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위치
  1. Exhibitions
  2. Art World
현재 위치
  1. Exhibitions
  2. Art World
현재 위치
  1. Exhibitions
  2. Art World
현재 위치
  1. Exhibitions
  2. Art World
Issue 114, Mar 2016

피슐리와 바이스: 행복이 나에게 허락될 것인가?

U.S.A

Peter Fischli David Weiss
2016.2.5-2016.4.27 뉴욕, 구겐하임미술관

스위스 출신의 현대미술 작가 피슐리와 바이스는 현재 뉴욕 구겐하임미술관(Solomon R. Guggenheim Museum) 전시 'Peter Fischli David Weiss: How to Work Better' 이전에 뉴욕 현대미술관(MoMA)이나 워커아트센터(Walker Art Center), 그리고 최근에는 런던 테이트(Tate)에서 회고전을 가진 바 있다. 그러나 이들의 거대 회고전이 구겐하임미술관에서 열린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통상적으로 제3세계라는 타이틀을 지니고 있는 소재 중심 작가들이 뉴뮤지엄을 통하여 소개된다고 치면 바우하우스(Bauhaus)를 비롯한 유럽 모더니즘의 유산을 물려받은 작가들은 뉴욕 현대미술관을 통해 소개돼 왔기 때문이다. 물론 이와 같이 단순화 될 수는 없으나 피슐리와 바이스의 복잡하고 복합적인 작업 세계는 통상적으로 뉴욕 주요 미술관들이 주목해 온 미학적 관심사들로부터 벗어나 있는 것은 사실이다.
● 고동연 미술사

Installation view of 'Peter Fischli David Weiss: How to Work Better'(2.5-4.27, Solomon R. Guggenheim Museum) Photo: David Heald ⓒ Solomon R. Guggenheim Foundation

Share this

Save this

Written by

고동연 미술사

Tags

그도 그럴 것이 피슐리와 바이스는 미술사에서 1960년대 미니멀리즘, 팝아트, 1970년대 개념미술, 1980년대 네오 팝아트, 행위예술 등과 모두 연관되어 있지만 결국 어느 한축에도 속하지 않았다. 매체에 있어서도 드로잉, 회화, 영상, 설치, 사진 거의 다루는 영역이 없을 정도다. 정확히 말해서 피슐리와 바이스의 역량은 특정한 소재나 매체에 한정되기 보다는 특정한 감수성으로 귀결된다. 그를 예술가와 비예술가의 구분을 허물거나 작업과 레디메이드의 구분을 허무는 정도로 소개하고는 하지만 정확히 말해서 그러한 일반화된 미학 이론들로 정리하기에 이들의 작업은 훨씬 복잡하다. 뿐만 아니라 이데올로기나 거대한 비평적인 쟁점이 사라진 시대에 전투적이지도, 그렇다고 완벽하게 현실 순응적이지도 않은 태도를 현대미술계에 유행시킨 것도 피슐리와 바이스다. 피슐리와 바이스가 오브제나 물성을 고수한 작가임에도 불구하고 리크리트 티라바니야(Rirkrit Tiravanija) 같은 대표적인 공공예술가들이 한사코 그들을 현대미술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작가로 치켜세워지는 것도 때문이다. 국내 작가들 중에서는 김범을 비롯하여 물성을 탐구하는 이완, 황당한 상황을 설정하거나 동물 캐릭터를 등장시키는 박보나, 그리고 각종 잉여적인 설정과 소재, 냉소적인 유머를 특징으로 하는 많은 행위, 설치 작가들이 모두 직간접적으로 피슐리와 바이스의 후예들이라고 있다. 







Installation view of <Peter Fischli David Weiss: 

How to Work Better>(February 5-April 27, 

2016, Solomon R. Guggenheim Museum) 

Photo: David Heald  Solomon R. Guggenheim Foundation  






아웃오브타임: 피슐리/바이스와 1980년대 서구 미술사


그러나 나는 맥카시(Paul McCarthy)에게는 그것을 하는데 전혀 다른 합리화가 필요했다고 말하겠다. 왜냐면 미국 대중문화는, 그리고 대부분의 팝아트는, 그것을 많은 정도로 억제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반하여) 정신분석학이나 비엔나 액션니즘 등을 통해서 유럽 문화에서는 전혀 다른 이야기다. 우리에게는 이미 끝난 일이다. 그것은 흡사 우리가 이슈들을 피했다기보다는 우리의 사명은 다른 것이라고 생각했다. 1) 1980년대 이후 서구 미술사에서 피슐리와 바이스의 이방인적인 위치를 가늠해 보기 위해서 당시의 역사적 배경을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피슐리와 바이스의 명성과 영향력에 비하여 그들의 협업작업은 1980년대 미술계에서 여러모로 생뚱맞다


1979년대 공식적으로 스위스의 화랑에 전시되었던 그들의 영상설치 작업 소시지(Sausage)(1979) 시리즈나 <가장 저항이 작은 지점(The Least Resistance)>(1980-81) 같은 영상 작업은 스스로 밝히고 있는 바와 같이 1980년대 제프 쿤스(Jeff Koons), 리차드 프린스(Richard Prince) 등으로 대변되는 미국식 대중문화의 변조에 대하여 거리를 두고 있다. 그다지 충실하게 대중문화에서 사용해온 말끔한 소비재 상품이나 광고의 이미지를 활용하고 있지 않다. 동시에 철저하게 기존의 광고 마케팅을 해체하거나 미술언어를 해체한 개념주의적인 성향과도 거리를 두고 있다. 소시지와 햄을 등장시켜 만든 인형극은 아무리 보아도 비판적인 거리감을 갖추고 있지 않다


음식을 가지고 장난하지 마라 부모님의 말씀을 제목으로 달고 있는 소시지 시리즈에서 작가들은 각종 햄들을 의인화하고 이들의 표면에 그림을 그리거나 약간의 소품을 장착하여 인형극의 캐릭터들로 변모시킨다. 1980년대 미술계에서 매우 신선하면서도 미술사의 어디에서도 딱히 원류를 찾아보기 힘든 그들의 진면목은 <가장 저항이 작은 지점> (1981)에서 빛을 발한다. 테마 파크의 캐릭터 인형들이 입는 쥐와 (아니 얼룩 ) 의상을 뒤집어쓰고 로스앤젤레스의 적막한 풍경에 등장한 작가들은 전형적인 루저 멘트를 쏟아낸다. 서로에게 돈이 없음을 확인한 로스앤젤레스의 한적한 하이웨이 육교에서 화랑으로 자리를 옮긴다. 추상 조각을 둘러보면서 모더니스트 비평가들의 용어를 연거푸 인용한다. 그리고서 돈이 호주머니에 잔뜩 더미 인형을 훔쳐서 화랑을 뛰쳐나온다. 일종의 슬랩스틱 코미디영화를 방불케 하는 설정과 정확히 방향성을 없는 전개과정(이후 가장 저항이 작은 지점 시리즈에서 캐릭터들은 로스앤젤레스에서 스위스 호수에서 여행을 마치게 된다) 피슐리와 바이스 듀오의 전형적인 유머를 보여준다


대사들은 얼핏 정형화된 우리의 , 미술계의 권위적인 현실을 떠올리기는 하지만 정확히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대신 동물 캐릭터나 물건들과 같이 아동극에나 등장할법한 주인공들이 좌충우돌하는 과정 자체가 재연된다. 덕분에 피슐리와 바이스의 작업은 과격하게 코믹한 1980년대 쿤스와도, 1980년대 과격하게 냉소적이거나 드라이한 픽처 제너레이션과도, 과격하게 표현주의적이고 심각해 보이던 독일 표현주의와도, 과격하게 파괴적이고 초현실주이며 퇴행적인 아이들의 행동문화를 적극적으로 도입하였던 켈리(Mike Kelly) 맥카시와도 차이를 보인다. 대신 피슐리와 바이스가 무수히 많은 후세대 작가들에게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주고 있다면 이것은 다름 아닌 철저하게 목적성을 해체하는 특유의 유머 감각 때문일 것이다. 






Installation view of <Peter Fischli David Weiss:

 How to Work Better>(February 5-April 27, 

2016, Solomon R. Guggenheim Museum) 

Photo: David Heald  Solomon R. Guggenheim Foundation







아웃오브플레이스: 캘리포니아의 이방인


피슐리와 바이스가 전통적인 미술사보다는 캘리포니아에 남아 있던 히피 하위문화의 유산을 중요한 자양분으로 삼아 왔다. 피슐리 보다 6 연상인 바이스는 원래 1960년대 후반 샌프란시스코의 히피 문화에 심취했었던 인물이다. 이후 취리히로 돌아와서 만든 키리피 카페를 통하여 피슐리를 만나게 되었고 둘은 락밴드를 조직하기도 했었다. 쉽게 상상이 가지는 않지만 스위스 미국식 하위문화 아지트에서 피슐리와 바이스의 감수성이 꽃을 피우게 되었다. 소시지 작업이나 <가장 저항이 작은 지점> 경우 1979 바이스가 다시금 캘리포니아를 방문했을 당시 함께 따라왔던 바이스와 함께 제작한 것들이다. <가장 저항이 작은 지점> 나오는 캐릭터 의상은 어린 아이의 아동극을 극도로 코믹하거나 파괴적으로, 혹은 성적으로 변환시킨 켈리와 맥카시의 행위예술을 연상시킨다<예상치 못한 이런 개요(Suddenly This Overview)> 원래 작가들이 1981 캘리포니아 거주 당시 시작한 프로젝트다


구겐하임미술관 중앙 층을 그득 메운 찰흙으로 빚은 200개에 달하는 작은 소조들은 서구의 역사에 등장하는 그리스 신화, 성경으로부터 알려진 철학자, 그리고 대중문화의 아이콘들까지 다양한 이야기의 주인공들을 매우 간단하고 익살스럽게 표현해 내고 있다. 무엇보다도 찰흙이라는 재료가 전달하는 아마추어리즘적인 미학적 특징이 두드러진다. 황당한 유머와 함께 무심한 듯이 그려진 약간의 미숙함은 그의 사진, 소조, 그리고 영상을 아우르는 일관된 특징이다. 1980년대 후반 켈리의 <반인(Half-Man)> 비정형적인 봉제인형들로 이루어져 있으며 작가는 자신의 자전적인 시각문화 환경을 그대로 작업화했다. 각종 만화 드로잉 플래카드, 배지 등이 전시장을 메우고는 하였다. 그러나 켈리나 매카시의 작업이 지나치게 작가의 개인적이고 성적인 소재들을 그대로 투영하여 왔다면 피슐리와 바이스의 아마추어리즘은 전혀 다른 결과를 낳는다. 피슐리와 바이스의 작업에서 주인공은 궁극적으로 작가 자신이 아니라 물건들이다. 게다가 철저하게 절제되고 공학적으로 물건들을 쌓아 올린 <균형(Equilibrium)>(1984) 그야 말로 물건 자체를 다룬다. 결코 세워질 없는 의자들을 세워 놓은 그들의 노력이 가상하면서도 코믹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작업은 한때 그들에게 영향을 주었던 캘리포니아의 문화와도 거리를 두고 있다. 






<The Way Things Go> 1987 Color video, 

transferred from 16mm color film, with sound, 30 min Solomon 

R. Guggenheim Museum, New York, Gift, Matthew Marks 

2015.18.3  Peter Fischli and David Weiss  






산업화에 대한 조크


흥미로운 점은 미국식 반문화에 영향을 받은 피슐리와 바이스가 궁극적으로 다다른 지점이다. 피슐리와 바이스는 하위문화의 유머나 잉여적인 감수성을 그대로 간직하여 왔으나 그들의 작업에서 두드러진 소재는 소비재 상품들이며 그것을 만들어내는 스위스의 작업문화라고 있다. 철저하게 계획되고 철저하게 모듈화 가장 체계적이고 효율적인 산업화의 모델 말이다. 피슐리와 바이스의 입지를 국제적으로 공고하게 해준 <균형>이나 <물건들이 쓰러지는 방식(The Way Things Go)>(1987), 그리고 같은 해에 시작된 폴리우레탄 시리즈 등은 모두 소비재 상품들과 연관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앞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물건들의 무게 중심을 맞추려는 <균형>이나 도미노를 쌓아 놓고 그것이 무너지는 광경을 기록한 <물건들이 쓰러지는 방식>, 그리고 일상적인 물건들을 있는 실제와 거의 구분이 가지 않는 정도의 사실성을 가지고 폴리우레탄으로 떠서 만든 폴리우레탄 시리즈는 극도로 체계적으로 재료를 접근해가는 작가의 면모를 보여준다. <물건들이 쓰러지는 방식>에서 작가는 흔히 작은 사각형들만을 이어서 만드는 도미노에 적합하지 않는 물건들을 쌓아 올리고 그것들을 무너뜨리는 과정을 세밀하게 포착한다


겉으로는 무심하게 제작된 듯하지만 흔히 작가의 스튜디오에서 발견되는 너무나도 일상적인 물건들을 예상치도 못한 방식으로 이어놓고 그것들을 각도에 따라 무너뜨리는 장면은 계산된 결과물에 해당한다. 미묘하지만 작은 카메라 앵글의 변화, 그리고 타이밍을 적절하게 사용해서 철저하게 작가의 레디메이드 자체에 관람객의 관심을 기울이게 만드는 효과가 일품이다. 이와 관련해 1991년의 작업을 재설치한 공공미술 작업 <어떻게 일할 것인가(How to Work Better)>라는 문구가 생각난다. 작가는 소호의 하우스턴과 모트 스트릿의 코너 빌딩에 멀리서도 보일 있도록 문구를 새겨 넣는다. <어떻게 일할 것인가> 원래 스위스 공장에서 일종의 작업 지시서에 해당하는 것을 작가가 정리한 것이다. (1. Do one thing at a time 2. Know the problem 3. Learn to listen 4. Learn to ask questions 5. Distinguish sense from nonsense 6. Accept change as inevitable 7. Admit mistakes 8. Say it simple 9. Be calm 10. Smile) 작가들은 물건이 이상 일률적으로 있지 못하고 컨베이어 벨트가 이상 작동하지 못하며 소비재 상품들이 이상 규격화되지 못하고 부서지는 상황을 상정한다. 하지만 언제나 이러한 상황은 철저하게 계산되고 체계화된 방식에 의하여 구현된다. 어떻게 일을 있는가? 피슐리와 바이스는 모순되게도 스위스의 작업 지시서를 준수하고 있는 듯이 보인다. 







<The Least Resistance> 1980-81 

Color video, transferred from Super 8 film, 

with sound, 29min Courtesy the artists 

 Peter Fischli and David Weiss 






피슐리와 바이스로부터 배우다 


이제 당신은 양면성을 갖게 된다. 그리고 만약 양면성을 공존시키게 일종의 불확실성이 생겨난다-특정한 상황에서-그리고 스스로 남게 되면 당신은 무엇인가 선택을 해야 한다. 2) 피슐리와 바이스는 평생의 작업에서 양면성을 구현해내고자 했다. 그리고 양면성은 사진, 드로잉, 영상, 설치 거의 모든 분야를 다루어온 이들 작업방식을 관통하는 철학이다. 물론 이러한 과정에서 이들은 정확히 온전한 것도 그렇다고 완벽하게 부서진 것도 아닌 정확히 말해서는 모호한 상태를 선호하였다. <가장 저항이 작은 지점>에서는 웃픈 젊은 작가의 모습을, <물건들이 존재하는 방식>에서는 정교하게 쌓아 올라져 있지만 한순간에 무너질 허무한 물질주의를 암시하였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명확하게 특정한 메시지를 전달하려는 노력은 배제하여 왔다


그렇다면 피슐리와 바이스가 상황의 미술계에서 후기 자본주의 사회에서 어떤 의미를 지니는가? 전시를 보는 내내 흥미로웠던 점은 철저하게 힘을 빼고 심각함과 풍자 사이에서 균형을 이루려 했던 그들의 미학적인 태도가 그야말로 현세대를 반영하고 있다는 것이다. 전시를 보면서 거대한 미래나 프로그램에 자신을 내맡기기에는 너무 많은 것을 알아버린, 그럼에도 불구하고 순간 정교함과 성실성을 잃는 것이 실상 허용되지 않는, 아니 적어도 일상성에서 즐거움을 찾을 수밖에 없는 세계의 젊은 세대가 연상되었다. 필자에게는 피슐리와 바이스의 회고전이 흘러간 세대의 역사적인 기록이 아니라 일종의 선구자적인 선언인 셈이다. 과연 우리에게 행복은 허락된 것인가? , <행복이 나에게 허락될 것인가?(Will Happiness Find Me?)> 피슐리와 바이스가 발간한 책의 제목이자 2003 베니스 비엔날레 포함된 작업의 제목이기도 하다.  


[각주]

1) Jorg Heiser, The Odd Couple 인터뷰, Frieze 102 (October 2006), pp. 202-205

2) Archive Interview: Fischli and Weiss With or Without Art (30 April, 2012); 

http://wowa.artlinkart.com/en/top/detail_print/349cvu.html (2016 2 10 접속)




글쓴이 고동연은 젊은 작가들을 소개하는 아트 2021 공동디렉터를 역임한 있으며, 지난 5년간 국내외 젊은 작가들을 위한 레지던시와 작가상의 멘토이자 심사위원으로 활약했다. 저서로는 국내 30 후반 국내 작가들의 인터뷰를 모은 『응답하라 작가들』(2015) 『팝아트와 1960년대 미국사회』(2015) 있다.


온라인 구독 신청 후 전체 기사를 볼 수 있습니다. 구독하기 Subscribe 로그인 Log in



메모 입력
뉴스레터 신청 시, 퍼블릭아트의 소식을 빠르게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이메일 주소를 남겨주시면 뉴스레터 구독에 자동 동의됩니다.
Your E-mail Send

왼쪽의 문자를 공백없이 입력하세요.(대소문자구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