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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sue 112, Jan 2016

최원준_InFormation

2015.11.12 – 2015.12.21 신도 문화공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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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대찬 토탈미술관 게스트큐레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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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formation In Formation 



전시는 우리에게 정보를 건넨다. 작품을 만드는 기본적인 매체로부터 시작해 각 요소가 모여서 만드는 시각적 구조와 이들이 표상하는 내용들을 통해 여러 정보가 관람자의 눈과 귀를 통해 들어온다. 전시장 안에서 각 작품은 하나의 구성(in formation)을 가지고 전달하고자 하는 바를 체계화하고 증폭한다. <InFormation>전에는 최원준의 다양한 작업들이 한데 모였다. 사진 프로젝트인 <타운하우스(Townhouse)>, <언더쿨드(Undercooled)>, <KCIA(the Korean Central Intelligence Agency)>, <미완의 프로젝트_(Unfinished Project_Island)>, <전쟁 부조(War Relief)>를 비롯해 영상작업 <물레(Spinning Wheel)> <만수대 마스터 클래스(Mansudae Master Class)>의 아카이벌 비디오, <유신 시대에 제작한 20개의 문화공보부 간행물의 표지 디자인(Government Perriodical Publications)>까지 총 8개 작품이 집결했다. 이들이 모여 구성된 전시는 어떠한 정보를 전달하려고 하고 있을까최원준은 작업을 통해 한국 근현대사의 주요 자취들을 조망해왔다. 그는 정치적이거나 사회적 문제로 오늘날에는 격리되었거나 버려지고 잊혀 우리 시선 밖에 놓인 장면들을 포착했다. 이들은 은폐된 사실들이었고 이전과는 다른 논리로 개방되어 무감각해진 사건이고 장소들이다. 그는 한국의 역사적 기억을 다루며 이들을 다시금 우리에게 제시했고 오늘날의 의미에 대해 고민하게 한다. 


특히 이번 전시에서 두드러지는 것은 6-70년대 남한과 북한 간의 이데올로기의 충돌 하에서 벌어진 많은 역사적 사건들에 대한 지점이다. 이는 광복 이후 냉전 초기 극도의 이념 대립의 상황 아래 이를 극단적으로 이용한 시기이며 그래서 이 시기의 사건들은 하나하나가 민감한 주제들이다사진의 힘 중 하나는 우리 손이 닿지 않는 먼 곳의 무언가를 바로 우리 눈앞으로 가져올 수 있다는 점이다. 지금 내가 있는 곳과 다른 시간과 공간을 지금 내 눈앞에 옮겨 놓을 수 있는 것이다. 그는 현실이지만 현실이지 않은 사회상을 우리 앞으로 끌어왔다. 재미있는 점은 이들을 대하는 작가의 시각이다. 거칠고 소름 끼칠 수 있는 그 순간들은 차분하고 냉정하게 시각화되었다. 사진에 담긴 각 공간은 차갑게 비어 있으며 공간을 구성하는 시각적 요소들은 균형 있게 정돈되어 원근법적으로 안정되었다. 이 안정된 구도는 작가의 스타일로서 보이기까지 한다. 그의 작품들은 주장이 아닌 자료로 우리에게 제시되는 듯하며 이는 그가 시각적인 사회학 연구를 진행하는 것처럼 보인다. <타운하우스>는 이라크전이라는 세계정세의 변화에 따른 주한미군의 재배치로 인해 소개된 파주 미군 주둔지에 대한 이야기다. 


경기도 미군기지는 냉전 상황 최전선의 방벽이자 인계철선으로서 1950년대에 들어서기 시작했다. 해당 지역은 정부의 부대와 지역에 대한 혜택과 이로 인한 경기 활성화로 1960-70년대에 성황기를 맞이했다. 그러나 미군과 지역 간의 깊어지는 정치적-경제적 관계는 그 반대급부로 미군에 대한 치외법권화와 종속화를 불러왔고 미군 범죄,지역의 자립 경제능력 쇠퇴 등 많은 부작용 또한 야기했다. 시간이 지나고 그 논란의 중심은 또 다른 논리에 의해 해체되었고 그 결과로 나온 텅 빈 공간을 표피로, 위에서 언급한 여러 가지 역사적 층위의 정보들이 작가에 의해 우리 눈앞에 놓였다다른 참여 사진 작업들도 유사한 구조를 지닌다. <미완의 프로젝트_>은 여의도에 있는 방치된 군사 시설과 여의도 개발에 대한 작업이며, <언더쿨드>는 수도권 주변에 설치되었으나 군사계획의 변경 등으로 방치된 군사시설물에 대한 작업이다. <KCIA>는 냉전과 군사정권 시대가 지나고 의릉 복원이라는 문화적 논리와 부동산 개발 등의 정치 경제적 논리에 의해 철수가 이루어진 옛 안기부 이문동 청사 공간의 모습이다. 이 각각 빈 공간에는 각 공간의 활동 당시, 그리고 현재의 텅 빈 공간 상황의 논리 모두가 함께 뒤섞여있다.


영상작품 <물레>에서는 지금까지 그가 사진에서 진행했던 시각과 조금 다른 양상을 보여준다. <물레>에서 최원준은 영상에서 비롯된 서사를 통해 문래동의 역사적 요소와 그 시간이 뭉쳐 파생된 사회적 현상을 보여준다. 우리나라의 근대가 가졌던 여러 가지 관점들을 모아 문래동이라는 장소에서 가시적으로 드러난 것, 그리고 비가시적으로 깔린 것들을 같은 판 위에 올려놓고 끊임없이 회전시키며 충돌을 일으켰다. 그 역사적 사실 하나, 문래는 일제 치하에서 식민지의 방직공장 지대로 설정되었고 문래라는 이름은 바로 방직산업에서 사용하는 물레에서 비롯되었다. 역사적 사실 둘, 문래동은 60년대 제6관구(현 수도방위사령부)가 있던 곳이며 당시 6관구 사령관이었던 박정희 소장은 6관구의 벙커에서 5.16 군사정변을 모의했다. 문래동은 5.16 군사정변과 장기독재, 군사정권이 시작된 지점이다. 역사적 사실 셋, 군사정권하에 문래동은 철강제조업단지로 설정되어 80년대까지 산업적 호황을 누렸다. 이후 현대 산업구조의 재편으로 기존 산업기반이 몰락한 이곳에 예술가들이 모이고 정책적으로 공업과 예술이 공존하는 문화 지역화 되었다. 이 각각의 사실들은 인터뷰의 형식을 통해 제시되고 서사에 의해 강화된다. 구조적으로 작품은 모큐멘터리(Mock Documentary)의 형식을 취했다.  3개 영상으로 구성되어있는 이 작품은 가상의 주인공인 한 조각가와 인터뷰 진행자인 영상작가가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가운데 실제 문래 거주자들인 기술자와 작가들의 인터뷰가 함께 공존한다. 




전시전경





영상작가가 문래동에 입주해 있는 조각가를 인터뷰하는 가운데 조각가는 박정희 전 대통령의 흉상을 녹여서 총으로 만드는 작업을 진행한다. 문래동에서 총을 만들 수 있다는 역사적 사건의 기록 아래 총은 성공적으로 제작되어 격발실험에 이르지만, 실험에서 수제 총은 기능 불량을 일으키고 조각가를 죽이는 사고로 발전한다. 대경실색해 자리를 벗어난 영상작가가 다시 조각가의 작업실을 방문했을 때 녹인 줄 알았던 박정희 흉상이 마치 망령처럼 원래의 위치에 있는 것을 발견한다. 인터뷰의 내용은 대단히 중립적이다. 문래동의 과거와 현재의 모습과 문래동의 과거와 오늘을 잇는 박정희라는 키워드는 특별한 치우침이 없이 조심스럽게 다루어진다. 연출된 상황을 다큐멘터리 기법으로 촬영하여 마치 실제 상황처럼 보이게 했는데 관람자는 이것이 진실인지 아닌지 혼란스러워하고 재생되고 있는 이 사건은 더더욱 강하게 각인된다일본강점기와 군사정권을 거쳐 오늘날의 한국사회를 관통하는 것은 박정희로 대표되는 발전의 논리다. 이는 끊임없이 명맥을 이어 순환하며 흉상이 다시 모습을 드러내듯 재생한다. 반복 재생되며 내용으로도 순환하는 미디어 물레는 그것을 접촉한 관람자들에게 외상을 남긴다. 회전의 양상은 레코드판이나 축음기 표면에 그어진 빗금처럼 무엇을 기록하기도, 밀링머신의 회전을 통해 깎인 표면처럼 기능을 가지기도, 그리고 수많은 사건 사이에서 멈춰 세워 다시금 생각게 하는 굴곡을 만든다. 


그는 과거의 기억을 오늘의 현실과 접속해 우리가 생각지 않거나 외면해온 현실의 다른 층위를 날카롭게 드러내었다. <유신 시대 제작된 20개의 문화공보부 간행물의 표지 디자인>은 이미지만 보자면 어떠한 의미를 가졌는지 쉽게 알기 어렵다. 하지만 각 이미지의 이면에는조국의 미래’, ‘구국의 영단’, ‘비무장지대에 이상 있다 등 지극히 정치적이고 전투적이기까지 한 텍스트를 담고 있다. 각 문장이 내포한 톤은 북한의 그것으로 착각할 수 있을 정도이다. <전쟁 부조>는 군사정권 시절에 제작된 기념비와 전쟁 부조물에 관한 작업이다. 이 영웅화된 역사의 순간에 대한 서사의 이미지 역시 북한의 그것과 유사한 느낌을 전달한다. 만수대 마스터 클래스의 아카이벌 비디오와 전시공간 중앙에 놓인 아카이브 자료들에서도 드러나듯 당시의 남한과 북한의 선전물과 상대를 대하는 태도의 차이는 생각보다 뚜렷하지 않다.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세계는 어떠한 의미에서는 가상이다. 


우리의 눈으로, 귀로, 피부로 직접 닿는 체험의 세계보다 매체로 매개된 가상의 간접 경험 세계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넓어졌다. 이제 가상의 정보에 대한 해석의 문제가 중요시되며, 정보를 다룬다는 것은 예전과는 많이 달라졌다. 조선일보와 한겨레신문이 다르고, 뉴스룸과 뉴스데스크 프로그램의 논조가 다르듯 하나의 사건 또는 현실에 대해 서로 다른 입장이 존재한다는 것을 안다. 수많은 매체와 이들이 전달하는 정보 사이에서 부유하는 우리는 취사선택 또는 취사습득과 그 해석에 익숙하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 인터넷과 각종 소셜네트워크의 발달로 우리가 소식과 이야기를 접할 수 있는 채널은 늘었지만 그만큼 노이즈가 많아졌고 여전히 검증된 대형 매체가 우리의 현실인식에 미치는 영향력은 강력하다어떠한 사건에 대해 무관심도 많지만, 의도된 무시인 경우도 많아졌고 매체가 이를 주도한다. 소위 검증된 대중매체인 텔레비전 뉴스와 신문에서 다루어지는 사건은 비중 있는 사실이다. 대중매체에서 다루어지지 않는 사건들은 덜 중요한 현실이다. 세계의 인식 범위는 넓어져 접할 수 있는 정보의 양은 많아졌지만 걸러내어 해석하고 받아들이는 사실의 양은 크게 변화하지 않았다. 


한국 근현대사에 대한 우리의 시각이 그럴 것이다. 정규교육과정 안에서의 한국 근현대사는 의도적으로 외면되거나 축소되어왔다. 스스로 찾아보지 않은 한 이에 대한 우리의 간접적 경험과 정보는 국소적이거나 편향적인 경우가 대부분이다오늘날은 탈냉전 시대이지만 구세대의 이데올로기적 프레임이 변질해 여전히 통용되고 있다. 냉전 이데올로기의 결과물인 남과 북이지만 오늘날 이전과는 내용물이 다른 이 두 집단 간의 분쟁을 기반으로 한 21세기 버전의 정치 사회적 대립구도 아래서 수많은 충돌이 현재 진행형인 것 또한 오늘이다. 정보는 그 자체로는 중립적이다. 정보에 선과 악의 구분이 필요하지는 않다. 하지만 정보들이 의도를 가지고 모여 순서를 가지고 조합되어 맥락이 입혀질 때 상대적인 입장이 발생한다. 우리의 현실이 매체에 의해 재구성되어 세워질 때 각 정보는 더는 중립적일 수 없게 된다. 매체는 각 사건을 번역해 전달하고 기록하며 우리는 그것을 다시 우리 안에서 해독하기 때문이다. 오늘날의 아카이브의 대 유행은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바로 이러한 현실에서 역사적인 자료와 기억을 읽고 해석하는 행위의 중요함이 부각되고 있기 때문이며 이번 전시의 의의도 이 부분에서 찾아볼 수 있을 것이다.


최원준은 장소를 방문하고 정보를 얻고 추적해가는 모든 과정을 시각화해 작품과 아카이브 설치로 보여준다. 하나하나의 사진 이미지에는 그 시대의 수많은 텍스트와 이와 연계된 컨텍스트가 존재한다. 그 사진들과 자료들이 각기 다른 수 개의 프로젝트가 한 데 모여 보여지기에는 작품과 아카이브의 수가 다소 협소하지 않았는가 하는 아쉬움이 든다. 한 가지 의문은 작품의 설치위치가 전반적으로 일반적인 전시보다 유독 높았다는 지점이다. 특히 마지막 전쟁 부조 시리즈는 명백히 올려다보아야 할 정도로 그 위치가 높았는데 이러한 위치의 의도에 대한 의문이 남는다. 그의 작품들은 작가 특유의 차분함과 냉정함을 통해 주장이 아닌 자료로 우리에게 제시되며 우리는 이를 기반으로 다양한 해석을 진행할 수 있다. 이번 전시는 작품과 아카이브 자료의 조합을 통해 근현대사와 관련한 주제에 무관심하거나 망각하기 쉬운 오늘의 사회와 현대인들에게 있어서 희미해지는 역사 속 공간의 정체성에 대해서 해석하고 되새겨 볼 수 있는 과정에 대한 단초가 될 것이다. 그리고 이를 오늘에 투영해 우리의 당대의 환경과 역사적 기억을 이전과 다른 시각으로 바라볼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이다.            



* <Undercooled Series_Protec tive Line#4, Uijeongbu> 2007 디지털 C-프린트 120×169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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