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위치
  1. Features
  2. Special Feature
현재 위치
  1. Features
  2. Special Feature

Special Feature

해외 레지던시 스캐닝 ①

0원
International art residencies

그새 3년이 지났다. 2013년 3월호에서 ‘국내 아트레지던시’로 특집을 진행하며 곧 해외 아트레지던시 편을 소개 하겠다 해놓고 이제야 찾아왔다. 그때와 마찬가지로 여전히 아트레지던시는 ‘포스트-아트스쿨’로 기능하며 작가 이력에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솔직히 말하자면 국내든 해외든 대부분 아트레지던시 프로그램의 큰 틀은 비슷비슷하다. 장단기로 체류가 가능하고, 제공하는 서비스- 숙박, 전시, 교육, 오픈 스튜디오 등-도 엇비슷하다. 하지만 신기하게도 다른 나라, 다른 도시, 다른 공간에 있다는 것만으로 각자의 개성이 두드러진다. 많은 경우, 결국 공간을 완성하는 것은 사람이기 때문이다. 어디에 있든 자신이 어떤 색을 내고, 주어진 기회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가 레지던시 생활의 성패를 좌우한다. 이번 특집을 위해 5대양 6대주의 수많은 레지던시들과 연락을 취했다. 이름이 알려진 곳이든, 신생공간이든 나름의 자부심을 갖고 많은 이들에게 문호를 개방하고 있다는 점에서 기자도 당장 달려가고 싶은 곳이 많았다. ‘소라게’처럼 세계를 돌며 생활했던 작가 김지은의 생생한 레지던스 체험기와 더불어 「퍼블릭아트」가 엄선한 스무 곳의 아트레지던시 리스트를 공개한다. 세상에는 수많은 아트레지던시가 있고, 여기에 이 시대 최고의 기관만을 골라 모았다고 말하지는 못하겠다. 그러나 하나는 확실하게 말할 수 있다. 당신이 두드리면 열릴 거란 사실 말이다.
● 기획 편집부 ● 진행 이효정·이가진·조연미 기자

Alexis Blake, Conditions of an Ideal British Museum 2016 ⓒ Arron Leppard-022
SHOPPING GUIDE

배송 안내

배송은 입금 확인 후 주말 공휴일 제외, 3~5 일 정도 소요됩니다. 제주도나 산간 벽지, 도서 지방은 별도 추가금액을 지불하셔야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배송비는 6만원 이상 무료배송, 6만원 이하일 경우 3,000원입니다.


교환 및 반품이 가능한 경우

- 주문된 상품 불량/파손 및 주문 내역과 다른 상품이 오배송 되었을 경우 교환 및 반품 비용은 당사 부담입니다.

- 시판이나 전화를 통한 교환 & 반품 승인 후 하자 부분에 대한 간단한 메모를 작성하여 택배를 이용하여 착불로 보내주세요.


교환 및 반품이 불가능한 경우

- 반품 기간(7일 이내) 경과 이후 단순 변심에 한 교환 및 반품은 불가합니다.

- 고객님 책임 있는 사유로 상품 등이 멸실 또는 훼손된 경우, 포장을 개봉 하였거나 포장이 훼손되어 상품 가치가 상실된 경우,

  고객님 사용 또는 일부 소비에 하여 상품 가치가 현저히 감소한 경우, 복제가 가능한 상품 등 포장을 훼손한 경우 교환 및 반품 불가합니다.

  (자세한 내용은  전화 상담 혹은 게시판을 이용해 주세요.)


※ 교환/반품 배송비 유사항 ※
- 동봉이나 입금 확인이 안될 시 교환/반품이 지연됩니다. 반드시 주문하신 분 성함으로 입금해주시기 바랍니다.

- 반품 경우 배송비 미처리 시 예고 없이 차감 환불 될 수 있으며, 교환 경우 발송이 지연될 수 있습니다.
- 상품 반입 후 영업일 기준 3~4일 검수기간이 소요되며 검수가 종료된 상품은 순차적으로 환불이 진행 됩니다.

- 초기 결제된 방법으로만 환불이 가능하며, 본인 계좌가 아니면 환불은 불가합니다.(다른 명 계좌로 환불 불가)
- 포장 훼손, 사용 흔적이 있을 경우 기타 추가 비용 발생 및 재반송될 수 있습니다.


환 및 반품 주소

04554 서울시 중구 충무로 9 미르내빌딩 6 02-2274-9597 (내선1)

상품 정보
Maker Art in Post
Origin Made in Korea
정기결제
구매방법
배송주기

정기배송 할인 save

  • 결제 시 : 할인

개인결제창을 통한 결제 시 네이버 마일리지 적립 및 사용이 가능합니다.

상품 옵션
옵션선택
상품 목록
상품명 상품수 가격
Special Feature 수량증가 수량감소 a (  )
TOTAL0 (0개)

할인가가 적용된 최종 결제예정금액은 주문 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벤트

SPECIAL FEATURE Ⅰ

소라게 살이를 통해 본 해외 레지던시 프로그램_ 김지은

 

SPECIAL FEATURE 

월드 레지던시 맵핑(1-20)_ 이효정, 이가진, 조연미

 



 

Emergency Provision Dinner, 

We can't be there, Delfina Foundaion 

2015 Image by Tim Bowditch Courtesy of 

Delfina Foundation  



 


Special feature Ⅰ

소라게 살이를 통해 본 해외 레지던시 프로그램

● 김지은 작가

 


소라게 살이의 시작


2년이 채 안 되는 기간 동안 미국 내 6개의 레지던시에 참여하게 된 데에는 나름 현실적인 이유가 있었다. 미국 정부에서 대학원을 졸업한 뒤 주어지는 1년의OPT(Optional Practical Training)기간 동안 전공과 관련된 일을 해야 한다고 명시했기 때문이다. 미국에 합법적으로 머물기 위해서는 소속을 증명해야하는 의무가 있었던 것이다. 최소한의 비용으로 꾸준히 작업을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 무엇일까 생각해야 했고 생존을 위해 무료이거나 생활비를 제공해주는 수십 개의 레지던시에 지원했다. 그 결과 ‘소라게 살이’라고 차후 명명한 삶의 방식을 취하게 된 것이다. 


은둔자라는 이름을 지닌 소라게는 남들이 버린 소라껍질을 집으로 삼아 자신을 보호하고 몸집이 커짐에 따라 더 큰 집으로 집 옮기기를 한다. ‘집’이라는 것은여러 가지 측면에서 보호막이 되어준다. 일차적으로는 유학생에게 신분을 증명할 수 있는 ‘적(籍)’을 제공해주었고, 그곳을 거점으로 그 지역을 탐험할 수있는 시간과 공간을 제공해주었다. 또한, 작가로서 미술계에 나가기 전에 작업과 삶에서 중요한 것들이 무엇인지를 생각할 수 있는 소중한 기회를 제공해주었다. 이런 삶의 방식은 레지던시를 거듭할수록 짊어지고 다니는 짐이 가벼워지게 했고 삶의 무게도 가볍게 만들었다. 한 달 또는 두 달 정도에 불과한 기간은하루하루를 소중하게 살아가는 방식을 가르쳤고 제한된 시간과 조건 속에서 어떤 일들을 할 수 있는지, 왜 이곳에 와 있는지에 집중하게 했다. 


필자가 참여했던 해외 레지던시는 크게 세 가지 유형으로 나눌 수 있다. 첫째는 많은 수의 아티스트들을 수용할 시스템이 갖추어져 있고 그 안에서의네트워킹의 중요성이 부각되는 레지던시다. 스코히건 회화 조각학교(Skowhegan School of Painting and Sculpture)나 버몬트 스튜디오 센터(Vermont Studio Center) 같은 레지던시가 그러한 예이다. 두 번째는 소수의 작가들이 일상에서 동떨어져 사색과 휴양을 할 수 있는 레지던시로 젠텔(Jentel Artist Residency), 아이파크(I-Park Foundation), 산타페(Santa fe Art Institute), 킴멜하딩 넬슨센터(Kimmel Harding Nelson Center) 등의레지던시이다. 세 번째는 국내 레지던시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도심형 레지던시로 타이베이 아티스트 빌리지(Taipei Artist Village)가 그 예이다. 본글에서는 편의상 첫 번째를 네트워킹형 레지던시, 두 번째를 휴양형 레지던시로 분류하고 이 둘을 집중적으로 소개한다.

 




Yaddo, U.S.A

 




네트워킹형 레지던시


네트워킹형 레지던시는 국내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형태이다. 정식명칭은 학교이지만 미국의 대표적인 아티스트 레지던시 프로그램이라고 할 수 있는 스코히건회화 조각학교(이하 스코히건)는 1947년에 설립되었고 세계적으로 유명한 많은 작가가 참가자 또는 교수진으로 이 학교를 거쳐 갔다. 여름 6월에서 8월까지9주 동안 다섯 명의 교수진이 함께 참가자들과 함께 생활하고 다섯 명의 공식적인 방문교수들과 그보다 더 많은 수의 작가들, 미술관계자들이 비공식적으로이곳에서 강연을 하고 참가들과 직접 만나 대화를 나누기도 한다. 다양한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스코히건은 매해 2,000명이 넘는 젊은 작가들이 지원하고미국뿐만 아니라 유럽과 중남미 출신의 작가들도 많이 지원하는 국제적인 명성을 지닌 학교이다. 지원자가 제출한 작품만으로 참가자를 선발하는 것으로알려진 스코히건은 동시대의 젊은 작가 중에서도 경쟁력과 잠재력이 있는 작가들을 한데 볼 수 있다는 점에서 미술계의 현재와 미래를 가늠해 볼 수 있는곳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각각의 참가자들은 함께 생활하는 다섯 명의 교수들과 최대 세 번씩 면담할 수 있다. 일정에 따라 방문하는 아티스트들이 다섯 명이 있었는데 그 중 한 명과만나 일대일 대화를 나눌 수 있다. 물론 이런 것들은 공식적으로 주어지는 기회들이고 본인이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개인적으로 스튜디오 방문을 할 수 있는구조이다. 비공식적으로 방문하는 작가, 비평가, 미술계 관계자까지 치면 이 깡촌에서 직접 만나 대화를 할 수 있는 기회가 엄청나게 많다. 바로 이 ‘본인이어떻게 하느냐에 따라’라는 부분이 일종의 경쟁 아닌 경쟁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프로그램은 여기서 그치는 것이 아니다. 원하는 사람에 한해 참가자들끼리 오픈 크리틱을 하기도 하고 소모임처럼 주제별로 토론 그룹을 만들어 정기적으로모이기도 하고 가끔 비디오 스크리닝을 하기도 한다. 개인적으로 서로의 스튜디오를 방문해 작업에 대해 이야기하기도 하고 모여서 소규모 전시를 열기도 하고협업을 하는 경우도 많다. 공식적인 파티공간인 커먼 하우스에서 댄스파티를 열기도 하고 퍼포먼스 공연을 하기도 하고 다 같이 현장학습을 가기도 한다. 아마도 필자가 알지 못했던 수많은 일이 이곳에서 일어났을 것이며 어떤 일이라도 벌어질 수 있는 무한한 가능성의 공간이 바로 스코히건이다. 


여름학교로 운영되는 스코히건과 달리 60명 정도 되는 작가들이 2주 또는 4주 단위로 입주를 하는 버몬트 스튜디오(이하 버몬트)는 프로그램이 1년 내내돌아가기 때문에 그 참여 작가 수가 엄청나다. 스태프들만 해도 30명은 족히 되니 센터의 규모를 짐작할 수 있다. 작은 크기임에도 모든 정보가 다 들어가 있는핸드북에서도 알 수 있듯이 버몬트는 효율적으로 시스템이 잡혀 있고 스태프 간에 분업이 잘 되어 있는 곳이다. 대부분의 스태프도 미술 전공자들이어서 그들을위한 스튜디오도 따로 마련되어 있다. 자기 작업도 하면서 이곳에서 일하는 스태프들의 존재가 입주작가에게 최대한의 편의를 제공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고 있다. 스코히건이 20대 초반부터 30대까지 젊은 연령층의 미술 작가들이 주축이 되는 곳이었다면 필자가 참여했을 때의 버몬트는 젊은 미술전공자들도 있고 좀 더연령층이 높은 작가들도 있었다. 


프리맨 재단(Freeman Foundation)의 아시안 펠로우쉽을 받고 온 아시아 각국의 작가들도 아직 많이 남아 있었고 다양한연령층의 문인들이 있어 다채로운 구성을 이루고 있었다. 작가와 예술가들의 만남은 매체가 확연히 다르기 때문에 서로를 더욱 존중할 수 있고 특별히 경쟁관계에 놓이지 않으면서도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매체가 달라도 관심사가 비슷하면 대화도 잘 통할 수 있고 새로운 형태의 협업도 가능할것이다. 스코히건처럼 이곳도 비지팅 아티스트가 강연을 하고 입주작가들과 일대일 대화를 나눌 수 있는 기회가 제공되고 매주 입주작가들의 프리젠테이션과낭송회가 열렸다. 이러한 네트워킹형 레지던시는 각지에 흩어져 있던 작가들이 한 곳에 모여 정보교환을 하고 인맥을 넓히는 데 큰 도움이 된다. 그 자체가 일시적 커뮤니티를만드는 네트워킹형 레지던시는 프로그램들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것은 많지만 외국 작가에게는 언어적으로나 문화적으로 적응하기 다소 힘든 측면도 있다. 하지만 이런 레지던시가 아니라면 다양한 국적의 수많은 작가와 직접 교류할 기회를 갖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Image courtesy of TAV+THAV 2015  

 

 


휴양형 레지던시


평균적으로 1개월에서 3개월 사이로 머무는 휴양형 레지던시는 시스템화된 네트워킹형 레지던시처럼 단체로 참여해야 하는 프로그램이 있다거나 식사를제공하지 않고 각자의 스케줄대로 작업하고 끼니를 해결해야 한다. 레지던시의 스태프들도 그림자처럼 보이지 않게 입주작가들을 도와주고 오픈 스튜디오나프리젠테이션 외에 특별한 의무사항이 없다. 이러한 특징이 가장 두드러졌던 와이오밍주에 위치한 젠텔의 경우 일상에서 벗어난 작가들이 문명과 떨어져특별히 바쁜 일 없이 단순하게 하루하루를 사는 은둔자의 삶을 제한적이나마 경험할 수 있게 한다. 여러 가지 프로그램이 많이 있다거나 참가자 수가 많아 그자체가 하나의 사회가 되는 네트워킹형 레지던시들과 달리 대자연에 둘러싸인 환경은 도시에서 가장 결핍된 것이 무엇인지를 체감할 수 있게 한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도시 생활과의 단절을 경험하게 되는 레지던시에서는 자연스럽게 평상시와는 다른 형태의 작업을 시도하게 된다. 현지의 생활 조건을반영한 로컬한 작업을 시도하거나 장소특정적인 설치 작업을 하기에 최적의 환경이기 때문이다. 필자의 경우도 처음부터 의도한 것은 아니지만 주어진 상황에적응하면서 작업의 형태도 점점 변화하게 되었다. 


새로운 장소에서 그 공간을 경험하고 로컬 사람들과 대화를 하면서 그 역사와 사람들의 삶을 배우는 것에집중하게 되었고 작업을 장소와 그곳의 사람들과 관계를 만들어 가는 매개체(medium)로 바라보게 되었다. 작업 하는 과정 전체를 통해 새로운 것을 배우고성장하며 기록물 정도만 가져가는 경우가 많았고 작품을 파기하거나 기증하거나 그대로 남겨두고 오는 등의 시도를 하게 되었다. 대지미술(Land Art)의역사가 깊은 미국에서 이러한 형태의 레지던시 프로그램이 많이 생겨나게 된 것은 우연이 아닐 것이다. 도시의 삶을 영위하면서(자신의 일상을 살아가면서) 작업실 공간을 확보하고 다른 작가들과 교류하고 다양한 기회를 통해서 자신을 알릴 수 있는 도심형 장기레지던시와 달리 일상과 단절된 레지던시에 참여하는 것은 단기간이라고 하더라도 쉬운 일이 아니다. 레지던시는 일상의 연속성이 없고 그 기간이 끝나면원래의 일상으로 돌아가야 하기 때문이다. 시작하기 전부터 언제가 끝인지가 명확히 보이는 상황에서 어떻게 하면 이곳에서 잘 ‘거주’할 수 있는가를 치열하게고민하는 것이 여행과는 다른 레지던시만의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





The Barn, Image courtesy of BigCi  

 

 


소라게 살이의 의미


『소라게 살이』를 출간했을 즈음에 누군가가 나에게 소라게 살이를 평생 할 거냐고 물었다. 자기 집이 없는 사람들은 다들 소라게 살이를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2년의 전세 기간 동안 돈을 더 벌어서 더 좋은 위치의 더 큰 집으로 이사 가는 것이 꿈인 사람들의 사는 모습이 그러하다. 자기 집이 있는 사람들도 어떤의미에서 이와 다르지 않다. 집의 부동산적 가치가 중요한 한국 사회에서 집을 소유한 이들도 집을 넓혀 가거나 새로 지은 집으로 이사를 가고 때로는 교육문제때문에 이사를 다니기도 한다. 그렇다면 대부분의 도시생활자는 소라게 살이를 하고 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건축가 정기용은 서울이라는 도시(와 그주변)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삶을 ‘대합실’에 비유한 바 있다. 집에서 ‘거주’하는 것이 아니라 언제든 어디로든 떠날 채비를 하며 기다리고 있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더 이상 인간과 그 인간이 거주하는 땅과의 관계나 커뮤니티의 역할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는 것인지 모른다. 


얼핏 보기에 소라게 살이는 이동을 목적으로 하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다. 아니면 작업을 할 수 있는 곳이면 어디든 가는 것으로 보일 수도 있고, 소위 말하는스펙을 쌓기 위해 가는 것으로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소라게 살이는 ‘이동’에 방점이 찍히는 것이 아니라 ‘거주’에 초점이 맞춰지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노마드’라는 표현을 거부하고 ‘소라게 살이’라는 말을 만들게 된 것이다. 제대로 거주하기 위해 그 장소에서만 할 수 있는 것들을 찾고자 했고 작업을 매개로그곳의 사람들과 어떤 관계를 맺을 수 있기를 원했다. 당장 지금 하는 작업이 무슨 의미가 있을지 모르지만 가보지 않은 길을 가보는 것, 작업을 손에움켜쥐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 놓아주는 것, 결과를 모르는 일을 하는 것, 그렇게 해보는 것도 괜찮다는 것, 소라게 살이를 통해 결국 필자가 얻은 것은 무형의어떤 것들이었다. 결국 중요한 것은 어느 레지던시를 갔느냐가 아니라 그곳에서 어떤 경험을 하고 어떤 작업을 했느냐이며 그러한 것들이 앞으로의 작업을 하며삶을 살아나아가는 데 있어 어떤 역할을 할 것인가이다.  

 


글쓴이 김지은은 서울대학교 서양화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하고 미국 미시간주 디트로이트 외곽에 있는 크랜브룩 아카데미 오브 아트(Cranbrook Academy of Art)에서 페인팅을 전공했다. 두산갤러리 뉴욕, 대안공간 루프, 브레인 팩토리, 인사미술공간 등에서 개인전을 열었고 현재 경기도 고양시에 거주하며 작업중이다. 해외 레지던시를 주제로 단행본 『소라게 살이』(미디어버스, 2013)를 펴냈다.


 

 


Martti Kalliala & Jenna Sutela

 <Disruption Begins at Home> 

in HIAP Cable Factory Studios

 




Special feature Ⅱ

월드 레지던시 맵핑(1-20)

● 이효정, 이가진, 조연미



No.1 Taipei, Taipei


타이페이 아티스트 빌리지&트레저 힐-아티스트 빌리지

Taipei Artist Village&Treasure Hill-Artist Village

http://www.artistvillage.org/


아트빅뱅을 꿈꾸는 레지던시


자신들의 레지던시를 ‘이상한 도시’라고 칭한다. 만약 누군가 이곳, 타이페이 아티스트 빌리지(Taipei Artist Village, 이하 TAV)와 트레저 힐-아티스트 빌리지(Treasure Hill-Artist Village, 이하 THAV)를 방문한다면, 힐끗 둘러보기만 해도 레지던시가 지향하는 바를 단번에 알 것이라 이들은 자신만만하게 말한다. TAV, THAV 이 두 레지던시의 지향점은 순수예술만을 위한 신전 같은 공간이 아닌, 지극히 현실 반영적인 ‘토론의 장’이라는 것이다. 좀 더 명확히 말하자면, 입주 작가와 방문객 모두에게 지역적이자 동시에 세계적인 관점을 번갈아가며 경험케 하며, 그들이 현실을 바라보는 안목을 지속적으로 성장시켜 싹틔우고 꽃피우게 하는 것이 레지던시가 향하는 목표 지점이다. 사실, 여기까지는 다른 레지던시와 큰 차별점이 없다. 그럼에도 TAV와 THAV를 선택해야 하는 이유를 보자. 하나의 철학을 공유하는 두 레지던시지만 이 둘은 태생부터가 다르다. 각각의 배경을 고려, 다른 방향으로 레지던시를 운영해 입맛에 따라 고를 수 있도록 선택지를 제공한다는 점은 이들이 자랑할 만할 거리다. 



오피셜한 레지던시를 원한다면 ‘TAV’


2001년 9월 12일, 대만시 문화부(Taipei City Department of Cultural Affairs)가 TAV의 베일을 벗겼다. 유휴공간으로 남아있던 대만 공공정비 및 건설 부서(Taipei City Department of Public Maintenance and Construction) 건물을 예술가들이 창작하고 삶을 영위할 수 있는 공간으로 변신시킨 것이다. 그 덕에 정부 기관이 즐비한 지역에 위치한 TAV는 대만 최초 공공기금으로 설립된 예술가 마을이 됐다. 즉, 국가 주도 하에 조성된 레지던시 인 것이다. 총 13개의 아티스트 스튜디오를 운영 중인 TAV는 갤러리, 음악 스튜디오, 댄스 스튜디오, 피아노 룸, 암실 등을 운영해 입주 작가들이 (THAV에 비해) 좀 더 예술적 활동에 몰두할 수 있도록 꾸려져 있다. 국적 구분 없이 입주 작가를 받는 터라, 대만 작가에겐 다른 문화에 대한 폭넓은 이해를 제공하고 해외 작가에겐 대만의 풍부한 문화와 역사를 느낄 수 있도록 한다. 또한, 도시 중심부에 있는 만큼 현대 사회에서 예술이 해야 할 질문에도 충실히 응답 중이다. 



시민의 힘으로 지켜낸 ‘THAV’


TAV가 도시, 정부란 단어 하에 세워졌다면, THAV는 그 성격을 완전히 달리한다. 위치부터가 ‘트레저 힐 사원(Treasure Hill Temple)’으로 기본적으로 역사·종교적 배경을 지닌것. 또한 이곳은 국민정부 시절 군사 지역이 철수되면서 퇴역 군인, 삶의 영위가 힘든 자, 도시에 직업을 구하기 위해 상경한 변두리 사람들의 거주촌이기도 했다. 대만 정부는 다소 낙후된 이 지역을 도시발전계획에 따라 전부 재건하겠다 통보했지만, 당시 대학생, 지역사회 활동가, 예술가 그룹은 역사가 있는 이곳을 보존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냈고 정부의 재건 계획으로부터 마을을 지켜냈다. 그리고 2010년, 예술가 마을로의 첫 신호탄인 THAV가 공식적으로 문을 열어, 지역의 역사성과 그에 기반을 둔 예술성을 동시에 지키고 있다. 한때 낙후된 지역이었지만 이제는 생태학 탐구 장소, 커뮤니티의 장 그리고 예술적 창작과 삶을 통해 지역민들의 사회적 인식을 깨우칠 수 있는 공간으로 진화했다. 현재 14개의 아티스트 스튜디오를 가동 중인 THAV는 이 외에도 여행자를 위한 호스텔, 역사가 서려 있는 지역사회를 보호하는 프로젝트를 함께 진행해 레지던시 탄생 배경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운영되고 있다. 


겉으로 보기엔 극명히 다른 성격을 지니고 있는 두 레지던시지만, 둘 다 ‘예술 방랑가를 위한 집’, ‘문화교역소’ 역할을 자처한다. 이들은 특히 ‘문화교역소’란 점에 상당한 무게를 두고 있는데 TAV와 THAV에서 다양한 계층, 연령대의 그룹이 만나 지속적인 커뮤니케이션을 하면 다양한 문화가 교차·충돌하고 그로 인해 커다란 예술적 에너지가 발생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즉, 아트 빅뱅을 노려 새로운 아트 씬 형성을 꾀하는 것. 여기에, ‘예술 실험실’이란 역할까지 더해 각 예술가와 대중들이 동시대 흐름과 자유를 공유하고 그것을 만끽하는데 헌신하며, 예술인을 넘어 모든 사람 내면에 지닌 창조성과 상상력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는 공간이 되길 희망한다. 이를 통해 궁극적으로 다름을 인정하고 세상 모든 가치를 높이 평가할 수 있는 사회적 평등까지 추구하려 한다. ‘현대’와 ‘역사’, ‘정부’와 ‘시민’ 반대 관계에 놓인 것처럼 보이는 두 레지던시임에도, 모든 것이 ‘평등한 공간’, ‘문화교역소’란 컨셉을 꿈꾸는 이곳에서 예술 빅뱅의 주역이 되어보는 건 어떨까.





Image courtesy of TAV+THAV




No.2 London, U.K.


델피나 파운데이션 

Delfina Foundation

http://delfinafoundation.com/


런던 도심 속 아트 오아시스


유럽의 가장 큰 수도 영국 런던, 그 중에서도 로열패밀리가 사는 버킹엄 궁(Buckingham Palace) 근처에 위치해 마음껏 작품 활동을 펼치는 동시에 활기차게 돌아가는 런던의 생활을 즐길 수 있는 곳이 있다. 델피나 파운데이션(Delfina Foundation, 이하 델피나)에서는 널찍한 생활공간과 작업공간까지 제공해 입주 작가들에게 더할 나위 없이 좋은 환경을 제공한다. 레지던시 프로그램은 최장 3개월간 6명에서 8명의 작가들과 함께 진행된다. 현대미술에 관련된 주요 이슈와 일상의 소소한 것들에 초점을 두는 프로그램은 그 탄탄한 구성력으로 전 세계의 아티스트들을 불러모아왔다. 레지던시는 신진작가와 중견작가, 큐레이터, 평론가들이 함께 모여 아이디어를 공유하고 예술 커리어에 대한 정보를 나눌 수 있는 플랫폼이 된다. 또한 각국에서 모인 아티스트들과 네트워크를 형성해 미술 관련 정보를 나누는 동시에 다양한 문화도 즐길 수 있는 장을 마련한다. 


1988년 델피나는 델피나 스튜디오 트러스트(Delfina Studio Trust)라는 이름으로 처음 설립됐는데 이때부터 이미 영국 내에서 최고의 아트레지던시를 제공해왔다고 자부한다. 지금은 버킹엄 궁 근처로 이사했지만 당시 자리했던 버몬지 스트릿(Bermondsey Street) 일대는 예술적으로 침체됐던 곳이었다. 하지만 델피나 스튜디오의 오픈으로 테이트모던(Tate Modern), 화이트큐브(White Cube) 등 내로라하는 예술기관들이 근처로 이사와 지역의 예술발전에도 크게 기여했다고 델피나의 한 관계자는 자신 있게 말한다. 


2006년 스튜디오가 잠시 문을 닫았을 때 영국의 유력지인 『텔레그래프(The Telegraph)』는 델피나가 ‘영국에서 가장 주목할 만한 예술집단’이라고 표현했을 만큼 이곳이 영국 예술계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것은 분명하다. 그리고 그 힘을 이어받아 2007년 ‘델피나 파운데이션’이란 새로운 이름으로 다시 오픈 한 후에도 ‘런던에서 가장 큰 아트레지던시’라는 타이틀을 다는 등 그 명성을 이어가고 있다. 입주 작가들의 만족도 또한 매우 높다. 2015년 입주했던 마리암 모나리자 가라비(Maryam Monalisa Gharavi)는 입주 생활동안 작가들뿐만 아니라 런던의 갤러리 관계자들, 큐레이터들과 교류하며 작품의 궤적을 생각해보고 앞으로 나아갈 방향까지 고민해볼 수 있는 특별한 시간을 보냈다고 말한다. 당시 만난 다른 예술인들과 계속 인연을 이어가고 있어 네트워크를 만드는데도 크게 도움을 받았다. 다른 입주 작가들 역시 예술의 중심지 런던에서 지내며 현대미술을 더 깊이 이해하고 다양한 나라에서 온 예술인들과 교류할 수 있는 점을 델피나의 큰 장점으로 꼽는다.




Image Courtesy of Delfina Foundation




No.3 London, U.K.


개스웍스 

Gasworks

http://www.gasworks.org.uk/


세계로 뻗어나가는 허브로 모여라


수보드 굽타(Subodh Gupta), 리넷 이아돔-보아케(lynette yiadom-boakye), 송 동(Song Dong) 이들은 모두 개스웍스(Gasworks)를 거쳐간 세계적 아티스트다. 1994년 문을 연 이곳은 비영리 시각예술기관으로는 선두 격이다. 개스웍스는 독자적인 프로그램 뿐 아니라 다양한 파트너십을 자랑한다. 기관, 투자자, 학교와 맺은 탄탄한 협력관계는 개스웍스의 품을 넓히는데 톡톡한 역할을 한다. 그중에서도 가장 눈에 띄는 프로그램은 ‘트라이앵글 네트워크(Triangle Network)’다. ‘트라이앵글 네트워크’는 소규모 예술 조직들의 국제적인 네트워크로, 예술가가 주도하는 워크숍, 레지던시, 전시 및 지역 봉사활동 프로그램을 통해 신진작가의 작업을 지원하고 널리 알리는 프로젝트다. 그리고 그 중심에 개스웍스가 있다. 개인과 개인 간 직접적인 교류를 권장하는 이 네트워크는 아티스트 뿐 아니라 큐레이터, 에듀케이터 등 예술분야에 종사하는 많은 사람이 창작과 연구의 기회를 가질 수 있다는 점에서 매력적이다. 1982년부터 시작한 이래로 40개국이 넘는 기관이 후원을 받았고, 각지에서 모인 예술계 종사자들 4,500여명이 지역과 직접적으로 소통하는 작업을 지속해왔다. 한국과도 인연이 있는데, 한국문화예술위원회(ARKO)와의 협력을 통해 작년에 두 명의 한국작가를 레지던시 프로그램에 참여시키기도 했다. 


개스웍스의 레지던시 프로그램 역시 ‘소통’에 초점을 맞춘다. 거주 작가들 사이의 교류 뿐 아니라 지역주민, 미술계 관계자들과의 만남을 통해 자신의 작업을 발전시키고, 관련 연구에 집중할 수 있도록 충분한 기회를 제공한다. 개스웍스에 입주했던 필리핀 작가 마르타 아티엔자(Marta Atienza)는 “내 스스로 작업에 대해 이해할 수 있도록 다른 이들과 소통하고 공유할 수 있는 기회를 준 프로그램”이라고 평가했다. 이처럼 런던의 9곳에 위치한 공간에서 3개월 동안 머물며 오롯이 작업에만 몰두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고. 여타 레지던시에서도 공통적으로 준비하는 오픈 스튜디오나 전시 기회도 조금 색다르다. 단순히 작가의 작품을 보여주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탄탄한 큐레토리얼(curatorial) 방면의 지원을 준비한다. 대부분이 영국에서 처음으로 갖는 전시 경험이라는 것을 고려한 부분이다.  런던은 현대미술의 중심지 중 한 곳임에 틀림없지만, 유럽 내에서도 특히 비싼 물가를 자랑해 많은 작가들에게 견물생심의 도시이기도 하다. 그 어떤 규범도 없고, 새로운 작업을 지속할 수 있도록 그 과정 자체를 지지하는 개스웍스라면 런더너(Londoner)로서의 생활을 꿈꾸는 작가들에게 흔치 않은 기회가 될 것이다. 매년 16명 이상의 작가들이 그 기회를 잡고 있다. 











No.4 Barselona, Spain


지와 

Jiwar Creation and Society

http://jiwarbarcelona.com/


도시에 관한 모든 이슈를 탐구하다


2011년 10월에 문을 연 지와(Jiwar Creation and Society)는 ‘도시’를 기반 삼아 활동하거나, 도시에서 예술적 영감을 얻는 직업 예술인들을 지원하는 레지던시다. 바르셀로나 중심부에 위치한 만큼 도시에서 볼 수 있는 가장 독특한 공간과 환경을 제공, 도시에 관련된 예술적 창조는 물론 예술인들끼리 아이디어를 공유할 수 있는 최적의 장소라 자부한다. 도시라는 특정 공간에 집중하는 지와에서는, 선발 기준에서도 차별성을 둔다. 다른 레지던시들이 ‘예술’이란 큰 키워드 위주로 입주 작가를 모았다면, 지와는 예술가, 건축가는 물론 사회운동가, 사회학자, 인류학자, 철학자, 도시정책자 등 ‘도시’를 중심으로 입주자를 선별한다. 레지던시는 이런 기준으로 선택된 입주자에게 바르셀로나를 기반으로 도시 내에서 서로 간의 교신점을 찾고, 새로운 네트워크를 창조하도록 도와준다. 즉, 단순히 정해진 기간 머물며 작업을 진행하는 공간이 아니라 도시가 주는 창조성과 작가 간의 연결고리를 찾기 등 바르셀로나에서 얻을 수 있는 최대한의 것을 가져갈 수 있도록 레지던시 자체가 유기적으로 더 많은 기능을 수행하려 한다(이를 위해 스태프들이 총출동해 바삐 움직인다고). 


이들이 운영하는 프로그램 중 가장 핵심은 ‘이웃 만들기 프로젝트(Making neighbourhood project)’다. ‘이웃 만들기 프로젝트’는 서로 다른 지역에서 온 세 명의 입주 작가들을 한 조로 묶어, ‘집(Home)’, ‘변화(Altered Alterities)’ 등 몇 가지 주제를 주고 그들끼리 특별한 협업을 하도록 권한다. 많은 사람이 복잡하게 살아가는 도시에 대해 비판적이지만은 않은 시선으로 자유롭고 창의적 반영을 하도록 제안하는 프로젝트는, 도시가 동시대 세계를 살아가는데 필수 키워드이기에 그에 관해 심사숙고해봐야 한다는 이들의 철학이 반영돼있다. 한편, 레지던시 명인 ‘지와’는 아랍어로 ‘이웃(neighbour hood)’을 의미하는데, 문자 그대로  환경을 파괴하지 않는 전제하에 예술과 지역 이웃 사이에서 예술이 어떻게 수립되는지 과정에 대해 말하려 한다. 또한, 그 의미를 넘어 다양한 문화 그리고 여러 학문 분야 간의 교환을 조장하며 레지던시를 중심으로 이웃 간의 교류를 통해 삶의 철학을 일깨우길 희망한다. 지와를 거쳐 간 입주 작가들의 평은 대체로 긍정적이다. 이는 작업하기에 널찍하고 쾌적한 공간, 아름다운 정원과 다이나믹한 도시 이웃과의 만남 그리고 프로젝트에 집중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주변 환경과 스태프까지 입주 작가들을 위해 최대한 많은 것을 지원하려는 지와의 노력 덕택일 것이다.







No.5 Barnag, Hungary


호스 앤 아트 리서치 

The Horse and Art Research

http://www.horseandart.hu/en


말과 예술 애호가들을 위한 공간


그저 작업에만 집중하는 것이 조금은 심심하게 느껴진다면 이 곳에 주목해보자. 헝가리의 호스 앤 아트 리서치(The Horse and Art Research)는 ‘말’과 예술을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한 독특한 레지던시이다. ‘승마는 예술이다’라는 모토 아래 지난해 처음 문을 연 이곳은 말과 함께 지내며 예술 활동을 하게 되는데 아직 크게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참여자들의 만족도가 매우 높다. 작년에는 9개국에서 모인 작가들이 참가했는데 실제로 이들 중 올해 다시 입주하는 작가들도 있다고 하니 레지던시가 얼마나 성실하고 즐거운 시간을 제공하는지 상상해볼 수 있다. 여름에 진행되는 과정은 1주에서 2주 정도로 길지 않지만 대신 알차다. 미술사에 등장하는 ‘말’에 관련된 강연들, 말과 예술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모여 벌이는 토론, 승마 레슨 등으로 2주의 시간이 눈 깜짝할 사이에 흘러가버린다. 또한 유목민이 사용하는 천막 ‘유르트(Yurt)’에서 숙식을 해결해 말과 함께하는 진정한 자연의 생활을 느껴볼 수 있는 기회. 순수미술, 디자인, 댄스 등 여러 분야의 예술가가 모여 예술의 새로운 면면도 볼 수 있다. 


사실 ‘말’과 함께하는 아티스트 레지던시라니, 조금 생소하기는 하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말은 인류 역사 이래 항상 우리와 함께해왔고 때문에 자연히 미술에서도 큰 일부를 차지해왔다. 말이 등장하는 예술작품이 얼마나 많은지, 생각해보면 깜짝 놀랄 정도이다. 호스 앤 아트 리서치는 “예술과는 전혀 관계없을 것 같은 말에서 받을 수 있는 영감은 엄청나다”고 말하며 예술가들이 말과 생활해보는 것을 적극 권장하고 있다. 현대미술에서도 말은 꾸준히 등장하고 있으니, 말과 예술에 대한 국제적인 담론을 해보는 것도 재미있는 아이디어 같다. 작년에 입주했던 미국의 베타니 프란체넬라(Bethany Fran chenella)는 “프로그램이 기대 이상으로 좋았고 나와 비슷한 취향을 가진 사람들과 정보와 아이디어를 공유하는 것도 즐거웠다. 말과 친해졌을 때 그들에게서 받을 수 있는 예술적 영감도 놀랍다”라며 만족감을 표현했다. 레지던시는 동서양의 예술가들과 말 애호가들을 적극 반긴다. 각 프로그램에 10여명 남짓한 인원이 모여 헝가리의 대자연 속에서 자유롭게 숨 쉬고 소통하며 작품 활동을 할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이다. 한국의 작가들도 대환영이라고 하니, 말과 예술을 사랑한다면 한번 알아보는 것은 어떨까.









No.6. Heraklion, Greece


라코스 프로젝트 

The Lakkos Project

http://thelakkosproject.weebly.com/


도시 재생과 아티스트 레지던시


쇠락하는 도시를 살리는데 예술은 특효약이다. 그리스의 이라클리온은 그리스 남쪽, 크레타 섬의 중심 도시다. 그리스 문명의 발상지로 그 화려한 문화적 유산을 간직하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다만 작년 그리스가 국가부도 위기를 맞으며, 경제는 침체일로를 걷게 되었다. 이때, 이라클리온에서도 가장 가난한 지역의 버려진 집은 전 세계의 아티스트들을 끌어 모으는 레지던시로 거듭나게 된다. 10년에서 20년 가까이 버려진 크고 넓은 집들은 적당히 손을 보면 사람이 거주할 수 있는 상태였고, 황폐해진 거리에도 벽화를 그려 넣기 시작하자 아름다움을 찾기 시작했다. 라코스 프로젝트(The Lakkos Project)가 지향하는 바는 이처럼 ‘행복한 변화를 만드는 것’이다.  


레지던시에 머문 어느 작가는 라코스를 “도심 한 가운데의 오아시스”로 표현한다. 지역주민들과도 스스럼없이 교류하고, 함께 머무는 작가들과는 가족처럼 지낸다. 뿐만 아니라 오롯이 혼자인 시간 역시 보장된다. 아직까지 완벽하게 고쳐지지 않은 커다란 집이지만 편안하게 지내기엔 손색이 없다. 작년에 문을 연 신생 레지던시인만큼 체류 작가 선정에 보다 유연하고, 아직은 내부 규칙 같은 것도 엄격하게 만들지 않았다. 그러다보니 다양한 장르의 예술가들이 모이고, 심지어 고고학자도 체류하고 있다고 한다. 자연히 자신의 분야 밖의 지식을 얻는 것도 용이하고 여러 형태의 협업을 도모하는 것도 가능해진다. 스트리트 아트, 아트 페스티벌, 그리스 민중 음악인 레베티카(Rebetika) 등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기반이 되는 것도 레지던시에 체류하는 예술가들이다. 자신의 작업에 몰두할 수 있는 공간을 제공받는 동시에, 창작자들은 옛 도시를 살리는 자원봉사자가 되는 것이다. 


레지던시 디렉터인 매튜 할핀(Mattew Halpin)은 언제든 아티스트의 이야기에 귀 기울일 준비가 되어있다. 그는 “전 세계에서 모인 사람들과 새로운 공간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은 언제나 나를 흥분시킨다”고 말한다. 지중해의 바람을 만끽하며 새로운 작업을 구상하고 싶다면 라코스 프로젝트만한 곳이 또 있을까싶다. 다만 완벽한 개인주의 성향의 작가보다는 공동체의 가치에 관심 있는 작가가 좀 더 적합해 보인다. 체류가 끝날 즈음엔, 그리스의 한 도시가 당신의 이름을 기억할지도 모른다.










No.7 India


카르페 디엠 아티스트 레지던시 

Carpe diem Artists Residency

http://www.carpediemresidency.com/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 그리고 작업하라


영화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 속 주인공은 화려하지만 공허한 일상을 떠나 이탈리아에서 먹고, 인도에서 기도하고, 발리에서 뜨거운 사랑을 나누며 행복을 찾는다. 그 중에서 기도의 장소인 인도는 여러모로 매력적인 나라다. 복잡한 도시생활과는 동떨어진 자연과 무소유의 ‘무언가’가 있을 것만 같은 신비한 나라, 그곳에 위치한 카르페 디엠 아티스트 레지던시(Carpe diem Artist Residency, 이하 카르페 디엠)에 주목하자. 카르페 디엠에서는 레지던시 생활을 ‘여정’에 비유한다. 총체적인 면에서 작가의 경험을 풍부하게 만드는 것이 창조적인 본능을 극대화시킨다고 믿는다. 경험이 다양할수록, 작업도 흥미로워진다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이곳에 입주할 수 있는 장르의 스펙트럼은 매우 넓다. 시각예술 뿐 아니라 문학, 영화, 음악, 공예, 건축, 연극 등 다양한 배경을 가진 이들이 입주할 수 있다. 3주 정도의 체류기간 동안 동시에 머무는 작가들은 이러한 다양성은 카르페 디엠을 만든 영화감독 시바예 찬드라뷔산(Shivajee Chandra bhushan)의 가치관에 기반하고 있다. 


주목받는 인도의 독립영화 감독인 그는 여행이야말로 모든 장애물을 넘어 창조력을 극대화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믿는다. 서로 다른 배경을 가진 창작자들이 모여 자연과 어우러진 곳에서 경험을 공유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2014년 레지던시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신진작가 뿐 아니라 이미 경력이 쌓인 작가들도 머물 수 있다. 새로운 땅에서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새로운 재료로 작업을 한다면 일상의 때를 벗긴 결과물이 나오리라 여기기 때문이다. 이곳에서는 무엇보다 자유를 보장한다. 체류가 끝날 즈음 일정한 형태의 결과물만 내놓을 수 있다면 하루하루를 어떻게 보내는지는 온전히 머무는 이의 몫이다. 시간과 공간의 제약으로부터 벗어나 온전히 자신에게 집중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강점인 셈이다. 다양한 분야에서 경력을 쌓은 큐레이터와 레지던시 매니저가 기꺼이 그 창조의 여정에 동참할 준비가 되어있다고 한다. 현재를 사랑하는 이라면, 당장 온라인 신청서를 작성해야 한다. 서류 심사에 통과하면 스카이프(Skype) 인터뷰를 치르고 결과에 따라 인도로 떠날 수 있다.






Image courtesy of Carpe diem Residency





No.8 Blue Mountains, Australia


빅씨 

BigCi, 

Bilpin international ground for Creative initiatives

https://bigci.org/


대자연 속 예술


많은 도시인이 가슴 한 쪽에 품고 있는 꿈이 있다. 바로 자연을 벗 삼아 사는 삶! 예술가에게도 예외는 아닐 것이다. 예로부터 자연은 예술가에게 영감의 원천이자 예술적 아이디어를 환기해주는 최적의 장소 중 하나지만, 커뮤니케이션이 중시되고 많은 것이 도시를 중심으로 돌아가는 현대사회에서 예술가들이 밀집한 도시를 떠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럼에도 자연과 예술적 교류 이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을 수 있는 공간을 찾고 있다면, 빅씨(BigCi, Bilpin international ground for Creative initiatives)를 추천한다. 빅씨의 특징은 크게 두 가지다. 첫째, 이들의 가장 큰 자랑이기도 한 레지던시의 ‘위치’다. 바로 유네스코 세계문화 유산에 등재된 블루마운틴 산악 지대(Greater Blue Mountains Area)에 자리 잡고 있기 때문. 환상의 자연경관을 가지고 있는 레지던시라 그런지 운영 스태프 또한 환경과 생태학적 이슈에 특화되어있다. 그래서 레지던시 측은 “생태학에 흥미를 지닌 예술가들이 작업하기에 탁월한 레지던시”라고 소개하기도 한다. 그렇다고 오로지 자연을 베이스 삼아 작업하는 작가들만을 위한 공간으로 제한하진 않으며, “우리의 아름다운 자연경관을 활용해 다양한 예술적 활동을 펼칠 수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든지 환영”이라는 열린 태도를 보이고 있다. 


두 번째는 장르 구분 없는 다양한 예술가들을 한 자리에서 만날 수 있다. 예술가들이 자체적으로 운영하는 독립적 비영리 공간인 빅씨는 회화, 조각, 멀티미디어, 퍼포먼스뿐 아니라 음악, 문학, 사진, 필름, 하이브리드 예술 등 창작에 열의가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지원할 수 있다 명시한다. 빅씨에게 레지던시 입주 예술가들을 위해 지원하는 내용에 대해 물으니, 예술가들이 진행하는 프로젝트를 촉진해 오로지 작업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는 것이 가장 큰 이점이라 답했다. 이어, 큐레이터, 디렉터 등 확실한 비전과 기발한 아이디어를 지닌 사람들을 초대해 이벤트, 모임, 전시, 퍼포먼스, 워크숍 등 다양한 레지던시 프로그램을 꾸준히 제공한다고 덧붙인다.c또한 빅씨는 국립현대미술관 고양레지던시와 3년 연속 교류관계를 유지하고 있어, 국내 작가들에게 해외 경험을 제공하는 역할을 톡톡히 수행하고 있다. 그 외에도 (재)전통공연예술진흥재단과 협업한 경험이 있으며, 이러한 교류를 통해 빅씨를 거쳐 간 작가들로는 서해영, 심혜원, 김미진, 고순임 등이 있다.





<Open Day Talks> 2016




No.9 Singapore, Singapore


호텔 베가본드 

Hôtel Vegabond

http://hotelvagabondsingapore.com/artist-residency


교류, 대중화를 위한 레지던시


호텔 베가본드(Hôtel Vegabond)는 싱가포르의 5성급 호텔이다. 하지만 호텔 내 두 개의 스위트룸은 예약 불가다. 그곳은 오로지 예술가만을 위한 공간이기 때문이다. 상업호텔이지만 ‘아티스트-인-레지던시(Artist-in-Residence, 이하 AiR)’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호텔 베가본드는 창립자의 예술에 대한 높은 관심을 바탕으로 세워졌다. 단순히 작가를 지원하고 그들의 작품을 소개하는 일차원적인 역할에 그치지 않는 레지던시는 ‘예술의 대중화’에 앞장서야 한다는 철학에 운영 근거를 둔다. AiR은 그 덕에 유독 지역민과의 ‘교류’를 중시한다. AiR에서 진행하는 프로그램의 가장 큰 줄기는 지역민과 국제적 예술가들이 좀 더 쉽게 서로를 만날 수 있는 공간을 꾸리는 것이다. 이 만남은 예술의 대중화를 꾀하는 것은 물론, 입주 예술가에게는 색다른 창조의 원천과 영감을 제공하고 지역민에겐 예술가의 작업 과정에 대한 궁금증을 해소해주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갖는다. 


이에 한 관계자는 “호텔 베가본드 AiR에서 모든 사람이 예술이 인간 삶에 밀접해 있다는 것을 느끼고, 예술의 진정한 진가를 깨달을 수 있는 감상을 제공하고 발전시키는 것이 우리의 역할”이라고 피력한다. 그래서 AiR에 입주한 작가들은 레지던시를 제공받는 대신, 베가본드 살롱에서 차와 칵테일을 마시며 찾아오는 관람객들과 교류해야 한다는 독특한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 또한, AiR은 입주 예술가 프로모션에도 적극적이다. 특히 싱가포르에서 기반을 다지고 싶은 작가라면 굉장한 기회일 만큼, 이들은 자신들이 지닌 인맥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싱가포르 예술 전문 인력과 큐레이터 네트워크에 입주 작가들을 소개시켜 싱가포르 아트 씬에 좀 더 수월하게 자리를 잡을 수 있도록 도움을 아끼지 않는다. 한편, AiR은 자신들의 선호하는 작가 군이 있다는 점을 솔직하게 밝힌다. 싱가포르 내에 아직은 불모지로 남아있는 퍼포먼스, 멀티미디어 작가가 선호 대상이다. 이들을 레지던시에 입주시켜 싱가포르 내 해당 영역 예술을 개척하려는 이들의 목적이 있기도 한 셈. 예술의 대중화를 중시하는 창립자의 철학을 바탕으로 운영돼, 대중과의 교류에 목말라 있는 예술가에게 가장 적합한 레지던시이니 최대한 많은 이들과 거리낌 없는 대화를 나누고 이를 통해 예술적 영감을 얻고 싶은 작가라면 바로 이곳 호텔 베가본드다!








No.10 Marnay-sur-Seine, France


카마크 

CAMAC

http://www.camac.org


단기간 최고의 성과를 창출하다


1993년, 스톡홀롬의 한 거리에서 알렉산드라 케임(Alexandra Keim)과 릴리언 도메크(Lilian Domec) 두 명의 예술가가 우연히 만났다. 돈독한 우정을 쌓은 이 둘은, 마네이 쉬르 센느라는 프랑스의 작은 마을에서 함께 살기 시작했다. 그곳에서 삶을 영위하던 도중 케임의 머릿 속에는 소란스러운 이상에서 벗어나 새로운 작업에 몰두하길 원하는 예술가들을 위한 아트센터를 만들면 어떨까란 생각이 떠올랐고, 이 아이디어는 1999년 처음 문을 연 카마크(CAMAC) 레지던시로 이어졌다. 설립자 케임과 도메크의 철학을 살린 카마크는 17세기, 센느강 근방에 지어진 고풍스런 건축물을 기반 삼아 고요한 환경에서 예술적 교류를 나눌 수 있는 공간을 추구한다. 입주 대상은 신진작가부터 이미 자리 잡은 작가까지 크게 제한을 두고 있지 않다. 장르 또한 시각예술, 뉴미디어, 교육, 애니메이션, 인쇄, 조각, 도자, 춤, 연극, 퍼포먼스, 텍스타일, 음악, 문학 등 폭넓게 범위를 설정하고 있다. 지원 요건에 큰 제약이 없어서인지, 카마크는 매년 50여 명의 국제무대를 누비는 예술가들을 한군데 집결시켜왔다. 레지던시가 선택한 이들은 세계 어느 곳에 내놓아도 손색없을 만큼 매력적인지라 레지던시를 떠난 후에도 세계 곳곳을 누비며 승승장구하고 있는 것은 물론이다. 


덕분에 레지던시도 현재 미술계에서 제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단 평가를 받기도 하지만 이런 창조적인 세계에서 자신들과 같은 공간의 중요도를 측정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한다. 그 대신, 카마크는 레지던시를 다음과 같이 정의한다. “우리 장소가 예술가 간의 협업, 교류, 비평과 긍정적인 대화의 장을 구성할 분 아니라 방문객들을 위한 미팅 지점이라는 여러 가지 특징을 지니고 있다.” 카마크는 유독 체류할 수 있는 기간이 짧다. 레지던시는 3월부터 12월까지 오픈하지만, 머무를 수 있는 기간은 1-2달 남짓으로, 많은 예술가를 한데 모아 집중적으로 함께 보내는 것이 오히려 각자의 창조적 활동에 더 효과적이란 카마크 운영진의 판단 하에 생긴 방침이다. 굵고 짧게, 작가들의 최상의 능력치를 끌어내자는 것이 이들의 모토인 것. 기간이 짧다고 프로그램이 부실할 것이란 걱정은 필요 없다. 거쳐 간 작가 리스트만 보아도 기간 내에 압축적으로 모든 것을 소화해내려는 카마크의 열의를 확인할 수 있다. 카마크는 지원서에 제시된 프로젝트의 퀄리티, 카마크 철학과의 일치성, 지원자의 지난 작업 등 여러 가지 요소를 고려해 레지던시 입주자를 결정한다. 또한, 경기문화재단과도 교류하고 있다고 하니, 관심 있는 독자가 있다면 염두에 두면 좋을 것이다. 










*해외 레지던시 스캐닝 ②에서 내용이 이어집니다.  

게시물이 없습니다

WRITE LIST




메모 입력
뉴스레터 신청 시, 퍼블릭아트의 소식을 빠르게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이메일 주소를 남겨주시면 뉴스레터 구독에 자동 동의됩니다.
Your E-mail Send

왼쪽의 문자를 공백없이 입력하세요.(대소문자구분)