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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ue 108, Sep 2015

MoMA PS1, 실험예술 집합소

U.S.A

MoMA PS1
Samara Golden: The Flat Side of the Knife 2014.10.26-8.30
Wael Shawky: Cabaret Crusades 1.31-9.7
Simon Denny: The Innovator's Dilemma 4.3-8.24
Math Bass: Off the Clock 5.3-9.7

뉴욕 롱아일랜드에 있는 MoMA PS1은 학교를 개조해 만든 비영리 현대미술 공간이다. 세상에 존재하는 가장 실험적인 작품을 선보이겠다는 포부에 맞게 젊고 신선하고 강렬한 작품을 주로 내세우는 이곳에서 최근 몇 달간 다양한 국적의 작가들을 동시에 소개하며 올여름 뉴욕미술계에 신선한 발자국을 남기고 있다. 젊은 나이에도 일찍이 이름을 떨치고 있는 예술가들과 새롭게 급부상하는 신진 작가들을 개인전 형식으로 엮어 대거 조망하는 자리에서, 회화, 디지털 사진, 영상, 설치 등 완전히 다른 콘셉트의 작품들이 각기 다른 공간을 호기롭게 차지하며 개별적인 아우라를 드러내고 있다.
● 백아영 기자

Installation view of Samara Golden 'Bad Brains' 2012 Frieze Art Fair, New York Photo courtesy the art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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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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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라는 장소적 특성을 살려 칠판에 분필로 그려놓은 전시장 지도는 PS1 본 건물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만날 수 있는 상징이다. 곧바로 1층과 지하를 통째로 관통하는 거대규모 설치가 눈에 들어오는데, 1973년생 미국인 설치미술가 사마라 골든(Samara Golden)이 과거, 현재, 그리고 현재에 존재하는 미래 등 다양한 시제를 한 차원에 담은 “(작가의 표현에 의하면) 6차원의 세계. 작가는 계단, 침대, 소파, 램프, 악기, 거울을 설치하고, 영상과 사운드를 더해 복층 갤러리를 촘촘히 채운 <The Flat Side of the Knife>를 통해 자신의 내면에 존재하는 정신적이면서도 환각적인 다차원공간을 관람객에게 소개한다. 특히 거울에 비치는 공간을 의식의 레이어(Layers of consciousness)”라고 칭하며 실재하는 물리적 공간과 거울 속에만 존재하는 환영을 결합한다. 두 공간의 혼재가 주는 일루젼은 설치된 계단을 따라 오르락내리락하는 관람객의 시선을 거쳐 사방으로 확장되며 갤러리 이곳저곳을 깊숙이 파고든다.





Installation view of Simon Denny <All You Need is Data-

The DLD 2012 Conference Redux at Walters 

Prize, Auckland Art Gallery Toio Támaki 2014 Photo credit: 

Jennifer French Courtesy of the Auckland Art Gallery Toio Támaki





처음 작품을 맞닥뜨렸을 때 거울에 비친 모습이라는 것을 인지하면서도 어디에 눈을 둬야할지 몰랐다. 특히 눈높이 위로 푸른 바다를 보여주는 영상이 난데없이 더해져 혼란을 더했다. 하지만 1층에서 작품을 내려다보면서 겪은 혼돈은, 아래층 조그마한 다락방 공간에 살짝 발을 들인 순간 꽤 현실감 있는 광경으로 전환됐다. 응접실과 스탠드 불이 켜진 방이 이제야 눈에 들어왔고, 집 안에 들어온 듯 갑자기 편안하기까지 했다. 어지러움과 두려움이 흠뻑 펼쳐진 직전까지의 상황이 무안할 정도로 아기자기한 아늑함이 존재했다. 붉은 벽돌의 전시장 벽면, 설치물, 거울에 비치는 환영이 어우러진 작품은 작가가 의도한 6차원의 세계를 허락했다. 영화에서 미지의 공간을 데굴데굴 굴러 다른 차원으로 넘어가는 듯한 감각을 선사한 골든의 설치를 지나 다음 주자는 광범위한 연구를 바탕으로 작업하는 와엘 샤키(Wael Shawky). 영화, 퍼포먼스, 스토리 텔링을 통해 국가, 종교, 역사, 신화, 예술의 정체성에 대한 개념을 탐구하는 이집트 작가이자 필름제작자인 그는 1971년 알렉산드리아 출신으로 2009년 한국 경기창작센터 입주작가로도 활동한 바 있다. 


이번 전시에서 설치와 영상을 선보이는 작가는 역사가 서구의 관점으로 쓰이고 세계로 전달된다는 사실을 비판한다. 2010년부터 14년까지 제작한 <카바레 십자군(Cabaret Crusades)>을 통해 아랍의 관점에서 역사적 사건을 바라보며 어떻게 역사가 기술되고 조작되는지에 대해 서술한다. 3편의 연이은 비디오에서 그가 끌어온 소재는 십자군 전쟁인데, 이는 11세기 말에서 13세기 말 사이 일어난 역사에서 가장 대표적인 종교전쟁으로, 서유럽 그리스도교들이 이슬람교도들에게서 성지 팔레스티나와 성도 예루살렘 탈환을 위해 감행한 것이다. 영토 지배와 경제권 차지 등 다양한 욕망이 맞물려 단지 종교만을 위한 싸움이라 말할 수는 없는 십자군 전쟁에 가담한 군사를 일컫는 십자군, 그리고 무대가 있는 술집을 뜻하는 카바레가 합쳐진 아이러니한 제목의 작품에서 샤키는 시대가 지닌 일반적인 개념을 반박하는 장면을 묘사하면서 전통적인 문명 충돌의 내러티브를 더 복잡하게 만든다. 나아가 유럽 전투가 지닌 세속적인 동기와 아랍 권력층 사이의 경쟁과 폭력을 동시에 강조한다. 





Simon Denny <Berlin Startup Case Mod: Rocket Internet> 2014 



 


영상에서 화자이자 등장인물로 역할 하는 것은 다름 아닌 꼭두각시 인형으로 이번 전시에서도 함께 소개되고 있다. 수십 개의 인형이 어깨를 축 늘어트린 채 양옆으로 각자 반대방향을 향해 행렬하듯 줄지어 서 있으며 절반은 유리로 나머지는 도자로 만들어졌다. 사람의 손에 의해서만 움직일 수 있는 인형은 도자와 유리라는 깨지기 쉬운 소재로 제작돼 역사 속 연약할 수밖에 없는 약자를 나타낸다. 작가는 처음에는 이탈리아 컬렉션의200년 된 마리오네트(꼭두각시 인형)를 이용했고, 이후에는 주문 제작한 도자 인형을 이용했다. 인형에 매달린 줄은 지배와 통제를 뜻하며, 샤키는 이 인형이 드라마와 냉소주의를 적절히 섞은 초현실적이면서도 신화적인 분위기를 만드는 것을 도왔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한편 주제가 주는 무거움을 넘어서도 시각적인 기괴함이 전면에 드러난 샤키의 작품과 달리, 1981년생 뉴욕 출신 아티스트 매스 바스(Math Bass)는 단순한 형상과 유희로 공간을 채운 <Off the Clock>을 선보여 전시장은 한껏 활기를 띤다. 일과 노동에서 레저와 놀이의 공간으로의 이행을 주제로 하는 그는 다양한 방식으로 해석할 수 있는 모호한 이미지를 만든다. 예를 들면 같은 그림이 보는 관점에 따라 나이 든 여성으로 보이거나 반대로 젊은 여성으로 보이는 그림, 어디에 중점을 두고 보느냐에 따라 오리로도 보이고 토끼로도 보이는 그림 등 여러 면을 동시에 지녀 다르게 읽히는 그러면서도 어느 것도 정답이라고 할 수 없는 그런 일루젼 이미지들 말이다. 바스의 작업은 처음에는 그다지 새로울 것 없는 컬러풀한 미니멀 조각으로 보였으나 시간을 갖고 들여다볼수록 사람으로 보이기 시작했다. 엎드린 사람, 거꾸로 땅에 박혀있는 사람, 운동하는 사람 등 인체를 만든 것 같았다. 그러다가 조금 시간이 지나자 인간 몸에 최적화된 의자와 침대로 보였다. 몸을 그대로 뉘일 수 있도록 인체와 유사하게 디자인된 형태로 다가왔다. 그런데 그 인체 같아 보이는 기하학 형상들은 자유로운 몸짓을 했다가도 동시에 바닥에 박힌 두 다리가 버둥대는 듯 보여 한 가지 인상으로 규정할 수는 없었다.





Math Bass <B.B.S.Q> 2013 

Installation view at Wallspace Gallery, New York 

 



순수하고 짙은 색상, 날 것 그대로의 물질, 기초적인 기하학 형태, 인식 가능한 상징들이 바스의 작품을 대표하는 예술언어다. 바스는 이렇듯 신체적이면서도 건축적인 형태 사이를 진동하며 속박과 유동성 사이에 발생하는 긴장감을 강조한다. “시간(Clock)”이 누군가의 권위와 경직됨을 대표하는 이미지라면, 작품제목 시간 외(Off the Clock)”는 좀 더 개인적이고 정확히 규정할 수 없는 확장된 영역을 뜻한다. 그리고 기사에 소개하지는 않지만 다양한 작가의 작품이 방마다 소개되고 있는 PS1에서 유독 분위기가 다른 전시장이 있다. 등장하자마자 마치 박람회와 행사장에라도 방문한 마냥 정신없는 문구와 푯말이 가득 들어찬 공간은 1986년 뉴질랜드 오클랜드 출신으로 베를린을 무대로 활동하는 사이먼 데니의 손에서 탄생했다. 


바로 클레이튼(Clayton M. Christensen)의 경제 순환 이론서에서 제목을 따온 작품 <The Innovator's Dilemma>이다. “혁신가의 딜레마는 시장을 선도하는 기술로 선두에 선 기업이 어느 시점에서 더는 신기술이나 혁신을 이뤄내지 못하고 새로운 기술을 가진 후발 기업의 기술에 시장지배력을 잠식당한다는 것, 그리고 이 이론이 맞아떨어질수록 인간은 점점 신기술 그리고 신기술 업데이트에 잠식당하는 불안한 지구촌에서 살게 된다고 말한다. 데니는 새로운 스마트폰이 출시되거나 무언가 발 빠르게 업데이트되는 등 무엇이든 변화가 급속히 이루어져야 한다는 이데올로기와 그에 따라 발생하는 현대인의 불안, 결국에는 그 모든 것에 가장 휘둘리면서도 그 상황을 이해하려는 인간의 노력을 작품에 끌어온다.





Wael Shawky <Cabaret Crusades: The Path to Cairo> 2012 

HD video, color, sound, 60:00:53min Video still Courtesy 

the artist and Sfeir-Semler Gallery, Beirut/Hamburg





이외에도 독일 뮌헨의 2012 디지털 라이프 디자인 컨퍼런스(Digit al Life Design conference) 당시 제작된<ALL YOU NEED IS... DATA>(2012), 인터넷 기업 킴닷컴의 인터넷 저작권 위반 스캔들을 다룬 <The Personal Effects of Kimdotcom>(2013), 국내 기업 삼성을 작품에 끌어온 <New Management>(2014) 등을 소개하며 디지털에 잠식된 인간을 현실감 있게 꼬집는다. 대체로 공간 자체가 지닌 성격이 분명하면서도 기존 용도가 지닌 특색이 짙은 이런 타입의 전시장은 작품이 전시공간에 먹히기 쉽다는 생각이 든다. 분명 다른 전시인데도 공간만 기억에 남는 경우도 허다하다. 하지만PS1에서 열리는 대부분의 전시는 작품과 전시가 서로 이기고 지고를 반복하며 하나로 자연스레 어우러진 듯 보였다. 적어도 필자가 방문한 전시는 모두 그랬다. 전시를 관람하고 나면 공간도, 작가도, 작품도, 전시도 생생하게 기억난다. 그리고 전시작품은 처음 학교가 생길 때부터 그곳에 있었던 것처럼 상당히 자연스럽게 녹아있다. 소개되는 작가와 작품만으로도 물론 흥미롭지만, 이 특징 강한 공간과의 어우러짐이 항상 기대를 부르는PS1이다. 





Wael Shawky <Cabaret Crusades: The Path to Cairo> 

2012 HD video, color, sound, 60:00:53min Video still 

Courtesy the artist and Sfeir-Semler Gallery, Beirut/Hamburg




현재 56회 베니스비엔날레 은사자상 수상자 임흥순의 <Reincar nation> 7일까지 상영 중이고 안드레스 자크(Andres  Jaque/Office)  2015 젊은 건축가 프로그램(Young Architects Program) 선정작 <COSMO>도 미술관 앞마당을 채우고 있는 등 올여름 MoMA PS1의 행보가 미술계에 활력을 더하고 있음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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