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시선의 뿌리

그가 보낸 시선은 사랑이 묻어있었다. 날이 저물면 사내는 산책을 멈추고 집으로 돌아가야 한다. 그가 오래도록 바라보던 코모호수 또한 어둠에 물들 것이다. 그러면 호수의 시공간에 머물렀던 눈길도 이제 거두어야 하리라. 그러나 떠나면 볼 수 없다는 갈증은 호수에 대한 사랑을 키운다. 본 것, 사랑했던 세계의 고갱이들을 욕심내어 가지고 집으로 가고 싶은 것이 어찌 그만의 마음이랴. 그 한 없이 보고 싶은 마음이 카메라 발명의 힘이다. 1833년 10월 초순은 나에게 한없이 먼 옛날이지만, 윌리엄 헨리 폭스 탈보트(William Henry Fox Talbot)라는 낯선 사내의 긴 이름 뒤에 그리고 호수 이름과 함께 기억해 두어야 하는 연대가됐다. 그러나 탈보트가 보낸 사랑의 시선은 오랜 시간이 지난 지금도 우리 모두에게 유효하다. 이제 여행 가방 속의 카메라로 인해서 먼 곳에 닿을 수 없는 사랑과 부실한 기억의 틈새를 메울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이후, 시선은 욕망을 풀무질한다. 보는 것뿐 아니라 볼 수 없었던 것까지도 보고 싶어진 인간의 꿈은 영글어 갔다. 그것을 가능하게 해 준 것이 ‘렌즈’다. 세상을 더 강화해서 볼 수 있게 해준 기계의 눈은 렌즈다. 구텐베르크(Johannes Gutenberg)가 이미지 시대의 조종을 울리게 한 것이 활자 발명이었다면, 이제세상을 이해하는 눈을 렌즈로 대체함으로 다시 이미지 시대로 돌려놓았다. 망원렌즈는 우주를 살필 수 있었고 반대로 보이지 않는 마이크로 세계를 볼 수 있는 길을 현미경은 열어 놓았던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볼 수 없는 상상 속의 움직임도 포착할 수 있었다. 하늘을 날 듯 그린 말 그림은 곧 엉터리임이 들통이 났고, 새의 날개 운동은 추진이 목적이지날기 위한 것이 아니라는 것도 알게 됐다. 눈의 확장으로서 렌즈는 보는 지경을 끊임없이 넓혀 왔다. 렌즈와 보는 각도의 발견을 묶어 이번에는 사진 예술의 가능성을 탐구하기 시작했다. 

 <Flower,> 2008 C-프린트 125×123cm 

Cancellation proof

인간의 눈높이에 묶여 있던 시선의 각도를 렌즈와 결합하여 보는 것이다. 고원(高遠), 심원(深遠), 평원(平遠)은 인간의 눈을 기준으로 세상을 보는 방법이라면, 여기에 렌즈라는 기계의 눈과 결합하면 아연 세상은 딴 세상이 된다. 새의 눈으로 밑을 바라보는 것을 부감(俯瞰)이라 한다면, 이번에는 땅을 기어 다니는 벌레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을 앙각(仰角)이라 할 수 있다. 여기에 측면에서 세상을 바라보는 빗각이 추가되면서, 인간이 보는 세상의 경이는 끊임없이 진군 중이다. 주도양 작품의 맥락은 어떻게 볼 것이냐는 탐구에 집중된다. 보는 방법에 대한 관심이 세상을 새롭게 볼 수 있도록 마음의 창을 열어 둔 것이다. 단지 360도촬영이 가능한 어안 렌즈의 효과와 앵글에 모든 것을 의지하거나 CG 프로그램을 이용했다면 그의 이미지는 밋밋함을 벗어나지 못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