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위치
  1. Artists
현재 위치
  1. Artists
현재 위치
  1. Artists
현재 위치
  1. Artists
Issue 112, Jan 2016

다이애나 세이터
Diana Thater

경계 없는 공감적 상상력

마젠타, 옐로우, 그린, 블루. 영상예술가 다이애나 세이터(Diana Thater)의 작품은 지극히 인공적인 색으로 완성된다. 눈이 아릴만큼 강렬한 색을 끌어들이는 세이터. 그는 빛, 젤, 윈도우에 섞인 컬러 필터를 통해 강한 컬러가 입혀진 공간을 만든다. 색은 묘사하기 어려운 대상이다. 왜냐하면 색 스스로 여러 해석을 끌어내지만 우리는 색을 나타내는 뚜렷한(공통된) 단어 혹은 스토리를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관람객은 색을 느낀다. 그때 색의 농도까지 미묘하게 느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세이터의 아이디어다. 세이터가 LA 카운티 미술관(이하 LACMA, Los Angeles County Museum of Art)에 구현한 개인전의 타이틀 ‘The Sympathetic Imagination’은 소설가 존 맥스웰 쿠체(John Maxwell Coetzee)의 『Elisabeth Costello』에서 따온 것이다. 동물과 동물보호에 밀접히 관련돼 있는 한 여자가 책의 주인공인데, 그녀가 “공감적 상상력에는 그 어떤 경계선도 없다”고 말한 내용을 세이터가 타이틀로 인용한 것이다. 이 세상에 존재하는 다른 이를 만나고 그들과 공통적으로 감각하는 관계를 가질 수 있다는 상상을 일컫는 공감적 상상력, 세이터는 이를 인간이 아닌 다른 종류의 생명체에 대한 이해와 같다고 여긴다.
● 정일주 편집장 ● 사진 LACMA 제공

'Chernobyl' 2011 Six video projectors and six players Dimensions variable Installation view at Hauser & Wirth, London, 2011 Photo by Peter Mallet Courtesy Hauser & Wirth ⓒ Diana Thater

Share this

Save this

Written by

정일주 편집장

Tags

세이터에게 작품은 연구의 대상이다. 매번 작품을 만들 때마다 어떻게 설치하고 어떻게 그것을 완성하는지에 대한 책을 엮는 세이터는 상황과 환경에 따라 바뀌는 테크놀로지까지 예측한다. 테크놀로지가 바뀌면 새로운 기술을 도입하며 기존의 방식은 사용하지 않는 것이 그의 철칙인데, 모든 것이 디지털인 오늘날 자신의 작품 또한 디지털의 한 부분이라 여기는 까닭에 변화와 테크놀로지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이다그의 작품은 공간에 대한 설치고 그의 작품이 놓이는 미술관과 갤러리는 건축과 깊이 관련된다. 따지고 보면 어떤 공간이든 인간의 공간은 언제나 건축에 관한 것이지 않은가. 자연이 아닌 사회적(혹은 문화적) 공간인 건축에 우리는 둘러싸여 있다. 세이터의 작품은 하나의 공간에 다른 공간이 겹쳐지는데 그 중 상당수는 자연에서 축출된 것이다. 인간과 자연의 상호작용을 매개로 인간의 주체성에 대해 탐구하며 재현적 영상으로 추상 작품을 만드는 세이터의 작업에서는 비디오라는 시간적 제약과 건축이라는 공간적 요소가 교차점을 이룬다.




<Knots+Surfaces> 2001 Five video projectors,

 sixteen monitor video wall, six players, and Lee filters

 Dimensions variable Installation view 

at Dia Center for the Arts, New York, 2001 

 Diana Thater Photo  Fredrik Nilsen



 

LACMA에 마련된 회고전 역시 공간을 방해하지 않기 위해 그 어떤 레이블과 텍스트도 덧붙이지 않았다. 그가 만든 비디오는 모든 벽에 입력돼 있으며 미술관의 한 방에선 체스 게임이 세 가지 다른 화면을 통해 동시에 이뤄진다. 그리고 또 다른 전시장에는 올빼미가 관람객들 사이를 앞뒤로 이동한다. 일견 세이터가 만들어낸 주제는 장난스럽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무표정한 스타일을 유지한다. 몇 해 전 유럽에서 대형 전시가 열렸지만 그것은 세이터의 특정 작업에 포커싱하는 것이었다. 하지만LACMA 전시는 세이터의 초기 작품 중에서도 상징적 의미를 지닌 1992년작 <Oo Fifi>를 시작으로 현재까지의 작품을 모두 포괄하는 것이어서 화제를 모은다. 넓은 범위의 연대기적 전시이며 그 어떤 기획전보다 많은 작품들을 선뵈는 이번 전시는 다이애나 세이터를 전면적으로 탐험케 한다. 우선 꿀벌을 대상으로 한 작품 <Knots+Surfaces>(2001)를 보자. 춤으로 통신하는 꿀벌들이 만들어내는 여러 빛깔의 육각형에 자신만의 관점을 대입한 작품은 전시장 전체에 투사된다. 관람객이 진입해 투사를 방해하면 작품은 혼란스러우며 어쩌면 애니메이션으로 치부될 만큼 가벼운 존재가 되는데 사실 이것은 꿀벌의 건축, 벌집에 대한 이야기다. 더러 이 작품은 인간의 건축과 연관 지어서도 논의되는데, 작품 자체가 동물의 건축과 인류의 건축을 한꺼번에 상기시키기 때문이다. 





Installation view of

 <Diana Thater:The Sympathetic Imagination>

(2015.11.22-2.21, 

Los Angeles County Museum of Art) 

 Diana Thater Photo  Fredrik Nilsen     

 



최근 작품 <Life Is a Time-Based Medium>(2015)은 인도 자이푸르(Jaipur)에 있는 한 힌두사원을 배경으로 한다. 힌두 신인 하누만(원숭이 신)을 위해 바쳐진 이 사원에 야생원숭이들이 모여 사는데, 이 사실에 흥미를 느낀 작가는 오랜 시간 리서치를 바탕으로 7일간 사원에 머무르며 원숭이와 건축물 등을 촬영하고 돌아와 작품을 완성했다. 사원, 극장 그리고 미술관 파사드 등 세 가지 공간이 영상에 등장하는데 이는 관람객으로 하여금 특정한 방식으로 보고 생각하게 한다. 구조주의자들의 필름 역사를 비롯해 빛과 공간을 배경으로 한 예술사조, 미니멀리즘에 대해 잘 아는 전문가들은 세이터가 비디오를 다룸에 있어 역사와 미디엄의 속성을 명확하게 파악한다고 주장한다. 


그 뿐 아니라 비디오 시그널을 레드, 블루, 그리고 그린으로 나눔으로써 영상을 해체시키기도 한다고 덧붙인다. 바로 이런 해체적 접근방법이 세이터 작업의 근원이다. 이는 다른 측면으로 볼 때 역사에 익숙하지 않고, 이런 방식에 관심 없는 이들에게는 난해함을 선사할 수도 있다. 허나 그 또한 작품을 해석하는 다양한 범주에 포함되는 것이다. 다시 설명하면 이렇다. 세이터는 모네의 페인팅 덕분에 아주 유명한 모네의 가든을 비디오와 필름으로 가져온다. 그리고 그는 새로운 동시대적 방법이 풍경에 대해 생각하는 방식과 풍경에서의 전통이 어떻게 반응하는지 생각케 만든다. 




Installation view of 

<Diana Thater:The Sympathetic Imagination>

2015.11.22-2.21, 

Los Angeles County Museum of Art) 

 Diana Thater Photo  Fredrik Nilsen




작가의 관심은 동물에게도 향한다. 예전에 로스앤젤레스엔 많은 야생동물들이 있었는데, 영화제작을 위해 대여가 가능했다. 도시의 영화사업을 위해 늑대와 같은 많은 종류의 동물들이 존재한다는 아이러니한 사실에 집중한 세이터는 <China>라는 작품을 만들었는데 이는 그의 초기 작품 중 중요한 것이다. 그는 늑대들이 움직이지 않고 한 곳에 가만히 있도록 늑대들이 가장 하기 힘든 것을 시켰다. 이것은 인간의 환경과 문화적 환경, 작가가 습득한 미술사와 역사적 운동에 대한 관심을 바탕으로 진행된 작업이었다. 늑대로부터 시작된 작업은 멸종 위기에 있는 나비를 이용한 비디오 작업으로도 진화했고 돌고래와 이를 둘러싼 이슈, 돌고래를 포획하는 끔찍한 방법들을 통해 동물 시리즈의 하이라이트를 찍는다. 




Installation view of <Diana Thater:

 The Sympathetic Imagination>(2015.11.22-2.21, 

Los Angeles County Museum of Art) 

 Diana Thater Photo  Fredrik Nilsen




특정한 주제에 몰입한 채 다양한 프로세스를 적용하는 세이터의 모든 작업들이 지금 LACMA에 선보이고 있는 것이다. LACMA는 그의 회고전을 열기위해 노력을 아끼지 않았는데, 우선 세이터가 LA출신의 작가이며 매우 중요하고 영향력 있는 작가이기 때문이다. 세계 여러 도시에서 작품을 소개했지만 정작 자신의 고향에서 라이프 스케일의 작품을 선보일 기회가 없었던 세이터에게도 이번 전시는 매우 중요했다. 미술과 테크놀로지의 결합이란 키워드를 바탕으로 열린 전시이기에 자칫 세이터를 미디어 아티스트로 국한할 수 있으나 세이터를 오래도록 연구하고 지지해 온 린 쿡(Lynne Cooke) 워싱턴 내셔널갤러리(National Gallery of Art, Washington) 큐레이터는 “세이터의 작품은 필름 비디오의 역사이지만 그는 최신 기술이 중요한 작가가 아니다. 그는 테크놀로지에 절대 흥분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단언한다.  

 

 

 

다이애나 세이터




작가 다이애나 세이터는 로스앤젤레스에 기반을 둔 획기적이고 영향력 있는 영상, 설치 작업을 통해 기존 규칙에 도전해 온 인물이다. 그는 작품을 통해 문학, 동물의 행동, 수학 개념, 체스, 사회학 등 폭넓은 소재를 그려내며 자신의 주요 관심사인 인간과 자연의 관계를 탐구하고, 조작할 수 있는 자연과 그럴 수 없는 자연을 구분 짓는다. 층층이 쌓인 작가의 프로젝트 이미지는 시간과 공간의 복잡한 관계를 환기시키기도 한다. 지난 10년 동안 왕성한 활동을 보인 작가는 독일 쿤스트하우스, 영국 자연사박물관, 미국 디아예술센터에서 개인전을 개최했고, LACMA, 구겐하임미술관, 휘트니 미술관 등에 작품이 소장돼 그의 예술이 세계적으로 공감대를 형성한다는 것을 입증한 세이터는 ‘기술과 예술의 혁신’이란 슬로건을 내건 LACMA, The Hyundai Project’를 통해 자신의 모든 영상기술을 총망라한 작품들을 선보인다. 대표작<Delphine>(1999), <Knots+Surfaces>(2001)를 비롯해 갈타지 사원(Galtaji Temple) 안에 거주하는 원숭이들의 행동을 통해 길들이는 것과 야생을 구분 짓는 것에 의문을 던지는 최신작 <Life Is a Time-Based Medium>(2015)까지 다채로운 작품을 만날 수 있다. 

온라인 구독 신청 후 전체 기사를 볼 수 있습니다. 구독하기 Subscribe 로그인 Log in



메모 입력
뉴스레터 신청 시, 퍼블릭아트의 소식을 빠르게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이메일 주소를 남겨주시면 뉴스레터 구독에 자동 동의됩니다.
Your E-mail Send

왼쪽의 문자를 공백없이 입력하세요.(대소문자구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