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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ue 111, Dec 2015

이지양
Lee Jee yang

낯섦 속의 본질

PUBLIC ART NEW HERO
2015 퍼블릭아트 뉴히어로Ⅵ

그의 작품에선 불편함이 느껴진다. 작품에 등장하는 오브제는 우리 주변에서 볼 수 있는 것들임에도 어딘가 수상한 구석이 있다. 계속 보고 있으면 슬쩍 기분까지 교란된다. 이는 우리가 사물을 바라보는 익숙한 관점이 아닌 다른 방향으로 바라보는 것을 제시하는 이지양의 의도 때문이다. 작가는 이를 통해 익숙한 것에서 낯섦과 불편함을 자연스레 느끼며 그 안에서 오브제가 지닌 고유의 속성을 파악하길 권한다. 그는 이것을 ‘다르게 바라보기’라 칭한다. 작가는 여러 매개체를 활용해 오브제를 다른 관점으로 보려는 시도가 오히려 본질을 더 깊게 파악할 방법이라 믿는다. 여러 관점에서 사물을 본다 해도, 보이는 형태만 달라질 뿐 사실 그 본질은 변하지 않는다. 예를 들면 이런 것이다. 두 사람 앞에 손잡이가 달린 컵이 있다. 한 사람은 컵 손잡이가 오른쪽에 달려있다 생각할 것이고, 반대편 사람은 손잡이가 왼쪽에 있다고 인지한다. 이런 상황에서 그들에게 ‘컵의 손잡이가 어디에 달렸나?’라는 질문을 던지면, 각자 다른 답을 내놓을 것이다. 여기서 둘 중 누가 맞고 틀리고를 따질 수는 없다. 컵의 본질은 변하지 않지만 단지 다르게 보고 있기에 인지의 차이가 발생하는 것이다. 이렇게 관점은 여러 관계 속에서 무수한 작용을 통해 달라지지만, 그 본질은 변함없다는 것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이지양의 작업이다.
● 이효정 수습기자 ● 사진 서지연

'무제: playing with reality' 2015 아카이벌 피그먼트 프린트 76.5×101.8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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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효정 수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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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양의 ‘거꾸로 매달린 초상 사진 시리즈(Untitled_Upside down series)’ (2009-) 속 모델들은 평범하게 서 있는듯하지만 그들의 자세는 경직되어있고, 얼굴은 일그러져있다. 이는 모델들이 철봉에 거꾸로 매달려 초상 사진을 찍었기 때문이다. 이 작품에서 작가는 평소 인지하지 못하는 보이지 않는 힘인 중력이 우리에게 항상 작용 되고 있단 사실을, 거꾸로 매달려 익숙한 모습을 유지하기 위해 애쓰는 모델들을 통해 시각화 한다. 여기서, 보는 이가 모델이 거꾸로 매달려 있는 것을 인지하는 것은 그렇게 중요하지 않다. 작가는 모델이 일반적인 모습이 아니라고 해서 그들이 사람이라는 본질에서 벗어나는 지, 바라보는 관점이 조금 틀어졌다고 과연 사람이 아니라고 할 수 있는지를, ‘중력’이란 매개체를 통해 의문을 던진다.  



<만화경 시리즈:  #도망> 2011 

람다프린트 플렉시 글라스 50.8×33.8cm




그는 ‘접힘과 펼침을 통해 만들어지는 공간과 이미지: 종이접기’(2010-)와 ‘거울’ 시리즈와 올해 시작한 기하학적 거울 작업에서 앞선 과정을 심화한다. 사물을 인지하는데 가장 크게 의지하는 감각은 시각이지만, 인간의 화각은 한정돼 있기 때문에 단편적인 이미지에 익숙하다. 이지양은 인간이 지닌 화각 자체를 평면의 이미지라 여긴다. 제한된 화각에서 이미지를 인식하는 것이 익숙한 관점으로 사물을 바라봐 한정된 정보를 있는 대로 수용하는 모습과 다르지 않다고 생각하는 작가는 시각이 지닌 한계점 해소를 위해 촉각을 이용한 종이접기를 더해 위트 있는 작업을 선사한다. 정사각형 종이를 접어 새로운 모양을 만들 때, 종이의 형태가 바뀌어서 원래 이미지가 변형됐다는 착각을 하기 쉽다. 이에 작가는 종이가 담은 이미지는 아무리 접힌다 해도 이미지가 펼쳐지고 접힐 뿐 그 자체는 바뀌지 않는다고 말하며 이를 놀이의 과정으로 풀어낸다. 또한 손짓을 통해 종이 위에 그어지는 선은, 평면 위에 새로운 공간을 창출하고, 가려진 공간을 들춰내 보이지 않았던 부분을 가시화하고 세상을 바라보는 인지 범위를 확장한다. 거울 또한 마찬가지다. 그가 직접 제작한 정다면체 거울은 마치 종이접기를 하다 펼친 것 같은 기하학적 형태를 띠고 있다





<무제: 중력시리즈 #05> 

2013 라이트젯 프린트 76×100.7cm  




사물을 온전히 비추는 본래 기능을 상실한 그의 거울은, 극히 일부의 형태를 무한히 반사해 다양한 각도에서 비추며, 익숙하지 않은 모습의 형태를 생산한다. 끝없는 이미지의 해체와 재생산을 통해 본래의 모습을 불분명하게 하고, 결국 다시 불편한 이미지를 만드는 것이다. 이런 모든 과정은 그가 초기 작품부터 꾸준히 의문을 가진 속성에 대한 탐구를 강화하는 매체가 된다. 최근 그가 눈여겨보는 다르게 바라보기는 ‘대칭’이다. 펼쳤을 때 데칼코마니와 같은 구조를 지니는 종이접기, 대칭을 만들어내는 대표적인 오브제 거울을 이용해 작업을 하다 보니 그의 흥미가 자연스레 대칭으로 이동한 것. 최근 대만에 방문한 작가는, 영어로 소통이 가능했지만 한계점이 존재한 것을 경험했고 그가 계획한 작업을 실천하기에 환경이 따라주지 않았다고 한다. 그 때 작가의 눈에 들어온 것은 방 안에 있던 일상용품이었다. 매일 사용하는 일상품들을 여러 대칭적인 방면으로 배치해 사진을 찍으며 출발한 작업은, 부자연스러운 대칭으로 구성되어있다는 이유만으로 달리 보인다는 시각의 전환을 드러낸다. 좀 더 공간 구도에 무게를 실어, 비슷하지만 이질적인 면을 가진 오브제 두 개를 배치 할 때 읽을 수 있는 본질을 살피는 것이다.





<무제> 2015 피그먼트 프린트 71×56cm 





이지양이 작품에 일부러 불편함이란 소재를 넣은 것은 아니다. 중력, 종이접기, 거울 등 여러 매체를 이용해 시각적인 재미를 주는 작업에서 시작하며 여러 과정을 거쳤고, 결국 모든 것이 불편한 이미지로 귀결됐다. 이에 작가는 이러한 심리상태는 일상적으로 느끼는 감정들이기에 “자연스러웠다”고 말한다. 그가 자라온 환경이나 관계에서 생성되었고, 자신이 원하는 작업을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발현됐다. 그리고 어느 순간부터 작가 자신도 불편함을 주는 이미지를 만드는 데 흥미를 느끼게 됐다.

 




<반짝반짝 작은 별(애도 없는 작은 죽음)> 

2015 영상 설치 2 17 




그의 불편함은 마치 어린아이의 장난과도 같다. 기분 나쁠 정도의 무거움, 인지 못 할 정도의 가벼움도 아닌, 한번 짚고 넘어갈 위트 있는 수준의 적정선을 지키고 있다. 여러 매체를 통해 이질적인 이미지를 드러내 불편함을 제시하고, 그 안에서 본질을 탐구하는 이지양. 그는 작업을 하며 이것을 꼭 발현해야겠다는 목적의식을 지니기 보단, 자신에게 즐겁고 놀이 같은 것이어야 한다 말한다. 그렇기에 자연스레 시각적 재미를 주는 작업을 추구하고, 자신이 즐길 수 있는 방면으로 작업을 우연적이면서도 자연스레 발전시킨다. 대만에서 이방인으로 지내며 우연히 시작한 오브제 시리즈가 그러했고, 현재 진행 중인 기하학과 대칭 관련 작업들도 작가의 새로운 흥미 점이다. 종이접기로 된 팝업북처럼 대칭적인 책을 연구 중인 그, 차기작에 담길 전환된 시각 또한 오브제의 본질을 드러낼 것이다.   

 




이지양





작가 이지양은 1979년 생으로 골드스미스칼리지 런던대학교에서 순수미술전공으로 학사학위를 동대학원에서 이미지 커뮤니케이션 전공으로 석사학위를 받았다. 서울 화봉갤러리(2010)와 AG갤러리(2013)에서 개인전을 가졌으며 성곡미술관, 서울시립미술관, KT&G상상마당갤러리 등지에서 열린 다수의 단체전에 참여했다. 지난해 서울시립미술관 난지미술창작스튜디오를 거쳐 현재 경기창작센터에 입주 작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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