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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복수
Jung bocs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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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초상-체험적 원형으로부터 동사형 리얼리티로

Ⅰ. 작가의 삶이란 세상살이라는 번제(燔祭)에 바쳐지는 제물 같다. 고되고 고독하다. 정복수의 화력도 마찬가지다. 1970년대 부산에서의 활동과 갓 상경한 서울에서의 무명작가로서 홀로서기, 80년대 ‘자생적 미술’ 및 ‘인간’을 테마로 한강미술관에서 펼쳤던 대안적 형상미술운동, 90년대 이후 ‘몸’과 ‘욕망’에 대한 원형적 체험을 증명하는 작업에 이르기까지, 오로지 자기 세계와 작가활동에 몰입한 궤적이었다. 작품과 작업을 진행해온 삶과의 통일감이 주는 감동이랄까, 정복수의 그 엄청난 작업량을 마주하면서 먼저 드는 느낌은 묵직함이었다.
10대 후반기의 드로잉 작업부터, 캔버스 천에 그린 바닥화, 베니어판, 하드보드지, 골판지, 캔버스, 기타 재료들, 그리고 입체작업에 이르기까지 정복수는 인간만을 그려왔다. 소재와 주제, 회화적 양식에 있어서도 인간은 정복수가 집중할 수밖에 없는 궁극적인 대상인 모양이다. 어느 대담에서 정복수는 인간에 대해 다음과 같이 자신의 입장을 밝힌 적이 있다. “설명하기도 힘들고 말로 표현하기도 힘들고 어떻게 정의 내리는 것도 힘든 게 인간이다. 심리적, 종교적, 사회적으로 이렇게도 파악하고 저렇게도 인간을 파악할 수 있기는 하지만 내가 볼 때는 어떤 한계가 있는 것 같다. 내 나름대로 인간의 초상을 그리고 싶다. ”언어와 학문으로 파악하기는 힘들어도 “나름대로” 그림으로는 접근할 수 있다고 여겼기에 정복수는 인간이란 주제에 그토록 독특한 방식으로 천착해온 것이리라. 특정한 사람을 닮게 묘사하는 인물화도 아니고, 구체적인 역사적 상황이나 선명한 풍자를 통한 정치적 공격성이 두드러진 것도 아닌, 중의적인 형상성으로 무언가 메시지를 담아내는 어려운 작업인데도 말이다. 그만큼 종잡기 어려운 존재인 인간을 40년 이상 그려왔어도 여전히 작업할 내용과 방법이 많이 남았다고 한다. 다소 미안하지만, 그라면 충분히 번제의 제물이 될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 김진하 미술평론, 나무아트 대표 ● 사진 작가 제공

'검은별' 2004 캔버스에 유채 130.8×193.5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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Ⅱ. 정복수는 그가 체험한 인간에 대한 원형(原形, Archetype)적 기억과 감수성으로부터 인물의 캐릭터를 구축하고 변주하며 작업을 출발했다. 인체를 모델링하는 소묘나, 해부학적 구조, 인체 비례, (/공기)원근법, 명암법 등의 서구적 아카데미즘에 의거한 재현성은 거기에 없다. 대상을 모사하는 서구적 시선이나, 외곽선에 의한 동양의 조형법도 애초부터 그와는 맞지 않았던 모양이다. 대신에 내면으로부터의 표현욕망이 빚은 그만의 독자적인 조형언어를 구사해 왔다. 초기 작업부터 이런 특징들은 명료했다.먼저 정복수의 그림에 등장하는 인간을 보자. 


사람마다 구별을 지을만한 표시도(남녀 구분이 가능한 생식기 정도의 차이만 있다) 연상 작용을 일으키며 작업내용을 연계하는 코드도 없다. 모두가 벌거벗은 상태에 유사한 생김새다. 민머리·부릅뜬 눈·벌름거리는 코·벌린 입·드러난 이빨·길게 나온 혀·고함·남녀 성기·젖가슴·혈관· 소화기관과 기타 내장기관·배설·사정·잘린 사지·뿜어지는 피· 탄환처럼 발사되는 신체 부분들…. 이런 날것의 인체가 펄펄 뛰고, 발길질하며, 화내고, 먹고, 말하고, 싸우고, 웃고 울며, 다투고, 섹스하고, 사랑하고, 화해하는 등 끊임없이 움직이며 무언가를 하는 동사형 인간(Homo behavior)’으로 화면에 등장한다. 즉 자청해서 그림 그리는 작가의 시선을 기다리는 포즈(Pause, 정지된 상태)를 취하는 대타성이 아니라, 스스로가 살아서 활동하는 존재들이란 것이다. 기존 미술사에서의 고즈넉한 인물화의 개념과는 전혀 다르다.





<이중독백> 2005 캔버스에 유채 40.9×27.3cm

 



그 그림 속 기표가 된 이 육체들은 특정한 누군가를 표상하지 않는다. 보편적인 익명의 사람이다. 즉 욕망과 갈등, 천당과 지옥을 희비극처럼 수시로 겪는 요지경 세상 속의 우리들의 몸이자 언어이고 인식이다. 이런 인물들의 신체가 해체되고 재조립되어서 이 그림 저 그림에서 다르게 재배치된다. 그리곤 작품마다 별개의 색채와 붓질과 물질감으로, 또 서로 다른 동작과 뉘앙스로 출몰한다. 원형적 캐릭터로부터 갈래지어져 나온 다양한 인간들이 화면마다 달리 존재하며 다양한 기표로 기능하게 된 것이다. 어떤 그림에선 냉소적으로, 또 어떤 그림에서 온화함으로, 또 어떤 그림에서는 분노하며…, 폭력적으로, 때로는 풍자적 공격성으로, 때로는 애틋한 감정으로, 또 때로는 냉랭한 분위기로…. 작가의 인간에 대한 의식의 원형과 실제로 체험했던 상황들이 오버랩된 바탕에, 생득적 감수성과 감각적 시선, 통찰이 어우러지면서 빚어진 정복수만의 독특한 형상성이 펼쳐진 것이다.


형상성은 대상을 그리면서 작가의 감성을 덧붙이되, 작가의 서사없이 소재를 우선시하는 구상화와는 다르다. 형상성은 작가가 자신이 설정한 주제에 다다르기 위해 선택한 소재들을 자유롭게 해석하고 표현하는 성질이다. 소재의 성격보다는 작가가 발언하려는 의도와 태도가 더 중요하다. 구상이되, 더 철저한 작가적 이념이나 내러티브에 의해 직조된 화면의 특성이 형상성인 것이다. 여기서는 작가의 생각과 대상을 연결하는 형식언어가 주제를 어떻게 이끌어 내는가하는 어법이 중요한 단서가 된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정복수의 작품이 회화라고 하는 물질적 감촉성과 비()지시적 언어로 이루어진 액티브한 표현적 화면이기에 이런 형상적 단서는 읽어내기가 모호하다. 사건이나 설명 같은 이야기 구조가 없어서다. 그러나 작가의 래디칼(Radical)한 직접적 표현성에, 관객 스스로 어떤 선입관도 없이 주체적으로 마주하면 의식과 몸이 감응하는 교감의 폭은 훨씬 더 강력하다. 거칠게 표현된 신체들과 그 틈 사이에서 삐져나오는 삶의 자상(刺傷)과 욕망과 선홍색 체험들이 그 형상과 더불어 피부까지 생생하게 자극할 때, 회화는 직접적이고 즉물적인 공감의 미디어가 된다. 그래서 관객과의 소통이 열린 순간 정복수의 회화는 인간에 관한 강력하고도 즉물적인 형상적 보고서로 전환된다. 더불어 인간 일반의 생태적·문화적 전형

성으로도 확대해석 된다.




<인간의 번식> 2012 종이에 색연필 22.9×30.5cm

 



Ⅲ. 그러면 정복수의 인간의 초상에서 드러나고 있는 인간성은 어떤 것인가.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인간다움에 관한 관념과는 달리, 시각적으로는 차라리 수성(獸性)에 가까워 보인다.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법·윤리·관습 등의 규율화 된 제도적 장치로부터 벗어난 원초적 본능의 캐릭터들이기 때문이다. 제도적 장치에서 벗어난 몸은 곧 지식과 이성으로부터도 자유로운 이드(id) 상태의 분방함을 지녔으되, 성인으로서의 욕망을 담지한 신체를 의미한다. 그래서 수성(獸性)은 정복수의 그림에서 정직한 욕망, 폭력적 공격성, 그리고 우리가 꿈꾸는 순수한 생명으로서의 인간성을 동시에 지닌 복합적 성격이기도 하다. 이 이율배반의 현상들이 동사형으로 펼쳐지는 현장이 바로 우리들의 삶이자 정복수의 화면이다. 현대인은 야생의 습성을 아우르고 습득할 수 있는 인지생물학적 지식과 더불어, 영장류 특유의 사회과학적 응용능력을 갖추었다. 소위 현대적 문화와 문명의 얼굴로. 그렇지만 정보와 관념으로만 역()진화한 이런 인간성은 그만큼 많은 형용사를 부가적으로 필요로하며 본능적 직관의 퇴보를 노정한다. 좋은/나쁜, 선한/악한, 순응하는/반항하는, 폭력적/평화적 등의 이분법적 형용에 의해서 비로소 타인에 대한 이해와 접근이 가능할 정도로 단순해졌다. 




<인간> 2007 캔버스에 유채 40.9×31.8cm

 



그리고 반복된 습관은 눈에 보이지 않는 문화적 제도로 위계가 된다. 이런 형용사형 인간(Homo Ideational)’은 순수한 직감이 퇴화된 상태이기도 하다. 가슴으로부터의 행동은 결여된 채로 머리로만 사람들을 재서판단하는 것과 비슷하다. 우리는 얼마나 자주 타인에게 이런 무례하고도 독재적인 자기중심적 필터링의 잣대를 들이대는가. 선입관으로 상대를 스캔해버리는 인간성은 이미 박제된 프레임 안에 멘탈을 가두게 만든다. 뻔한 패턴과 반복되는 습관으로 타인과의 감성의 관계도 방해한다. 다시 말하자면 일반적인 사회화·개념화로 범주·위계화시킨 제도적 시선으로는 생생하게 살아있는 인간을 느끼고 포착하기가 어렵다는 뜻이다정복수는 이렇듯 형용사로 고착된 인간에 대한 관념적 카테고리와 도그마에 대한 판단중지의 바탕에서, 그의 그림을 동사형 인간이 행위를 지속하는 광장으로 진작시킨다. 비록 사지가 잘려지고, 뒤틀려지고, 식도와 배설기관밖에 없는 극히 단순한 몸일지라도, 거기엔 정복수가 궁극적으로 말하려는 살아있는 인간들의 생기에 찬 활동이 존재한다. 




<인생의 일기> 2005 캔버스에 유채 130.3×162.2cm

 



화면의 그들은 모두가 동사의 주인공들이자 살아있는 생명이다. 선과 악, 사랑과 구속을 한 몸에 안고 살아야 하는 모순된 운명을 몸으로 반영해낸 이 날 것의 인간형은, 그래서 성형되지 않고 싱싱하다정복수는 그런 인간들을 기침하듯 그리고 토해내듯 표현해낸다. 기존 체계에의 대안적 입장들을 상정하는 기관이 결여된 신체가 리얼리티를 담지한 인간임을 증명하는 것이다. 김수영의 시가 아름다워서 진실한 것이 아니라 삶에 정직했기에 아름답게 읽혀지듯이, 정복수의 그림도 살아서 행동하는 인간을 표상했기에, 수성(獸性)으로 표현된 그로데스크가 능동적 인간형으로 연역될 수 있는 것이다. 이럴 때 회화는 현실을 모방하는 시뮬라크르가 아니라 그 자체로 현실이고 진실이 된다.


Ⅳ. 정복수의 그림이 힘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제도화된 윤리가아닌 자신의 내부에서 돌출된 독자적 시선과 형식으로, 우리들의 의식을 흔드는 프리미티브(Primitive)한 형상성과 생명력의 동사형 공간을 창출해서다. 거기엔 지금 여기의 고착성을 두드리는 프로그레시브한 몸짓이 있다. 이처럼 기존의 체제를 넘어서는 지점에서 미술이 정직성을 견인할 때, 비로소 작가는 번제의 제물이 아니라 주체가 된다. 거기에서 미술을 통한 정치적 비판도 인간에 대한 반성도 동시에 전개되는 것이라고, 정복수의 그림 속에서 걸어 나온 싱싱한 인간이 내게 말을 한다.

 



정복수





작가 정복수는 1955년 경남 의령에서 태어나 홍익대학교 서양화과를 졸업했다. 1976년 부산 현대화랑에서의 전시를 시작으로 사비나미술관, 전경숙갤러리,중국 아트사이드갤러리 등에서 수차례의 개인전을 갖고 국립현대미술관, 예술의전당, 아트사이드갤러리 등에서 열린 다수의 그룹전에 참여했다. 그의 작품은 현재 국립현대미술관, 부산시립미술관 외 여러 곳에 소장되어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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