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남준의 미디어 아트는 지구에 머무르기를 거부하고 우주를 향했다. 그는 지구를 떠났지만, 여전히 땅에 있는 그의 작품과 그를 기억하는 이들을 위해 백남준 추모 10주기 특별전이 열린다. 1988년 서울 올림픽에 맞춰 위성시스템을 이용, 전 세계 모든 지역문화권을 연결함으로써 냉전시대의 종말을 상징하고자 했던 백남준의 프로젝트 ‘손에 손 잡고(Wrap around the World)’. 위성이라는 새로운 테크놀로지를 이용해 각기 다른 문화 간의 경계를 해체하고 궁극적으로 지역 문화권이라는 공간적 영역들을 융합시킴으로써 물리적인 거리의 한계를 넘어선 하나의 지구 모델을 제시하였다는 점에 의의가 있는 작품은, 이번 전시의 모태가 되었다.
조이스 힌터딩(Joyce Hinterding) <Monotone Rectilinear
(VLF energy scavenging antenna)>
2016 연필가루, 특수 리드, 믹서, 헤드폰
가변크기 이미지 제공: 작가, 사라 코디에 갤러리
이를 통해 백남준이 공간의 융합을 시도했다면, 전시는 나아가 ‘시간’이라는 개념에 초점을 맞춘다. 우선 과거 백남준과 동시대의 예술가들이 협업한다는 아이디어 아래 문학, 과학, 미학 등을 아우르는 전문가 12인이 그룹을 이뤄 각자의 연구를 진행하며 새로운 담론을 만든다. 이미 이들이 선정한 백남준 작품이 파트1 전시를 통해 선공개 되었으며, 파트1에 공개된 백남준의 작업을 재해석하며 한 쌍을 이룰 동시대 작가들이 작품을 발표하면서 온전한 하나의 전시를 이루게 된다. 이번 전시에는 김소라, 라파엘라 보겔(Raphaela Vogel), 백정기, 빠키, 왕유양(Wang Yuyang), 야마시로 다이스케(Daisuke Yamashiro), 우지노, 유비호, 이사벨라 페른케스(Isabella Fürnkäs) 등 다국적 작가 17인이 참여한다. 백남준이라는 하나의 아이콘을 중심으로 그가 보여줬던 것들을 힌트 삼아 동시대 작가들에 의해 또 다른 영역으로 무한히 확장되는 경험을 할 수 있는 파트2 전시는 오는 3일부터 7월 3일까지.
· 문의 백남준아트센터 031-201-85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