집했던 퍼포먼스 <미디어 수행을 위한 플랫폼(Walking TV)>(2012-)이다. 지역에 따라 때로는 폭발적인 반응을, 또 무관심을 받으며 묵묵히 그 무게를 감내하며 걸었던 하석준. 그의 등 뒤로 펼쳐지는 화면 속 각양각색의 이미지들 때문인지 고통스러워하는 그의 모습에 호기심을 느껴서인지 밀라노 거리의 사람들은 마치 십자가를 진 예수를 따르듯 그 주변을 에워싸기도 했다. 





<고통의 플랫폼(The Platform of Suffering)> 

2014 알루미늄프레임, 커브드 TV, 커스텀 PC,

커스텀 프로그램, 키넥트 카메라 3×2×1.5m





반대로 무수히 많은 광고판이 설치된 지역인 서울 강남에서 하석준과 그의 텔레비전은 미디어폴의 일환으로 여겨진 탓이었는지 대중의 눈길을 사로잡지 못한 채 무관심 속에 남겨졌다. 밀라노와는 상반된 반응이었다. 이렇듯 즉각적이면서도 분분한 반응을 얻으며 대중과 직접적으로 소통하는 퍼포먼스 아트에 매력을 느낀 그가2012년에 시작한 <미디어 수행을 위한 플랫폼>은 현재 진행 중이다. 아티스트가 되기 전 하석준은 삼성전자에서 화질 데모 영상을 제작하는 일을 담당했다. 텔레비전 홍보 및 판매를 위해 화면에 띄우는 테스트 영상은 기기의 장점은 부각하되, 그 자체는 존재감이 없어야 한다는 것이 특징이다. 그가 등에 업은 텔레비전 스크린 속 이미지들도 이와 같은 장치로 관객의 기억에 오래 머물지 않고 오로지 퍼포먼스를 강조하기 위해 촬영·편집된다.





<고통의 플랫폼(The Platform of Suffering)> 

2014 알루미늄프레임, 커브드 TV, 커스텀 PC ,

커스텀 프로그램, 키넥트 카메라 3×2×1.5m




하석준은 퍼포먼스의 공간적 시간적 제한과 육체적 고통 때문에 <미디어 수행을 위한 플랫폼>의 대안인 <고통의 플랫폼(The Platform of Su ffering)>(2014)을 고안했다. 알루미늄 프레임으로 제작된 사람 형태 조각은 커다란 스크린 2개를 등에 매고 있는데, 그 모습은 미디어 수도자인 작가 자신을 닮았다. 전시장과 같이 막힌 공간에서 그를 대신해 수도자 역할을 해 줄 대안자아(Alternate self)라고 할 수 있다. 하석준은 <미디어 수행을 위한 플랫폼>과 <고통의 플랫폼>에서 미디어와 인간이라는 같은 주제를 담아낸다. 두 작업은 유사한 테마와 형태를 가지고 있지만 관객과 소통하는 과정에서 확연한 차이를 보인다. <고통의 플랫폼>에서 하석준은 인터랙티브 프로그래밍을 활용해, 퍼포먼스 관람자를 능동적으로 미디어를 체험하는 주체, 즉 퍼포머로 만든다. 키네틱 카메라를 통해 관람객은 스크린에 특정 형태의 픽셀로 이루어진 극대화된 자신의 모습과 마주하고, 각 픽셀에서 나오는 곡선은 관람객의 움직임에 따라 함께 요동친다. 화면에 비춰진 자신의 모습은 일상에서 마주치는 존재감 없는 광고물들과는 다르게 각자의 머릿속에 깊게 각인된다. 하석준과 그의 대안자아는 미디어라는 짐을 지고 디스토피아에, 그런 그의 모습과 미디어와의 소통을 즐기는 관객들은 유토피아에 있는 듯 한 모습을 그리며 미디어의 단면을 보여준다.

 



<고통의 플랫폼(The Platform of Suffering)> 

퍼포먼스




한편 현재 진행 중인 하석준의 회심작은 전자쓰레기를 주제로 하고 있다. 그는 대학시절 미디어아트를 전공하며 전자쓰레기에 관심을 가지게 된 이후 끊임없는 연구를 통해 그것의 출처와 흐름을 파악했고, 그 노력의 산물이 <Finding E-waste>(2014)다. 작품의 부제인 ‘우리에게 아름다움은 무엇인가’라는 본질적인 질문을 던지며 그는 사회의 어두운 면모를 파헤친다. 수많은 전자기기를 개발하고 사용하는 전자강국 한국의 또 다른 이름은 e-폐기물(e-waste) 수출국 아시아 2위다. 작가는 이 많은 전자폐기물들이 어떤 경로를 통해 어디로 흘러 들어가는지 조사하며 불법 수출과 폐기를 포함한 정치 실태와 화려한 이면에만 집착하는 현대사회의 부조리함을 알린다. 그는 직접 e-폐기물 수입국 세계 2위 인도를 찾아가<Finding E-waste>를 실천했지만 그가 가져간 피상적인 정보와는 다른 현실은 외려 더 큰 의문점을 남겼고, 현재까지 전자쓰레기를 연구 중이다. 작가는 지금까지 그가 수집한 정보를 토대로 현재 이 작품의 연작을 준비하고 있다. 또 한 번의 인도 여정을 계획 중인 하석준의 e-폐기물 탐구는 앞으로도 계속될 예정이다.




<Finding E-waste> 2014 TV, 카메라




이렇듯 사회적 요소가 다분한 하석준의 미디어 작품은 비주얼뿐만 아니라 그 안에 내포되어있는 의미도 흥미롭다. 그는 미디어아트만의 독창적인 표현방식을 이용해 대중매체의 양면성을 보여주며 그가 발견한 현대사회의 모습을 거짓 없이 그대로 대중에게 전달한다. 그 스스로 미디어와 인간을 이어주는 일종의 매개체가 된 것이다. 그는 작업들을 통해 뚜렷한 해답을 찾는 대신 질문을 던지고, 그 메시지를 해석하는 건 대중의 몫으로 남긴다. 미디어와 인류의 밀접하고도 특별한 관계를 보여주는 작가, 미디어를 짊어진 문명 수도자 하석준이 그려나갈 미래는 과연 어떤 것일까.  




하석준




작가 하석준은 1971년 생으로 삼성 디자인 학교와 뉴욕 파슨스 디자인스쿨에서 학사 학위를, 한국예술 종합학교 미술원에서 미디어아트 전공으로 전문사 학위를 취득했다. 2012년 백자은갤러리에서 개인전을 가졌고 그 외 다수의 그룹전에 참여한 바 있다. 2013년 LG 아트센터에서 공연한 <REPLICA>의 공동 연출을 맡았고, 2014년 한국 예술 문화 위원회 해외 민간 교류 프로젝트 선정작가로 발탁되었으며, 2015년 퍼블릭아트 뉴히어로 대상을 수상했다. 현재 인터랙티브 아트 스튜디오 ‘멋진 신세계’의 디렉터를 맡고 있으며 한국 예술 종합학교 미술원에서 ‘그래픽 프로그래밍’을 가르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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