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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ue 109, Oct 2015

황성준_돌은 나에게 나는 법을 가르쳐 주었다

2015.9.4 – 2015.9.25 대안공간 정다방 프로젝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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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ten by

윤영규 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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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존재론적 물음 



프랑스 현대 철학자 바디우(Alain Badiou)가 말했듯, 예술은 감각과 관계하는 존재의 물음이다. 그래서 예술은 존재와 외현의 관계를 포함하는 진리의 형태가 되는 것이다. 예술에서 지극히 자기의 물음, 주체에 대한 탐구는 낭만주의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 낭만주의적 예술의 존재론적 탐구 방법론은 외적 형태만 변모했을 뿐 개념의 본질적 메커니즘은 여전히 현재를 사는 작가에게 유효하다. 현재의 시간을 사는 우리에게 자기(self)’에 대한 고찰은 얼마나, 어디까지 가능한 것일까. 내면의 깊숙한 밑바닥까지 자신을 밀고 들어가 치열하게 자기를 들여다보는 연습, 이를 통해 결국은 스스로 자유를 발견하게 되는 것이다.  

 

고도화된 경제 자본주의로 넘쳐나는 물질에 대해 너무도 익숙한 지금의 현실에서, 예술의 주제는 우리에게 익숙한 작품의 소재와 일상성이 되어 범람하는 뉴미디어인 매체들이 주를 이룬다. 이러한 현실에 대입해 보았을 때 자연의 유기적 산물에 묵묵히 자신의 온 감각을 쓰는 작가가 얼마나 되는가. 황성준의 이번 전시 <돌은 나에게 나는 법을 가르쳐 주었다>는 작가 주변에서 쉽게 마주하고 들여다보며 말 걸었던 에 관한 고찰의 과정을 보여준다. 그것은 단지 돌의 물성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우리가 이 전시를 통해 알 수 있는 것은 돌과 작가 자신의 존재론적 물음과 대답의 흔적들이다. 


돌의 강도는 흔적으로 남는 것을 넘어 자신의 존재 자체로서 스스로 어디에 놓이든 감각의 강도를 내보인다. 그리고 작가를 움직이게 한다. 작가는 끊임없이 돌과 자신만이 마주하여 강도의 크기를 기록한다. 이러한 작가의 관조적 성찰은 야생의 날 것 그대로 작업을 이루는 소재에 드러난다. 대부분 작가는 그 소재가 인간이든, 자연이든, 동물이든, 어떠한 물적 대상이든 간에 자기를 둘러싼 환경을 중심으로 작업한다. 선택된 소재를 끊임없이 탐구하고, 관조하여  작가 자신을 담아낸다. 그것이 바로 작가가 창조해 낸 작품일 것이다. 




<Pause> 2015 피그먼트 프린트 70×100cm


 


어떻게 크기와 무게, 화학적 성질의 구조를 가진 돌이 나에게 나는 법을 가르쳐 주는가. 무거운 돌은 오히려 그 물성으로 던져지고, 부딪치고, 깨지고, 풍화되어 인고의 시간을 거쳐 우리에게 스스로 견디는 기술을 가르쳐 준다. 이러한 돌에 황성준은 은빛 색을 입힌다. 은빛의 돌을 만들어 다시 돌이 있었던 그 자리에 던져놓듯 전시장 바닥에 많은 은빛의 돌을 배치했다. 눅진한 날것의 그대로를 드러내고 있는 지하 전시공간에 은빛 돌들은 거대 우주의 행성 조각과도 같고, 오히려 지금의 형상 이전의 근원의 것을 드러내 보이는 움직임으로 공간과 공명을 울리는 특이성을 보여준다. 


누구도 이를 무겁고, 거칠고, 미적이지 않은 날것의 그대로인 돌의 물성 자체로 볼 수는 없을 것이다. 거칠고 세찬 자연의 시간을 견뎌낸 돌은 무겁지 않고, 거대함을 벗어버린 자신의 진리를 가르쳐 준다는 것을 작가는 말하고 있다. 오롯이 시간을 견디고, 지금을 견디고, 모진 풍파를 이겨내 굳건하고, 겸손하게 그 자리에서 나에게 말을 건다. 이러한 거칠고 무거운 돌은 나에게 자유를 가르쳐 준다. 존재의 근원과 본질은 특별하거나, 특이한 것이 아니다. 그것은 존재 그 자체이고, 나와 언제나 함께 있으며, 끝없이 나에게 질문을 던지는 인 것이다. 그래서 돌은 무관심적 대상으로서 그 자체로 아름다운 것이다. 황성준의 이번 전시는 언뜻 보면 전시공간에 거칠게 뿌려놓은 사물의 존재 과정을 보여주는 것으로만 보일 수 있다. 그러나 그의 작업은 사물 본질의 시간과 흔적이 성실히 쌓인 물성을 보여준다. 이는 본질의 숨결을 통해 드러나는 대상에 대한 작가의 고요하면서도 치열한 무한한 관조적 성찰의 결과를 보여주는 존재의 물음인 것이다.                                                     



* 전시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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