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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ue 107, Aug 2015

밀라노에서 선보인 김영원의 새로운 인체조각 인간 존재에 바치는 헌사

Italy

KimYoungWon Shadow of Shadow
2015.5.1-2015.10.31, 마테리마 코페르니코, 밀라노 노바라

인간을 테마로 작업하는 조각가 김영원. 한국 현대 조각계를 대표하는 그의 발길이 근래 들어 이탈리아로 자주 향하고 있다. 지난 2012년부터 조각의 본 고장인 이탈리아에서 프로젝트가 연달아 이어지고있기 때문이다. 김영원은 올 들어서도 이탈리아 밀라노(Milano) 두 곳에서 작품전을 열고 있다. 하나는 개인전이고, 하나는 그룹전이다. 45년간 인간을 탐구해온 조각가 김영원이 이탈리아 밀라노의 아트센터 마테리마 코페르니코에서 개인전을 개막했다. 조각의 본고장인 유럽무대에 진출하기위해 근래 들어 이탈리아어까지 배우는등 열정을 쏟고 있는 작가는 이번 전시에 '그림자의 그림자' 신작을 출품했다.
● 이영란 아트칼럼니스트·전 헤럴드경제 부국장(사진: 이영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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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란 아트칼럼니스트·전 헤럴드경제 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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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는 지난 5월 이탈리아 밀라노 인근에서 개인전을 개막했다. 밀라노의 위성도시인 노바라(Novara)에 위치한 대규모 복합아트센터 마테리마 코페르니코에서 신작 조각을 모아 오는 10월 31일까지 초대전을 연다. 이번 전시는‘2015 밀라노엑스포(EXPO Milano 2015)’기간 중 열리는 한국 조각가의 개인전이란 점에서 의미가 크다. 전시가 마무리되는 시점도 엑스포와 똑같다. 밀라노에서 자동차로1시간 거리의 노바라시에 위치한 마테리마 코페르니코는 대규모 야외 조각전시장, 스튜디오, 실내 갤러리, 레지던스를 갖춘 복합아트센터. 김영원은 이 아트센터를 운영하는 니콜라 로이 대표로부터 개인전 제안을 받고, 작품을 출품했다. 김영원은 이 초대전에 지난해와 올해 제작한 신작 조각13점을 출품했다. ‘그림자의그림자’ 시리즈 중에서도 가장 간결하면서도, 인간이란 존재를 압축적으로 다룬 브론즈 작품을 중점적으로 내놓은 것이다.


전시장 입구에서 관객을 맞는 것은 검은빛의 묵직한 브론즈 조각이다. 마치 성직자가 몸과 마음을 바르게 여미고, 정좌한 듯한 작품이다. 하지만 가까이 다가가면 좌상 조각이 아니다. 위 아래로 대칭을 이룬 인체의 상반신 단면이 두터운 양감으로 증폭되는 색다른 조각이다. 그런데 마치 명상에 잠긴, 앉아있는 인간처럼 표현된 것이 흥미롭다. 갤러리 중앙 전면부에는 분홍빛과 흰색 브론즈 조각이 나란히 자리를 잡았다. 이번 전시에서 핵을 이루는 작품들이다. 먼저 흰색 조각은 얇은 단면이지만 당당한 자태의 인체 입상에, 절을 하는 인간을 한 덩어리로 연결시켰다. 수직과 수평, 당당함과 웅크림, 단면 양감이 한작품안에서 하모니를 이루는 조각이다. 분홍빛 조각은 이번 출품작 중 가장 눈길을 끈다. 브론즈 작품에선 잘 쓰이지 않는 분홍색을 과감히 차용한 것도 도드라지지만 그 표현 또한 매우 아름답고 절묘하다. 한 쌍의 남녀가 허리춤은 하나로 합체된 상태에서, 상반신과 하반신은 팽팽한 긴장감을 이루며 마주보고 있다. 너와 내가 하나가 되고, 내 그림자가 너의 그림자가 되는, 젊고 신선한 감각이다.





45년간 인간을 탐구해온 조각가 김영원이 이탈리아 밀라노의 

아트센터 마테리마 코페르니코에서 개인전을 개막했다. 

조각의 본고장인 유럽무대에 진출하기위해 근래 들어 이탈리아어까지 

배우는등 열정을 쏟고 있는 작가는 이번 전시에 

'그림자의 그림자' 신작을 출품했다. 사진: 이영란




전시장 안으로 발을 옮기면 인간을 흥미롭게 변주한 다양한 작품들이 관람객의 시선을 붙든다. 인체를 얇은 단면으로 슬라이스 해 꽃잎처럼 흩날리게 한 작품이 있는가 하면 보는 각도에 따라 전혀 다른 형상을 드러내는 인체 조각도 있다. 얇고 매끈하게 절단됐거나, 아코디언 주름처럼 풍부하게 변주되기도 한 신작들에선 시간과 공간이 잠시 멈춘 듯하다. 어느 것이 그림자이고, 어느 것이 실체인지 아득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한 인간의 내면에, ‘또 다른 인간,’ ‘또 다른 나’가 있음을 터득해서일까? 작가의 상상력은 이렇듯 기묘한 조각들을 피어냈다. 묵직한 양감과 날선 예리함이 교차되고, 고요함과 긴장감이 교차된다. 인체 조각의 상투적인 표현을 과감히 뛰어넘은, 컨템포러리한 인체 조각이다. 색상 또한 브론즈 조각의 고정관념을 벗어던지고 빨강, 분홍, 흰색 등으로 다채롭게 폭을 넓혔다.


40년 넘게 인간을 탐구하며 사실적인 인체조각을 선보여 왔던 김영원은 마침내 구구한 인간의 디테일을 훌쩍 뛰어넘으며, 간결한 인체의 단면만으로도 인간 존재의 본질에 조용히 맞닿고 있다. 김영원은 많은 조각가들이 추상조각으로, 미디어아트로 방향을 틀고 있는 시점에도 ‘인간이 곧 우주’이자 ‘세상의 중심’임을 절감하며 일관되게 ‘사람’을 테마로 삼고 있다. 최근 들어 작가는 인체의 단면을 두부처럼 얇게 썰어, 그 단면을 여러 방식으로 조합하는 작업에 푹 빠져 있다. 인간의 정신과 육체, 안과 밖, 순간과 영원을 보다 응축적으로 표현하고 싶어서다. 김영원은 밀라노엑스포를 기념해 한국과 이탈리아 조각가들이 함께 하는 기획전에도 참여했다. 지난 7월 16일 밀라노 도심의 페르마넨테 주립미술관(Museo Permanente di Milano)에서 개막한 <한·이탈리아 현대조각전—늑대와 호랑이>전이 바로 그것이다.





45년간 인간을 탐구해온 조각가 김영원이 이탈리아 밀라노의 

아트센터 마테리마 코페르니코에서 개인전을 개막했다. 

조각의 본고장인 유럽무대에 진출하기위해 근래 들어 이탈리아어까지 

배우는등 열정을 쏟고 있는 작가는 이번 전시에 

'그림자의 그림자' 신작을 출품했다. 사진: 이영란





이번 기획전은‘2015 밀라노엑스포' 기념 공식행사 중 하나로, 이탈리아 측에선 밀라노 브레라국립미술대학 조각가의 마시모 펠레그리네티 교수와 마리아 만치니 교수(미술평론가)가, 한국 측에선 미술사가인 고종희 한양여대 교수가 기획을 맡았다. 최근 100년간 양국 현대조각의 특징과 흐름을 조명한 이 전시는 전시부제가 흥미롭다. ‘늑대와 호랑이’라는 타이틀은 이탈리아인과 한국인들이 각각 가장 사랑하는 동물에서 따온 것으로, 양국 작가의 우정을 상징하고 있다. 이번 전시에 한국작가로는 작고 작가 백남준, 권진규를 비롯해 이우환, 박석원, 심문섭, 김영원, 박헌열, 한진섭, 이용덕, 강애란, 박선기, 박승모, 이환권 등 13명이 참가했다. 이탈리아 측에선 이탈리아 현대조각의 선구자인 아르투로 마르티니를 필두로, 캔버스에 날카로운 칼집을 내는 작업으로 유명한 루치오 폰타나, 말 조각으로 유명한 마리노 마리니, 현대조각의 거장 아르놀드 포모도로 등 24명이 출품했다. 전시를 주도한 김영원(전 한국조각가협회 이사장)은“한국 조각가들이 이탈리아 측의 밀라노엑스포 기념전시의 파트너로 초대돼, 오늘 우리의 다양한 입체미술을 널리 알릴 수 있는 기회"라고 밝혔다.


한편 김영원은 지난 2013년 6월 이탈리아의 고도 파도바(Padova)에서 세계적인 조각가 노벨로피노티(Novello Finotti)와 2인전을 열며 유럽무대에 본격 진출한 바 있다. 사실주의에 기반을 둔 김영원의 인체조각이, 미켈란젤로, 도나텔로 등 걸출한 작가를 낳은 ‘구상조각의 본고장’ 이탈리아에서 주목받으며 이탈리아가 사랑하는 조각거장 피노티와 나란히 평가받은 것은 큰 성과가 아닐 수 없다. 피노티는 ‘베니스비엔날레’에 두 차례나 참여했던 뛰어난 조각가다. 그는 피에트라산타에서2012년에 열렸던 <한국현대조각전>에 출품된 김영원의 조각을 보고 매료돼 2인전을 제안했다. 처음 조촐하게 논의됐던 <김영원-피노티 2인전>은 이탈리아 북부의 명품도시 파도바가 시 초청전으로 발제하며, 시청 광장과 시립미술관, 공원을 아우르는 대규모 전시로 확대됐다. 즉 파도바 시립미술관에서의 본 전시는 물론, 르네상스미술을 싹트게 한 지오토(1266~1337)의 벽화로 유명한 스크로베니 예배당 인근 공원 등 도시의 핵심 포인트에 두루 작품이 전시된 것.





<그림자의 그림자() 12-3> 2010 브론즈 81×24×17cm


 


특히 시청광장에 세워진 높이 8m의 <그림자의 그림자>는 파도바 시민들로 하여금 ‘이제껏 볼 수 없었던 새로운 인체조각’이라는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또한 이탈리아 미술계 및 평단, 언론으로부터 “김영원의 조각은 인체를 변형하지 않으면서도, 놀랍고 독특한 변주를 보여준다. 동양적 명상의 세계를 느끼게 한다”는 평을 들은바 있다. 당시 출품작 중 높이 3m의 <그림자의 그림자(길 위에 앉다)>는 파도바시 오페라재단 중앙광장에 영구 소장되기도 했다. 김영원은 유행이나 시류와는 아랑곳없이 데뷔 이래 일관되게 인체조각에 매달려왔다. 인간의 몸을 조각에 빌려 표현하면서 인간 내면을 성찰하고, 그에 녹아들어가 인간의 본질을 끈질기게 천착해 온 것이다. 작가는 “나는 오랫동안 사실적인 인체조각을 통해 세상과 소통하려 했다. 인체는 파도파도 마르지않는 화수분이다. 내 작품은 인체를 묘사하지만 풍경이기도 하고 상황이기도 하다. 관람객마다 다른 해석, 즉 열린 해석이 가능한 작업이다”라고 말하고 있다. 이렇듯 ‘인간 존재에 바치는 헌사’인 김영원의 작업은 이제 유럽 무대에서 지속적으로 선보여지며 한국 현대조각의 독자성을 세계에 널리 알리고 있다. 대학을 정년퇴임하고 김영원은 조각가로 또 다른 전기를, 인생 2막을 더욱 넓고, 힘차게 펼쳐나가고 있는 것이다.





김영원의 드로잉





글쓴이 이영란은 이화여자대학교에서 신문방송학과 사회학을 전공하고, 일간 헤럴드경제에서 30 기자로 활동했다. 특히 문화부에서 미술부문을 25년간 취재했고, 홍익대 대학원과 세종대 대학원을 졸업했다. 현재 이화여대, 수원대에 출강하며 칼럼 등을 집필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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